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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 - 유럽 근대의 뿌리가 된 공자와 동양사상
황태연.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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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의 《유교와 도교》, H.G.크릴의 《공자, 인간과 신화》와 곁들여 읽으며 그 합을 추출해내야 정당한 동양과 정당한 서양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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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로 중용을 풀다 이한우의 사서삼경 2
이한우 지음 / 해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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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해방 - 주자학의 세계


동양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주자(朱子, 주희(朱熹 ; 1130~1200)의 존칭) '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주희(朱熹)는 중국 남송 시절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였는데 성리학을 확립시켜 유학사와 동아시아 사상사의 불후의 영향을 미쳤다. 

특히 주희가 맹자를 거의 천 년 만에 복권시킨 사실은 그의 영향력이 어떠했는지를 알려준다. 맹자는 역성혁명을 주장하는 등 권력자가 불편할 만한 말을 많이 남긴 죄로 왕들에게 금서로 낙인 찍힌 이래 주희에게 복권되기 전까지 1000년 가깐운 세월 동안 묻혀 있었다. 주희가 완성한 대학, 중용, 논어, 맹자 주석서 사서집주는 1313년부터 1912년까지 사서는 중국의 학교 교육과 관료 선발시험에서 공식적인 기본 교재이기도 했다.

나는 운 좋게 한학자 선생님을 만나 3년간 사서를 교육받았다. 교재는 주자집주였다. 동양철학 초년에 공자와 맹자를 직접 원문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므로 주희의 집주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주자학의 세계에 빨려 들어갔다. 

10년 정도 주자의 정신세계에 머물러 있다 보니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노자와 장자의 철학에 빠져들수록 주자에 대한 내적 저항심이 커졌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자를 건너 뛰거나 무시하는 전략밖에 없었다. 주자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려면 주자를 넘어서야 한다. 즉, 주자가 펼친 철학 세계를 스스로 깨부수고 그 자리에 나의 철학을 세워야 한다. 이것은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로 보였다.

그러던 차에 이한우 기자의 <논어로 중용을 풀다>(해냄)을 접하게 되었다. 이한우 기자는 학부 때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원 석사와 박사를 철학으로 전공했다. 현재는 <조선일보>의 문화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양철학에 조예가 깊은 저자는 최근 조선사를 되돌아보며 왕들의 고뇌와 정신을 서술한 '군주열전'과 사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야심차게 실천하며 <논어로 논어를 풀다>, <논어로 중용을 풀다>의 사서(四書 : 대학, 중용, 논어, 맹자)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저자가 사서 중에서도 '논어'를 축으로 삼은 까닭은 사서 전체가 공자에 대한 접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서에는 공자가 들어 있지 않다. 

다만 공자로부터 가장 가까운 거리를 열거하면 논어, 중용, 대학, 맹자 순서이다. 공교롭게도 저자의 집필 순서도 <논어로 논어를 풀다>(2012.5), <논어로 중용을 풀다>(2013.2) 순이다. 나머지 두 책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주자는 네 권의 책 다음으로 공자에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네 권을 자신의 세계관으로 서술했으므로 공자와 가장 근접한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또는 공자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인물이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은 피비린내 나는 학문과 철학의 전쟁 이야기다. 내가 무려 10년 동안이나 주자의 통치하에 살았다는 것은 단순히 정신적인 애로사항을 말하는 게 아니라, 동양철학에 대한 정신적 자유가 묶여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학문은 권력이며 인간이 가장 오랫동안 치르는 전쟁이다. 11세기 중국의 성리학자들은 불교와 도교의 철학에 대항하여 새로운 형이상학을 제창하면서 거의 1000년간에 걸쳐 실추되었던 유학의 학문적·사상적인 우위성을 회복하게 되었는데 주자는 성리학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강력한 '루키'였다고도 할 수 있다. 

