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의지만큼 이해하기 힘든 것은 없다. 아니면 정신과 의사가 그렇게 믿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정신과 의사에 따르면, 인간의동기는 열쇠가 없는 성이다. 인간의 동기는 여러 겹의 미로를 형성한다. 그 복잡한 미로에서 개별 행동들이 보통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근거나 이유 없이 나타나곤 한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만약 한 인간의 동기를 이해하고 싶으면 그에게 이렇게묻기만 하면 된다. 너는 5만 달러로 뭘 할 거야? - P68

"나도 내 어머니가 어디 계신지 모른다면 좋겠어." 울리가 말했다.
"왜요, 울리 형?"
"그러면 너처럼 어머니를 찾아 떠날 수 있을 테니까." - P76

"아직 남은 볼일이 있다면, 그걸 끝내기로 하자."
햐!
아직 남은 볼일이 있다면, 그걸 끝내기로 하자.
우리는 그 같은 문장을 말하기 위해서라면 평생을 기다릴 수 있다. 그리고 막상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우리는 담대함과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해 그런 말을 못 하기 십상이다. 그런 종류의 침착함은 교육이나 연습의 산물이 아니다. 그 자질을 타고났든가 아니든가, 둘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타고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 그런 자질의 최상의 모습이 나온다. - P131

기꺼이 구타를 당하겠다는 자세. 그것은 당신이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사람은 옆에서 꾸물대면서 남이 지른 불에 휘발유를 뿌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 아무 탈 없이 집에 돌아가지도 않는다. 그런 사람은 굴하지 않고 전면에, 한가운데에 나서고,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을 때까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버틸 준비가 되어 있다. - P133

남자의 관점에서 보면 우선 필요한 것은 여러분이 그의 발치에 앉아 그가 하는 말을 듣는 일이다.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말을 하든,
이전에 얼마나 자주 그 말을 했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여러분에게는 자리에 앉아 경청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 왜냐하면 음식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53

"그건 사실이야. 그렇지만 그게 왜 더치스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거야?"
"왜냐하면 더치스 형은 수영을 못하는 게 틀림없으니까. 그리고그 형은 너무 창피해서 그걸 인정하지 못하는 거야." - P218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사실과 공상을 구분하는 것이, 직접 본 것과 보고 싶어 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무척 어렵지 않았던가? 아버지가 20년 동안 고생스럽게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산하고 상실감에 빠지게 된 것도 이를 뚜렷하게 구분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 P346

기다리는 것에 관해서라면, 한물간 사람들은 많은 연습 경험이있었다. 큰 성공을 기다리거나 일거리가 생기기를 기다렸던 경우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게 확실해지고 나면 그들은 다른 것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예컨대 술집이 문을 열거나 생활 보조금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공원에서 잠을 자는 건 어떨지, 버려진 담배를 주워서 두 모금을 빠는 건 어떨지 보려고 기다렸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새로운 모욕에 익숙해질 수 있는지 보려고 기다렸고, 그러는 동안 한때 그들이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에게서 잊히기를 기다렸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끝을 기다렸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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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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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책에서 무엇을 봐야 하고, 무엇을 알아야 하나?

저자가 말하듯이

나는 거대한 역사를 인간이 가 닿을 수 있는 작은 역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 뭐라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할 말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 268쪽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거대악인 전쟁을 잘게 잘게 쪼개 이해할 수 있는 그 무언가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에게 이 여성들의 증언이 필요한걸까?

증언을 읽어가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모르긴 해도 이 증언을 청취하고 다시 쓴 작가의 고통은 이루 말하기도 어려웠을것이다.

듣고 쓰는 그 모든 과정은 결국 전쟁을 다시 체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그런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 이 증언을 썼고, 독자인 나 역시 고통을 참으며 이것을 읽어냈다면 그에 대한 응당한 무언가의 대답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싶은거다. 


