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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법 제대로 알기 위한 국민보급판> 1. 방송법이 대체 뭐길래

 


왜 그들은 지상파와 보도채널을 소유하려고 하는가

 

현재 대기업과 재벌신문(조선,중앙,동아)는 방송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현행' 방송법에서는 이들의 방송 소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방송법에서 규정을 두는 것은 대기업과 재벌신문, 외국인이 지상파 방송과 보도채널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방송법 쟁점을 크게 지상파 규정과 보도채널 규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송을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 재벌들이 왜 또 방송법을 바꾸려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지상파와 보도채널이 가지고 있는 여론의 영향력 때문입니다. 케이블 수십 개를 가지고 있다고 유리한 여론을 이끌 수 있는 게 아니며, 비보도채널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여론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론'이라는 것은 모든 나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론독과점'이 생기는 것을 경계합니다. 방송법과 신문법에도 그것을 강조한 규정이 있을 정도입니다.

 

지상파ㆍ종합편성/보도PP에 대한 1인 소유는 전체 주식규모의 30%를 넘을 수 없다. (방송법 제8조)

대기업ㆍ신문/뉴스통신, 외국인은 지상파와 종합편성/보도PP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방송법 제8조, 제14조)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은 상호 겸영할 수 없으며, 종합편성 또는 보도 전문편성 방송사업을 겸영할 수 없다.(신문법 15조 2항)

일간신문·뉴스통신·방송사 주식이나 지분을 2분의 1 이상 소유하는 자는 다른 일간신문·뉴스통신 주식이나 지분을 2분의 1 이상 취득 또는 소유할 수 없다.(신문법 15조 3항)

 

현행법은 특정 기업이나 개인, 매체가 여론에 영향을 주는 신문이나 보도채널, 지상파 등을 많이 소유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문방송 겸영 규제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 각국의 신문ㆍ방송 겸영 규제에 관한 내용(자료 : 한겨레)

 

 

방송법이 한나라당 입법안대로 통과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

 

"하나, 둘, 셋, 회장님 힘내십시오!!!"

 

1999년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보광그룹의 탈세혐의로 구속될 당시 중앙일보 기자 일동이 외친 구호입니다. 방송법이 통과되면 방송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대한 비판 중 가장 큰 것은 '사주' 중심의 편집입니다. 현장취재와 편집부의 토론을 통한 민주적 의사절차가 아니라 사주 1인에 논조가 좌우되는 것이 언론 민주주의의 가장 큰 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특정 1인이나 특정 기업, 이익단체, 외국인이 방송을 소유하지 못하거나 소유를 제한하는 규정 등을 완전히 풀어버렸습니다.

 

지상파ㆍ종편/보도PP에 대한 1인 소유제한 완화 (30%⇒49%)
대기업ㆍ신문/뉴스통신의 지상파 지분소유 허용 (금지⇒20%)
대기업ㆍ신문/뉴스통신의 종편/보도PP 지분소유 허용 (금지⇒49%)
신문/뉴스통신의 케이블SO, 위성방송 지분소유 완화(33%⇒49%)
대기업의 케이블SO, 위성방송 지분소유 제한 폐지(49%⇒삭제)
종편/보도PPㆍ케이블SO에 대한 외국인 지분소유 허용(금지⇒20%)
위성방송에 대한 외국인 지분소유 완화(33%⇒49%)
대기업ㆍ신문/뉴스통신의 IPTV 종편/보도PP 지분소유 규제 허용(금지⇒49%)
IPTV 종편/보도PP에 대한 외국인 지분소유 허용(금지⇒20%)

 

