닐 게이먼 외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09년 1월
완결이 되면 읽어야지 했던 닐 게이먼의 샌드맨.
처음 읽을때 너무 좋아서 아껴가며 읽고 싶은 마음에 읽다 접은 것이 4년 6개월전쯤 되었네요.
우연인지는 몰라도, 이제 정말 샌드맨을 완결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 책 출간 연도를 보니 1988년으로 올해가 30주년이 되는 해라는것을 알게 되었요. 그래서 표지 바꿔서 30주년 기념으로 재출간 예정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책 표지가 더 마음에 들어서 살짝 마음이 놓입니다.^^
4년전에 읽을때도 좋았지만, 지금이 더 좋았어요. 아마도 4년동안 마블을 통해 그래픽 노블 스타일에 익숙해진 탓도 있고, 두번째 읽으니 처음에 지나쳤던 부분들, 떡밥같은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 탓도 있었던것 같아요.
샌드맨 1편을 읽으면서 이 책이 올해 출간되었다고 해도 전혀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지금 이 그림이 1988년인것을 생각한다면 30년전의 만화가 30년후에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오히려 그 당시 읽었다면 너무 파격적이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책들은 왜 지금 읽었을까? 후회되는 책이 있다면 이 책은 지금 읽어서 다행인것 같아요.
1권 단행본에는 8개의 에피소드로 나눠져있어요. 한 에피소드마다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표지가 무척 인상적인데, 특히나 표지에 주인공 '샌드맨'을 사용하지 않은것은 그 당시는 무척 파격적인 표지 디자인이라더군요. 지금은 그런점이 세련되게 느껴집니다.
왼편 하단의 음침하고 못난 그래서 악당스러운 존재가 이 책의 주인공 '샌드맨'입니다.^^;;
'샌드맨'은 작가가 '닐 게이먼'이라니깐, 당연 그림도 '닐 게이먼'이 그린줄 알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 작가 천재 인가?했는데... 그때는 제가 그래픽 노블 시스템을 잘 몰라서 한 착각이었구요,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가 동일일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림을 못 그리는 작가가 스토리만 제공하고 그림은 다른 사람이 그리기도 합니다. '마블'과 'DC' 히어로 코믹스가 대표적인데, '샌드맨'은 DC 출판사와 연관이 있다보니 그 시스템을 따라한것 같아요. 그래서 닐게이먼이 스토리 구상을 하고 나머지 그림, 글자, 도안, 채색등은 각각 전문가에게 맡겨 완성된 작품입니다. 그래서 샌드맨 전 14권을 보면 그림작가에 따라서 그림 스타일이 다른것도 이 시리즈의 매력인것 같습니다.
영원족의 일원인 '죽음'의 신을 붙잡으려했던 인간들에게 '꿈'의 신인 샌드맨이 인간들에게 붙잡히는 순간, 인간 세계에도 혼란이 일어납니다. 잠을 못 드는 사람과 잠에서 께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현실과 꿈의 경계가 무너진 불행한 자들이 속출합니다.
* 아래의 내용에는 스포성이 될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감금된것이 힘들지만 샌드맨은 끈질기게 기다립니다.
그들에게는 없고, 샌드맨에게 있는 '영원이라는 시간'
그리고 '찰나'의 순간만이 필요할뿐...
그래픽 노블은 일반 만화보다 글도 많고, 그림도 많아서 자칫 산만헤 보일수 있지만, 그래서 더 익숙해지면 재미있어요. 닐 게이먼이 스티븐 킹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보니, 샌드맨을 지키던 간수 중에 한명이 'It'이 스티븐 킹의 책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어요. 작가의 이름이 살짝 가려졌지만 (S)라는 철자가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당연 스티븐킹의 책을 읽는 간수보다 쓰레기 뉴스를 읽는 간수가 깜빡 잠이 들었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샌드맨은 잠든 간수의 꿈속에서 한줌의 모래를 얻어 탈출합니다.
'샌드맨'이라는 이름처럼 그에게 모래는 꿈을 창조할수 있는 도구랍니다.
자신을 가둔 오컬트의 우두머리(실제 가둔 자는 죽고 그뒤 그의 자식이 자리를 이어 받았지만)에게 '영원한 각성'이라는 복수를 내립니다.
숨이 붙어 있는 동안 영원히 악몽 속에서 살아간다는것.
현실의 시간과 꿈의 시간에 엄청난 시간차를 생각한다면, 그래서 그가 곧 죽을 운명이었지만 단 하루, 인간의 삶이라도 꿈속은 영겁의 삶이 될수 있다는것을 안다면, 엄청난 복수를 당한 셈이지요.
국내에 출간된 '샌드맨 1'은 8편의 에피소드가 담겨진 단행본으로 그래서 미국에서 출간했을때의 표지도 함께 소개되어 좋아요.(요즘 국내에서도 소개되고 있는 '이슈'처럼 한편의 에피소드만으로 얇게 1편씩 출간한후 나중에 몇편씩 묶어서 단행본으로 다시 출간합니다.)
샌드맨의 지배하에 있는 꿈의 영역에 살고 있는 '카인'과 '아벨'은 나중에도 중요한 조연들이예요.
샌드맨이 인간 세계에 잡혀있는 동안 꿈의 세계도 무너지고 있었어요. 다시 그의 힘을 찾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투구'와 '주머니' 그리고 '루비'를 찾아야하는데, 어디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던 샌드맨은 운명의 여신을 소환합니다.
