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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의 탄생 - 은작산 손자병법
웨난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일빛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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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물음표 : <손자병법의 탄생>

1.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직하학궁' 문화가 어디서 왔나?
2. 공자부터 시작하는 유가의 '차등애'의 유래와 한계는?


제나라의 도성인 임치(臨淄) 서문에 직하학궁에 직하학궁(稷下學宮)이 있었다. 제나라 환공 때부터 진나라에 의해 멸망하는 폐왕 전건에 이르기까지 150년 동안 유지됐다.(기원전374~기원전221년) 왕의 선정이라기보다는 제나라의 전통 자체가 학구열이 충만했다. 공자도 논어에서 제나라가 한번 정신차리면 노나라가 되고, 노나라가 한번 정신차리면 주나라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했다.(子曰:  「齊一變, 至於魯; 魯一變, 至於道.」 [논어,옹야22])

직하하궁을 후원한 왕들은 불치하문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불치하문이란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맹자의 말처럼 왕이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신하가 있는 왕들이었다.
궁금증은 어떻게 해서 제나라에 직하학궁 문화를 가지게 되었느냐다.

제나라는 우리가 강태공이라고 알고 있는 태공망 여상 할아버지가 72세 때 문왕에게 특채로 뽑혀 개국의 1등공신이 되고 물려받은 중국의 알토란 같은 땅이다. 해안이 있기 때문에 어획물 등 자원이 풍부하고 왕래가 많아서 사실상 중국을 대표해오던 지역이라 할 수 있다.

태공망은 문왕이 붙여준 존칭으로 문왕의 아버지 태공(太公)께서 그토록 기다렸던[望] 인재라는 뜻이다. 태공망은 소 장사, 도자기 장사 등 장사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실리적인 철학으로 주나라 왕조를 세웠고, 제나라를 다스렸다. 네 글자로 요약하면 '존현상공(尊賢上功 : 어진 이를 높이고 공적을 숭상한다)이다. 이에 반해 주공 단의 철학은 친친상은(親親上恩 : 친속을 친근하게 대해 많은 은덕을 베푼다)이다. 주나라의 주류철학이 충돌한 셈인데, 결과는 제나라의 압승이었다. 태공망은 이 철학으로 문왕의 마음을 감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시대정신을 듬뿍 담고 있었던 데 반해, 주공 단의 철학은 복고주의 성향이 강했다. 주공은 봉지인 노나라의 발전상과 제나라의 발전상을 비교하면서 노나라가 제나라를 섬기게 될 것이라고 탄식했는데, 역시 주공의 예상대로 되었다. 주공의 철학은 친족 정권을 유지하면서 부패를 일삼고 특권을 누리며 허례의식에 얽매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공자에서부터 맹자에 이르면서 완성된 유가의 대표적인 철학인 차등애(差等愛)는 주공의 철학으로부터 나온다. 차등애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이 다르다는 뜻으로, 묵자의 '겸애'(兼愛 : 모든 이를 제 몸처럼 사랑하는 예수의 박애와 같은 뜻)와 상반된 의미다. 차등애와 겸애를 둘러싼 논쟁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점차 차등애에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전국책]이라는 책을 보면서 맹자와 공자가 단 2~3부분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서 시대정신에서 멀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묵점 기세춘 선생은 [노자, 장자]를 '은퇴철학'이라고 표현했고, 나는 개인적으로 [공자 맹자]를 '현역철학'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자 맹자] 역시 은퇴철학과 다르지 않다고 결론을 맺게 되었다. 다만 [공자 맹자]는 은퇴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명퇴철학]쯤 될 것이다.

[손자병법의 탄생]은 아직 읽는 중이지만, 앞 부분을 읽는 것만으로 두 가지 오래된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유학의 오랜 질문을 해결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역시 책은 다양하게 읽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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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 60년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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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가 사라진 하루

 