많아도 너무 많군요. 위와 같이 방송법이 개정되면 최소한 방송의 여론은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미디어공공성의 훼손' 이것이 가장 큰 타격일 것입니다. 여론독과점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모두 해제됨으로써 맞게 되는 위험성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 다음 문제점은 권언유착입니다. 특정 소수의 이익이 과도하게 보장되면 당연히 통제불가능한 유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모델 1 -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의 왕국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가장 주목하고 있을 만한 모델은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의 사례를 보면 방송법 개정안이 어떤 미래를 만들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베를루스코니는 자금력과 '미디어'를 동원해 정권을 장악하고, 집권 뒤에는 미디어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한편 언론의 편 가르기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는데 귀신같은 솜씨를 발휘한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손꼽힙니다. 그는 이탈리아 3대 민영방송, 인터넷 미디어 그룹인 '뉴미디어', 잡지 '파노라마'를 비롯한 출판 그룹, 영화제작 및 배급사인 '메두사', 전국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 프로축구단 'AC 밀란' 등을 보유하고 이를 집권의 도구로 철저히 이용했습니다.

베를루스코니는 세 번의 선거에서 모두 전통적으로 좌파를 지지해 온 노동자 계층과 젊은 유권자들까지 '전향'시켜 압도적인 승리를 얻습니다. 갖가지 오락과 선정성이 도배하는 미디어 프로그램 앞에 고단한 일상을 던져버리고, 정치에는 관심 뚝! 하도록 한 고도의 정치 전략의 결과입니다.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정치에 무관심하고 선정성, 오락성에 빠져들지도 모릅니다. 재벌신문과 대기업, 정부는 그 동안 자신들이 뜻한 것들을 모두 이루겠지요.

 

모델2 - 삼성방송과 삼성신문의 과거를 반복하다

 

방송법 개정은 대기업과 재벌신문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조치입니다. 하지만 이미 과거에 재벌이 방송과 라디오는 물론 신문사도 소유하던 '날개 달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모두 삼성과 관계됩니다.

 

삼성그룹은 1960년대에  동양방송 TV와 라디오, 중앙일보 등을 소유했었습니다. 하지만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져 삼성그룹은 가지고 있던 모든 언론매체를 국가에 헌납해야만 했습니다. 사카린 밀수사건은 삼성재벌 계열사에서 한국비료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일본 미쓰이로부터 건설용 장비를 도입하는 대가로 대량의 사카린을 밀수입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경향신문이 1966년 9월 15일 전모를 밀착취재해 폭로를 하면서 언론계와 정치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삼성 소유의 언론매체가 보인 행태를 보면 ‘재벌 방송’의 폐해를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엄청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소유 언론매체에서 이를 보도한 내용은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입니다. 재벌과 언론이 유착됐을 때 사회적 정화기능이 치명적으로 훼손된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들이 알게 되었고 이것이 법제화되고 제도화된 것이 지금의 언론법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08년 전국민을 경악시켰던 '태안 기름유출사건'에 대한 중앙일보의 보도를 보면 재벌과 언론의 유착상을 훨씬 잘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중앙일보는 명목상으로는 삼성의 소유가 아니지만, 사실상 삼성의 소유라는 것이 학계와 언론계의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민주시민언론연합이 태안사고 관련 보도행태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중앙일보의 보도 68건 중, 사고의 원인이나 책임과 관련된 보도는 한 차례도 다루어지지 않았고, 사고원인의 한축인 삼성 중공업을 언급한 기사도 5건에 그쳐 조사 대상인 5개 중앙언론사 중 가장 적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삼성 에버랜드 미술품 창고 압수수색을 했을때도
거의 모든 언론이 1면 머릿기사로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전했지만 중앙은 사회면 하단에 2단 기사로 처리했을 뿐입니다. 지난 2005년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를 도청한 테이프에 대해서 모든 언론이 테이프의 내용 즉 삼성이 대선에 개입하고 일선 검사들을 관리해왔다는 의혹을 대서특필했지만 중앙일보는 사안의 본질은 외면한 채 유독 불법 도청의 문제점과 홍석현 회장을 보호하는 내용만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이 밖에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모델3 - 외국인의 언론 소유, '머독의 경우'를 보라

 

