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틈없는 방어벽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시청앞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저녁 광장 주변을 전경버스가 빙 둘러 봉쇄하고 있다. 이날 저녁 추모제는 덕수궁 뒤 정동길에서 열렸다. (사진과 사진글 : 경향신문)


정부 관리나 시청 공무원에게 뭘 기대하겠습니까?

서울광장에 가 보셨습니까?
경찰버스가 서울시청 광장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27일 시민추모위원회가 이날 저녁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려고 한 추모제에 대해서 서울시장이 아니라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혔습니다. 서울광장 사용 승인권은 서울시장에게 있는데, 정부 장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서울시는 “서울광장 사용허가 권한은 서울시에 있지만 이번 추모행사는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이기에 광장 사용 허가 여부는 정부와 장의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 결정할 것”라고 했군요. 서울시 말대로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이라면 경찰의 초동수사를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모두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입니다. 그리고  “서울시는 전경버스 봉쇄에 대한 결정이나 입장을 발표하기 어렵다”며 경찰에게 책임을 넘기는군요. 서울시가 잔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납니다. 오세훈 시장은 “평화적이고 비정치적인 행사가 보장되면 광장 개방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말로 시민들에게 기대감을 주었지만, 그것은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교묘한 수사에 불과했습니다.


서울광장 전경버스 너머로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내면 어떨까?


노무현 대통령 추모제에 다녀 오셨나요?
가서 종이학은 접고 오셨습니까?

이제 더 이상 정부 공무원이나 고위정치인의 처분을 기다리지 말고 시민의 힘으로 놀아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그들이 닭장차로 막았다면 우리들은 종이비행기를 날려서 한방 먹여주자구요.
종이비행기에 각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마음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마음을 담아서 전경 버스 너머로 힘차게 날려 버리면 어떨까 합니다.
우리들의 몸은 시청앞 광장에 갈 수 없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종이비행기를 타고 시청광장으로 가 닿아 있지 않겠습니까?

정부에서 필체 검증하고 지문인식하고 경범죄를 물릴까요?
종이비행기 날리고 경범죄 물라고 하면 떳떳하게 물겠습니다.

종이비행기도 좋고, 다른 생각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전경버스와 그들의 잔인한 욕망덩어리를 그대로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종이비행기를 접읍시다. 그리고 닭장차를 너머 힘껏 던집시다.
우리들의 마음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그리고 닭장차로 국민의 성난 마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시원하게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지난 2003년 학교법인 동일학원의 사학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됐다가 2006년 6월 28일 학교 측으로부터 파면 통고까지 받은 조연희씨(42·여·전 동일여고 교사)의 ‘길거리 문학수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뜻을 품고 쫓겨난 선생님들이 많다. 그 선생님들을 찾아서 다시 교단에 세워야 한다. (사진 : 경향신문)



KBS <TV동화 행복한 세상>의 작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과는 인연이 있는데, 얼마 전 이웃간의 불화를 해결한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실었다가 담당 작가로부터 원작을 사용해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작 허락을 해주었다.
원작료를 적잖이 받아 마음도 지갑도 두둑해진 하루였다.

<내 이야기를 동화로 만든 애니메이션>
<TV동화 행복한 세상> "완벽한 이웃이 되는 법"(클릭)


그 프로그램의 담당작가가 다시 연락이 온 것이다.
블로그에서 글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것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문의였다.
내 학창시절 선생님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선생님이 인생을 좌우한다(클릭)

내 인생에서 최초로 의미 있는 기억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건이다. 이른바 <매로 의자를 때린 선생님 이야기>이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내게는 나쁜 습관이 하나 있었다. 엉덩이를 들썩들썩거려서 자꾸 책상 옆으로 삐죽이 나오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몇 번의 주의를 주셨다. 하지만 엉덩이는 말을 안 들어 다시금 책상 옆으로 나오곤 했다.
그 때 선생님이 수업을 하다 말고 엄한 눈초리로 몽둥이를 들고 제게로 다가왔다.
몽둥이를 들고 무서운 표정으로 나에게 오는 선생님에 대한 공포감. 아직도 아찔할 정도다.
그 다음에 대단한 반전이 있다.

나는 눈을 감고 손바닥을 올렸고, 선생님은 매를 내리치셨다.