2008년 8월 15일 광복절은 현대사가 사라진 하루였다. 아니, '인간'이 사라지고 '국가'만 남았거나, '생명'(국민)이 사라지고 시체(이승만, 박정희)만 남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디디에 앙지외(1999년 76세로 사망)는 ‘피부 자아(moi-peau)’라는 정신분석학 개념을 고안했다. 곧 “자아는 피부다”는 것이다. 우석훈은 이를 독특하게 풀이하는데, 나 자신을 나의 피부로 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회사나 집단을 피부로 대신 빌려오기도 하지만, 가장 불행한 경우가 '국가'라는 피부를 빌리는 것이다. '국가는 곧 나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름아닌 자기정체성이라는 피부를 못만든다는 고백인 것이다. 이 증거는 헌법 제1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의 헌법 1조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인데, 헌법 첫머리에는 '민주'라는 정치체제와 '공화국'이라는 국가체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독일의 헌법 1조1항은 "인간의 존엄성은 신성불가침이다"이며 네델란드는 "네델란드의 모든 국민은 평등한 환경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종교, 신념, 정치적 의견, 인종 또는 성별 등의 어떠한 배경에 바탕을 둔 차별도 금지되어야 한다"라고 한다. 모든 제도와 법률을 뛰어넘는 기본적인 '인권'조차도 대한민국 헌법정신에서는 국가 다음 순서다. 그러나 이것이 주된 비판점이 될 수는 없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국체(國體)와 정체(政體)를 헌법1조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그리스는 의회권한 강조, 일본, 태국은 왕의 존재가치 부여(일본은 상징적 가치, 태국은 실질적 가치), 쿠바는 인권, 국체, 정체 가치부여)

 

2008년 8월 15일 광복절의 주인공은 이승만과 박정희다. 국민행동본부·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청계광장에서 ‘이승만 건국 대통령에 대한 국민감사 한마당’ 행사를 벌였고, 거리는 온통 태극기와 함께 박정희의 상징 새마을기가 나부꼈다. 이승만이 누구인가? 끝없는 불법과 농단으로 국민적 분노를 자초한 끝에 1960년 4월 19일에 역사에서 퇴출당한 인물이다. 이승만을 존경하는 사람들은 친일파뿐 없다. 반민특위에서 처단될 위기에 처한 자신들을 '테러'로 구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일제가 지켜주었듯이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광복절을 '친일절'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데 있다. 자신의 정파적 위치가 어떻게 됐든 간에 광복절은 전국민이 축하할 자리인 만큼 '국민통합'을 위하는 시늉이라도 보여주었어야 할 자리에 편파적인 의견에만 귀를 기울인 것은 두고두고 악수가 될 수 있다. '건국절'과 '새출발'이라는 미명에 '현대사'가 정면으로 부정된 몹시도 슬픈 하루였다.

 

 

대한민국 60년을 세계사적 관점으로 보여주는 책

 

한국 현대사 분야에서 손꼽히는 역사학자 서중석 교수는 작년에 87민주화운동 20주년을 맞아 광복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60년에 걸친 현대사의 큰 흐름을 <한국현대사 60년>(역사비평사)에 담았다. 민주화운동 특집 저작물인 만큼 학생운동, 노동자운동, 사회운동 등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적 열망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세계 정세와 현대사를 교접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예컨대 이승만이 반민특위를 좌절시키고 친일파를 중용한 것은 미군정의 대한민국 점령정책과 궤를 같이 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할 미소공동위원회는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끝내 좌절돼 10세기 고려왕조 이후 처음으로 남북이 분단돼 전쟁상황으로 치달은 상황은 당시의 한반도가 냉전의 최정점에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규식과 여운형 등 중도세력은 미소공위보다 내부결속에 의한 좌우합작을 역설했기 때문에 친미정부가 들어서기를 원했던 미국에 배제됐고 이승만의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 또한 한국현대사가 세계현대사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4월 혁명 이후 통일이나 자주국가의 문제가 활발히 논의된 것도 1955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회의나 인도, 이집트, 유고슬라비아 지도자의 움직임, 쿠바 카스트로 집권, 알제리와 콩고 등의 반제국주의투쟁으로부터 영향받은 바 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역사적 사실이다.

1961년 박정희의 쿠데타가 있기 직전까지도 주한미군사령관과 주한미대리대사는 장면 정부를 지지했으나, 쿠바 침공 실패 등으로 쿠데타 지지로 돌변했다.

전두환의 신군부 정권에서도 일본과 미국의 어두운 그림자는 걷히지 않는다. 특히 5.17쿠데타는 일본과 미국의 지원을 받은 게 확실한데, 국군의 작전권이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군지휘관들의 공공연한 쿠데타 결의나 20사단 이동 등은 미국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일본은 대놓고 신군부를 돕는데, 5.17 쿠데타 이전까지 최소 6차례에 걸쳐 출처가 의심스러운 북의 남침설 정보를 주기도 했고 광주학살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타국의 민주주의보다 자국의 이익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행동이었다. 미국 등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과 거대자본이 제3세계의 독재정권을 지원하는 경우는 대개 이런 사정이 함의돼 있다.