외국인에게 방송을 열어주는 것은 언론주권이나 정체성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므로 이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글로벌'이라는 미명으로 외국에까지 방송의 주요 부분을 여과 없이 개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호주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은 2007년 7월 31일 월스트리트 저널을 인수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들은 당장 들고 일어섰습니다. 머독이 월스트리트를 인수한다는 것은 신문의 논조와 편집 방향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라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머독은 뉴스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통해 전세계 99개 매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뉴스코퍼레이션의 언론담당 수석 부회장인 앤드루 버처루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언론 시장에 관심이 많다"며 공개적으로 한국 언론 시장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뉴스코퍼레이션은 현재 홍콩, 중국 본토, 인도,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에 투자했고 아시아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결과로 머독은 단순 기업 경영인이 아니라 사회적 권력자로 부상했습니다. 미국 월간지 <배니티페어> 2007년 10월호에 따르면 루퍼트 머독 회장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올랐다고 합니다. (2006년 1위도 머독) <배니티페어>는 머독의 영향력이 확대된 증거로 월스트리트 저널 인수를 꼽았습니다.

 

외국인 방송 소유는 단순히 정체성이나 문화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한국의 방송을 소유한다면 엄청난 경쟁력과 자금력, 노하우를 통해 한국사회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언론은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비즈니스 문제가 빠지지 않습니다. 2007년 7월 31일 다우존스 소유주 뱅크로프트 가문은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에 다우존스 주식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는데, 다우존스 주식 64%를 보유한 뱅크로프트 가문 일가 가운데 절반(32%)이 루퍼트 머독에게 회사를 넘기는 데 동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습니다. 언론은 단지 여론장치로서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대자본과 언제나 유착할 수 있고,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권언유착이 현대사를 도배해 왔습니다. 이것이 방송법의 실체입니다.

 

 

<참고한 기사>

[프레시안]'미디어 법' 개정은 한나라당의 장기집권 전략이다(2008-12-23)

[뉴스데스크], 재벌에 방송 허가, 문제 없을까?(2008-12-31)

[미디어스]삼성방송에서 그들은 ‘또하나의 가족’(2008-12-24)

[전국언론노동조합]한나라당 발의 언론관계 법안 내용 분석(2008-12-10)

[시사IN]제1호, 머독의 돈 언론엔 독?(200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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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1-02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초에도 고생 많으시네요.

서베드로 2009-01-03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제 블로그에 퍼가겠습니다.
 
읽고, 또 읽고

"중국의 고대 왕조인 주(周)나라의 주공(周公)은 공자가 가장 존경한 인물로 성인 중의 성인으로 칭송을 받는다. 하지만 그에게 한 가지 씻을 수 없는 죄과가 있다. 바로 형제를 죽인 것이다. 주공은 어린 성왕(成王)을 보좌해 수렴청정하고 있었는데, 왕위를 탐낸 두 형제가 반란을 일으켜 부득이하게 이들을 처형시킬 수밖에 없었다. 법에 따라 죄인을 처단한 것이지만, 형제를 죽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두고 '(성인이)때를 잘못 만났다'(逢時不幸)고 회상한다."




<시사저널의 고재열 기자(오른쪽)가 짝퉁 시사저널 1호(통권 899호)로 만든 영정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나는 파업기자들이 쓴 책 '기자로 산다는 것'(호미출판사)을 좋아한다. 몇 번 반복해서 읽어봤음에도 여태껏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이 책이 언론에 대한 나의 오랜 불신감을 달래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무시무시한 중동 땅을 가로질렀다는 전설적인 기자(백승기 기자), 미래가 보장된 명문 공대를 자퇴하고 오로지 시사저널 기자가 되기 위해 학교에 다시 들어간 이상한 기자(신호철 기자), 펜만 떼면 기관원처럼 보이지만 기관원보다 '그 바닥'을 더 잘 아는 기자(남문희 기자), 입사가 올해로 18년인데 17년 동안 한 가지 주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대한민국 탐사보도 모델'을 만들어낸 집념가 기자(정희상 기자), 유력 정치인에게 받은 촌지를 만연필로 돌려보냈다던 당찬 기자(이숙이 기자) 등등. 기자들의 온갖 열전은 독특하다 못해 상상초월인 데다가 편집부 전체가 고집스런 전통을 가지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몰래 즐겼다.

