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촛불시민 자격으로 참여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이해찬 전 총리,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뿐만 아니라 KBS 정연주 전 사장도 참여해 말로만 듣던 유명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유발언을 겨우 얻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 엄청나게 달라 잘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나마 남깁니다.

지난 1년간 촛불시민들은 말할 수 없이 엄청난 고통을 당했습니다.
죄 없이 감옥소에 끌려가기도 하고, 감당할 수 없는 벌금을 받기도 하고, 하루 하루 감시와 도청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유는 명백합니다. 바로 정치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죽으면 몸도 따라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노무현 대통령님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촛불시민들이 만신창이가 되면서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결정적으로 정치가 나서서 선거혁명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우리들이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는 "민주주의"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이뤄내기 위해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물적 가치는 "집권"입니다. 이해찬 전 총리는 87항쟁의 대표적인 일꾼으로서 경륜과 집권 경험이 있고 사상이 섹시한 남자입니다. 이정희 의원은 비록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보다 완력은 약하지만 촛불의 상처 곳곳을 쓰다듬어주는 따뜻함과 뜨거운 피가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집권 자격이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집권에 성공해 기회주의자 모리배들로부터 촛불시민들이 피터지면서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주세요.

그런 의미로 "집권의 조건"에 대해서 감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3,000년의 사고방식과 세계적 사고방식이 있어야 집권할 수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10년 짜리 사고가 있고, 100년짜리 사고가 있으며, 1,000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사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단지 집권을 빼앗긴 5년의 쓰라림이나 10년간의 집권 추억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수천년 전부터 싸워오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야 지금의 모순을 풀 수 있습니다. 맹자는 큰 선비와 작은 선비를 이렇게 나눴습니다. 작은 선비는 이웃 마을의 선비와 교유하고, 큰 선비는 이웃 나라의 선비와 교유한다.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고 동시대의 선비뿐만 아니라 수백, 수천년 전의 선배들의 생각을 책을 통해 만나야 큰선비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맹자가 말하는 큰 선비가 되어야 집권을 할 수 있습니다.





▲ 87년 새내기 때 선배들 손 잡고 거리를 걸으며 세상이 이렇게도 바뀔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세상의 중심이 선 것 같았다던 이정희 의원님. 촛불 시민들이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반드시 집권에 성공해 주십시오.


좨주를 잘 모셔야 집권할 수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동쪽 바다의 큰 나라 제나라가 있었습니다. 진나라와 쟁패를 다투었고, 진나라가 아니었다면 제나라가 천하를 통일하였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큰 나라였습니다.
이 나라의 전성기 때 "직하학궁"이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천하의 선비들을 모아놓고 학문을 논하는 장소였습니다. 맹자와 순자가 이곳에서 좨주를 맡았습니다. 좨주는 왕보다 더 높은 지위로 숭상을 받고, 왕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아랫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불치하문의 정신이 흐르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은 당사에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상징을 걸어 놓고 민주당이 중심이 돼서 두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시민들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수치심을 느껴야 했습니다. 이것은 1,000년의 사고방식도 아니고 5년도 가지 못할 아주 위태로운 사고방식입니다.

맹자는 만물을 구덩이에 고인 한줌의 물에 비유했습니다. 구덩이에 물이 차야 그 다음 구덩이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盈科而後進) 하지만 우리들은 구덩이에 물이 차지도 않았는데 김칫국물을 먼저 마시며 앞서가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결국 다시 뒤로 돌아와서 구덩이를 메워야 하는 신세가 됩니다.

우리가 민주개혁 지도자를 저버리고, 군부독재 후계자를 다시 권좌에 앉힌 것처럼요. 이래서 역사는 엄격하고 엄정한 것입니다.

정치인들에게 촛불시민들은 모두 좨주입니다. 이 좨주들을 잘 모시는 분이 집권할 수 있습니다.




▲ 1919년 고종황제의 서거로 봉건시대가 마감됐고, 1949년 김구 선생의 서거로 독립운동의 시대가 마감했고,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군부독재시대가 마감했고, 2009년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로 민주화운동 시대가 마감돼 새로운 통일과 복지의 시대가 피어오를 것이라던 이해찬 전 총리님. 명명백백한 시대정신으로 촛불시민들을 비춰주세요.