 

 

한국의 현대사 덮어놓고 '새출발' 불가능

 

이명박 대통령은 소위 '광복 63년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경축사에서 '새로운' 등과 같은 단어를 12번이나 사용하며 새출발을 강조했지만, 덮어놓고 새출발을 강조한다고 제대로 된 출발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대사의 상처를 위로하고 용서를 구할 것은 용서를 구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을 해야 통합도 되고, 새출발도 된다.

극심한 이데올로기 전쟁이었던 6.25 당시 1,800명에 달하는 대전형무소 재소자 학살(미 대사관 문서, 책 40쪽)이나 최소 5만 혹은 10만에 달한다는 보도연맹 학살, 노근리, 거창 양민학살이나 좌익과 우익 간의 보복학살 문제 등을 밝히고 그 역사적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는 국민들을 달래는 순간 새출발은 시작된다.

우익이 정권을 잡았으니 우파(사실은 극우파)적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고? 그러면 '건국 60주년' 행사와 사업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선 한국사연구회나 한국역사연구회 등 14개 역사학회가 모두 좌파에 함몰돼 있는 단체란 말인가? 역사에 관한 정파적 논쟁은 학계에서 이루어지면 되는 것이지, 정부가 나서서 한쪽 입장을 들어주고 이를 국민 앞에 버젓이 내놓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도 정파를 초월하는 위치에 있는 '정부'가 아닌가. 현대사의 새출발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새출발이 점점 요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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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08-1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혈청년 승주나무님....
부산에 잘내려왔습니다. 안그래도 오늘 TV 책을 말하다에 우석훈과 진중권이 나오데요. 승주나무님이 생각이 납디아.

사진이랑 똑같이 생겼어요 ㅋㅋ
다음번에 또 뵐 수 있길....

승주나무 2008-08-18 17:33   좋아요 0 | URL
드팀전 님의 소중한 휴가가 다 끝났나 보네요.
저도 드팀전 님을 봐서 해원했습니다^^

오늘 티비 봐야겠습니다. 다들 올림픽 본다 압박을 하겠지만...
즐거웠어요~~
 
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
사토 다다오 지음, 설배환 옮김, 한홍구 해제 / 검둥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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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전쟁 당시의 국제관계가 영화 한 장면처럼 그려져

 
제2차 세계대전 후 평화를 주 목적으로 하는 국제연합이 창설되고 한참이 지나 전쟁이 없을 것 같은 21세기가 도래하였지만, 전쟁의 참화는 멈추지 않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4명의 이라크인 중 1명은 가족 중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전히 전쟁은 내 이웃의 일상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2007년 책따세 권장도서인 『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는 직접 전쟁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저자가 전쟁의 참상과 전쟁이 일어나는 복합적인 이유를 분석해서 알기 쉽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를 자세히 알아야 전쟁을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쟁은 군인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비롯되며, 국가와 국가 간의 억압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경제규모가 팽창하면 자국 내에서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라도 부를 얻어 오고, 이렇게 생긴 부의 불균형으로 인해 국가 간의 증오심이 격해져서 전쟁으로 치닫는 양상이 전쟁이 일어나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인간은 누구나 투쟁본능이 있지만, 그것을 억제하는 다른 본능도 있기 마련이다. 만약 상대방의 것을 빼앗고 싶은 욕망이 상대방과 타협하려는 마음을 누른다면 당연히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어렵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쉽고 재밌으면서도, 전쟁의 핵심을 정확히 찌르고 있다.

1930년에 태어나 태평양전쟁에 소년병으로 참전한 경험이 있는 저자 사토 다다오는 영화 비팽을 주로 하며 교육과 대중문화 등 폭넓은 범위에서 평론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1990년부터 '아시아 포커스 후쿠오카 영화제'의 제너럴 디렉터 직을 맡고 있으며, 한국영화에 대한 평론 기고, 소개, 연구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영화와 임권택>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역사학자 한홍구 씨는 해제에서 "(전쟁에 대해서)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데, 그의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복잡한 사건의 핵심에 다가서게 된다"고 소개했다. 저자가 영화인이라서 그런지 당시 국제 관계라는 복잡한 상황을 하나의 '컷(cut)'에 담듯 명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전달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그러한 특징이 살아날 수 있도록 책의 내용을 토대로 가상의 인터뷰를 꾸며보았다. 

