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올해가 시작되던 1월 4일에 포르투갈 간다고 자랑질 하는 글 하나 써 놓고는 내내 서재를 비웠다.

포르투갈 가서는 나의 사랑하는 가족 말고 나의 사랑하는 술친구들이랑 갔더니 진짜 낮이고 밤이고 술 마신다고 핸드폰 꺼내서 뭘 끼적거릴 시간이 하나도 없었다. 

다녀와서는 구구절절 얘기할 건 없고 그냥 좀 많이 바빴고, 중간 중간 짧게 바쁘지 않은 시기에는 관성으로 그냥 쭈욱 서재를 방치했고, 그리고 4월부터는  술술 넘어가는 소설들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5월이 되니 서재에 풀 뽑아야겠다 뭐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거다.


포르투갈 여행기는 천천히 정리하기로 하고...

그래도 알라딘 서재인데 읽은 책 정리부터 하는 게 도리일 듯하지만 앞에 읽은 책들을 다 쓸수는 없고, 그냥 내 맘대로 써보자.



 사랑하는 김초엽 작가님의 <파견자들>

이 책은 사실 리뷰도 반 정도 썼었는데 서재 방치하다가 날렸다.

외계 생명체에 의해 지구인들은 이제 더 이상 지상에서 살 수 없게 된 시대, 살아남은 지구인들은 지하세계에서 근근히 생존을 이어간다.

지구인들의 꿈은 당연히 외계 생명체들을 물리치고 지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지구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구인들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구를 정말 지구인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구도 지구에게 그런걸 물어볼 생각도 안한건 아닌가?

외계 생명체가 지구의 입장에서도 과연 침입자인가? 

김초엽작가가 일관되게 써오는건 다름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고 그 극단까지 질문을 던지는 것 - 그래서 나는 김초엽 작가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하세계의 주류 인간들에게 대항해 외계 생명체와 공존할 방법을 찾아낸 다른 인간들이 등장하고 그 공존의 방식은 파격적이다. 또한 아름답다. 단편들이 아름다운 작가로만 남아있던 - 첫 장편이었던 <지구 끝의 온실>은 단편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 많았기 때문에 - 내게 장편에서도 아름다운 작가가 되었다. 



가부장의 반대 가녀장인가?

아니면 가난한 집안의 기둥으로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각성기인가?

가녀장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궁금해서 읽었는데 이슬아 작가에게 매혹되었다.

아 요즘 우리나라엔 왜 이렇게 훌륭한 여성작가님들이 많은 것인가?

가녀장은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그 가녀장이 맞다.

그런데 흔히 예상하는 것과 비슷한듯 또 많이 다르다.

작가자신의 이야기를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하게 섞어 놓아 이 책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구분하기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이 독특한 가족 -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가녀장과 이 출판사의 직원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소재도 독특했지만 그들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가족 모델이 흥미진진하다.

사랑과 애정으로 맺어지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은 허상이다.

그것이 사랑과 애정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각자의 공간과 삶의 방식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 그 때에 가족은 애증이 아니라 애정으로 맺어진 관계가 된다.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를 새로운 가족의 모델이야기 웃다가 뭉클하다가 그렇게 아름다웠다.




아! 오랫만에 그림책을 읽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은 아니고  모든 성별과 모든 연령의 그저 사람들을 위한 그런 그림책.

모든 장면이 아름다운데 그 모든 장면들은 모든 우리들의 삶의 장면들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 삶이 지나온 날들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던 듯 미소짓게 되고, 남아있는 날들도 그리 두렵지 않게 된다.

가격이 사악하지만 모든 페이지가 소장하고 싶은 그림들이다.

중간쯤에 사랑에 빠졌던 시절의 그림은 세 페이지나 되는데 그건 성적 균형을 위한 페이지다.

연인은 남녀, 여여, 남남이 각각 서로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있다.

노르웨이의 성인식이 우리보다 앞서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그림책이라면 여여 또는 남남이 부둥켜 안고 사랑하는 모습을 그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 뻔한 모습들이 예상되어서 슬펐다.




 잭 리처 시리즈도 이제 몇권 남지 않았는데 이번 책에 나는 무려 별 5개를 주었다.

왜?