 

오늘 mbc PD 수첩을 앞두고 다시 천천히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그때의 감동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기자들은 때를 잘못 만난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마음이 문득 스쳤다. 대한민국은 아직 이런 맑은 정신을 가진 기자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장자가 호접몽을 꾸었듯이, 대한민국은 18년간 시사저널이라는 단꿈을 즐기다 깨어버린 건 아닐까.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은 평생 빛을 보지 못하고 갔다. 보들레르가 그랬고, 스피노자가 그랬고, 공자가 그랬다. 시사저널 기자들도 그 길을 갈 것인가. 먼 미래의 기자들이 긴 꿈에서 깨어나 무너진 언론을 일으키는 단초로 오늘을 기억하게 될 것인가. 아니다. 그것은 독자로서 용납할 수 없다. 조금 격앙된 마음으로 TV를 틀었다.

이럴 수가.

찢기고, 뜯기고, 목 졸리고. 무엇보다도 기자 5명의 명퇴각서를 가져와서 무릎꿇고 사과하면 복귀시켜주겠다는 굴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 회사측의 모습에 분노가 끓었다. 단식 농성장을 지나던 회사의 핵심 간부는 '생생하네'라는 한마디로 단식을 제대로 한 거 맞느냐는 의심을 노골적으로 쏟아붓고는 떠나버렸다. 방송은 내내 '희망'을 말하기를 잊지 않았지만, 내 눈에는 이상하게 슬픔과 절망의 모습만 보였다. 아무래도 우울증 치료를 받아봐야 겠다.

 

하지만 조그만 변화, 그러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변화가 생겨났다. 2만원 3만원 소액의 후원금을 보내주는 '개미군단'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몇 자 담을 수 없는 '입금정보'에는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각각의 목소리로 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미안하고 가장 두려운 가족들이 오히려 포기하지 말 것을 권려했다.

"기자들은 순수하게 사랑을 지켜왔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를 바란다."(한 기자의 가족)

1년 동안 시련을 겪은 기자들은 오히려 단련되었고 1년 전의 원칙은 더욱 굳건해졌다. "문제제기를 한다면 경영상의 불이익을 감당하는 것으로 그치지만,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시사저널 자체가 죽는 것이다."(남문희 기자) 시사저널 기자들은 세상의 언론이 다 틀렸다고 과감히 주장한다. 세상이 다 취해 있고 오로지 나만 깨어 있다던 시인 굴원처럼.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언론은 '시대착오(時代錯誤)'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를 살고 있는 독자는 슬슬 헷갈리기 시작한다. 언론의 고집을 지켜온 시사저널 기자들이 때를 잘못 만난 것인가, 아니면 대다수의 언론들이 시대를 읽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인가. 이 한판 승부를 바라보는 독자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힘겹게 두 번째 싸움판을 시작한 시사저널 선수들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2002년의 붉은 물결처럼 일렁인다. 시.사.저.널. 짝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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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7-0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어제 널 생각하며 보았다. 그전부터 네가 여기에 몇편의 시사저널 사태를 올렸잖아.
보면서 난 참 무심했구나 했어. 그리고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7-07-06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림에는 나에 대한 그 아이의 감정이 잘 나타나 있다. 그래도 반가웠다. 애증은 서로 교차하는 거니까 무관심보다는 낫지 않은가?



OO아, 책벌레 선생님이 글 남긴다.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학교에서는 그렇게 되기 어려운 것 같아. 교실 모든 친구들 신경쓰다 보니 너랑 얘기 많이 못해서 미안하다. 

그 대신 너한테 '맛있는 거 사줌'권 한 장 줄게. 편한 시간에 연락해라. 그땐 맛난 거 사줄게. 010-XXXX-XXXX. 책벌레 오승주 샘 연락처다. 연락 기다릴게. 