 

투쟁본능이 있지만, 그것을 억제하는 다른 본능도 있기 마련
 

"옛날에는 대규모의 전쟁이나 살육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하던데, 문명이 발전할수록 전쟁과 살육이 대규모로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인간들이 만약 모든 싸움을 맨주먹만으로 했더라면 싸움이 잔혹해지기 전에 적당한 방법으로 일단락 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생물에게는 투쟁 본능이 있을 수 있지만, 살을 부딪치면서 싸우는 과정을 통해서 그것을 억누를 수 있는 또 하나의 본능도 발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칼이나 총, 대포, 폭탄, 독가스, 생화학 무기, 원자폭탄 등의 도구를 발달시켜 감에 따라 고통 없이 손쉽게 상대방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싸움을 억제하는 본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맨주먹으로 상대와 싸움을 벌이거나 상대를 죽이려면 상당한 힘이 필요하고 자신에게도 심한 고통이 따르는 데 비해 무기가 발달함에 따라 멀리서 단추 하나를 누르는 것만으로 수천,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경제사정과 관계가 매우 깊은 듯하다."
- 경제는 국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만이 쌓이게 된다. 자국 안에서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계는 점차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한 국가의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의 이익을 빼앗는다면, 이익을 빼앗기는 국가의 국민들은 큰 고통을 겪을 것이며 불만이 높아 간다. 당연히 이익을 빼앗긴 국가와 이를 빼앗은 국가 사이에 증오심이 쌓이면서 분쟁이나 크게는 전쟁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정치인이 군인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민주주의와 전쟁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 달라."
- 손자병법의 손무나 전쟁론의 클라우제비츠 같은 전쟁전문가들은 전쟁을 하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 싸움의 가장 큰 기술이라고 했다. 즉 정치와 외교를 통해 타협하는 것이 우선이며, 대화가 통하지 않거나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전쟁이 필요하다. 때문에 군인은 정치인의 명령을 따라야 하며 정치인의 자리에 서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군인은 전쟁을 더 키우거나, 국민들에게 공포정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으로 파견된 사령관은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거나 전쟁을 키우기 쉽다. 중국을 침략하고 미국을 침공해 2차세계대전을 키운 일본은 군인이 마음대로 행동하고 정치인이 군인을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군국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전쟁을 키우고 수많은 사람들을 억울한 죽음으로 몰고 갔다. 결국 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환경에서는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터키-그리스, 방글라데시-파키스탄-인도, 영국-아일랜드-북아일랜드, 미국의 흑인-백인 등 책 속에서는 여러가지 분쟁의 유형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분쟁이 일어나는 이유와 해결책을 제시하자면?"
- 국가 내의 분쟁이나 국가 간의 분쟁은 대체로 가진 자나 힘센 자들이 약한 자들을 억누르려고 하기 때문에 불만이 증폭돼 생기는 것이다. 한 공간 안에 살고 있다면 분명히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가지고 있는 힘도 다르기 마련이다. 특히 가진 자들이 못 가진 자들에게 아무것도 주려고 하지 않는다면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못 가진 자들의 불만을 이해하고 불만을 최소화하고 그들이 견딜 수 있는 정도까지 제안을 하고 양측에서 일정한 양보안을 제시해 타협을 해야만 분쟁의 뿌리를 없앨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한 토착 원주민과 야생 동물의 분쟁 사례가 흥미로웠다.  분쟁이 없는 국가관계가 되는 방식에 대해서 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가?"
- 원주민의 분쟁 해결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점을 보면 분쟁이 일어났을 때 구성원 전원이 참석해서 토론을 하고 합의점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경험이 많은 장로들은 현명한 대안을 제시해 분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서로 만족하고 양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대체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무시할 때 분쟁이 커지는 것이다. 만약 어떤 분쟁이든 서로 테이블에 앉아서 협의할 자세만 갖춰져 있다면 분쟁의 상당부분은 테이블 안에서 해결될 수 있다.

동물들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야 하는 ‘최고의 원칙’이 있다.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가하거나 죽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오랜 세월 동안 대결을 펼치면서 익혀온 본능이다. 한쪽의 희생이 많아지면 역시 다른 쪽의 희생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이 원칙을 인간의 세계에 적용하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대규모 살상이나 살인은 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방법이 서로에게 고통만 줄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자살폭탄테러나 핵무기 위협 등의 행동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인간에게 전쟁을 하려는 본능이 있다면, 당연히 전쟁을 하지 않으려는 본능도 있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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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4-18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의 열정을 제가 따라갈 수 있을까요?

