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식씨의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를 읽고 우키요에에 대해 좀 알아보고 싶어 일본인 오쿠보 준이치의 <우키요에>를 읽었다. 

부제가 모네와 고흐를 사로잡은 일본의 판화인데 책 내용과 아무 상관이 없다.

이 책을 선택한건 일본인이 보는 우키요에의 역사와 관점인데 한국인인 이연식씨가 쓴 책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아 그다지 도움이 되거나 한건 없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일본인이 쓴 책이다보니 일본식 용어들이 해석되지 않고 굉장히 많이 그대로 쓰인다.

예를 들면 자시키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건 뭐지 하고 찾아보니 다다미다. 

문제는 이런 단어가 너무 많이 그대로 나와서 읽다가 단어검색을 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는 것. 

이건 사실 역자나 출판사에서 한국 독자를 배려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세심함이 좀 많이 부족했달까?

책 속에서 나름 좋았거나 인상적이었던 우키요에 몇가지 기록만 남기기로 한다.


우키요에에서 흔한 소재였던 미인도는 각각의 시대에 존재했던 여성미의 이상향을 그렸으므로 여성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우키요에 화가가 일단 그 시대 여성에 대한 이상적인 미인화 양식을 만들어내어 화단의 총아가 되면 당대의 다른 우키요에 화가들도 그 양식을 따라서 미인화를 그리는 것(52쪽)

그러나 어디에나 반항하는 인간은 있게 마련인것.

기타가와 우타마로라는 화가는 모델이 된 여성의 용모의 특징을 구분해서 그리고 있다. 또한 인물 표정의 미세한 차이와 손, 손가락의 움직임, 상반신의 동작 등의 차이를 통해 인물과 인물이 자리잡은 공간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림의 모델은 당대 최고의 오이란(상급유녀)인 오기야 하나오기의 막 목욕을 마친 모습이다.

흐트러짐없는 우아한 포즈, 아주 은밀하게 드러나는 유혹의 빛 등 미인화로서 손색이 없는 모습이다.



역시 우타마로의 작품인데 이 인물은 하급유녀의 모습이다. 앞의 최고 오이란과 다르게 목욕을 마친 뒤 뭔 가 칠칠치못한 모습, 고혹적이기보다는 뭔가를 계산하는 듯한 날카로운 눈매, 이쑤시개로 입을 찌르는 모습 등이 앞의 미인도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어쩐지 정감이 가지 않나? 하급유녀로서의 삶이 평탄할리 없을테고, 그 힘든 삶을 헤쳐나가는 어떤 의지와 힘같은게 배어나오는 분위기라 전형적인 미인도보다 오히려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마 위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올들조차도 자기 주장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우타마로 이후에 이런 미인도는 사라졌다. 

역시 거장은 따로 있는 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부키 배우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야쿠샤에라고 한다.

이 부문에서는 도슈샤이 사라쿠와 우타가와 도요쿠니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사라쿠는 한 때 우리나라의 김홍도였다는 얘기도 나왔던 그 화가다. (물론 신빙성은 그다지 없어보인다)

지금은 사라쿠가 도요쿠니라는 화가보다 훨씬 뛰어난 화가로 인정받지만 당대에는 오히려 반대였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야쿠샤에라고 하는 장르는 요즘으로 치면 인기 배우의 브로마이드라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개성을 과장하면서도 미화라는 조작을 절대 잊으면 안되는 것.

그런데 사라쿠는 '너무 닮게 그리려다 보니 오히려 진실이 아닌 모습이 되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배우를 그린 아래 그림을 보면 둘 중 어느 것이 사라쿠가 그린 그림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풍경화에서는 가쓰시카 호쿠사이와 우타가와 히로시게가 쌍벽을 이룬다.

둘의 그림체는 상당히 다른데 이 책에서는 호쿠사이의 풍경화를 구축적이고 이지적이라 표현하고, 히로시게의 작품은 스냅사진과 같은 느낌을 주면서 서정적이라고 표현한다.

대체로 이 표현은 맞다고 생각하는데 아래 그림들을 보면 그렇다. 




둘 중에 어느 것이 호쿠사이의 것인고 어느 것이 히로시게의 것인지 이 글을 보는 분들도 구분하실 수 있을 듯.....

다만 나는 히로시게의 그림도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것은 색감때문이다.

그라데이션 기법을 굉장히 능숙하게 사용하면서 서정적인 색감을 자랑하는 히로시게의 그림은 우키요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느낌이다. 


때로는 굉장히 장난스럽고 독특한 그림도 있다. 



앞에서 미인도로 유명했던 기타가와 우타마로의 <요괴가 나오는 꿈>이라는 작품인데 만화의 말풍선이 벌써 저때부터 활용되고 있는게 재밌다. 

심지어 저 말풍선의 내용은 "밤에 또 가위에 눌리게 해주어야지." " 어머니가 깨우지 않았더라면 더 괴롭힐 수 있었을 텐데."란다. 

이 그림은 단품이 아니고 꿈에 요괴를 보고 무서워하는 아이를 주제로 다룬 <악몽집>이라는 시리즈물 중 한 점이라고 하니 우키요에의 소재 범위가 정말 광범위했음을 보여준다.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보기와 달리 좋은 사람>이라는 작품이다. 사람의 인체로 사람을 표현한 발상이 정물로 사람을 표현했던 이탈리아의 화가 아르침볼도와도 닿아있다. 

서양이든 동양이든 이런 독특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고, 그로써 예술이 풍부해지고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힘을 발휘하는 듯하다. 


이런 우키요에 작품들은 대량생산성으로 인해 그렇게 비싸지 않아 일반 서민의 집에도 우키요에 한두점쯤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에도에 다녀오는 사람들은 우키요에 여러장을 사서 기념품으로 다른 선물과 함께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하니 그 대중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예술이 에도 시대가 끝나고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카메라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 역시 근대화로 인해 얻은 것과 잃은 것들이 있을 테고 그 잃은 것 중의 하나가 우키요에인듯하다. 