저들은 지금 4대강이다 민생사업이나 미디어산업이다 중도실용이다 하며 재집권 작업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아직 민주개혁세력에서는 집권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직하게 새 시대의 비전을 제시하고 넓은 가슴과 3,000년을 아우르는 세계적 사고방식으로 반드시 집권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촛불시민과 민주개혁세력이 함께 사는 길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9-09-04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0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민준이 이야기로 벌써 다음에만 2번 올라갔네요.






요새 우리 아기 민준이 때문에 파워블로거가 됐습니다.
맨날 전투적인 글만 쓰고 시사만 쓰다가 블로그 방문객이 뚝 떨어져 버렸거든요.

어렵사리 태어난 민준이 탄생기와,
탄생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한 장의 사진이 다음 메인에 2번 올라가면서
단숨에 200만 블로거가 되었네요.

민준이 얼굴을 너무 팔아서 좀 미안하기도 하지만
아빠의 마음이라고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민준이 관련 포스팅 모음

산전수전 다 겪은 신생아의 포스



눈 뜨면서 태어나는 아기 난생 첨 봤어요


10만명한테 아기 자랑한 팔불출 아버지의 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기(민준이)를 낳은 지 한 달이 지나자 사진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사진을 찾아가라고요.
산부인과와 계약이 된 사진관이었는데,
주로 신생아의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 낳느라 정신이 없는데,
사진기를 들고 현장을 찍어줘서 고맙더군요.

그런데 사진을 받아보고 두둥~ 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뜨거운 물로 씻기고 모자와 보자기로 덮은 우리 아기사진인데,
신생아의 얼굴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얼굴이 상처투성이였기 때문입니다.
상처보다 더 두둥~했던 것은 신생아의 표정.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장한 표정, 포스 작렬입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신생아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어떻게 저렇게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할 수 있었을까요.
눈에 보이는 것도 하나도 없었을 텐데..






분만실 들어가기 전에 밤새도록 응급실에서 태동검사를 체크했습니다.
오래 기다렸지요.
태동검사 데이터가 나오고 있는데,
태아의 호흡이 불안정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경고를 하셨을 정도로.
아빠의 긴급 태담 이후에 호흡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태아로서도 참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을 겁니다.

한 네티즌 님이 댓글을 남겨주셨는데,
아기가 태어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눈을 뜨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눈 뜨고 태어난 아기를 보면 어른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았구나 고생했다" 라고 그랬다고 합니다.
산전수전 다한 아기에게 "고생했다"고 말한마디 못해주고
못난 아빠는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또 다른 네티즌 님은 눈을 뜨고 태어난 사람 중에 유명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소크라테스,갈릴레오,칸트 등이 눈뜨면서 태어났다고 하더군요.
우리 아기도 큰 인물로 키우고 싶어요.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려면 두 배 세 배 더 노력해야겠죠^^

왼쪽 이마뿐 아니라 입술 가, 오른쪽 광대뼈, 양쪽 눈두덩이에 스크래치가 있어요.
엄마 뱃속을 지나 세상의 빛을 보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까를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생후 40일이 지난 모습입니다.
이후로도 민준이의 눈빛 포스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엄마 맘마를 앞두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40일 된 아기이지만 매섭다는 표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네요.
그래서 우리는 민준이한테 "눈빛왕자"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습니다.

아기 낳고 어머니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생명 하나 봉그는 게 겅 힘든 일이여"
("생명 하나 얻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란다"의 제주 사투리)

아기도 가족을 찾아 좁고 긴 터널을 정신없이 건너왔고,
엄마 아빠도 우리 아기 힘내라며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태담으로 응원도 하고 했습니다.
말 그대로 세상에 뚝 떨어지는 생명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 포스트 내용이 유익했으면 저의 블로그를 구독하세요 →


아래 왼쪽에 있는 손가락 모양을 클릭하시면 이 글에 대한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이 추천해주시면 이 글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습니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돌이 2009-09-0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 닮아서 저런 눈빛이.... 정말 포스가 장난 아니네요. ^^
아이들이 세상에 나올 때 엄마도 정말 힘들지만 아이들도 정말 엄청난 고통과 함께 나온대요. 그러니 저렇게 얼굴이 상처 투성이네요 에그 얼마나 힘들었으면...
울집 애는 나온다고 머리를 얼마나 치댔는지 머리쪽 반이 퉁퉁 부었더라구요. 걱정되서 의사선생님께 물어보니 그게 아이가 엄마 몸에서 나온다고 용을 써서 그렇다더군요. 아 정말 저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또 이렇게 포스 작렬하면서 커가는 모습의 감동이라니요.

