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촛불시민 자격으로 참여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이해찬 전 총리,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뿐만 아니라 KBS 정연주 전 사장도 참여해 말로만 듣던 유명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유발언을 겨우 얻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 엄청나게 달라 잘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나마 남깁니다.

지난 1년간 촛불시민들은 말할 수 없이 엄청난 고통을 당했습니다.
죄 없이 감옥소에 끌려가기도 하고, 감당할 수 없는 벌금을 받기도 하고, 하루 하루 감시와 도청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유는 명백합니다. 바로 정치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죽으면 몸도 따라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노무현 대통령님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촛불시민들이 만신창이가 되면서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결정적으로 정치가 나서서 선거혁명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우리들이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는 "민주주의"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이뤄내기 위해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물적 가치는 "집권"입니다. 이해찬 전 총리는 87항쟁의 대표적인 일꾼으로서 경륜과 집권 경험이 있고 사상이 섹시한 남자입니다. 이정희 의원은 비록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보다 완력은 약하지만 촛불의 상처 곳곳을 쓰다듬어주는 따뜻함과 뜨거운 피가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집권 자격이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집권에 성공해 기회주의자 모리배들로부터 촛불시민들이 피터지면서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주세요.

그런 의미로 "집권의 조건"에 대해서 감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3,000년의 사고방식과 세계적 사고방식이 있어야 집권할 수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10년 짜리 사고가 있고, 100년짜리 사고가 있으며, 1,000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사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단지 집권을 빼앗긴 5년의 쓰라림이나 10년간의 집권 추억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수천년 전부터 싸워오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야 지금의 모순을 풀 수 있습니다. 맹자는 큰 선비와 작은 선비를 이렇게 나눴습니다. 작은 선비는 이웃 마을의 선비와 교유하고, 큰 선비는 이웃 나라의 선비와 교유한다.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고 동시대의 선비뿐만 아니라 수백, 수천년 전의 선배들의 생각을 책을 통해 만나야 큰선비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맹자가 말하는 큰 선비가 되어야 집권을 할 수 있습니다.





▲ 87년 새내기 때 선배들 손 잡고 거리를 걸으며 세상이 이렇게도 바뀔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세상의 중심이 선 것 같았다던 이정희 의원님. 촛불 시민들이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반드시 집권에 성공해 주십시오.


좨주를 잘 모셔야 집권할 수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동쪽 바다의 큰 나라 제나라가 있었습니다. 진나라와 쟁패를 다투었고, 진나라가 아니었다면 제나라가 천하를 통일하였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큰 나라였습니다.
이 나라의 전성기 때 "직하학궁"이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천하의 선비들을 모아놓고 학문을 논하는 장소였습니다. 맹자와 순자가 이곳에서 좨주를 맡았습니다. 좨주는 왕보다 더 높은 지위로 숭상을 받고, 왕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아랫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불치하문의 정신이 흐르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은 당사에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상징을 걸어 놓고 민주당이 중심이 돼서 두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시민들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수치심을 느껴야 했습니다. 이것은 1,000년의 사고방식도 아니고 5년도 가지 못할 아주 위태로운 사고방식입니다.

맹자는 만물을 구덩이에 고인 한줌의 물에 비유했습니다. 구덩이에 물이 차야 그 다음 구덩이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盈科而後進) 하지만 우리들은 구덩이에 물이 차지도 않았는데 김칫국물을 먼저 마시며 앞서가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결국 다시 뒤로 돌아와서 구덩이를 메워야 하는 신세가 됩니다.

우리가 민주개혁 지도자를 저버리고, 군부독재 후계자를 다시 권좌에 앉힌 것처럼요. 이래서 역사는 엄격하고 엄정한 것입니다.

정치인들에게 촛불시민들은 모두 좨주입니다. 이 좨주들을 잘 모시는 분이 집권할 수 있습니다.




▲ 1919년 고종황제의 서거로 봉건시대가 마감됐고, 1949년 김구 선생의 서거로 독립운동의 시대가 마감했고,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군부독재시대가 마감했고, 2009년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로 민주화운동 시대가 마감돼 새로운 통일과 복지의 시대가 피어오를 것이라던 이해찬 전 총리님. 명명백백한 시대정신으로 촛불시민들을 비춰주세요.


저들은 지금 4대강이다 민생사업이나 미디어산업이다 중도실용이다 하며 재집권 작업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아직 민주개혁세력에서는 집권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직하게 새 시대의 비전을 제시하고 넓은 가슴과 3,000년을 아우르는 세계적 사고방식으로 반드시 집권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촛불시민과 민주개혁세력이 함께 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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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4 2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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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0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