서양에서 인상파들이 우키요에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과는 별도로 일본에서는 우키요에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마지막 보너스 그림은 아리따운 고양이 아가씨다.



우타가와 구니요시, <고양이의 뱃놀이>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2-06-25 22: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자시키가 다다미군요. 상급유녀와 하급유녀 그림이 한눈에도 대비되네요. 햐아. 우타마로.
“보기와 달리 좋은 사람”도 흥미롭네요.
다른그림도 모두 소개 고맙습니다 ^^

바람돌이 2022-06-25 23:16   좋아요 5 | URL
이 책 살짝 좀 재미없어요. 이연식씨의 우키요에 유혹하는 그림이 저는 더 좋더라구요.
두 책이 내용이 거의 겹치는데 그래도 또 서술하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보니 보충정도의 의미로 봤어요.
도판이 좋으니까 그림보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

그레이스 2022-06-25 23: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호쿠사이의 우키요에는 여기저기서 많이 봤어요. 주로 파도! 두 작가를 비교해주시니 구분이 가네요^^

바람돌이 2022-06-27 09:31   좋아요 2 | URL
저도 두 사람을 같이 보니 확 비교가 되면서 쉽게 구분이 가더라고요. 요즘 우키요에 관련 책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건 역시 재밌네요. ㅎㅎ

mini74 2022-06-27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연식작가님 책은 도서관에 있어서 우키요에만 샀어요. 글씨가 커서 좋네요 바람돌이님 ㅎㅎ 오이란 관련 영화나 만화책들도 많더라고요~ 고양이가 역시 최곱니디 ㅎ

바람돌이 2022-06-27 09:33   좋아요 2 | URL
산다면 전 이연식씨 책을 추천하겠지만.... ㅎㅎ 금방 읽어요. 저도ㅠ지금 다른 책들을 또 찾아보고 있습니다. 미니님 같이 읽으신다니 더 힘이 뿜뿜... ^^

레삭매냐 2022-06-27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웅 저도 에도에 갔을 적에
우키요에 한 점 땡길 걸 그랬
습니다.

근데 어디에서 파는지 모르니...

바람돌이 2022-06-27 11:51   좋아요 2 | URL
저도 몰라요. ㅎㅎ 그래서 우키요에 미술관에서 엽서랑 츠타야서점 가서 호쿠사이 화집만 사가지고 왔다죠. ㅎㅎ

희선 2022-06-28 0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으로 사람을 그리다니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이 보이는군요 가위 눌리는 아이 그림도 재미있네요 아이는 무서울 테지만... 마지막 고양이도 좋네요 이런 그림이 아주 사라지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그때 그림이 남아 있기는 하겠지만...


희선

바람돌이 2022-06-28 10:30   좋아요 2 | URL
지금은 이런게 일본 만화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문화는 사라지는듯해도 그 영향력은 항상 오래 가더라구요.
 

아침부터 약간 우울


우울한 이유는 어제 저녁엔 남편이 일이 있어 혼자 집앞에 운동하러 나갔다가 길이 약간 높아지는 지점에서 발이 걸려 넘어졌다.

앞쪽으로 넘어지면서 허벅지에 힘이 안들어가니 1차로 무릎 찍어서 까지고,

팔로 몸을 짚었으마 역시 팔뚝에 힘이 안들어가니 팔꿈치 찍어서 까지고 꺾이면서 

얼굴까지 땅바닥과 영접! 하...... 이 순간들이 내 의식속에서는 무슨 슬로우비데오 찍듯이 전개되는 거다. 진짜 깊은 한숨이다.

얼굴은 안경 덕분에 살짝 까지고 대신 안경 한쪽이 갈려 나갔다. 

아 젠장 이 안경 다초점 렌즈라서 내 기준 엄청나게 비싸다. ㅠ.ㅠ

씨xxxxx 욕이 막....

문제는 그 다음. 일어날 수가 없는거다.

그래도 우리 주변에는 친절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지나가던 젊은 부부가 양쪽에서 잡아서 일으켜주셨다.

겉보기에 멀쩡한 사람이 너무 힘줘서 자기들을 잡아서 얼마나 당황했을까? ㅠ.ㅠ

물론 주변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멈춰서 나를 쳐다보고 괜찮냐고 묻는 바람에 좀 부끄러웠다. 


집에 돌아와서 앉아 있는데 눈물이 막 나는거다.

아픈 사람들이 우울해지는게 이런 과정이구나 싶기도 하다. 

지금 일주일에 2-3차례 병원에 가야 하는거 말고는 일상이 바뀐게 별로 없어서 나름 난 멘탈 관리도 몸관리도 잘하고 있다고 굳건하게 믿어 왓었는데 한순간에 이렇게 무너지기도 하는구나 싶어 좀 우울해졌다. 

오늘 아침에는 그래서인지 영 의욕이 없어서 아프고 난 이후로 별 일 없는데 처음으로 운동을 빠졌다. 


오후가 되니 아침 운동을 빼먹은게 더 우울해지네.

마음보다는 몸이 우울해지는거 같다. 

좀 있다 해 좀 까부러지면 다시 나가야지.

넘어질걸 두려워해서 운동 안하면 몸은 더 나빠질거고..... 

넘어지면 그렇게 주변에서 일으켜주는 사람이 또 누군가가 있을 것이고, 그런 도움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지 도움받는걸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것. 다른 삶의 장면에서는 너 또한 돕는 사람으로 존재하잖니.

하 이거 내가 힘든 아이들한테 늘 하던 말인데 이걸 나한테 적용하니 영 어색하지만 

남에게 하는 말이 곧 나에게 하는 말이라는걸 명심하고.... 