승주나무 2008-04-19 16:03   좋아요 0 | URL
나~ 잡아 봐~~아라 ㅋㅋ

2008-04-19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9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친절한 조선사 - 역사의 새로운 재미를 열어주는 조선의 재구성
최형국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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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 달 동안 26명의 리더스가이드 리뷰어들이 <친절한 조선사>(최형국·미루나무)에 대한 집단평가를 진행한 결과 두 가지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첫째는 역사가 될 수 없었던 것을 역사로 끌어들인 저자의 지적 호기심이다. 둘째는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가공하고 그것을 사회문화적 의미로 확장하지 못했을 때 독자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배가된다는 사실이다.

신선하고 다양한 소재와 친숙하고 흥미로운 글솜씨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허전함'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조선사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 출판사에게는 매우 시사적인 대목이다. 

 
육아휴직 받는 남편, 임진왜란 흑인용병 등에 흥미 느껴

리더스가이드 아이디 '술패랭이'가 <친절한 조선사>라는 이 책의 제목을 <숨겨진 조선사>로 바꿔불러야 어울린다고 말했듯이 이 책은 엄밀한 의미의 미시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수의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았던 홍어장수 이야기나, 욘사마를 능가하는 조선통신사, 임진왜란 흑인용병, 살인죄로 귀양 다닌 조선의 코끼리 등의 소재는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그다지 서민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정치사나 전쟁사 등 거시적인 역사가 주는 위압감 속에서 위안을 받기에는 충분하다. 천재 임금 정조의 정치력을 그리는 대신 '골초' 혹은 '담배 예찬론자' 정조를 그리고 있는데다, 안경을 쓰고 있다. 다산 정약용의 실학이야기가 아니라, '술고래' 두 아들에게 술 좀 끊으라는 야단을 치고 있는 인간적인 다산도 만날 수 있다. 

아이디 '술패랭이'는 "정약용이 그의 아들의 과음을 걱정하면서 (쓴)술을 가까이 하지 말라는 당부글 등은 생소하기에, '이름난 사람들도 자신의 자식에 대한 당부나 혹은 당시의 요즘 아이들을 걱정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군…'하면서 웃음짓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 책엔 저자 최형국의 특이한 이력도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아이디 '봄햇살'은 "무예24기 시범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무예에 대한 소개에서는 신나게 설명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열정도 느껴진다"고 썼다. 무예에 대한 삽화와 글 비중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독자들이 생소해 하는 분야인 만큼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책에서 볼 수 있었던 풍부한 삽화도 이 책의 대표적인 덕목으로 평가됐다. 아이디 '공주엄마'는 "김홍도 신윤복으로 대표되는 우리 옛 예술작품들을 풍족하게 만날 수 있어서 더욱 화려한 구성이 되었다"고 호평했으며, 아이디 '타오'는 "딸에게 그림설명을 해주면서 당시의 문화나 분위기 등을 소개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다른 '활용법'도 나왔는데, 아이디 'jade'는 "학생들에게 국사 보조자료로 읽히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즉 오늘날의 상황과 관련지을 수 있는 주제들, 이를테면 조선시대의 형벌제도와 현재의 형벌제도, 육아휴직제도, 술·담배에 대한 기록 등에 관해서 토론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집요하고 치밀한 사관의 모습이 아쉬워

소재나 삽화 등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리뷰어들의 전체적인 평가는 '아마추어리즘'이다. 아이디 '라주미힌'은 먹거리를 다루는 소제목 '임금의 수라에 올라갔던 음식의 양과 비용은?'을 예로 들어 아무런 가공도 없이 데이터만 나열해 놓았다고 비판했다. "그 당시 서민이나 양반의 음식 소비량과 비교라도 했으면 의미라도 있었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마치 신문기사의 목차를 보는 듯한 신선한 타이틀들은 한편으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이디 'jade'는 "소제목들이 너무 '화려'해서 정작 읽다보면 시시해진다"고 썼다. 제목이 화려한 만큼 과장과 꾸밈이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디 '구르믈버서난달처럼'은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각 단락의 제목만큼이나 읽고 나서의 공복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런 모습을 보인 원인으로는 '지나치게 대중들의 입맛을 추종하였기 때문'(아이디 '책나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이디 '책나무'는 한마디로 이 책은 "흥미로우나 이면의 구조를 놓친 에피소드의 서술"이라고 평가했다. 즉 "사회사적인 논거를 세우고 나서 면밀하게 서술한 것이 아니라 우선 독자 대중들에게 기발한 에피소드를 소개할 목적이 강했던 측면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차'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살리에르'는 "여러 이야기들이 조선 전기에서 후기로, 후기에서 전기로 왔다갔다하는 것은 좀 헷갈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선 전기, 중기, 후기 정도로 세분해서 비슷한 시대의 이야기들끼리 배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와는 좀 '다른 시차'이지만, 아이디 '진달래'는 '복날의 개고기' 이야기에 대한 서술부분이 적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이 책이 여름에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겨울에도 읽힐 수 있으므로 특정 계절에 대한 편향된 서술은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12일, 동국대 중앙도서관서 저자와의 토론회 열려