그건 리처가 드디어 2번째가 가장 좋다는 주술에서 벗어난게 첫 번째 이유다.

2번째보다 3번째, 아니 4번째 회수를 거듭할 수록 더 좋다는걸 깨닫고야 만다.

이거야말로 찐사랑인 것인가? 

우리 리처가 드디어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우리는 알지.

다음 편에서는 리처는 또 혼자일거고, 다른 여성을 만나겠지만..... ㅎㅎ


별 5개를 준 두 번째 이유는 이번 편이 내게는 가장 소름돋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리처 시리즈가 끔직한 사건들을 다루지만 그간이 사건들은 우리 나라같은 땅에서는 사실 현실감이 떨어지는 그저 픽션으로 즐기면 되었는데 이번 편의 사건은 이제는 어디서나 이런 범죄가 생기고 있어 더 끔찍했달까?




오랫만에 로맨스 소설을 읽었다.

로맨스는 이제 좀 식상하다 싶었는데 아 이 책 너무 재밌는거다.

다락방님이 재밌다 할 때 좀 더 빨리 새겨들을 것을.....

톡톡 튀는 유머코드도 좋고 감정표현에 진짜 젬병인 남자의 짝사랑도 살짝 두근거린다.

또한 이 인물들의 직장이 무려 나사(미국의 우주항공국 그 나사 말이다.)인데 여기서도 여성들은 차별을 이야기하는걸 보며 아 정말 세상이 아름다워지기 힘들구나하며 여성들의 투쟁에 무한 응원을 보내게 되기도 한다. 

가볍게 읽기 좋으니까 이 작가 책 다 찾아봐야지 했더니 번역된게 달랑 2권이네....

아쉽다. 





지금은 헝가리 작가 서보 머그더의 <도어>를 읽고 있는데 3분의 1쯤 읽었다.

아직도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고 프롤로그만 계속되는 느낌인데....

많은 분들이 추천했던 책이니 프롤로그는 언제 끝나는거야하면서 읽고 있는 상태


확실한건 여기 알라딘 서재에 들어와서 열심히 쓰고 서재 지인들의 글도 열심히 읽고 해야 책읽기도 힘이 붙는다는 거다.

안 읽어서 안 쓰는게 아니라 안 쓰기 때문에 안 읽게 되는게 맞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자랑질 겸 서비스 사진

포르투갈 아우구스타 개선문에서 바라본 코메르시우 광장이다.

전면에 보이는 거 바다 아니다. 테주 강. 엄청 넓어서 아무리 봐도 바다 같지만 강이란다.

이 강의 하구에서 바르톨로뮤 디아스나 바스코 다 가마가 대서양으로 나아가 인도로 가는 길을 찾아 출항했다.

포르투갈 여행기는 꼭 써야지 다짐하는 사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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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08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글도 사진도 멋지네요.
특히 안 읽어서 안 쓰는 게 아니라 안 쓰기 때문에 안 읽는다는 말은 새겨봐야할 말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바람돌이 2024-05-08 14:04   좋아요 1 | URL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몰라도 제 독서의 원동력은 이곳 서재 맞스니다. ㅎㅎ
책을 읽으면서도 늘 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더라구요. ㅎㅎ
오랫만에 인사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4-05-08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메이크미 별 다섯이라니 너무 뿌듯하네요. 제가 쓴 책도 아니지만 ㅋㅋㅋ 러브 온 더 브레인까지 읽으시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그리고, 포르투갈 안녕? 얼른 여행기 써주세요, 바람돌이 님!

바람돌이 2024-05-08 14:05   좋아요 0 | URL
잭 리처를 사랑하는 다락방님 뿌듯하셔도 됩니다. 심지어 러브 온더 브레인도 전에 다락방님 추천책이었죠. 재밌었어요.
포르투갈은 노력해보겠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4-05-08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러브 온더 브레인, 저도 읽었습니다. 저는 이 작가의 다른 책 <사랑의 가설>을 더 좋아합니다ㅋㅋㅋ
포르투갈 여행기 기다릴게요!

퇴근할 때마다 바람돌이님 생각나요. 이 맛 때문에 퇴사 못한다! 퇴근의 맛!!

