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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평점 :
▲ 청계천 평화시장 전태일의 삶을 그린 만화 로 유명한 최호철 작가가 한진중공업과 관련해서 그림 그림(경향신문 7월11일자 3면)
▲ 김두식 교수의 최신작 [불편해도 괜찮아]의 마인드맵 리뷰
이 그림을 보고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와우~ 정말 정리 잘 하셨네요!"
미소로 답변을 했지만, 사실 나는 마인드맵으로 책을 정리한 게 아니다. 마인드맵을 통해 "나의 주장"을 펼쳤다. [불편해도 괜찮아]는 주장을 보충하기 위한 매개일 뿐이었다. 이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서 불가피하게 각주를 달아보기로 했다.
마인드맵의 여러 가지 원칙 중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은 아래와 같다.
1. 직선형이 아니라 방사형으로 그릴 것
2. 이미지와 색깔, 키워드를 주로 표현할 것
맨 가운데의 책 제목은 원래 책을 모방했다. 그림 실력이 없는 것은 알았지만, 카피도 이렇게 못 하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베끼기를 하면서 느낀 생각은, 베끼다 보면 더 자세히 사물을 관찰하게 된다는 점이다.
책 표지 상단의 이미지는 국제 연합 인권 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UNHRC) 로고다. 그 위에서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가 춤을 추고 있다. [불편하지만 괜찮아]를 읽으면 두 권의 책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데, [빌리 엘리어트]와 [앵무새 죽이기]다.
마인드맵은 연결고리를 통해 연관관계를 밝히지만 나는 숫자를 달아놓아서 연상작용을 도왔다. [불편해도 괜찮아]의 첫 번째 장이 청소년 인권이라는 데에는 절대 공감한다. 남자를 중심으로 보면 취학 전, 학창시절, 군대 시절이 인권 지뢰밭이다. '비행 청소년'이라는 한국적인 표현은 청소년들을 잠재적 범죄자이자 보호 대상자로 만든다. 자기 아이들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은 '인권'의 출발부터 숨막히게 만든다. 우리나라가 인권 후진국이 된 데는 청소년 인권의 말살이 가장 큰 이유인데, 경기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청소년인권 헌장이 시급히 필요한 까닭이다.
오른쪽으로 1,2,3,4,6장은 공통점이 있다. 인권의 주인공인 '사회적 약자'를 모아놓은 것이다. 인권을 설명하기 위해서 내가 등장시킨 캐릭터는 '팩맨'이다. 아이템을 마구마구 집어삼키는 오래된 게임 캐릭터는 인권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할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언어 관습인 '다르다'(different)는 아이템이 되고, '틀리다'(wrong)는 팩맨이 된다. 성 소수자는 우리나라에서 '틀린 사람' '잘못된 사람'이 되기에 뱀에게 잡혀먹는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한다. 장애인은 더 심하다고 생각한다. 4번 항목에과 5번 항목에 쓴 아닐 非 자는 무시무시한 무기와 날카로운 가시로 표현했다. 반인권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비인간적인 태도가 자주 나온다.
내가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3번 '여성인권' 항목인데, 여성 女자를 거꾸로 뒤집어놓았다. 그리고 3번 항목으로 연결된 화살표는 점으로 표현했다. 여성에 대한 인식이 유치한 수준임을 표현했다. 바로 서 있는 女 자는 점선으로 위태롭게 서 있고, 나머지는 모두 뒤집어져 있다. 그리고 간사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간姦자와 질투(嫉妬시기할 질, 질투할 투)라는 글자를 통해서 여성에 대한 동양의 뿌리깊은 관습을 짚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여성을 인간으로 바로볼 수 있는 날을 불안한 시선으로 예견하고 있다. 6번 종교적 양심과 병역거부에서는 십자가에 수갑을 채우는 것으로 현상황을 표현했고, 1년에 600명씩 현재 누적 수감자가 1만명에 달하고 있는 상황을 숫자로 표시했다. 대체복무에 대한 오래된 대안은 병역필이라는 팩맨에게 다시금 잡아먹히는 신세다.
인권이 가장 광범위하게 위협받는 사람들은 노동자다. 그래서 5번 노동자 인권은 별도의 비중을 두었다. 5번으로 이어진 화살표는 가시덩쿨인데 한마디로 '가시밭길'을 표현한 것이다. 전태일 열사는 차별과 단결이라는 반석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데, 그 아래는 '비정규직'이라는 뿌리가 점점 무섭게 자라나고 있다. 비정규직 다시뿌리 오른쪽에 낫과 압정은 '해고'라는 글자를 표현했다. 낫과 칼, 압정 등은 '살인무기'를 상징한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상징을 담고 있다. 불가피하게 해고시킬 수는 있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해고는 보이지 않는 칼로 보이지 않는 영혼을 난도질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기 쉬울 수 있는 아래 그림은 '노동법'이 아니라 '노동볍'이다. 일부러 오탈자를 낸 것이 아니라 '노동법'의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 파리가 달라붙고 피와 커피, 물때가 법조문에 묻어 있어서 '누더기'가 되었고, 아전인수로 노동법을 적용하고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어린아이가 낙서한 모습으로 그렸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노동법은 현재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7번의 검열과 표현의 자유는 한 가지 사실을 중시했다. '19금'은 누가 결정하는가이다. 그리고 그들이 왜 19금이라고 결정하고, 그들이 왜 그 자리에 올라서 가위질을 하느냐이다. 대체로 등급심의위원은 우수한 성적으로 법대 나와서 높은 관직에 있는 지체 높은 분이 저잣거리의 문화를 재단하는 형태가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한다. 19금을 둘러싼 두 가지 질문은 검열과 표현의 자유를 대변해준다고 생각한다.
8번과 9번은 인권의 막장드라마다.
인종차별로 따지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인데, [불편해도 괜찮아]에는 이 주장이 설득력 있게 표현돼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의 인권 현실을 처절하게 이해하게 된다. '반구저기'(反求諸己)라는 맹자 편의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앵무새 죽이기]의 변호사 아버지가 주인공인 딸에게 해준 말이자, 이 책의 주제가 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란다" 반구저기가 기본적으로 안 되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 극단은 인종청소다.
이번에는 '다름'의 아이템들이 팩맨에게 먹히는 정도가 아니라 뿌리까지 잘려나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이미지로 표현했다. 그리고 신경써서 그렸지만,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 '역사 국도'다. '인권 국도'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인종청소, 학살'은 100km로 달릴 수 있고, 정의실현과 인권은 50km의 속도로 달릴 수밖에 없다. 당연히 효율성 측면에서 제노포비아에게 뒤질 수밖에 없다.
인권감수성이란 것은 인류가 오랜 인권유린의 역사를 경험하면서 알게 된 깊은 지혜다. 처음에는 죽여버리는 게 효율성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끝내는 인권감수성이 국력을 신장해준다는 취지다. UN이 괜히 제네바 협약 등을 합의하는 것이 아니다. 인권감수성이 돈이 된다는 사실은 서구의 선진국에서는 거의 일반적인 상식이 된 것 같다.
저자는 인권감수성의 지수로 우리나라를 다시 보는 새로운 관찰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주 차분한 어조로 우리의 현상황과 가야할 길을 놀랍도록 통찰력 있게 표시해준 작가(김두식 교수)에게 이 그림을 바친다. 그 분이 받아주실 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