내가 걷는 공원 길 중에 제법 긴 데크 길이 있다.

이 동네가 나름 핫플이라서 카페촌 따라 형성된 길인데 아침에 마지막 코스로는 항상 이 데크길을 마지막 숨을 고르며 천천히 산책하듯 걷는다. 저녁에는 남편과 데이트하듯이 걷고...  ㅎㅎ

어제 아침에는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바람에 밖에 나온 사람이 거의 없어 벚나무 울창한 데크 반영사진이 예쁘게 나왔다.







댓글(38)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얄라알라 2022-06-25 19: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놀라셨겠어요...산책나가셨다가.당황스럽고 아프시고...동네에서도.방심하면.늘.다니던 길에서 다칠수 있더라고요 안경도 망가지고,얼마나 우울하셨을까요.....에공..따뜻한 밀크티라도 드시며.마음도 다치신.팔꿈치랑.무릎이랑.따뜻하게...

바람돌이 2022-06-25 22:17   좋아요 3 | URL
따뜻한 커피 마시면서 힐링하고 있습니다. 밀크티는 안좋아해서..... ㅎㅎ 안경은 새로 가서 했는데 다행히 바꿀때가 되긴 했어요. 그래도 또 거금을 들여야 해서 속이 쓰리네요. ㅎㅎ위로 감사합니다. 오늘은 딸과 저녁운동 갔다왔는데 돌아올 때 비가 막 몰아쳐서 흠뻑 젖어서 왔어요. 그것도 또 나름 즐겁네요. ㅎㅎ

프레이야 2022-06-25 1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ㅠㅠ 조심해야 됩니다. 한순간입니다.
골절 아니어서 천만다행이예요. 위로 안 되는 말이란 거 알아요. 에고 얼굴까지 ㅠ
발 아래 잘 보고 디뎌야 합니다. 비 와서 축축한 길도 조심조심. 퇴화현상라고 하더라구요. 인정하기 싫어도 어쩔 ㅠ 도와주는 사람들 정말 고맙지요. 오늘은 패스하지 또 나가셨군요^^ 벚나무랑 데크길 아래 어딜까요~ 회동수원지 같기도 하고요.

바람돌이 2022-06-25 22:20   좋아요 3 | URL
지금 넘어진게 4번째인데 작은 충격에도 너무 쉽게 넘어져서요. 그래도 이번에는 뒤로 넘어진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뒤로 넘어지니까 뒷머리를 그대로 박게 되더라구요. ㅎㅎ 얼굴은 안경덕분에 약간 긁혔을 뿐 무사합니다. ㅎㅎ 지금은 표도 안나요. ㅎㅎ
아 저 벚나무 데크길은 온천천이에요. 회동 수원지 말씀하시니까 아 거기 또 가고싶네요. 오리 백숙도 먹고 말이죠. ㅎㅎ

프레이야 2022-06-26 08:09   좋아요 4 | URL
온천천 맞군요. 처음에 거긴가 싶었는데 ㅎ 친구가 그 동네 살아서 같이 걸은 적 있어요. 벚꽃잎 날릴 때 카페 테라스에 앉아 보면 좋더군요. 근데 그 친구도 자주 툭하면 넘어지거든요. 그래도 골절상은 아직 없으니 다행이고 신기하기도 하다고 ㅎㅎ 전 잘 안 넘어지는데 단번에 팍 이러구요. 이게 다 퇴화 증상이래요. 이제 트라우마 생길 듯요. 항상 조심하자구요 님.

바람돌이 2022-06-25 23:18   좋아요 1 | URL
이쪽이 아파트촌이다보니 주거인구가 많아요. 저는 순전히 온천천 때문에 이동네를 못떠나고 지금 20년째 살고 있어요. 이사도 온천천 저쪽에서 반대쪽편으로 이런 식으로요. ㅎㅎ 항상 조심하면서 건강하게 살아요. 프레이야님 다리는 다 낳으셨는지도 궁금하네요.

프레이야 2022-06-26 13:56   좋아요 2 | URL
그 동네 참 좋지요. 전에 자전거도 탔어요. 온천천 따라 아래길로요. 전 이제 겨우 디뎌요. 두 발로 잘 걸으려면 최소 일년은 지나야될 것 같아요. 그때 금속제거수술 하고 다시 재활하고요. 절뚝이며 조금 걷고 수업은 다리 뻗고 앉아서 하고요. 평소 아무것도 아닌 동작에 에너지 엄청 들어요. 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지요. 바람돌이 님 일요일 잘 쉬세요~~^^

파이버 2022-06-25 20: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ㅜㅜ 많이 놀라셨겠어요... 그래도 도와주신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부슬부슬 내린 비 덕분에 데크에 나무들이 비쳐 아름답습니다

바람돌이 2022-06-25 22:21   좋아요 5 | URL
여기가 워낙에 동네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곳이라서 지나가는 분들이 많아요. 다들 도와주시고 괜찮냐고 계속 물어주시더라구요. 고마우면서도 좀 부끄러웠어요. ㅠ.ㅠ

단발머리 2022-06-25 2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에고,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다치신 것도 안타까운데 안경도 망가지셨다니 속상하셨겠어요.
근데 올려 주신 사진은 엄청 초록초록해서 마음까지 환해지네요. 얼른 회복하시고 상처도 잘 아무시길 바래요.
도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저도 마음에 새겨둘게요....

바람돌이 2022-06-25 22:22   좋아요 4 | URL
근데 역시 몸을 움직여야 우울함도 빨리 가시나봐요. 나가서 딸하고 낄낄거리면서 한바퀴 돌고 왔더니 많이 좋아졋어요. ㅎㅎ 도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썼는데, 생각해보니 도움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마음이 더 정확한 표현인거 같아요. 부끄러워하지 말고 감사하자. 나 역시 누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 각자 다른 영역에서 서로 돕는거다 뭐 이런 마인드? 물론 순전히 제 생각일뿐이지만요. ㅎㅎ

얄라알라 2022-06-26 18:01   좋아요 2 | URL
저는 바람돌이님께서 올려주신 사진 보고 첫 생각이, 솔직히....