"철썩"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매를 맞지 않다. 매를 맞은 것은 다름 아닌 '의자'였다.
의자를 매로 때리며 "왜 자꾸 승주나무가 지적을 받게 옆으로 나오느냐"며 한참 의자에게 매질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나에게 매질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자를 때렸다. 선생님이 의자를 때린 이유를 이해하는 데는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선생님의 진심이 전해오고 나서는 그 때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아마 그때 선생님께 매를 맞았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05-1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도 이런 선생님이 계시리라 믿고 싶네요.
이건 정말 아름다운 사도네요~ 우리큰딸한테 꼭 읽게 할게요.
가난한 동네 가난한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네요~ ^^

승주나무 2009-05-18 13:29   좋아요 0 | URL
네.. 분명히 그런 선생님이 계실 거에요..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선생님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관심 감사합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예전에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할 때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 사연이 소개되었지 뭡니까.
예전에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를 해 드렸는데,
방송일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4월 29일 수요일 오전 10시 50분)

제목은 <완벽한 이웃이 되는 법>으로 나왔네요.
부제는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며 가까워진 이웃들"입니다. 

 TV에 소개되는 데 대해서는 소정의 원작료를 지급하므로 수익도 좀 생겼습니다.
책으로 출간되는 분에 대해서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자동 적립되기 때문에
내가 쓴 글로 수입도 올리고 좋은 데 성금도 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원작료가 깎인 데 대해서는 조금 아쉽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은
작년 2집이 주차 문제로 이사를 갔는데,
그 대열에 제가 끼지 않고 지금은 지날 때마다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되시면 생방 사수하시고^^
아니면 다시보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www.kbs.co.kr/1tv/sisa/happytopia/vod/review/index.html

위 링크를 누르면 다시보기로 볼 수 있어요..
4월 29일 이후에 볼 수 있습니다.
제 글의 방송분은 1976회입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오는 기분은 어떨까 벌써 궁금하네요~~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9-04-2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축하해요.

승주나무 2009-04-30 11: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무스탕 2009-04-28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드디어 복숭아가 방송을 타는군요!!
축하합니다~~

무스탕 2009-04-30 16:00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에 다시보기로 봤어요.
내용을 알고봐도 좋더군요 ^^

승주나무 2009-04-30 17:45   좋아요 0 | URL
밤에 링크를 올리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군요^^;

뷰리풀말미잘 2009-04-28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악하악-

승주나무 2009-04-30 17:45   좋아요 0 | URL
허걱..허걱!!

순오기 2009-04-2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축하드려요.
어제부터 목욜까지 오전에 시험감독인데 금욜이면 본방사수 할 수 있을 듯~
잘 보겠습니다.^^

승주나무 2009-04-30 17: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작가가 또 전화와서 아이템 하나 쓰고 싶다고 하는데.. TV동화 전담 원작자로 나서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stella.K 2009-04-29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뭐야? 지났잖아. 이틀 전에 알려줬어야지.
난 밤엔 알라딘 안 들어 오는데...>.<;;

승주나무 2009-04-30 17:46   좋아요 0 | URL
네~ 다음부터는 이틀 전에 말씀드릴게요..
 


▲ 2008년 12월 아기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한 사진. 앞으로 100일이면 아기와 만난다.

'꿈을 꾸는' 것과 '꿈을 짜는' 것

7월 24일 아기 아버지가 된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 두었다.
그것은 꿈 때문이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즈음에는 꿈을 접고 현실에 뛰어들기 마련이다. 이런 아버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무책임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꿈을 꾸는 것과 꿈을 짜는 것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꿈을 꾸는 단계는 추상적인 사고의 단계다.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것이다. 꿈을 꾸는 단계에서는 별로 나쁠 것이 없다. 어린이들이 행복을 계속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꿈을 끊임없이 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을 짜는 단계'는 이와는 다르다. 그 꿈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한계 상황은 무엇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짜는 것'이라는 말 속에는 건물을 짓는 것과 같은 '구조'가 담겨 있다.

사람들이 꿈을 포기하는 이유는 '꿈을 짜는 것'을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심리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이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다 할 것이다" - 레이놀드 경

사람들이 심사숙고하고 꿈을 짜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단지 귀찮기 때문만은 아니다. 심사숙고 끝에 얻어지는 결론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숙고를 하고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을 심리학적 용어로 '일관성의 법칙'이라고 한다. 꿈을 아무리 정교하게 짠다고 하더라도 세상살이에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고, 뜻한 바가 모두 실패할 수 있다.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기까지 <드림위버>(다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 <드림위버>('꿈을 짜는 사람들'이라는 뜻)를 통해 나는 나의 꿈이 제대로 짜여졌는지 검증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계획과 경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도움을 받지 못하지만, 비전이나 가치, 논리적 결함 등은 충분히 검증 가능했다.