그의 학문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용어는 '관학(官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평생 동안 대부분의 벼슬을 사양하고 말년에 고위직에서 파문되고 중상모략을 당하는 가운데에서도 그의 학문체계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정책의 도덕원칙으로 삼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저자는 "주희는 철학자가 아니라 언어학자다"라고 주장한다. 나를 일깨운 한마디다. 한 대목을 소개한다.

<논어>에 등장하는 지(知/智)는 대부분 사람을 아는 것[知人]으로 풀이해야만 문장의 생생한 의미와 공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정확하게 드러나곤 했다. 그런데 주희의 집주는 오히려 지를 지인(知人)으로 해석하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방해물로 작용한다. 그 결과 그의 집주에 의존해 <논어>를 읽어갈 경우 <논어>는 한 덩어리의 책이 아니라 듬성듬성 이해할 수밖에 없는 잠언집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 <논어로 중용을 풀다>, 259쪽

저자는 주희에 대한 비판의 결론에 "주희의 도움을 받되 끊임없이 그의 집주를 의심해 가며 공자의 텍스트를 읽어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말을 듣기 전에 나는 막연하게 주희의 주석을 경계하기 시작해 아예 사서의 원문만 반복해서 보곤 했다. 저자의 말을 통해 비로소 주희에 대한 내 입장이 맑아졌고 나는 해방감을 맛봤다.

두 번째 해방 - 현재성에 대한 치열한 접근

동양철학이나 동양 고전의 번역문을 보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말이 '당대성'이다. 현재의 입장에서 당대의 일을 재단하지 말라는 내용이 골자다. 사서뿐 아니라 삼국지 같은 고전문학의 번역문에도 이런 사고방식이 보이는데, 특히 이문열의 삼국지에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따지고 보면 주자 역시 남송의 사고방식으로 공자를 재단하지 않았는가? 

<논어로 중용을 풀다>를 읽기 시작할 때는 저자가 서양철학을 근거로 동양학을 지나치게 비판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나 역시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의 저수지 가운데 이상한 둑을 설치해 서로 흐르지 못하게 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동양과 서양의 모든 학문과 철학, 지적 결실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바쳐질 제물이자 영양분이다. 이런 관점으로 동양철학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자를 피해 가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자의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신성시했던 것 같다.

주자가 철학자가 아니라 언어학자라는 주장은 그 동안 품었던 모든 심증들을 정리해 주는 명쾌한 말이다. 주자뿐만 아니라 공자와 장자를 제외한 중국의 모든 철학자들은 필연적으로 주석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는 스승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금기하는 문화가 있다. 이의제기를 하면 이단으로 치부하여 파문하는데, 파문이란 생계의 끊김, 즉 사실상 '지적이면서 동시에 물리적 처형'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강경한 압력 속에서 동양의 지성인들 사이에 자동적으로 '아류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상이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현대의 지성인들도 '비판정신'을 잊어버린 것 같다. 

이러한 사정 속에서 서양철학을 주무기로 동양철학을 다시 바라보는 저자의 태도는 소중할 수밖에 없다. 주자는 <대학>의 서문에서 불교 등을 비판하며 '허무적멸지교'(異端虛無寂滅之敎)라는 용어를 썼다. 하지만 주자가 사용하는 개념은 불교에서 차용한 것이 상당히 많았다. 사실상 불교의 개념을 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 타당한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그것을 자신의 스승들에게도 적용했어야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자는 철학자라기보다는 주석가이거나 언어학자로 봄이 적당하다.

저자의 책을 읽고 저자를 직접 찻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게 되었다. 저자가 한 말 중에서 기억에 남는 말은 "동양철학이야말로 심리학 중에서 심리학이다"는 말이다. 동양철학을 대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무척 현대적이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공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저자는 자신이 닦은 모든 학문과 경험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그 중에서도 서양철학은 아주 중요한 자원이었다.