초록초록 아름답다 보다

흠. 바닥 미끄러운 신발 신고 가면 안 되겠다. 미끄럽겠다. 였습니다
^^:;;; 몸을 엄청 사리는.

바람돌이 2022-06-27 10:26   좋아요 0 | URL
얄라님 아 저기 데크 별로 미끄럽지 않아요. 여기는 동네 공원이라서인지 구청에서 진짜 굉장히 신경 많이 쓰고 관리 열심히 하는.... 그래도 항상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는 기본으로 장착하고 나가고 있습니다. ㅎㅎ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몸을 사리는 것이 자신과 주변 모두를 위해서 훌륭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

청아 2022-06-25 20: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에가서 눈물 났을것 같아요ㅜㅜ
그럴땐 낯선 사람의 도움이
참 크고 고맙게 여겨지죠.
사진에 담으신 저 예쁜 길이
바람돌이님의 앞날을 응원하는
느낌입니다.^^*

바람돌이 2022-06-25 22:24   좋아요 4 | URL
산책을 하다보면 눈에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정말 많아요. 항상 든든하게 서있는 느티나무라든지, 벚꽃이 지고도 여전히 아름다운 산책길을 보여주는 데크길이라든지, 잡초가 너무 많아서 저거 싹이나 트겠나 싶었던 코스모스들이 힘차게 올라오는 모습이라던지.... 작은 모습들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그런 사람이 돼가는듯도 합니다. ㅎㅎ

coolcat329 2022-06-25 22: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순간 많이 놀라셨겠어요. 지나가던 사람이 있어 다행이었네요. 도움은 돌고 도는 것이니 도움 받아야 할 때는 감사히 받으시고 또 내가 도울 수 있을 때 도와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운동하실 때 더 조심하시고 힘내세요!

바람돌이 2022-06-25 22:25   좋아요 4 | URL
쿨캣님 말씀이 맞아요. 저도 알고는 있는데 순간 순간 아 내가 왜 이러나 싶어 좀 서러워지는 것도 어쩔 수 없네요. 걱정해주신대로 더 조심해서 다치지 않도록 할게요. 위로와 응원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6-25 23: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몸이 아프면 마음도 위축되는거 같아요 ㅜㅜ 크게 안다치셔서 그래도 다행입니다~!! 안경값이야 책 몇십권 샀다고 생각하시고 도서관에서 읽고싶은 책 빌려보시면 될거같아요 ^^

바람돌이 2022-06-25 23:15   좋아요 6 | URL
네 책이 몇십권 맞네요. ㅠ.ㅠ 그렇게 생각하니까 더 속쓰리잖아요. 새파랑님 미워요. 엉엉~~~

얄라알라 2022-06-26 18:00   좋아요 4 | URL
^^ 역시 책 좋아하시는 새파랑님, 따스한 위로의 말씀에도 책이 등장합니다요 ㅎ

새파랑 2022-06-26 18:09   좋아요 4 | URL
북플이 그래도 독서 사이트니까 책 이야기가 자연스러운거 같아요 ^^

페넬로페 2022-06-25 23: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많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예요, 바람돌이님!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시고 이런 일을 아픔에 연관시키면 맘이 좋지 않고 당연 우울해지죠. 푸른 잎이 무성한 벚나무와 데크길이 넘 좋네요. 저 길 계속 걸으며 건강 더 챙기시길 바래요. 바람돌이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서로 돕고 도움을 받아야하는 존재예요^^

바람돌이 2022-06-25 23:23   좋아요 5 | URL
저기 벚꽃피는 계절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도 힘듭니다. 물론 그 때는 제가 또 직장 나갈때여서 사람없을때 나가서 찍지도 못했지만요. ㅎㅎ 말씀하신대로 열심히 걷고 건강 챙겨서 빨리 건강해지도록 할게요. 위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6-25 23: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데크길 너무 예뻐요.
저도 새벽에 그렇게 넘어져본적이 있어서 어떤 느낌인지 알아요 ㅠ
한동안 길에 누워서 못일어났어요.
새벽이라 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덜 창피하다는 생각이 먼저고, 나중에야
머리 안다친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그다음엔 우리나이엔 뼈도 안붙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바람돌이님 여기저기 쑤시고 후유증 있으실텐데 빨리 회복되시길 바래요!

바람돌이 2022-06-25 23:28   좋아요 4 | URL
새벽에 사람없을 때 넘어지면 진짜 큰일일듯.... 창피한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ㅠ.ㅠ
넘어진 자리는 뭐 쑤시지는 않고요. 타박상으로 인한 멍만..... 그래서 뭐 회복이랄것도 없는....
위로와 격려 감사합니다. ^^

hnine 2022-06-26 07: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나이들면서 아픈것을 더 두려워하게 된 이유가, 몸이 아픈 것도 그렇지만 저의 강하지 못한 멘탈이 그 상태를 잘 견딜 자신이 없어서인것 같아요. 마음이 지레 겁을 먹고 우울해지면 그걸 더 못견뎌할것 같아서요.
그건 저 같은 사람 얘기이고, 바람돌이님은 꼭 이겨내실거예요.