바람돌이 2024-05-09 10:12   좋아요 1 | URL
<사랑의 가설> 읽으러 갑니다. ㅎㅎ
퇴근하는 맛도 좋지만 월급 들어오는 맛도 좋습니다. 그거 빼고 나면 직장은....ㅠ.ㅠ
잘 지내셨죠? 단발머리님 출근 이야기도 듣고 싶은데 제가 게을렀습니다. 앞으로 또 열심히 출석해보겠습니다. ^^

독서괭 2024-05-10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바람돌이님~~ 포르투갈 생활 궁금해요! 돌아오신 기분은 또 어떠실지?!
사랑의 가설, 러브온더브레인 로맨스 많이 읽으시는 저기 두분이 좋다 하실 때는 그런가보다했는데 바람돌이님까지 재밌다 하시니 솔깃하군요 ㅋㅋ

바람돌이 2024-05-12 22:13   좋아요 1 | URL
포르투갈 갔다와서야 뭐 일상이죠. 이상하게 일이 많이 생겨서 좀 바빴습니다. ㅎㅎ
근데 저 사실 로맨스 소설 좋아해요. 예전에 워낙 많이 읽어서 이제 식상해져 잘 안읽을 뿐이고요. ㅎㅎ 그런데 러브온더브레인은 식상한 스토리 전개긴한데 그래도 통통 튀는 느낌이랄까? 거기다 작가의 유머감각이 저는 좋았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4-05-22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아 작가 <가녀장의 시대> 드라마 확정되어 지금 시나리오 쓴다고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듯 하더군요.
소설은 안 읽었지만 드라마가 방영된다면 어떨까? 기대가 되네요.
초엽 작가의 장편이 아름답다니...이것도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저도 <도어>책 샀어요.
읽어볼까? 딱 펼쳐 몇 장 넘길무렵 바람돌이 님 북플에 이 책이 올라와서 무척 반가왔었어요.
그런데 프롤로그가....음.
제가 앞부분만 읽다가 멈춘데는 다 이유가? 있었어요.ㅋㅋㅋ
마지막 사진은 작품입니다.
저 곳이 바다가 아니고 강이라니?
저런 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는 어떻게 형성되어 있을까? 궁금할 정도네요.

바람돌이 2024-05-22 14:11   좋아요 1 | URL
가녀장의 시대가 드라마로 만들어지는군요. 한편으로는 기대되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네요. 울나라 드라마작가들이 어찌나 능력이 좋은지(이거 비꼬는거 아니고 진심으로) 보통 원작보다 더 재밌게 만들더라구요. 그런데 가녀장의 시대는 딱히 극적인 사건은 없거든요. 보기 드문 다른 가족의 형태가 유지되고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그걸 어떻게 드라마로 만들지..... 원작의 의미를 살리면서 재미도 있는 드라마 기대해야겠네요. 나무님 말씀대로라면 이슬아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한다니 더 기대되네요. ^^
김초엽 작가는 제가 너무 애정하는 작가라 그 부분은 고려하셔야 할거구요.
<도어> 앞부분에서 왜 멈춘지 이해가 갑니다. ㅎㅎ 그런데 끝까지 그렇습니다. 특히 주인공인 에메렌츠라는 여성은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눈으로는 좀 이해하기 힘들달까? 후기에 평론가 신형철님이 여성판 그리스인 조르바라고 했는데 딱 맞는 표현이란 생각이 들어요. 근데 전 조르바도 안좋아하거든요. 에메렌츠라는 이 여성도 옆에 있으면 내가 먼저 미쳐버리겠다 싶달까? 그런데 작가나 등장 인물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소설 몰입이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웠어요. 또 그런데 다 읽고 나니까 생각이 좀 많이 든달까 그렇습니다. ㅎㅎ

저는 리스본의 저 강을 보면서 여기 사는 사람들보다는 나도 여기 살아보고싶다라고 생각 먼저 했어요. ^^

라로 2024-07-07 0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광장 사진 정말 멋지네요!! 그 앞이 강이라니 더 멋집니다!!! 책은 쳐다보지도 않고 사진만 보는 일인.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요즘 리 차일드 책을 듣고 있어요. 리 차일드 알못이라, 이 책이 첫 책인데 이건 뭐 완전 대사로 이루어진 책인가요? 싶은.ㅎㅎㅎ 다른 책도 그런가요?? 일단 책 요청했으니 두 번째 책이 오면 그때 뭔가 감이 오겠죠?ㅋㅋ