나는 저자로 인해서 주자로부터 자유를 얻었지만, 결국 저자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에 좀 더 깊이 있게 성찰해야겠다는 동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사이에 있는 임시 둑이 무너졌다는 것은 앞으로 읽고 공부해야 할 철학의 영역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저자로부터 받은 두 가지 도움은 어쩌면 거대한 정신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열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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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제3판 개역본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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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직접 만남으로써 일반적인 의미의 "마키아벨리즘" 오해와 헤어질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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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로서의 질병 이후 오퍼스 9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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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잠재력과 가공할 만한 위력


질병이나 고통은 사람에게 직접적인 자극을 준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공포'의 대상이다. 정치적 선동가들이 '암세포' 같은 병을 비유하고, 히틀러가 전체주의를 강요하면서 대수술 같은 처방을 비유로 든 것은 병이 주는 공포의 은유를 알기 때문이다. 질병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하는데, 수술이라는 더욱 강력한 고통을 통해서 삶을 유지하느냐, 더 큰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질병이 안내하는 죽음의 길로 가느냐라는 두 개의 선택지만이 인간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들 부시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경쟁했던 앨 고어는 <이성의 위기>(중앙books)에서 공포가 이성의 가장 강력한 적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공포와 이성은 모두 인간을 행동으로 이끄는 강력한 동인이 되지만 권력자는 '공포'에 유혹을 받는다.

한편 질병의 상태는 그 자체로 인간을 고양시킨다. <은유로서의 질병>(이후)이라는 한 권의 책을 통해 내 평생의 의문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나의 경우 '열정'의 근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오랫동안 고민을 했는데, 그것은 오랜 질병 상태를 통해서 고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사로 보는 질병(고통)과 열정의 상관관계

비록 신생아라고 할지라도 질병에 오래도록 둘러싸여 있다면 성숙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목숨을 건 싸움이라면 더욱 그렇다. 신생아와 유아기 동안에만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맞았다. 부모님은 세 번이나 각서를 썼다. "아기가 죽어도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당시로서는 일상적인 각서라고 한다. 그리고 내 옆에 언제나 '삽'을 준비하셨다. 내일 당장 하늘나라로 가버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병명은 급성폐렴, 임파성 결핵, 동맥절단 등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과다한 항생제를 쓴 탓에 신생아 때 머리가 홀랑 다 벗겨졌고,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땜통'이라는 어감이 얼마나 무시무시했던지 내 유년시절의 상처를 상징하는 단어로 남아 있다. 무서운 질병들로 인해 나의 체질과 성격은 스무살이 될 때까지 완전히 주눅들어 있었다.

감기에만 걸려도 꼬박 두 달간 병원에 다녔다. 병원에서 <보물섬>이라는 어린이 만화잡지를 즐겨 봤는데, 의사 선생님이 부를 때마다 <보물섬>에게 "다음에 병원오면 또 봐야지"하고 말을 걸곤 했다. 병원에 오는 패턴이 5일장처럼 지속되다 보니 연속성이 생긴 것이다.

그 당시 얼마나 민감해 있었는지를 말해주는 사례가 하나 있는데. 그때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딜레마가 하나 있었다. "만약 지옥에서 누군가 엄마의 목숨과 1,000명의 목숨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어떻게 선택해야 하나?"였다. 어린 나이에 왜 이 문제에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는지 모를 일이다. 때로는 엄마의 목숨을, 때로는 1,000명의 목숨을 선택하며 마음속으로 괴로워했다.

"폐병은 자네처럼 멋진 시를 쓰는 사람들을 특히 좋아하는 병이라네..."(시인 셸리가 키츠를 위로하며)
나는 계속 기침을 내뱉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침 때문에 내 모습이 추해지기는커녕, 내게 매우 잘 어울리는 우수 어린 분위기가 생겼다. (마리 바쉬커체프)

도스또옙스끼는 평생 간질에 시달렸다.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들이 질병이나 고통과 직접 관계되는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를 연구한 수많은 비평가들은 '간질'이라는 키워드가 도스또옙스끼라는 인물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서양에서 '벼락'이 치면 엎드려서 하늘에 죄를 비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질병'에 걸리면 역시 엎드려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신에게 용서를 비는 풍습이 있었다. 질병으로 통해서 신이 인간의 잘못을 꾸짖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주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32년 동안 질병 상태나 고통이 없는 상태가 거의 없었다. 몸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을 합친다면 아마 모든 시간을 고통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을 때, 어떤 아픔이나 고통이 없는 상태를 매우 이상해하면서도 다른 사람에 비해 무척 행복해해하고 괜히 고마워했던 기억이 많이 나아 있다.