바람돌이 2022-06-27 10:29   좋아요 1 | URL
몸이 아픈건 마음이 아픈게 따라오는듯요. 그래서 진짜 멘탈관리가 중요한거 같아요. 요즘 그걸 몸으로 느끼네요. ㅎㅎ 멘탈관리는 혼자서 되는게 아닌거 같아요. 역시 사람. 저는 주변에 제 감정을 잘 표현하는 편이라, 가족들에게도 오늘 내가 느꼈던것들, 그래서 자꾸 말도안되는 과장된 생각이 막 들고 하던 것도 다 얘기해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잠시 이상해지더라도 그냥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그러면 금방 다시 돌아온다고요. 그렇게 얘기하고 나면 또 웃으면서 키득거리게 되고 뭐 그러면서 이겨나가는거 같아요. ^^

라로 2022-06-26 12: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말 존경스러운 바람돌이님! 저라면 포기하고 집에서 울기만 하고 이런 글을 올릴 생각도 못하고 좌절하고 그러고 있을텐데 바람돌이님은 다시 일어나시고 또 비오는데도 운동하러 가시고,,,, 암튼 그래도 늘 조심하시고 혼자 운동하러 가시는 건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주변에 친절한 사람이 많지만요. 바람돌이님 화이팅!!! 넘 멋지세요!!!👍

바람돌이 2022-06-27 10:32   좋아요 1 | URL
혼자서 못걷는건 아니고요. 넘어졌을 때가 문제인데 지금 몸으로 아 내가 어떨 때 넘어지는구나 학습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운동할 때도 자세나 발걸음 바닥 상태 항상 조심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하루 이틀도 아닌데 늘 누구에게 기대서 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ㅎㅎ
이곳에 이런 글을 올리는건 역시 라로님처럼 따뜻한 분들이 위로를 해주시니까요. 그런 위로들이 또 저를 힘나게 하는걸요. 저는 지금 위로가 필요한 상황이니까 많은 사람에게서 위로받고 힘 뿜뿜 내고 싶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6-26 12: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라셨겠습니다ㅜㅜ
저는 집안에서 핑~ 어지럽더니 눈 뜨니까 바닥에 얼굴 깔고 누워 있더군요. 얼굴이랑 팔에 멍이 들었는데 그 멍이 정말 오래 가 얼굴이 아프고 시퍼래서 부끄러워 외출도 못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ㅜㅜ
넘어지는 건 한순간이더라구요.
집 밖이든, 집 안이든 정말 조심해야 겠더라구요. 타박상, 골절상 정말 위험하고 아찔합니다.
특히 비 오는 길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따님이랑 같이 운동 나가신 건 잘하셨어요.
가족분들 중 한 명은 꼭 같이, 데이트 산책하시길요^^
빨리 회복되시어 더 씩씩한 바람돌이님 뵙고 싶어요.
온천천 주변에도 저렇게 좋은 풍경을 지닌 곳이 있었군요. 지난 주말에 해운대 잠깐 다녀왔었는데요....부산도 다시 보니 풍경이 참 아름답더라구요. 좋은 곳이에요.
좋은 풍경 많이 보시고, 풍경 영양제 효과 곧 나타나시길요^^

얄라알라 2022-06-26 18:00   좋아요 5 | URL
책읽는나무님께서도 집안에서 다치신 적 있으시네요...에공.
친구는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새벽에 화장실 이용하다가 앞니를 다 깨뜨린 적이 있어요...

다들 조심해야겠네요.

˝풍경영양제˝ 이 단어, 듣자 마자 좋아졌어요.
바람돌이님! 책읽는나무님께서 멀리서 보내주시는 처방, 받으셔서 어여 나으세요. 안경문제도 잘 해결하시기를^^

책읽는나무 2022-06-26 18:16   좋아요 3 | URL
에궁..ㅜㅜ
정말 넘어지는 건 한순간입니다ㅜㅜ
넘어져도 골절이나 2차 부상을 방지하려면 무조건 허벅지 근육이랑 엉덩이 근육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더라구요.
바람돌이님 열심히 걸으시는 건 참 잘하고 계신 것 같아요.
얄라님처럼 뛸 수 있음 더 좋겠지만 뛰는 건 잘 못해서 저도 걷기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바람돌이 2022-06-27 10:35   좋아요 4 | URL
억 나무님 병원은 가셨어요. 넘어진것도 문제지만 어지러워서 넘어진 건 꼭 병원가셔야 할 듯요. ...
오늘 아침은 운동하러 나가다가 갑자기 비가 미친듯이 퍼부어서 그냥 들어왔습니다. 부슬부슬 내릴 때는 나가려고 했는데.... ㅎㅎ
풍경영양제 효과 좋네요. 열심히 걷다보니 진짜 눈에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지금은 나비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 내가 이런 것도 잘 못보고 살았구나 싶기도 하구요. 저거 싹이나 트겠나 싶던 코스모스들이 잡초들과 진짜 질기게 싸우면서 같이 쑥쑥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구요. 뭐 또 아픈 덕분에 제가 이렇게 여유롭게 생활하는구나 싶으니까 그것도 또 나름 좋은점이기도 하구요. ㅎㅎ

바람돌이 2022-06-27 10:37   좋아요 4 | URL
얄라님 풍경영양제라는 말 참 좋죠. 나무님 센스 만점입니다. ㅎㅎ
안경은 돈들이면 되는거라 뭐 지금은 속 쓰리지만 지나면 잊어먹는걸요. 그래서 혹시나 다시 넘어질 때를 대비해서 운동할 때는 지금 갈아먹은 헌 안경을 꼭 쓰고, 새 안경은 소중히 쓰는걸로요. ㅠ.ㅠ

2022-06-28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6-28 10:34   좋아요 0 | URL
스콧님 위로에 마음 촉촉
감사합니다. ^^
알려주신거 병원에 물어볼게요.