매번 새롭게 만들어지는 '나'가 있을 뿐이다

프리랜서로 일을 해보고 직장인 생활도 해봤지만, 가장 안정적인 것은 역시 고정 수입이 나오는 직장이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 강제적으로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직장생활 자체가 고문은 아니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꿈에서 점점 멀어지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철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나'는 한곳에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한 곳에 있다고 생각한 나를 제외하고 모든 것들은 변화한다. 똑같은 물이 다시는 자기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듯, 인간의 세포 역시 3주라는 생명주기를 가지고 있다. 1분에 약 3만 개의 세포가 죽는다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전혀 다른 세포로 이루어진 '나'만 남아 있다. 이전의 세포에 둘러싸인 '나'와 전혀 다른 세포에 둘러싸인 '나'가 같은 나가 될 수 있을까?



19세기 프랑스 생리학자 피에르 플로랑은 수술시 사용하는 마취제에 대해 중요한 문제점을 발견했다. 마취제를 통해 환자가 마취상태가 되었을 때 그 기간 동안에는 기억이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깨어났을 때 고통도 기억하지 못한다. 마취 상태에서의 나는 마취 이후의 나와 같은 '나'인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드림위버> 76쪽)

"부모님은 우리에게 나가세나라는 이름을 주셨지만 그것은 일반적으로 공통으로 사용하기 위한 용어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영원한 자아란 없기 때문입니다."(<드림위버> 78쪽)

이름이란 단지 기호일 뿐 이것이 자아를 설명할 수 없다. 자아란 그만큼 우주적인 존재다. 우주적인 존재를 가지고 있으면서 항상 새롭게 변화하는 존재이면서 한곳에 머무르려고 하고, 자신의 존재를 제한하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슬픈 특성이다. 얼마 전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희망의 인문학 강좌' 소식이 사람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한 적이 있다. 노숙자들은 인문학 강좌를 듣고 나서 삶의 자신감을 찾았다고 한다. 한 노숙자는 "겉으로 나의 환경이 바뀐 것은 없지만 내면은 자신감으로 넘쳐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철학과 인문학을 통해서 인간은 자신의 우주적 존재에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깊은 성찰과 경험을 통해서 꿈을 짜는 단계에 진입하면 현실과 가까워진다.

꿈을 짜기 위해 나는 적어도 10년 이상 준비를 했고 최근 3개월 동안 세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위험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끊임없이 돌려 보았다. 그리고 나서 "됐다"는 생각이 든 순간, 행동에 옮겼다. 꿈을 짜는 것은 '철학'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철학을 통해서 '짜는 행위'가 의미 있는 행위인지, 논리적 결함은 없는지, 비전은 있는지 검증할 수는 있다.

이번 결단에서 철학에게 또 한 번 큰 빚을 졌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09-04-0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럭무럭 자라고 있네요 ^^
응원합니다. 제게도 힘이 되네요.
저도 오월이면 백수가 되고 여행을 홀로 떠나는데 많이 두렵습니다.

승주나무 2009-04-09 21:17   좋아요 0 | URL
네.. 최근의 사진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있는 게 저 사진밖에 없어요.. 힘이 되었다니 기분 좋네요~~

드팀전 2009-04-0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 잘 짜여지길...아이도 건겅하게...^^

승주나무 2009-04-09 21:18   좋아요 0 | URL
드팀전 님~ 감사합니다. 나를 지켜봐주시는 목격자이자 증언자이신...^^

글샘 2009-04-09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됐다"는 순간을 넘기셨군요. ^^
정말 잘 짜여진 꿈이 실현되시길...
아기와 꿈을 함께 펼치는 봄이 되시길...

승주나무 2009-04-09 21:18   좋아요 0 | URL
"아, 됐다"는 순간이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착각인 상황을 몇 번 그려 보았고 괴로웠습니다. 이것이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착각이라도 할지라도 많이 괴롭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마늘빵 2009-04-0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마을에도 속속 결혼소식과 아이소식이... ^^ 전에 축하드린거 같지만 다시 한번 축하해요. 그리고 용기와 과감한 결단에도 박수를! 저도 고민 중입니다. 가랑비 젖듯 계속 직장인화되어가는 제 모습을 보고, 힘이 점점 빠지고 있거든요. -_- 또 한번의 내 안의 합의점을 찾아야 할 시기입니다.