오장육부가 다 안 좋고, 왼쪽 팔은 오십견 걸린 것처럼 아프고 치아는 씹는 것을 두려워한다. 눈은 예전부터 안 좋아 안경을 썼다. 왼쪽 다리는 수술 때문에 걸음걸이에서 묘한 불균형을 만들어낸다. 오장육부 신체기관 마디마디 중에서 괜찮은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부모에게 받은 건강복도 없을 뿐더러 신생아 때 죽음의 문턱을 넘어오면서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질병 마디마디, 고통 순간순간마다 내 감정은 고양되었고 내면은 거의 여성에 가까울만큼 섬세해졌다.


질병에 시달리는 고통과 견뎌내는 고통의 어마어마한 차이

그 사망자의 수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많고, 별다른 치료도 먹혀들지 않은 주요한 질병일수록 그 질병은 무수한 의미들에 시달리는 경향이 있다. (88쪽)

질병과 고통이 인간에게 주는 자극이 엄청나고 직접적이기 때문에 질병의 비유는 단련되거나 악용될 것이다. 하지만 질병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서 우리의 운명은 달라질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님은 시민들을 향한 감사 인사에서 "제 남편은 평생 동안 고통을 당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히틀러의 독일 국민이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좋은 비교 대상이 된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고통은 하나의 시험이기도 했다. 불의에 타협하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이 주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죽음의 고통에 처해지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모함과 저주의 고통에 시달렸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런 고통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고통'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사실 질병과 인간의 관계에서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히틀러의 독일 국민들은 고통에 시달렸고 고통을 피하려고 했기 때문에 히틀러가 제시한 허무맹랑하고 위험천만한 수술방식을 지지했다. 애꿎은 독일국민 탓할 것이 아니라 작년의 대한민국 국민만 하더라도 정체모를 고통을 없애주는 만병통치약 '뉴타운 처방약'에 열광해 한나라당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병이 환상이 되고 약장사의 영업 대상이 될 때 불행한 운명과 만난다.

나는 신념적으로 병과 고통은 일종의 메시지를 머금고 있다고 생각한다. 메시지를 받기 위해서는 고통을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현명하지 못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고통을 두려워하고, 가능한 한 문제를 피하려고 한다. 때로는 문제를 질질 끌면서 저절로 없어지기를 바란다. 무시하거나 잊어버리려 하고,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기려고 한다. 심지어는 고통을 잊어버리기 위해 약물을 먹고 자신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정면으로 대항하지 않고 주변을 맴돌면서 달아나려고 한다. 그러나 문제와 고통을 피하려는 이런 태도가 바로 정신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된다.
- 스캇 팩 박사, <아직도 가야 할 길>(열음사) 일부


고통에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자에게는 최고의 재앙이 뒤따르고, 고통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그 메시지를 얻으려는 자들은 한 단계 성장한다. 사실 수전 손택이 이 책을 통해서 던지려는 메시지도 이것이다.