희선 2022-06-28 0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며칠 지났지만 넘어진 일 조금 생각나기도 하겠습니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비 올 때나 비 온 뒤에는 발밑 더 잘 보고 걸어야겠습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지고 안 좋지요 바람돌이 님 마음 잘 챙기세요 저 길 예쁘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6-28 10:35   좋아요 1 | URL
네 희선님
마음 잘 챙기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도록 노력할게요. 감사합니다
 

이해하시겠지요, 선장님? 즉 무생물진화가 시작되었다는 뜻이지요. 기계 장치의 진화 말입니다. - P175

함교에 있는 어느 누구도 움직이거나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복수심에 가득 찬 만족감을 느꼈다. 그 감정이비이성적이라고 해서 강도까지 약한 것은 아니었다. - P224

만일 호르파흐가 앞에 서 있었다면, 지금 당장 모두 말해 버렸을 것이다.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른 정복‘이나 ‘용맹스러운 인간의 생존‘, 사지로 보내져 목숨을 잃은 동료들을위한 복수심, 이것들이 얼마나 웃기고 황당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는 그냥 경솔했고, 우리가 가진 캐넌포와 센서에 대한 자만으로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에 대가를 치르고있을 뿐이다. 우리의, 순전히 우리만의 잘못이다. - P252

인간과 비슷하거나 이해 가능한 것만을 추구하라는뜻이 아니라, 인간의 몫이 아닌 일, 즉 인간과 관계없는 사안에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우주의 빈 공간은 차지해도무방하지만, 수백만 년 동안 이미 생존의 균형을 이루어 실재하는 대상을 공격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방사력과 물질력을 제외하고 누구한테도,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이 행성의 활발하고 적극적인 존재는, 동물이나 사람이라고 불리는단백질 복합체와 비교해서 월등하지도, 그렇다고 열등하지도 않다. - P253

모든 것이, 모든 장소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야. 그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 P316

 흐릿한 하늘을 배경으로 쏟아지는 불빛 속에서자기 자리를 지킨 채 우뚝 서 있는 우주선은 너무도 장엄하였으므로 단연 무적호라고 할 만했다. - P3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우키요에 화가가 일단 그 시대 여성에 대한 이상적인 미인화 양식을 만들어내어 화단의 총아가 되면,
당대의 다른 우키요에 화가들도 그 양식을 따라서 미인화를 그렸다. - P52

호쿠사이의 풍경화가 구축적이고 이지적인 것과 달리 히로시게의 작품은 스냅 사진과 같은 느낌을 주며 서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 P79

하지만 우키요에 초상화는 이런 초상화들과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우키요에에서는 모델의 외양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에 눈코입과 같은 부분의 특징을 강조하여 인상으로 모델을 상기시켰다. 이러한 의미로 보자면, 헤이안 · 가마쿠라 시대에 발달한 니세에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니세에가 모델인 덴노나귀족의 용모에서 반드시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는 개성을 거리낌 없이 과장한 것과 달리 우키요에는 얼굴의윤곽 속에 조화를 이루어 그려 넣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 P66

샤라쿠가 두꺼운 화장으로 얼굴을 가리고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맨 얼굴을 까발렸다면, 도요쿠니는 어디까지나 당시 사람들이 인기 배우들에 관해 떠올렸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미화를 빠트리지 않았다. 우키요에루이코』에서 샤라쿠에 대해 "너무나 닮게 그리려고해서 오히려 진실이 아닌 모습이 되었다"라는 부분의
‘진실이 아닌 모습‘이란 당시 가부키 팬들이 배우에 대해 지녔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배우 초상화는 오늘날 인기 배우의브로마이드와 비슷한 구실을 했으니 샤라쿠와도요쿠니 중 어느 쪽의 그림을 사람들이 더 좋아했을지는 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 P77

또한, 구사조시의 삽화나 야쿠샤에에 묘사된 서민의집에는 마쿠라에 병풍에 야쿠샤에 따위가 곧잘 붙어 있다(도판 58>), 조난을 비롯한 에도의 서민, 혹은 그날그날 먹고 살았던 하층민도 우키요에 판화를 살 수있었다. 오늘날 영화배우의 브로마이드로 방을 꾸미는것처럼 에도의 서민들은 우키요에 화가가 인기 배우를그린 니가오에로 집을 꾸몄다. - P190

가에이 원년에 나온 우타가와 사다히데의 <후지산 기슭에서 행한 몰이사냥>(<도판 51>과 같은 히트작은 단기간에 장당 8천 매를 팔았다. 『세이추기시덴은 한 장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물이니 합계40만 8천 장이나 팔았던 셈이다.
오늘날 기준으로는 그리 대단한 숫자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대부분 에도 안에서 판매한 수치이다.
당시 에도 인구가 백만 명이었으니 오늘날 도쿄도의 인구로 환산하여 계산하면 판화 한 점을 약 백만 장이나찍어 판매했다는 터무니없는 노릇이 된다. 이전 장에서에도 말기의 우키요에 판화가 보도적인 성격을 강화했다고 했는데, 이 정도로 팔렸던 것은 활발한 시장과 여기에 신속하게 대응했던 호리와 스리의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P20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6-25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5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고로 좋은 글이란 끝부분 마무리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자신없는 말투라니....아무도 공감해주지 않을 거 같아서....)

어쨌든 내생각!

예전에 좋아하던 만화들 중 와 너무 재밌어. 천재야 이러고 열광하면서 보다가 마지막회에서 그 열기 전체에 확 찬물을 끼얹어버리는 수습불능형 잔반처리 불가능형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냐하면 윌리엄 트레버 이 사람 진짜 이야기 끝문장 만들기의 천재다.

별거 아닌 이야기를 쭈욱 늘어놓는데 아 심심해, 도대체 이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는 뭐야 하면서 하품하며 책 보다가 이야기가 마지막에 이르는 순간 아! 하면서 이 주옥같은 문장은 뭐지? 내가 심심해하던 순간들을 이 사람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묘사한단 말이야? 하면서 소설을 다시 찬찬히 되짚어보게 한다.

그 때 보이는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결국 사건과 사물과 사람을 보는 눈이다. 