바람돌이 2024-07-08 22:21   좋아요 0 | URL
리 차일드 책을 오디오로 듣는군요. 이 책은 들으면 좀 맛이 안살것도 같은데.... 말씀하신 대로 대화가 많잖아요. 잭 리처의 대화를 목소리로 들으면 뭔가 어색할거 같아요. ㅎㅎ 원래 제가 듣는거 잘 못해서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라로님은 영어로 들으시는거죠? 그건 또 부러움요. ^^
 

"사람의 자식 된 자로서 어찌 효도를 하지 않으리오."
할아버지가 근엄하게 해설했고 그것은 가부장의 말이었다.
감히 내 말을 부정하는 것이냐는 질문과도 같았다. 말은 우리를
‘마치 ~인 듯‘ 살게 만든다. 언어란 질서이자 권위이기 때문이다. 권위를 잘 믿는 이들은 쉽게 속는 자들이기도 하다. 웬만해선 속지 않는 자들도 있다. 그러나 속지 않는 자들은 필연적으로방황하게 된다. 세계를 송두리째로 이상하게 여기고 만다. 어린슬아는 선택해야 했다. 속을까 말까. - P9

가부장제 속에서 며느리의 살림노동은 결코 돈으로 환산되지않는다. 슬이는 복희의 살림노동에 월급을 산정한 최초의 가장이다. 살림을 직접 해본 가장만이 그렇게 돈을 쓴다. 살림만으로어떻게 하루가 다 가버리는지, 그 시간을 아껴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 때문에 그는 정식으로 복희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 P40

자신에 관한 긴 글을 듣자 오랜 서러움이 조금은 남의 일처럼느껴졌다. 슬아의 해설과 함께 어떤 시간이 보기 좋게 떠나갔다.
이야기가 된다는 건 멀어지는 것이구나. 존자는 앉은 채로 어렴풋이 깨달았다. 실바람 같은 자유가 존자의 가슴에 깃들었다. 멀어져야만 얻게 되는 자유였다. 고정된 기억들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 P109

글을 쓰고 싶게 만든 자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좋은 너.
미운 너. 웃긴 너, 우는 너. 아픈 너. 질투 나는 너. 미안한 너. 축하받아 마땅한 너. 대단한 너. 이상한 너. 아름다운 너. 다만 운이좋지 않았을 뿐인 너. 동물인 너. 죽은 너 잊을 수 없는 너. 그런너를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먹고 기억하는 나. 문학의 이유는그 모든 타자들의 총합이다. - P181

이런 상상을 해보기로 한다. 하루 두 편씩 글을 쓰는데 딱 세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떨까. 세 명의 독자가 식탁에 모여앉아 글을 읽는다. 피식거릴 수도 눈가가 촉촉해질 수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읽기가 끝나면 독자는 식탁을 떠난다. 글쓴이는 혼자 남아 글을 치운다. 식탁 위에 놓였던 문장이언제까지 기억될까? 곧이어 다음 글이 차려져야 하고, 그런 노동이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반복된다면 말이다. - P228

월요일은 또 돌아올 것이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세계의 아름다음 역시 달라질 것이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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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을 두 번 건너고 살아 돌아왔으니, 만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접하지 않은 일이 없지요. 넓은 세상을 누비고 온 만 - P88

큼 금성의 일이라면 더 잘 파악하지 않겠습니까? 본적 없이기이해 보이는 일이라도 미혹을 걷어내고 나면 언제나 있었던
"
일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 P89

"이 융성한 날들을 위해 누가 죽어야 했는지. 어떤 싸움을했는지. 한 명쯤은 계속 곱씹고 있어도 사로잡혀 있어도 좋지않았겠는가? 천년왕국을 고대하며, 그것이 무엇 위에 세워지는지 이 흥청망칭한 거리는 다 잊은 것 같군."
"천년이라 ・・・・・ 이다음 천년이라.‘
자은은 사람들이 잊고 잊고 또 잊는다 해도 이 활기와 온기로 가득한 거리 위로 어둠이 드리워지지 않기를 기원했다. 누구에게 기원하는지도 정하지 않은 채. - P174