승주나무 2009-09-03 11:39   좋아요 0 | URL
제가 눈빛을 좀 착하게 만들려고 안경도 쓰고 했는데 아기에게 안경을 씌울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정말 누구 아들이라고 ㅎㅎ
머리가 풍선처럼 눌려서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몰라요.

무해한모리군 2009-09-0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열하게 먹고 싸고 있을 민준이가 느껴지네요.
잘났다 진짜 ^^

승주나무 2009-09-03 11:55   좋아요 0 | URL
눈을 뜨면 먹는 일에 일중하고 있어요. 싸는 일은 주로 자면서 이루어진답니다^^

조선인 2009-09-0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전수전! 실감나네요.

승주나무 2009-09-03 11:55   좋아요 0 | URL
정말 산전수전이죠. 사진 한 장으로 모든 말이 표현된 것 같아요^^

무스탕 2009-09-02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나오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네!!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래요~ ^^

사진을 보니 왜 제가 울컥할까요? 울 애들도 저렇게 힘들게 태어났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봐요.

승주나무 2009-09-03 11:56   좋아요 0 | URL
정말 고생많아요.
그래서 우리도 민준선생이라고 높여 부르고 있답니다^^

paviana 2009-09-0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사진 정말 좋네요. 정말 포스도 느껴지고,왠지 진정성이 확 느껴져요.

승주나무 2009-09-03 11:56   좋아요 0 | URL
포스와 진전성이 느껴지는 사진으로는 아기사진이 최고인것 같아요^^

순오기 2009-09-0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좁은 산도를 빠져나오는 건 엄마와 아기의 생사를 건 사투지요~
고생하셨습니다, 눈빛왕자님!
 

어린이, 동네 주민들과 함께 한 분향 의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고 이런 저런 일이 많이 일어나 서울광장 추모를 못 드렸는데,
그분의 고향인 전라도에서 헌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주 21일부터 23일까지의 일정으로 여수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여수에는 대형 전광판에 김대중 대통령의 생전 모습과 추모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아늑하고 경건했습니다.





아침이라 조문객이 북적이지는 않았지만, 헌화와 조문을 마치고 나서는 분들의 표정을 보면서 저도 눈시울이 그렁그렁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분들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저들끼리 뛰어놀았지만,
그 현장에 있는 것이 큰 체험일 것입니다.
저도 얼마 전 사촌형이 돌아가셨을 때 사촌형의 어린 딸이 또래 친척들과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켠이 무거웠지만, 그것이 아이들의 조문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향소에서 아이들을 보는 기분이 남달랐습니다.




차라리 국민장이었으면 나았을 것을...

국장이라 그런지 공공장소에는 어김없이 조기가 개양돼 있었습니다.
여수에 사는 지인들이랑 이야기를 하던 차에 "국장"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행안부에서 장의보고를 할 때 국민장을 기정사실화하자 아고라 등 네티즌 사이에서 국장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습니다.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의 일생의 과업과 위상, 특히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라는 이유를 들어 '짧은 국장'으로 결정했습니다.

국장은 장의에 관한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합니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이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줄어들었습니다.
여수의 예만 들어도, 노무현 대통령 추모 기간에는 시민성금이 6,000만원 이상 걷혔다고 합니다. 장의를 다 하고 나서도 돈이 많이 남아 노무현 재단에 기부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국화에서부터 영정사진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손으로 꾸미던 국민의 장이었던 반면,
이번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은 공무원들이 주축이 되고 국가비용으로 부담해서 그런지 시민들의 참여가 전만 같지 못하다고 합니다.

저도 서거 당시 "국장"을 지지하던 사람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국민장"을 치러서 국민의 품과 돈을 보태 치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한줄기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수의 섬마을에서 만난 김대중꽃 인동초

여수에는 섬이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2개밖에 없는 해상국립공원이 여수에 걸쳐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풍광이 좋기로 유명한 사도라는 곳에 갔습니다.

처음부터 티라노사우루스 상 2마리가 마중을 나왔습니다.
이곳에는 공룡 발자국들이 무더기로 있었습니다.
주민들도 해초를 캐면서 그거이 공룡 발자국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공룡 발자국뿐만 아니라 공룡 바위도 있고 거북 바위도 있고, 갖가지 기암괴석이 많이 있었습니다.
더 행복한 것은 이곳이 인적이 드물어 보존상태가 최상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외지인에게 행복할 뿐이겠죠.