얼마나 깊이있게 진심으로 사건과 사물과 사람을 즉 세상을 대하는가? 

그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이야기 <고인 곁에 앉다>에서 에밀리는 자신이 아니라 말을 기를 수 있는 땅을 가진 자신을 사랑했던 남편의 주검 앞에 있다. 그저 병에 걸려 죽었을 뿐.... 지역의 종교단체 사람 둘이 와서 에밀리 홀로 지내는 밤을 위로한다. 간간히 에밀리는 남편과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아주 흔한 이야기....비록 앞에 앉은 종교단체 사람들은 에밀리가 고인의 흉을 보는 듯하여 당혹스러울지 몰라도 이야기 자체는 특별할게 하나도 없다. 얼마나 많은 부부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사느냐 말이다. 

그러나 새벽이 밝아오고 이야기는 끝나고, 종교인 여성들은 돌아가고 이제 에밀리가 혼자 남는 시간이다.


에밀리는 조금 더 앉아 있다가 커튼을 걷었고, 하루가 밀려들었다. 그날 밤이 불러낸 유령이 이곳에 있었다. 한때 그녀 자신의 모습으로.(28쪽)


이 짧은 단편의 마지막 3줄은 소설을 완전히 반전시켜 버린다. 죽은 남편의 흉을 보며 넋두리하던 그저 흔한 여자 에밀리는 사실은 껍질을 벗고 있었음을, 비록 남편이 다 말아먹어 땅이 없을지라도 오늘의 에밀리는 어제의 에밀리가 아님을. 이제 에밀리에게는 그것이 어떤 형태라 할지라도 에밀리 자신의 삶이 기다리고 있음을, 유령은 이제 떠났음을 이토록 짧은 문장에서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해버리는 작가 윌리엄 트레버는 정녕 뭐지? 위대한 작가 맞구나....


단편 <전통>에서는 명문 기숙학교를 둘러싼 잡다한 전통들이 이리저리 등장하고 비웃음당하고, 소년들에 의해서 은밀하게 신봉되고 하지만 진짜 전통이 무엇인지는 글의 마지막 문장에 가서야 드러난다. 또한 그것은 기숙학교가 존재하는 한, 소년들이 이곳을 거쳐가는 한 언제나 어디서나 은밀하게 존재하고야 말 전통이며, 그래서 살짝 얼굴 붉히며, 사는게 그런거지, 아이들은 다 그렇게 크는 거라고라고 수긍하게 된다. 


<그라일리스의 유산>은 책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다. 잘나가던 은행원이 책이 좋아 지역도서관 분관을 맡는다. 수입이야 이전과 비교할 수 없으므로 아내는 당연히 싫어한다. 그런데 이 곳에서 책을 빌리러 오는 여성을 만나고 둘은 자주 만나 같이 책얘기를 한다. 그녀의 집에서 만나는 둘의 모습은 남들에게 보일 때는 불륜이겠지만, 책 좋아하는 나같은 이가 보면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녀가 커피를 내오고 둘은 내리는 비나 차가운 봄의 햇살을 함께 바라보고 그리고 책속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래서 마지막의 순간


비밀의 그림자 속에 겨울 꽃이 흩어져 있었고, 기만이 조용한 사랑을 기렸다.(120쪽)


제대로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고, 같이 해본 것이 너무나 적은 끝나버린 사랑에 대한 이토록 아름다운 조사(弔詞)를 본적이 없다. 기만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아름답게도 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런 사랑의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이야기는 마지막 단편이자 표제작인 <밀회>에서도 반복되는데 쇼윈도에 비치는 연인들의 마지막 포옹을 기가 막히게 아름답게 묘사한다. 흔한 불륜이 그 장면 하나로 세기의 사랑이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언어가 가지는 힘이 무엇인가를 절절히 깨닫게 하는데 만약 윌리엄 트레버라 이런 불륜에 대한 소설을 좀 더 많이 썼더라면 나라도 멋진 불륜을 찾아 어디 거리로 헌팅을 나가지 않을까?


모든 이야기들이 마지막 순간을 예비하고 그려지는 것만은 아니다.

다른 결로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저녁 외출>이다. 데이트 업체 매칭을 통해 만난 남녀의 저녁모습에 대한 스케치 같은 단편이다. 혼자 사는 여성이 이 만남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우정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공감받고 호감이 가면 저녁식사를 함께하기도 하고.....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각자 하고 싶은 또는 할 수 있는 말만 하며 빙빙도는 하루 저녁의 외출은 문장의 처음부터 끝까지 외롭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읽어가다보면 책속의 단어들이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모든 말이 외로워 외로워로 치환되는 듯한 느낌. 그래서 주인공 여자를 꼭 안아주고싶은 느낌이다.


많은 단편들 중 어느 것도 윌리엄 트레버가 삶이 편하고 좋은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없다.

산다는 건 외롭고 쓸쓸하고 고독하다. 또한 누구든지 은밀한 비밀 하나쯤 꼭꼭 숨기고 있으며 그로 인해 외로움은 배가 된다.

그럼에도 윌리엄 트레버의 소설을 읽는 일은 절망과 전혀 관계없다.

외롭고 쓸쓸하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을 소망하고 노력하고, 그럼으로써 삶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목소리 높이지 않아도 작가는 그의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인 나는 조금 외로워도 돼 괜찮아 이렇게 나를 다독이게 되는 것이다.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2-06-22 17: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동감이에요 바람돌이 님 ^^

바람돌이 2022-06-22 22:16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님 동감 표시에 어깨가 으쓱으쓱입니다. ^^

레삭매냐 2022-06-22 17: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읽고서 여적
리뷰를 미루고 있네요...

한 편에 대한 기억이 진
하게 남네요.

삶은 그렇게 외로운 모양
인가 봅니다.