나를 싫어하는 학생이 둘 있었다. 한 명은 나의 실수로 인해서 나랑 멀어지게 되었고, 한명은 그냥 싫어하는 아이다. 마지막 수업을 한 번 남겨둔 어제 아이들에게 글쓰기에 도움되는 책을 한 권 소개했다. 글 고쳐쓰기 연습을 시키자 그 아이가 활동지 한쪽에 그린 그림을 봤다. '책벌레'라고 적혀 있었다. 나를 그린 듯했다. 이 그림을 보자 이 아이와 관계를 잘 매듭져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미움'도 역시 하나의 감정이니까 아직은 희망이 있는 것이다. 어차피 활동지는 쓰지 않을 거니 그 친구의 볼펜과 종이를 가져다가 손편지를 썼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연락해"라고 말했다. 아이는 예의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멀어지는 나를 향해서 "사양"이라고 조그맣게 말했다. 하지만 손편지가 그 아이에게 미친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다 났고, 담임선생님에게까지 전달되었다. 아이가 편지를 받자마자 담임선생님께 가서 자랑한 것이다. 


이 아이는 나의 '예의 선생님'이다. 어른과 선생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커서 살얼음판에 선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한 학기 내내 친해지려고 시도했지만 그렇게 될 수 없었다. 내가 좀 더 비굴해져야 했는데, 그것은 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긴장은 계속 있었고, 한 동안은 그 아이가 내 꿈을 지배한 적도 있었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부담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논어』에서 증자가 맹경자에게 해준 말이 생각났다. "새가 장차 죽으려 할 때에는 울음소리가 애처롭고, 사람이 장차 죽으려 할 때는 그 말이 착하다"는 말로 시작하는 대목이다. 이제 이 아이와 헤어질 때가 되자 나도 착한 마음이 생겨서 손편지를 쓰기에 이르렀으니 같은 마음이 아니겠는가?



얼굴을 움직일 때는 상대가 공격하거나 거만하게 굴지 않도록 해야 하고, 정색을 해야 할 때는 굳은 신뢰가 바탕에 있어야 하며, 말로 나타낼 때는 상대방이 깔보거나 배척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 외에 세세한 부분은 담당자에게 맡기면 됩니다. 

- 『논어』, 「태백」


이 구절은 해석의 여지가 분분하다. 주자와 리링 선생은 1인칭으로 해석했는데, 나는 오규 소라이가『논어징』에서 주장한 해석을 따라 2인칭으로 해석했다. 증자는 공자보다 46세 어리며, 맹경자는 맹무백의 아들이다. 계손씨, 숙손씨와 함께 노나라의 '삼대천왕'이다. 그래서 '삼환'이라고 불렀다. 그들의 기세는 노나라 왕을 능가했다. 『논어』에서 '증삼'은 '증자'로 표현될 때가 많았고, 공자가 부를 때만 이름을 썼기에 증자 제자들이 책의 편찬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논어』에서 증자는 분위기를 일시에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본다면 '쓸데없이 진지 빤다'고 할지도 모른다. 나도 논어를 읽다가 증자가 나오면 자세를 고쳐 앉고 경청한다. 하물며 증자의 유언 앞에서랴! 나는 증자의 세 가지 경고를 다 어겼다. 손편지의 주인공은 이를 고발했다! 그 아이는 내가 얼굴을 보았을 때 거만했고, 공격적이었으며, 내가 정색해서 이야기할 때는 나를 신뢰하지 않았다. 내가 말을 꺼내면 깔보고 배척했다. 게다가 나는 그 아이의 세세한 부분에만 집착했다. 증자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그래서 반성문으로 쓴 것이다. 


OO이에게. 

OO아 안녕. 수업시간에 긴장된 분위기 만들어 미안하다. OO이가 충격 받았다고 들었다. 그 때문에 이 수업이 싫어졌을 것 같다. 나라도 싫었을 것 같다. 미안. 