설핏한 낙조햇살을 쬐고 있는 늙은 거북바위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얼굴의 주름과 등껍질이 선명해 마치 살아 있는 거북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곳저곳 사진을 찍고 돌아가다가 "인동초"라는 꽃을 봤습니다. 실제로 보기는 처음입니다.
꽃 박사인 "실비단안개" 님이 이것이 인동초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얼핏 보면 갯벌에 방치된 듯보이지만, 저 혼자 살아서 꽃을 피워낸 게 대견합니다.
위태롭게 길가에 피어 있지만 꽃을 피워내고야 마는 집념이 전해집니다.
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약 30년간 역대 군사정권하에서 온갖 박해와 탄압을 받은 그는 스스로 “겨울을 견디고 초여름에 꽃을 피우는 인동초와 같은” 시간이었다고 술회한 것이 계기가 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습니다.

여수의 명소라고 하는 사도지만, 기반 시설은 그야말로 '안습'이었습니다.
그 흔한 대중화장실 하나 없었습니다.



여수시와 사도가 야심차게 게 모양의 화장실을 건립했지만,
화장실 용수 공급이 여의치 않아 닫아놓은 실정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하의도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고향이 이렇게 낙후되었나 하는 의아함 때문이었습니다.
34.6㎢나 되는 작지 않은 면적에 2100여명이 살지만 담배소매점은 고작 4군데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다방은 구경할 수 없고 택시 2대와 소형버스 한대가 대중교통의 전부입니다. 게다가 전국 면단위 가운데 약국이 없는 곳은 하의도가 유일할 것이라고 합니다.

경상도 출신 대통령들은 권좌에 앉자마자 경상도를 서울로 만들려고 몹시나 애를 쓰면서도 전라도 출신 김대중 대통령이 직에 올랐을 때 경상도를 후퇴시키고 전라도를 편애할 것이라는 악담을 하고 다녔고, 경상도에서 조직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마을을 '감시차' 방문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삶은 영광이 있을 때나 영광이 없을 때나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사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동초를 보고 나오지 않은 눈물이 방치된 게 화장실을 보면서 또 쏟아집니다.

논어에서 읽었던 증자의 임종 유지가 한자락 떠오릅니다. 전전긍긍하고 마치 살얼음판을 밟듯이 살아왔다는 말은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증자가 병환이 깊어지자, 문하의 제자들을 불러 말하였다.
“<이불을 헤쳐> 나의 발과 손을 보아라. <시경>에 이르기를 ‘戰戰(전전)하고 兢兢(긍긍)하여 깊은 못에 임한 듯이 하고 얇은 얼음을 밟는 듯이 하라.’ 하였으니, 이제야 나는 <이 몸을 스스로 해칠까 하는 근심에서> 면한 것을 알겠노라. 제자들아!”
曾子有疾 召門弟子曰 啓予足 啓予手 詩云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 而今而後 吾知免夫 小子<논어 태백 편)     


★ 글을 보시고 유익했다면 아래의 추천 버튼은 꾸욱~ 하고 눌러주시는 센스신공을 보여주세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노이에자이트 2009-08-28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글입니다.행여나 전라도만 끼고 돈다는 욕먹을까봐 굉장히 조심했지요.서글픈 역사였습니다.

승주나무 2009-08-29 00:30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 님~ 공감하셨다니 기쁩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호남, 광주 시민들 사이의 마음의 거리를 담뿍 느끼고 나니 이 또한 역사의 짓궂은 장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대중 대통령으로서도 어쩌지 못할 것이 있었겠죠. 노무현 대통령도 어쩌지 못한 것이 있었던 것처럼...
 

활자는 사람을 살리는 소와 같고, 방송은 사람을 죽이는 말과 같다


방송이란 근본적으로 영향력 면에서는 압도적이지만, 인간의 사고와 심성을 동물 수준으로 추락시킬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활자매체와 방송매체는 소와 말에 비유할 수 있다.
소는 정직하게 걷고 밭을 일구는 인간의 친구이지만,
말은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전쟁을 주로 한다. 유럽의 지형을 바꾼 것도 바로 훈족의 기마병들이었다. 오죽했으면 반인반마인 켄타우로스가 유럽인들에게 무시무시한 신으로 그려졌을까??