바람돌이 2022-06-22 22:17   좋아요 3 | URL
레삭매냐님의 한편은 뭘까요? 저는 사실 첫 작품인 고인곁에 앉다가 제일 좋았어요. ^^
삶이 외로우니까 우리나라에서 책읽는 사람의 삶은 더 외로우니까 우리 모두 여기서 수다 떨고 있는거겠죠? ^^

새파랑 2022-06-22 17: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바람돌이님도 윌리엄 트레버의 세계로 들어오셨군요. 트레버의 단편은 여운이 장난아닌거 같아요. 저도 이책 너무 좋더라구요~!!

바람돌이 2022-06-22 22:18   좋아요 3 | URL
저 펠리시아의 여정도 진짜 좋았는데 이번 단편은 더 좋더라구요. 트레버의 세계 계속 계속 들어가 보겠습니다. ^^ 새파랑님과 이곳의 지인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트레버를 몰랐겠죠. 얼마나 안타까웠을지 말입니다. ^^

청아 2022-06-22 2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단조롭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 끝에 반전매력!
여성에 대해서도 꽤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람돌이님 리뷰 읽으며 다시금 감동의 기억이 돌아오네요
잘 읽었습니다.*^^*

바람돌이 2022-06-22 22:20   좋아요 2 | URL
트레버는 남녀를 불문하고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이해를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위대한 문학가들 중에 괴팍한 사람 많잖아요. 근데 트레버는 안 그랬을 거 같아요. 굉장히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 다른 사람의 얘기를 굉장히 잘 들어주는 그런 사람 아니었을까 혼자서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

그레이스 2022-06-22 2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끝나버린 사랑에 대한 조사
˝비밀의 그림자 속에 겨울 꽃이 흩어져 있었고, 기만이 조용한 사랑을 기렸다˝
문장이 너무 좋네요.

바람돌이 2022-06-22 22:20   좋아요 4 | URL
문장의 밀도만으로는 이 책에서 가장 좋은 문장이었어요. 뭔가 스파크가 팡하고 터지는 듯한..... ^^

scott 2022-06-23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밀의 그림자 속에 겨울 꽃이 흩어져 있었고, 기만이 조용한 사랑을 기렸다˝]
오! 이 문장, 어떤 작가가 산문으로 썼었던 적이 !ㅎㅎ

윌리엄 트레버 21세기 위대한 작가 중 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람돌이님 <불륜>에 꽂혀 버리시다니

외출, 여행이 필요 합니다 ^ㅅ^

바람돌이 2022-06-23 11:43   좋아요 2 | URL
좋은 문장은 누구나 알아볼테니까요. ㅎㅎ
제가 불륜에 꽂힌건 순전히 트레버때문.... 트레버 효과 사라질때까지 당분간 외출 자제입니다. 외출 가서 잘난놈 보면 따라갈지도.... ㅎㅎ 하지만 그건 너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 으~~~~귀찮아요

감은빛 2022-06-23 15: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첫문장을 잘 쓴 글에 끌리더라구요. 첫문장이 평범하거나 별로라면 뒤가 아무리 좋아도 마음이 가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글의 완성도를 생각해보면 역시 마무리가 가장 중요하죠. 저도 바람돌이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 좋은 글 덕분에 이 책 읽고 싶어졌어요. 고맙습니다!

바람돌이 2022-06-23 18:49   좋아요 2 | URL
첫문장이 좋은 글은 가슴이 막 떨리죠. 근데 저는 첫 문장이 너무 좋은데 뒤로 갈수록 힘이 빠져 실망스러운 때가 많더라구요. ㅎㅎ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포인트도 다른 지인들이 많아서 이곳은 참 좋은 곳입니다. ^^

yamoo 2022-06-24 0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짧은 단편의 마지막 3줄은 소설을 완전히 반전시켜 버린다...뭔지 궁금하네요. 이런 소설은 다시 읽을 수밖에 없더라구요. 밀회...읽어 봐야겠어요. 좋은 작품 소개 감사드립니다!!

바람돌이 2022-06-25 16:07   좋아요 0 | URL
평범한 이야기가 한 여성이 자아를 완전히 회복하는 빛나는 순간으로 바뀌는 마법? 심심한 듯하다가 막판에 저렇게 멋있어 지는 윌리엄 트레버의 소설이었습니다. ^^

페크pek0501 2022-06-24 14: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트레버의 소설에 대해 쓰신 마지막 문단에 꽂힙니다.
저도 찾아보면 그의 단편이 있을 듯해요.

바람돌이 2022-06-25 16:08   좋아요 1 | URL
윌리엄 트레버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체로 굉장히 외로운데 읽다보면 오히려 위로받는 느낌이랄까요? 좋네요. ^^

mini74 2022-06-24 1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것 아닌 이야기같지만 그 속에 위로와 공감. 바람돌이님리뷰에 저도 공감합니다 ~

바람돌이 2022-06-25 16:09   좋아요 0 | URL
맞죠? 읽은 분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느낄거라고 생각합니다만..... ㅎㅎ 사람들의 생각은 워낙 다양하니 또 다르겠지요. 이걸 또 다르게 읽는 분의 얘기도 듣고 싶어요. ^^

희선 2022-06-25 0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트레버 소설은 마지막까지 봐야 참맛을 알겠습니다 그런 걸 알아봐야 하는데, 어쩐지 저는 잘 모를 것 같네요 사는 건 쉽지 않고 다 외롭겠지요 그래도 살아가야겠지요 언제나 소통이 잘 되는 건 아닐 거예요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6-25 16:10   좋아요 0 | URL
음 희선님이라면 윌리엄 트레버의 참맛을 저보다 더 잘 알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희선님의 예리한 감각 있잖아요. ^^ 소통이 잘 되는 경우보다 안되는 경우가 훨씬 많은게 현실이라 좀 씁쓸하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