너 덕분에 교실에서 긴장된 분위기를 안 만들려고 노력하고 반 전체에게 화 내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O이가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준 셈이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니? OO이는 이미 내 수업에서 마음이 떠났는걸. 후회해도 소용없다. 

ㅡ 오승주 샘


공교롭게도 두 아이는 같은 반이다. 앞서 손편지를 썼던 아이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불만스런 말을 계속 했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고, 그런 상황이 이 아이에게 준 충격이 컸다. 이 아이는 순전히 나의 실수와 부족함에 의해서 멀어지게 되었으니 할 말이 없다. 이 손편지 이야기도 담임선생님께 그대로 전달되었다. 아무리 담임선생님이라지만, 그 선생님은 정말 아이들 마음의 저수지 같은 분이다. 많이 배웠다. '왜 말했어요?'가 그 아이의 일성이었다고 한다. 


기막힌 우연이라고 해야 할까? 이 아이의 마음을 전달받은 경로가 담임선생님뿐이 아니었다. 시험 기간에 학교 주변 공공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말을 건 사서 선생님께 나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여과 없이 전달한 것이다. 나는 두 배로 부끄러웠다. 어떤 기대를 하고 손편지를 쓴 것은 아니다. 이 아이들에게 나의 미안함을 전달하고 싶었다. 미안한 마음을 받아줄지 어떨지는 아이들 마음에 달린 것이다. 근신하며 처분을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증 선생님(증자(曾子)는 증씨 선생님이라는 뜻이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못하기 전에 선생님의 말씀에 더 귀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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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5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2-15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난 두 아이라고 해서 너의 아들내미들이면 어쩌나 했다.
책만 읽고 안 놀아주는 뭐 그런 거...ㅎ

선생님이 참 어렵긴 해.
그래도 그렇게 노력하는 선생님이 있다는 거
언젠간 아이들도 알게 될 거라고 믿어. 힘내라!^^

승주나무 2017-12-15 19:07   좋아요 0 | URL
내 아이들은 서로 좋아요^^

선생님의 양보는 10년이나 20년쯤 뒤에 기억되지 않을까 합니다.
욕심은 안 부릴래요~
 

근원적인 차별은 역차별을 초래하며, 이런 모든 차별에 의해서 양성평등의 가능성들이 모두 상쇄돼 버린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다가 '잘못된 교육'에 대한 토론을 하게 되었다. 실제 경험했던 사례를 바탕으로 선생님이 여학생을 예뻐하면서 동시에 남학생을 무시하고 차별한다면 이 선생님에게 교육 받는 학생들은 남녀관에 왜곡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남녀관의 왜곡을 선생님의 차별적 교육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지만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하나의 상황을 더 예로 들었다. 한 대기업에서 매우 드물게 부장으로 승진한 한 여성의 경우였다. 여성 부장 밑에는 많은 남성 과장들이 있었다. 여성을 상사로 둬야 했던 과장들은 은근히 부장을 무시하고 보고를 누락하며 저항했다. 화가 난 여성 부장은 남성 과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장 심한 과장의 뺨을 때렸다. 남성 과장들은 자연스레 제압당했지만 뒷맛이 씁쓸한 장면이다. 여성 부장이 마치 남성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현재 우리의 사회가 남성 위주의 차별적인 사회이기도 하지만, 여성 위주의 역차별 사회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마치 풍선 효과처럼 차별과 역차별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바라보는 관점이 흥미로웠다.


한 학생이 '유교사회의 잔재'라는 말을 했을 때 이를 좀 구체화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 부엌에서 벌어지는 풍경과 TV가 있는 안방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보라고. 이것이 근원적인 차별이며, 유교문화의 잔재일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남자들이 명절 때 부엌에서 '일'을 하고, 여성들이 좀 쉬면서 TV를 보고,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를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한다면? 근원적인 차별이 조금씩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비췄다.