운명의 여신에게 질문을 하지만, 정작 원하는 답을 주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것 같은 느낌. '샌드맨'은 아무래도 주인공이 '영원족'인 꿈이기 때문에, 여러 신화속 캐릭터들이 등장해요. 이왕이면 서양 신화를 많이 알수록 더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암튼, 운명의 여신의 도움(?)으로 주머니의 행방이 어디있는지 알게 된 샌드맨은 자신의 꿈의 원천인 모래 주머니를 찾으러 갑니다.
인간이 신의 영역에 있는 물건을 손을 대는 순간 어쩔수 없이 공포와 혼란을 겪게 되는것 같아요.
어쩜 당시 시대를 생각한다면 마약과 같은 약물 중독의 위험성을 대신 보여준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약물(샌드맨의 모래주머니)에 의존해 현실도피한 그녀였지만...
자신을 도와준 댓가로 그녀에게 행복한 꿈(그는 죽음이 아님으로)으로 마지막 선물을 줍니다.
그리고 그의 악몽을 가져가는 친절도....
까칠해보였던 샌드맨이 이럴때는 좀 인간적으로 느껴졌던 순간이었어요.
샌드맨의 상징이며 자신의 갑옷인 투구는 지옥의 악마가 가지고 있다는것을 안 샌드맨
아직 자신의 힘을 다 찾지 못한 상황에서 지옥을 방문해서 자신의 물건을 찾는 다는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지옥에서 희망을 걸어봅니다.
오홍...
맞아요. 루시퍼라 불리는 악마는 예전에 천사였다죠.
그래서인지 진짜 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져요. ^^
악마는 쉽게 원하는것을 내놓지 않습니다.
당연 간교한 꾀를 내어 샌드맨과 대결하려합니다.
ㅋㅋ 결국 제목처럼 지옥에서 희망을 바랐던 샌드맨이 정말 '희망' 덕분에 자신의 투구를 되찾게 됩니다.
자신의 손아귀에서 너무 쉽게 빠져나간 샌드맨을 바라보며 루시퍼는 샌드맨에게 복수할 날을 계획하게 됩니다. 어마무시한...... 계획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되찾아야할 '루비'
지옥에서 투구를 가져온것보다 쉬울거라 생각했던 '루비'
처음 샌드맨을 읽었을때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파트였는데, 4년후에야 '샌드맨'이 DC 코믹스와 관련이 있다는것을 알았고, DC 코믹스에서 저스티스(JSA) 멤버인 마션맨을 안 상황에서 본 지금은 충분히 재미있었던 순간이었어요.
당연 자신에게 돌아올거란 믿었던 '루비'는....
어느 미친 인간의 장난으로 더 이상 샌드맨에 속하길 거부하며 샌드맨에게 큰 타격을 주게 됩니다.
지옥보다 더 무시무시했던 '24시간'
8편의 에피소드 중에 가장 하드고어여서 이런 스타일을 싫어하는 분들은 무척 불편할수도 있어요. 저는 어느 정도 하드고어에 적응했는데도, 에공~하면서 봤는데, 30년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엄청 충격받았을듯합니다.^^
샌드맨에게서 수정목걸이를 빼앗아 광란의 24시간을 보낸 D
광란의 24시간은 자체심의로 걸렀습니다. -.-;;
샌드맨의 힘의 정수를 모두 담고 있던 루비를 빼앗은 D는 결국 그 루비를 없애면 샌드맨도 없앨수 있을거라 믿어서 루비를 깨버립니다.
하지만 그 행동으로 루비에 갇혀있던 샌드맨의 힘이 샌드맨 자신에게 돌아와서 샌드맨은 힘을 찾게 됩니다. 자신에게 대항했고, 자신의 루비로 엄청난 짓을 벌이 D에게 벌을 줄주 알았는데, 오히려 D 덕분에 자신의 힘을 찾았기 때문에, D를 벌하지 않는 샌드맨을 보면 진짜 평범한 생각을 가진 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D를 아캄정신병원(DC 코믹스의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당들을 수용하는 정신병원으로, 조나단 크레인은 배트맨에서 환각가스를 이용 공포를 조장한 범죄를 일으키는 인물)에 다시 수용되고, 이날 하루 만큼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편안한 잠을 잘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샌드맨이 인간들에게 주는 선물~
'그녀의 날개소리'는 샌드맨 외전격으로 샌드맨(Dream)의 누나인 죽음(Death)가 등장합니다.
잃어버린 자신의 힘을 찾은 샌드맨은 목적을 잃어버리고 방황을 하는데, 그런 샌드맨이 걱정된 죽음이 찾아와 샌드맨을 위로합니다. 한 눈에 봐도 둘이 남매인줄 알겠어요.^^
죽음이 있는 자리에는 언제나 그녀의 날개짓 소리를 듣게 됩니다. 죽음은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늙었거나, 젊거나, 나쁘거나, 착하거나 차별을 두지 않고 언젠가 만나게 됩니다.
그동안 '죽음'하면 굉장히 어두운 느낌이었는데, 샌드맨의 누나인 그녀를 보면 죽음이 두렵지 않게 느껴져요. 어쩜 샌드맨과 죽음 둘만 놓고 보면 샌드맨이 더 저승사자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주인공 샌드맨보다 짧게 등장하면서도 더 강렬한 존재감을 주었던것 같습니다.
당연 1편만 보면 그녀가 죽음이더라도 또 만나길 바라게 됩니다. 그리고 샌드맨 시리즈를 다 읽은 저로써는 그녀를 또 만나게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ㅎㅎ
처음 샌드맨을 만났을때의 분위기와 확연하게 달라보입니다.
다시 읽어도 너무 재미있고, 다시 읽어서 더 재미있는 '샌드맨'이었어요.
또 몇년후에 다시 샌드맨을 만나도 그때도 지금보다 더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