결국 <친절한 조선사>는 새롭고 신선하지만 뭔가 2%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제안도 나왔는 데, 아이디 '치카'는 "이 책이 이 한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연작으로 출판이 되어 조선시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친절한 조선백과사전'"이 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 출판사가 동의해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 아무리 사소하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적 문맥이 있다. 사관의 역할은 사소한 사건과 거대한 역사의 흐름 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것이다. 목차에 담겨 있는 흥미로운 기사들이 역사적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각각의 사례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추적이 필요할 듯하다. 

한편 리더스가이드와 동국대학교는 12일(토요일) 오후 2시부터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친절한 조선사> 저자와 함께 토론회를 연다. 이날 토론회에는 동국대학교 학생들과 리더스가이드 리뷰어들이 참석해 조선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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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4-1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지수 : 20000점
마이리뷰: 99편
의미있는 숫자군!
너의 100번째 리뷰는 뭐가 될까?^^

승주나무 2008-04-11 19:49   좋아요 0 | URL
지금 이게 100번째 리뷰인데요~~
26명이 쓴 리뷰 분석.. 손에 손잡고죠 ㅋㅋ
리뷰는 혼자 쓰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100번째 통합리뷰 ㅎㅎ

stella.K 2008-04-11 20:2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구나!
근데 내가 알지에 남겨 놓은 글 읽었지?
나중에 보자.^^
 
대한민국 선거이야기 - 1948 제헌선거에서 2007 대선까지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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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총선의 을씨년스러운 풍경

 

2007년 대선에 이어 2008년 총선도 최고로 재미없는 선거로 갈 것 같다. 표를 까보든 말든 이미 결론은 나왔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참여율이다. 14, 15, 16대 총선의 투표율은 각각 71.9, 63.9, 57.2%P로 뚜렷한 하강구도를 보이고 있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천명을 대상으로 4월 2일 하루 동안 조사한 전화설문(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p, 응답률은 16.8%)에 의하면 이번 총선에서 "꼭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60.5%로 저조했다. MBC는 지난 17대 총선 때는 선거 2주일 전 조사에서 꼭 투표하겠다는 답이 75.2%, 실제 투표율은 60.6%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투표율은 50%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4월3일 보도, MBC뉴스데스크) 정치인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투표율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역사적으로 장기집권에 대한 반감과 '뉴 페이스'에 대한 갈망을 표심으로 표현해 왔는데, 경제인 출신이라는 신선한 이력과 서울시장 취임이라는 금상첨화를 얻어 이명박 대통령은 가장 쉽게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앉아도 되고 누워도 된다'는 2002년 대선 당시의 이회창 측의 장담은 이명박에게 어울리는 말이었다.

무엇보다도 선거는 역사의 과정을 한땀한땀 채워가는 축제인데 마치 한판 대결로 세상이 다 끝날 것처럼 올인하는 정서는 입후보자나 유권자 모두에게 독이 되고 있다. 참고로 내가 투표할 선거구인 '강서갑'에 출마한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의 명함 앞면에는 큰 글씨로 이런 공약이 적혀 있다. "화곡 뉴타운 4년안에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조급증도 이러한 조급증이 없다. '정몽준 성희롱 의혹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정몽준 의원의 공약은 '사당 뉴타운 개발'이었다. 성희롱 피해를 본 기자의 질문은 "오세훈 시장은 사당 뉴타운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었는데, 이 질문 직후에 정몽준 의원이 매우 엉뚱한 행동을 한 것은 그만큼 당혹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정치인들이 파놓은 '말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을지 걱정이다. 결국 남는 것은 '허언'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높아지고 이것이 투표 참여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

얼마 전 정치학계의 스승인 최장집 선생은 노회찬 의원을 지지방문한 자리에서 "노 의원이 당선되는 일이 앞으로의 한국 정치 발전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 절대로 필요한 사안이 됐어요. 한 사람의 의원이 당선되는 의미를 넘어서."라고 말했다. 매우 절박하고 매우 씁쓸하다. 이렇게까지 진보세력이 구석으로 몰렸는가.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역사 = 저자 서중석 선생의 인생
 