염을 품고는 좋아하는 일도 좋아할 수 없고,
아끼는 이도 아낄 수 없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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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일부가 될 거야. 어떤 기억은 뇌가 아니라 몸에 새겨질 거야. 너는 나를 기억하는 대신 감각할 거야.
사랑해. 그리고 이제 모든 걸 함께 잊어버리자. - P12

"파견자는 매료와 증오를 동시에 품고 나아가는 직업입니다.
무언가를 끔찍하게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불태워버리고 싶을 만큼 증오해야 합니다. 그걸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파견자가 될수 있을 겁니다." - P41

"넌 네가 나와는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잖아. 네가 뭔지를 궁금해하고, 어떻게 내 머릿속에 들어왔는지 알고 싶어하잖아. 한존재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서사를 인식하는 것, 그게 자의식이야." - P86

"재밌지? 우리가 뺏긴 색들이 다 이곳 지상에 있어. 처음 이 풍경을 봤을 때 나는 분해서 잠을 잘 수 없었다니까. 이 아름다운행성이 우리 인간의 것이 아니라 저들의 것이라니." - P158

남자는 태린의 반응을 살펴보려는 것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변이되지 않은 인간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건 부적절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태린은 이상하게 그 남자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 같았다. 저 사람들을 보라고, 그리고 이곳을 여기서 벌어지는 일을 목격하라고 - P188

자아란 착각이야. 주관적 세계가존재한다는 착각. 너희는 단 한 번의 개체 중심적 삶만을 경험해보아서 그게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우리를 봐.
우리는 개체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하고 세상을 감각하고 의식을 느껴. 의식이 단 하나의 구분된 개체에 깃들 이유는없어. 우리랑 결합한 상태에서도 너희는 여전히 의식을 지닐 수있어.> - P241

태린에게 몸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자아와도 나누어 쓸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는 그런 생각 자체가너무나 불편한 일로 여겨졌다. 그리고 사실상 거의 모든 인간이후자에 가까울 터였다. - P304

"우리는 범람체를 정복하기 위해 그것을 연구하는 겁니다. 범람체를 제어하고 지상에서 소멸시키기 위해서요. 그런데 반대로인간이 범람체에게 조종당하고 있으니, 이런 연구 결과를 누가환영하겠습니까?" - P305

자아라는 개념은 시간이 지나며 흐릿해지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약간은 남아 있다고 했다. 하루는 개체의 몸속에서, 또 하루는 전체 연결망 속에서 눈을 뜬다고・・・・・… 그것은 이전의 삶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삶이라는 이야기였다.
- P360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이제는 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안다. 쏠은 태린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다. 태린을 상처 입힐 수도 있고,
파괴할 수도 있는 존재다. 태린을 미쳐버리게 할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태린은 쏠을 믿었다. 쏠이 그런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도 신뢰했다. 그 위험한 존재와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 P370

"이런 방식으로는 아니에요. 나와 무관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을 도구 삼아 가겠다는 게 아니에요. 나는 그냥...……… 그곳으로 갈 거예요. 변이를 감수하고 고통을 감수하고, 이전과 같이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갈 거예요. 이제프, 당신의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날 보내주세요." 유독 - P386

단지 불균형과 불완전함이 삶의 원리임을 받아들이는 것, 그럼에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하는 것,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만이 가능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태린은 그것이 계속해서다음 세대로 이어질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 P419

"그야 당신이 오직 당신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환상을 버린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 P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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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의 <불안의 책>들고 포르투갈 갑니다.
리스본에서 그가 걸었던 길을 걸어볼까?? ㅎㅎ

사실은 더 걸어보고 싶은 길은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액자속 주인공이 걸었던 아우구스타길이지만요.