승주나무 2009-04-10 00:09   좋아요 0 | URL
네.. 멜기님은 걱정 안 되는데.. 아프 님하고 라주미힌이 좀 걱정되긴 해요~~ 라주는 사정권을 훨씬 벗어났으니.. 술먹을 기회도 마땅찮고 ㅎ
합의점을 찾느냐 투쟁을 하느냐 그것이 문제이지만 잘 하시리라 생각해요^^

2009-04-10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10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 김민기 1집 앨범의 타이틀 표지. <친구><길><아침이슬> 등의 노래가 특히 인상적이다.
 

시대가 간절히 원하던 노래, 노찾사와 장기하가 통하다


시대가 간절히 어떤 한 노래를 찾게 만드는 때가 있다. 말을 하지 못하게 하고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면 할수록 간절함은 더하다. 노래를찾는사람들(노찾사)는 이미 한 시대다. 어떤 노래가 이들의 서정을 따라갈 수 있을까? 스튜디오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진 서정이 아닌, 이웃들의 애환과 불만을 잘 담은 노래들은 이미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가 됐다. 노찾사는 그렇게 사람들에게서 사람들에게로 구전됐다.

노찾사가 왕성하게 노래를 짓고 활동하던 시기에서 약간 비켜갔던 시기에 태어나고 살았던 나는 그것이 '노찾사' 노래인지도 모르고 무수히 따라 불렀다. 특히 운동권 선배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잠들지 않는 남도>나 <임을 위한 행진곡>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같은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투쟁가' 중에서도 유난히 입에 착착 달라붙는 노래는 죄다 '노찾사' 노래였다.

'운동권 선배가 후배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노찾사 노래를 많이 불러야 한다'는 속설도 있었다. 대체로 노동가와 투쟁가는 과격하기 때문에 새내기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하는데, 감수성이 넘치는 노찾사 노래를 들려주면 곧잘 따라부르고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선배들은 노찾사 노래책을 따로 들고 다녔다. 노찾사는 이렇게 대학가에서 곧잘 '악용'(?)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TV나 연극에서 그때 그 시절을 환기할 때면 나오는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 역시 노찾사표 노래다. 통기타를 치고 목로주점에 앉아 장발으르 늘어뜨리고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에서 어김없이 노찾사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우린 노래 하나로 그 장면의 시대적 배경이 1970년~1980년대임을 알 수 있다. 

최근 현실은 노찾사가 탄생하기 직전의 상황과 많이 닮아 있다. 그것은 지금 불고 있는 '장기하 현상'을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음악을 듣는 형식은 레코드나 CD, 테이프 등에서 컴퓨터 음원다운으로 바뀌었지만, 리메이크와 복고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비슷하다. 이 현상을 주목한 시사IN>은 1968년과 2009년의 유사성을 분석했다. 1968년 즈음은 그야말로 1960년대 대중문화가 온통 복고와 퇴행으로 치닫던 때였다.


▲ 노찾사 공연 장면


영화계에서는 <미워도 다시 한번>으로 버림받은 미혼모, 아이 버린 죄 많은 어미의 눈물이 극장을 뒤덮었다. 신파의 부활이었다. 대중가요계에서는, 미8군 출신의 세련된 팝이 주도하던 전반기와 달리, 1965년부터 청승스러운 이미자의 트로트가 인기를 모으더니, 1967년부터는 배호가 남자 트로트를 주도하면서 끈적한 바이브레이션으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트로트의 부활이었다.
- 시사IN 81호, 이영미 "'막장' 한복판에서 새 샘물이 솟는다" 일부