서중석 선생은 한국현대사 분야에서 매우 귀중한 인물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던 1948년에 태어난 점부터 의미심장한데, 신군부 시절인 1979년부터 1988년까지 10년간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다가 현재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로 교편생활을 하고 있다. 역사문제연구소 소장을 하다가 현재는 고문으로 있는데, <대한민국 선거야이기>(역사비평사)는 2007년 봄부터 5회에서 걸쳐서 역사문제연구소 주최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5회에 걸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이화 선생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웅진지식하우스)의 추천사에서 그를 '현대사를 바르게 쓴 역사학자'로 평가하면서 금기가 많은 현대사를 자기의 뚜렷한 주관에 따라 많은 연구 업적을 남겼다고 소개했다. 책 속에서도 그러한 분위기가 쉽게 읽히는데, 내가 볼 때 그는 '대중역사서의 표준문체'에 도달한 듯하다. 사관이 조선왕조실록 기록하듯 엄중한 것이 아니라 소설가가 자전적 이야기를 글감으로 삼듯, 그의 역사서는 '자전적 역사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저자의 사진(184쪽)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역사를 관통하는 과정 속에서 직접 경험했던 감상과 느낌을 스스럼없이 덧붙이면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엄밀성 또한 놓치지 않으니 말이다. 이이화 선생은 앞의 추천사에서 "이승만,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의 역대 독재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도 감성으로 접근치 않고 객관적 공정성을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리하여 저자는 위리 정치사가 이렇게 추잡하고 막가면서 엮어졌다는 자학사관에 빠지지 않고, 우리 사회가 일정하게 발전해왔다는 긍정사관에 충실하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 토대와 확신이 어디서 생기는지 궁금했는데, 그의 열정적인 사회 활동이 바로 그 열쇠가 아닌가 한다. 그는 역사교육연대 상임대표이고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 제작작업에 한국 대표로 활약했다. 한창 '새역모'의 '역사교과서 문제'가 시끌시끌할 때였다. 뿐만 아니라 '제주 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며 잊혀진 '제주 4ㆍ3'의 현대사적 의미를 고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보리출판사에서 출간된 <동백꽃 지다>에서 그는  '제주 4ㆍ3항쟁의 역사적 의미'라는 논문을 통해 이 문제의 역사적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했다.

<대한민국 선거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저자는 한국의 선거에 대해 일반인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결코 상식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반대로 선거는 한국 사회를 바꿔놓는 데 대단히 역동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증명했다. 한국현대사에 몹시도 취약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나 현대사가 더럽고 치사해서 보기도 싫다는 사람이라면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와 이 책 <대한민국 선거이야기>를 권한다. 

 

김대중의 머리, 김영삼의 뚝심, 조봉암의 가슴이라면..
 

장 자크 루소는 선거제도의 모순에 실망했던지 선거를 가리켜 "4년이나 5년에 한번씩 투표할 때만 주인과 자유인이 되고 선거만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가는 제도"라고 폄하했을 정도다. 한국의 오늘날도 사정은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선거가 역사를 그것도 건강한 방향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것일까?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를 대표하는 표현 수단이며, 구성원들의 모든 심리가 고루 반영된 '권력 나누기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정치사에서는 구성원들의 욕구가 골고루 반영되지 못했다. 이승만 12년, 박정희 18년, 신군부 약 10년 도합 약 40년의 시간 동안 권력을 좀처럼 놓지 않으려는 세력들의 전횡에 시달려온 민심은 지역이기주의와 경제지상주의까지 보태져 정치문화다운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다. 서중석 선생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하는 근거는 유권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이 독재자들의 전횡을 40년으로 단축시켰다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마치 선발투수가 6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낸 것처럼, 실점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퀄러티 스타트'를 한 것과 같다. 집권에 대한 욕망이 있다면 유권자들은 견제심리가 있고, 반대 세력들 역시 절박한 심리가 있다. 이들의 심리와 각 시대가 놓인 상황이나 조건이 '틈'을 만들어내는데, 그 틈 속에서 역설적이기도 하고 매우 희망적이기도 한 '역사적 사건'들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1971년도 국회의원 선거에서 혼쭐이 나는데, 온갖 회유와 책략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전체 의석 204석 중 공화당(박정희)은 113석, 신민당은 89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20석이나 상회했어요. 이제는 쿠데타 빼놓고 다른 방법으로는 장기집권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어요. 신민당은 임시국회도 단독으로 소집할 수 있게 됐스니다. 장관을 출석시켜 따질 수도 있게 됐어요. 역사상 최초의 균형국회가 탄생한 겁니다."(166~167쪽)