지금 인천공항가는데 거의 라스트콜 대상입니다.
비행기 놓치는거 아닌가 몰라요
오늘 병원 예약이 있어서 새벽부터 서울와서 시간 좀 땡겨주면 안되겠냐고 읍소했지만 어림도 없었습니다. 진료 끝나자마자 미친듯이 약국으로 서울역으로 공항철도까지 전력질주 뛰어다녔네요.
포르투갈 가기도 전에 쓰러지겠어요. ㅠㅠ

이번에는 진짜 오랫만에 가족들 버리고 친구들이랑 가는 여행이라 또 새로운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
사실은 돈이 없어서 사족 여행 못가는거지만.... ㅎㅎ

그동안 또 일하고 남는 기운을 여행준비에 다 썼더니 역시 서재에는 격조했네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포르투갈 통신으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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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04 15: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잘 다녀오세요!!

바람돌이 2024-01-04 15:57   좋아요 0 | URL
네~~~

2024-01-04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4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4-01-04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저는 2월에 가요. 포르토, 리스본, 파도에서 2박씩 예정이랍니다.

바람돌이 2024-01-05 19:05   좋아요 0 | URL
아 2월에... 얼마나 좋은지 먼저 보겠습니다. ㅎㅎ 저는 파도 대신에 코임브라 1박을 넣었어요. 지금 19시간의 비행 끝내고 리스본 도착해서 코임브라로 버스타고 가고 있네요. 지나가는 외곽풍경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ㅎㅎ

햇살과함께 2024-01-04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멋진 사진 기다립니다!

바람돌이 2024-01-05 19:06   좋아요 1 | URL
넵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

단발머리 2024-01-04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부럽부럽~~~ 사진 기다립니다!!

바람돌이 2024-01-05 19:06   좋아요 1 | URL
이번에는 열심히 사진도 찍고 올리기고 히고 하여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4-01-04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여행 되세요! 포르투갈 통신 기다려봅니다^^

바람돌이 2024-01-05 19:07   좋아요 0 | URL
넵 열심히 사진 찍어 올려볼게요

그레이스 2024-01-04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즐거운 여행 되시길~
후기 기대합니다.

바람돌이 2024-01-05 19:07   좋아요 1 | URL
친구들과 가니 색다르게 젛네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페넬로페 2024-01-04 1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행기 잘 타신거죠?
여행 건강하게 잘 다녀 오세요^^
친구들과~~
좋겠어요^^

바람돌이 2024-01-05 19:08   좋아요 1 | URL
겨우 겨우 비행기 탔습니다. 하루종일 얼마나 뛰었던지... 이제 코임브라로ㅠ이동중인데 아직은 유럽 온 기분 안나네요. ㅎㅎ

dollC 2024-01-04 2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친구들과의 여행이라니 부럽기만 합니다ㅎ
종종 외쿡 소식 전해주세요. 포르투칼 통신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바람돌이 2024-01-05 19:09   좋아요 1 | URL
네 잘 다니고 열심히 서진도 올리고 할게요

초란공 2024-01-04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뵙네요^^ 즐거운 여행 하고 오세요~

바람돌이 2024-01-05 19:10   좋아요 1 | URL
여행준비힌다고 바빠서 서재활동이 안되는... 멀티가 안되네요. ㅎㅎ

희선 2024-01-05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르투갈에 가시는군요 거기는 몇 시간이나 걸릴지, 아직 비행기 안일지... 멋진 시간 보내고 오시기 바랍니다 페소아가 걸었던 길을 걷겠다니, 멋지네요 거기가 어딘지 모르지만... 친구분들하고 즐겁게 지내다 잘 돌아오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4-01-05 19:11   좋아요 0 | URL
비행기표 싼거 한다고 압 다비 경유해왔더니 비행기만 19시간 탔습니다. ㅎㅎ 잘 다녀오겠습니다

cyrus 2024-01-05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기억들 한 아름 가득 담는 여행이 되었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바람돌이 2024-01-05 19:11   좋아요 0 | URL
마음맞는 친구들과 여행이니 즐겁기만 할듯합니다 cyrus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blueyonder 2024-01-05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강하고 즐겁게 여행 잘 다녀오세요~~

바람돌이 2024-01-05 19:12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psyche 2024-01-0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들이랑 여행이라니 정말 부럽네요. 잘 다녀오세요~

라로 2024-01-0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들과 외국 여행이라니 더 부러워요!! 포르투갈 통신 넘 기대됩니다.^^

글샘 2024-03-07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스본에서 바라본 바다 빛깔이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성녀를 만났다는 순박한 아이들이 있었다는 파티마의 초승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