대중예술 평론가 이영미는 앞선 글(시사IN 81호))에서 대중예술계가 복고와 퇴행으로 치닫는 때는, 대개 경제와 정치에 희망이 없는 시기였다고 분석했다. 박정희의 무리한 독재와 계획경제 기간이 끝나 이농민과 도시민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했고 권력은 부패에 젖어들었다. 대내외적 위기상황은 문화계에 복고와 퇴행이라는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이영미는 '그러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중예술계가 복고와 퇴행에 빠져 있을 때,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통기타와 청바지가 대변하는 청년 문화가 1968~1970년 즈음까지 뚜아에무아·트윈폴리오·한대수 등으로 이어졌고, 1970년을 넘어서면서 텔레비전의 인기 판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노찾사도 이런 분위기에서 탄생했고, 현재의 '장기하'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한민국 20대는 장기하라는 가수를 통해 드디어 '입'을 얻었고, 노찾사와 같은 오래된 '입'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지금 386과 20대는 장기하의 노래도, 노찾사의 노래도 함께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김민기의 노래에는 유독 '길'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제목이 많다. 이번에 선보일 <노찾사, 김민기를 노래하다>에는 <새벽길><길><천리길>이  포함돼 있다. (그림은 이희택의 연필 드로잉)



가요계의 '백석, 정지용'.. 노찾사의 뿌리 '김민기'를 찾아서

백석과 정지용은 월북 혐의를 받고 있는 작가라는 이유로 주옥 같은 작품들이 '판금'이라는 끈에 묶여 있었다. 이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노태우 정권이 끝난 이후의 일이다. 이 때 김민기의 작품들도 함께 쓸려 나왔다.  

시대를 대변했던 얼굴이기에 권력이 가장 두려워했던 존재다. 그래서 김민기를 '노래하지 않는 가수'라고 부른다. 잘 알려진 프로필을 따라가다 보면 국민적인 애창곡 <아침이슬>의 작사작곡자요,공연기획자요,현실변혁 운동가 김민기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6.25 전란에서 아버지 없이 태어난 10남매의 막내, 자신보다 너무 크고 무서운 손 위의 형들과 누나들이 직장이며 학교로 가버리고 나면 혼자 텅 빈 집을 지키며 막대기로 마당에 그림을 그리던 외로움과 공포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꼬마 김민기를 만나게 된다(김민기의 프로필, 유년과 관련해서는 장석주(시인, 문학평론가)가 쓴 글 <노래하지 않는 가수, 김민기>를 참조).

김민기의 음악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하 ‘노찾사’)의 뿌리입니다. 1984년, 노찾사 1집 음반을 내놓은 장본인이 바로 그였습니다. 그의 노래들은 줄곧 노찾사의 고향과도 같았습니다. 김민기의 음악은 대중음악의 한 분수령이자 대한민국 민중가요ㆍ저항가요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 <노찾사, 김민기를 노래하다> 소개글 일부

김민기에게 큰 빚을 진 노래문화집단 '노찾사'가 오는 10일과 11일 서울 홍익대 앞 롤링홀에서 '노찾사, 김민기를 노래하다'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한다. 특히 서울대 미대를 다녔던 김민기의 내적 자아를 탐색하기 위해 서양화가 이택희 화백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흑백으로 이루어진 이택희의 연필 드로잉은 김민기의 인생 여정을 생경하면서도 기묘한 분위기로 예민하게 그려낸다. 호흡이 짧고 얇은 인상을 지닌 토막들이지만 그 하나 하나 강렬하고 단단한 인상을 뿜어내며 흑백의 색채는 흑, 회색, 흰색의 경계를 넘나든다.

적막한 느낌, 금속성의 질감, 모든 색채를 침묵 속에 삼킨듯한 색상들이 단출한 형상을 깊이 품어 안고 있다. 이는 청춘의 대부분의 시간을 감시와 탄압 속에서 보내며 노랫말 하나하나를 수놓듯 정성을 들였던 김민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이번 공연 내내 영상으로 함께할 이택희의 연필 드로잉을 통해 김민기의 심경으로 다가가려고 시도해도 좋을 듯하다. 


※ 이번 공연의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인터넷 예매로 가능하며, 예매 시 2만2000원, 현장 구매시 2만5000원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노찾사 홈페이지와 노찾사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노찾사는 이번 공연을 위해 배포한 소개글에서 "
김민기의 음악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하 ‘노찾사’)의 뿌리"라는 사실을 밝히며 공연의 취지를 설명했다. 노찾사의 '뿌리찾기'는 비단 한 노래단체를 떠나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09-04-0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찾사라구? 난 오히려 '산울림'의 21세기 버전이란 생각을 했는데.
암튼 장기하 매력있어.^^

승주나무 2009-04-09 21:21   좋아요 0 | URL
이 글 쓰려고 어제 밤새 김민기, 노찾사 노래 들었어요.. 잠도 안 자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