 
이런 변수 외에도 역사과정 속에서 중요한 변수는 역시 '인물'이다. 인물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민심을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평가하는 역사적인 정치인을 세 명만 거론하면 조봉암, 김대중, 김영삼을 들 수 있다. 조봉암은 이승만의 집권 야욕과 자유당의 횡보에 맞서 민의에 충실한 정치인이었다. 제헌국회에서 초대 농림부장관을 맡아 토지개혁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이승만의 극단적 반공정책에 정면으로 맞서 대항할 만큼 배포가 대단한 인물이었다. 대선 과정을 통해서 국민보도연맹원 집단할살 같은 당시의 금기어를 건드리기도 하고, 이승만의 북진통일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평화통일을 주창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선거 국면이라는 공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위협을 느낀 이승만은 '진보당 사건'을 조작해 간첩 혐의로 조봉암을 사형시켜 버리고 만다. 김대중과 김영삼은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들의 정치적 전성기는 바로 '40대 기수론'을 들고 일어섰을 때의 시절이 아닐까 한다. 각각 박정희와 전두환 신군부의 서릿발에 맞서 선거판을 흔들고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들이 활약했던 당시에는 유권자들이 투표할 맛이 났을 것 같다. 그들이 지나간 이후로 그만큼 뚜렷한 색채와 의기를 가진 정치인들이 등장하지 못했는데, 이것이 정치판의 흥행을 떨어뜨린 주요인이 되었다. 

 
<대한민국 선거이야기>는 현대사와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하나의 독자적인 분야로 구분해도 좋을 만큼 특징이 있다. 저자는 단지 선거의 결과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선거의 당사자들이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또는 집권야욕을 깨뜨리기 위해 땀흘리고 뛰었던 열정적인 흔적들을 살펴보라고 강조한다. 역사와 마찬가지로 정치사 역시 부침이 있고 때로는 도도하고 때로는 격정적인 흐름을 가지고 우리에게 찾아오기도 하는 만큼 정치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은 '정치적 자해'에 다름 아니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정치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 흐름 속에서 시대적 요구를 포착하고 실책을 빨리 찾아내 대처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치는 승부이기 때문에 후보든 유권자든 경쟁력이 없으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선거의 진정한 주인공인 유권자에 대한 이야기보다 정치세력에 대한 이야기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하다 못해 투표율 비교 등을 통해 명백한 당대의 민심을 확인시켜 주었으면 좋을 텐데, 민심에 관한 기록은 추상적이기 그지 없다. 이 책의 소비자들은 대체로 선거에 입후보하기보다는 선거판을 관조하고 선택을 하는 유권자이기 때문에 유권자로서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배려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책을 붙잡고 하루만에 다 읽었는데,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지 선거의 역사인데도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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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2008-04-1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메일링리스트에 실려왔더군요. 여전히 다작하십니다. ㅎㅎ 축하드려요~

승주나무 2008-04-10 17:10   좋아요 0 | URL
ㅎㅎ 그 기질이 어디 가나요^^

Jade 2008-04-14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승주님,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이예요 ㅎㅎ 축하!

승주나무 2008-04-14 12:24   좋아요 0 | URL
ㅋㅋㅋ
감사합니다.
이 글 하나로 완전 신세 폈네요^^ 고맙고맙~

넷게릴라 2008-04-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텍스트만큼 뛰어난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정말 성의있게 읽으신 흔적이 가득합니다.

승주나무 2008-04-15 15:19   좋아요 0 | URL
넷게릴라 님~! 정말 과찬이십니다.
성의있게 쓰려고 노력은 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노아 2008-04-15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주의 마이 리뷰군요! 축하해요. 인터뷰 하기 전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요^^

승주나무 2008-04-15 15: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서중석 선생이 선뜻 허락을 해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나중에 정리해서 올릴게요~~

순오기 2008-04-16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이름이라 얼른 읽어봤어요. 리뷰당선 축하하고요, 리뷰를 통해 무딘 머리를 깨우치니 감사합니다!

승주나무 2008-04-16 11:38   좋아요 0 | URL
반가운 이름이라 말해주시니 정말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리뷰를 쓰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파란흙 2008-04-17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처럼 흥미진진했단 말이지요? 축하드립니다. 요즘 연이어~^^

승주나무 2008-04-18 00:12   좋아요 0 | URL
흥미진진하다 뿐입니까?
'흥미진진'하니까 생각나네요. 누가 津 자를 잘못 읽어서 '흥미율율'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한동안 유행이 되더라구요~
흥미율율합니다. 더욱 흥미율율한 인터뷰를 해서 올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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