이 이야기 끝에 나온 학생의 결론이 바로 맨 처음 소개한 이야기다. 근원적 차별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해 보였지만, 아이들은 명절 때마다 부엌 풍경을 생각하면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그리고 명절 풍경 외에 또 다른 근원적 차별에 대해서 생각할 것이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이런 대화가 생각을 정리하고 명쾌한 언어로 재구성되는 모습을 보니 가슴에 벅찬 감동이 밀려와 글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다음 주가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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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4.23~2005.09.11 MBC에서 방영되었던 제5공화국 5회 12.12 군사쿠테타(2)  장면.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 장군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당시 유족)에게 6억원을 건네는 장면

1차 TV 대선토론에서 이정희 대통령 후보(통합진보당)이 제기한 "6억원"이 연일 이슈다. 
"6억원"이란 10.26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소장)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해 찾아낸 9억원 중에서 3억원은 수사비 명목으로 편취하고 나머지를 당시 유족인 박근혜(현재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에게 건넨 돈이다. 


▲ 누리꾼들이 찾아낸 1979년 당시의 것으로 추정되는 은마아파트 전단지. 해당 전단에 따르면 분양가는 평당 68만원이었고, 31평형의 경우 한 채 당 2108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30채면 약 '6억원'이 된다. 



대선토론 당시 제기된 방식과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6억원 팩트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는 프레임은 두 가지다. 

1. 6억원 사회환원 계획 (새누리당 유리)
2. 국가지도자의 자질 문제 (야권 유리)

하나는 새누리당에 유리하고, 다른 하나는 야권에 유리하다. 현재 소비되고 있는 프레임은 새누리당에 유리하다. 6억원에 대한 환원계획을 새누리당에서 발표하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오래된 일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 당연히 새누리당에겐 좋은 이슈다. 이것을 야권에 유리한 이슈라고 판단하는 언론이 많은 것 같은데, 제고를 요청한다. 

두 번째 프레임은 이미 해당 방송 안에 힌트가 있다. 유족 박근혜에게 6억원을 준 것을 보고하는 전두환 본부장에게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한 발언은 현재 시점에서 무척 의미심장하다. 

"아니, 수사과정에서 나온 돈을 어떻게 전 장군 맘대로 할 수 있소. 청와대에서 그런 돈이 나왔다면 당연히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이 순리 아닌가?"

"유족들의 생계 대책은 앞으로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과 상의해서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지출을 하든가 적당한 방법을 강구해야지. 지금처럼 함부로 지출하면 돼?"
ㅡ 이상, 제5공화국 5회 12.12 군사쿠테타(2) (MBC)에서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발언

드라마의 연출된 상황이므로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어떤 말을 했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드라마 제작팀은 실제 사료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각색했고, 보고 과정에서 총장이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정 총장이 후일 겪게 되는 운명과 현대사를 봐도 충분히 추론 가능하다. 

이정희 후보와 언론은 마땅히 이렇게 물어보았어야 한다. 

"당시는 경황이 없어서 받았다지만, 공적 절차가 아니라 사적으로 돈을 받은 행동에 대해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질문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게는 물론 국민에게도 중대한 질문이다. 대통령이나 대통령이 될 자는 협의와 절차에 따르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녀가장"이나 "흉탄에 돌아가시고 살 길이 막막해" 같은 다분히 감정적인 수사로 무마할 사안이 아니다.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박근혜 후보로부터 "그 당시 절차에 따르지 않은 돈을 받은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라는 답을 받아내는 것이 6억원 이슈가 완성되는 프레임이다. 이 주제는 단지 야권을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위해서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우리는 MB정부를 거치면서 이명박이라는 개인의 성장 과정과 인격이 국가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배웠다. 지난 날의 사소한 경험이나 행동은 반성의 기회를 갖지 못한 한 그대로 반복될 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확대된다. 정당하지 못한 돈을 받은 1979년 당시의 행동에 대해서 2012년 국가지도자로 나서는 박근혜 후보는 마땅히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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