미국의 유명한 방송국인 NBC는 방송의 무식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NBC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7억5천만 달러에 이르는 예산 삭감을 추진했는데, 그 가운데 상당액이 뉴스 담당 부서였다. 사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전문성 있는 뉴스보다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화면이 필요하다.
미국의 전설적인 언론인 댄 래더는 텔레비전 뉴스에 대해서 "질은 떨어지고 겉치레만 늘어났다"고 비난했다.
텔레비전 뉴스의 목적은 오로지 시청률을 높이고 광고를 팔아먹기 위해 "눈알을 화면에 풀로 붙여놓는" 데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독일 나치의 히틀러도, 소련의 스탈린도, 이탈리아의 전체주의 지도자 무솔리니는 각기 자신의 영토에서 강력한 매시 커뮤니케이션인 라디오를 통해서 그처럼 신속하게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다. 히틀러의 오른팔이었던 괴벨스는 "라디오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지금처럼 권력을 장악하거나 행사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실토했을 정도다.



<시사IN>이 창간 100호를 기념하여 창간호에서 했던 미디어 신뢰도 조사를 다시 해봤다.
근 2년 전의 자료이지만, 그간 우리 사회에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벌어진 격변기임을 감안하면 수치가 요동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선일보의 약진이다.
조선일보는 KBS를 인수해도 될 만큼 성장했다.




조선일보는 신뢰하는 매체 순위에서 5위로 떨어졌는데,
불신하는 매체 순위는 몇 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단지 2년이 지났을 뿐인데 무려 전국민의 19%, 즉 5명 중의 1명이 조선일보를 새롭게 불신하게 됐다.
비율로 따지면야 중앙일보의 불신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중앙일보는 2007년에 비해서 무려 7배 가까운 불신도를 기록했다. 퍼센티지로 따져봐도 17%, 조선일보를 바짝 뒤쫓고 있다.
동아일보는 중앙일보보다 뒤진 불신도 5배 상승이지만

이번 미디어신뢰도 조사에서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고른 약진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KBS에 비하면 약과다.
KBS는 10년 넘게 지켜오던 신뢰도 1위의 매체라는 굴레를 이제야 벗어났다.
극적 변화다. 이것은 촛불문화제와 제야의 종소리 조작, 노무현 대통령 서거 상황 조작 등 <조작 방송>으로 거듭나며 그 이미지가 조선일보 수준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네티즌은 이병순 사장이 취임하기 전만 해도 고봉순이라는 애칭을 불러줬지만,
이병순 사장님이 즉위하고 나서는 <김비서>라는 이름으로 바꿔 주었다. 물론 KBS는 이명박의 사영방송이자 관치방송이다.
변화의 양상도 무척이나 극적이다.

2007년만 해도 MBC에 비해서 거의 더블 스코어로 이기고 있었다.
11%가 넘는 차이였다. 이 차이를 극복한 것은 순전히 김비서, 아니 이비서 이병순 사장의 업적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신뢰도 1위를 지켰던 정연주 사장이 땅을 치면서 통곡했다고 한다.
KBS 간판 프로그램인 KBS 뉴스9는 최근 10년 만에 시청률 1위 자리를 MBC뉴스데스크에게 번번이 넘겨주고 있다.

이것은 KBS 평기자, 일반 직원, 임원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이병순 사장의 영도력만 믿고
알아서 기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KBS 기자들은 <조선일보>라고 하면 발끈하기라도 했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수긍하는 눈치다.

KBS 기자들의 정신은 온전히 조선일보가 되었다.

그러므로 조선일보는 MBC를 차지할 것이 아니라,
신뢰도에서 딱 맞는 KBS를 차지하는 것이 옳다.
어떻게 감히 국민 불신의 원흉인 조선일보가 국민신뢰 1위인 MBC를 잡수시려고 한단 말인가???


조선일보는 불신도 면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아래의 도표를 보자. 위의 것이 2007년이고,
아래가 2009년이다. 2007년에도 충분히 독보적인 불신제왕 조선일보였지만,
그것은 성이 안 차셨나보다.


<2007년 시사인 창간 당시 미디어신뢰도 조사>


<2009년 시사인 100호 특집 미디어신뢰도 조사>


자~ 보라!!
조선일보의 질주를!!!
조선일보는 불신제왕이 아니라 "불신의 신"이라고 불려야 할 것이다. 누가 감히 조선일보를 따라가겠는가?? 조선일보는 MBC 쳐다보지 말고 KBS랑 놀아라!!!!

방송이면서도 신뢰도 1위를 지키기 위해서 비판과 전문성의 날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MBC가 다시 한번 눈길을 스친다. 참 애 많이 썼다.. MBC...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