손택은 자신의 책이 에이즈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에이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를 다룬 책-그러니까, 에이즈를 다룬 또 다른 책이 아니라, 그저 에이즈를 주요 사례로 들고 있는 책"이라고 설명해 줬다. - 부록, 수전 손택과의 대화 일부(243)

질병에 관한 주제선별도 그렇고 이를 통해 추구한 메시지도 그렇고, 영감을 주는 작가의 특징은 어떤 주제로 출발하건 간에 인간의 주요한 문제로 되돌아오는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질병이라는 주제어가 생뚱맞았지만,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이 주제가 우리에게 무척이나 중요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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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09-08-2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도,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에서도 질병이 얼마나 문학적으로 미화되는지를 깨닫고 정말 놀랐어요. 그때부터 생명을 담보한 고통보다도 고통이 주는 실루엣을 그린 문학작품을 경계하게 된것 같아요. 리뷰 잘읽었습니다.

승주나무 2009-08-30 20:12   좋아요 0 | URL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이라는 책은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통을 제대로 그린 책이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 대체로 고통은 판매의 수단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
신정근 지음 / 사계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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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10종의 서로 다른 <논어> 책을 보았고 100번 정도 읽었다. 그래도 필요한 구절을 곧잘 꺼내 쓰지는 못한다. 내가 읽는 논어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남회근 선생의 알기 쉬운 논어강의(상,하)>(씨앗을뿌리는사람)과 <주주금석 논어>(현음사)인데, 전자는 논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여지와 중국 대륙의 역사를 한 노인의 이야기로 녹여내는 맛이 좋았다. 2권의 매우 지나치게 두꺼운 분량이지만(가격도 그에 대비하여 세지만) 내가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았다. 후자는 문장 해석상에서 많이 도움을 얻은 책인데 한문학 교수의 자문을 듣고 구입해 지금까지 읽고 있다.


<논어>를 자꾸 읽게 되는 이유는 읽을수록 맛이 나고 생각해볼 여지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사귐’도 마찬가지로, 한 번 보면 더 만날 필요도 없는 사람보다는 만날수록 재미있는 사람에게 더 끌리는 법이다.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사계절)은 하이퍼텍스트와 오픈텍스트의 웹2.0 정신을 동양고전에 시도한 재미있는 책이다. 하이퍼텍스트란 구절과 구절이 연결돼 있어서 비교해 볼 수 있다는 뜻이고, 오픈텍스트는 해석의 여지를 애초에 넓게 열어둔다는 뜻이다. 국문, 원문, 음을 병기하고 주요 구절마다 논술제시문과 논제를 도입한 다용도의 구성방식과 유가, 도가 등을 섭렵한 작가의 성실함은 어떤 독자든 이 책 한 권으로 논어에 다가감에 무리가 없도록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이 책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전통적 해석 방법에 대한 마르지 않는 비판정신이다.

한문은 '문리'라고 해서 반복적으로 읽고 암송하면서 그 뜻을 통째로 외우게 되고, 그 범례가 '문법'을 앞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옛 사람들의 번역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병폐가 많았다. 논어의 편명을 앞자리 두 개를 따서 쓰는 부분에 대해서도 대체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한학자 선생님께 들은 바에 의하면 사학(斯學, 유학을 사학이라고 부른다)을 하는 사람들은 선인이나 스승, 선배의 저작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금기하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부딪치는 해석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논어책 한 권을 읽으면서 참신한 해석 4~5개 정도 얻으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지만,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는 각 장마다 4~5개 정도의 참신한 해석을 만나게 되었다. 그 중에서 내가 10년 넘게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이 깨질 때의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즐겁다.

시대마다 고전이 다시 번역되어야 한다는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만, 그 시대의 색채가 오롯이 담긴 번역일 때 이 말은 유효하다. 이런 저에서 우리는 2009년에 어울리는 논어책을 한권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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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3-2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번! 그래서 네가 뼈대 있어 보였구나.ㅋ
이런 책은 나도 읽어보고 싶네!

승주나무 2009-03-27 21:53   좋아요 0 | URL
읽을 때마다 달라요.. 함 읽어보시면 꼭 좋을 듯~
쉽게 쓰여져서 잘 맞으실 거에요~

2009-03-27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4-0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바로 보관함에 넣어봅니다.
어서 신선한 해석을 만나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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