전쟁이라는 단어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당사자 또는 주체로서의 여자, 여성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전쟁이라는 단어는 남성적인 단어로, 전쟁터를 떠올릴 때는 참호와 그 참호속에서 총을 든 남자들의 이미지를 떠올리는게 일반적이기도 하다.

전쟁에서 여자의 이미지는 전쟁 피해자를 떠올릴 때 간신히 떠오르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여기 여자들이 있다.

전쟁의 피해자가 아니라 조국수호전쟁이라고 불리운 전쟁에 대부분 자신의 조국을 또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와 대의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나갔던 여성들이.....

그들의 나이는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은 이제 사춘기를 막 지나고 성인이 되기 전의 문턱에 도달했는 어린 소녀들이었다.

그들은 왜 전쟁터로 달려갔을까?

그것도 어리다고 안된다고 하는 것을 무릅쓰고 고집을 피우고, 온갖 청원을 해대면서까지....

그런데 이런 질문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전쟁터로 달려갔을지 너무 짐작이 잘 되니까 말이다.


1941년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다.

이 시기까지 소련은 세계 유일의 사회주의 국가로 스탈린의 만행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회주의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자부심으로 넘쳐나는 국민을 가진 그런 나라다.

물론 당연히 그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국가의 모든 능력을 동원한 국가주의 교육가 세뇌였을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마르케스의 표현대로 1950년대까지 마릴린 먼로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폐쇄적인 환경 때문이기도 했을 테고......

저 상황에서 자란 어린 청소년 아이들이 어떤 마음일지는 눈에 훤하다.

내가 바로 그런 교육의 시대를 거쳐왔기 때문이니 말이다.

유신시대 시골마을에서 자란 나는 아침이면 새마을 노래에 잠이 깨고, 동네 공터에 모여 6학년 오빠가 든 깃발을 따라 줄서서 학교가던 시절을 거쳤으며, 대통령이 오후에 우리 마을을 자동차로 지나간다고 아침부터 전교생이 찻길에 나와 태극기 흔드는 연습을 하던 그런 시절을 살았다. 

웅변잘하는 친구가 토해내던 때려잡자 박살내자 공산당에 열렬히 박수를 치고 감탄하던 반공키즈, 그게 나였다.

아마도 내가 열 몇살의 사춘기 시절에 북한과 남한이 전쟁을 다시 벌였다면 나 역시 전쟁터에 지원해서 나가지 않았을까?

아 어쩌면 이 비유는 적절하지 못하기도 한것 같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소녀들이 조국수호전쟁에 나간건 마음으로 치면 일제시대 독립운동하러 간 것과 비교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들의 마음으로는 그러할테다.

그 이념이 숭고한 사회주의 체제 보호였든, 독재정권의 국가주의 보호였든 독립운동이든 이념과 집단세뇌는 엄청나게 힘이 세다.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특히나 어린 청소년에게는 더더욱.(그 극단의 예가 중국 문화혁명기의 홍위병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용감한 사회주의의 병사들이 악의 무리 독일군을 무찌르고 세계를 평정한다는 환상은 현실의 전장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 

그 아이들, 그 여자 아이들은 전장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아니다 질문이 잘못되었다. 그들의 증언은 무엇을 본 것인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기억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30여년이 지나서야 나오는 증언은 바로 기억에 관한 것이다.

그 기억의 지점이 남자들과 여자들의 증언이 다르다.


내겐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많은 반면, 집사람에겐 전쟁에 대한 감정이 더 많아요 하지만 언제나 감정이 사실보다 더 분명하고 강력한 법이지. - 198쪽


남녀의 차이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남자들은 전쟁의 기억에서 전투의 상황, 어떻게 돌격했는지, 아니면 어떻게 기습을 받았는지, 그리고 자신이 그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런 것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많은 전쟁체험담들이 이런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 여자들은? 피해자가 아닌 군인으로서 참여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독자적으로 담은 책은 내가 알기로 이 책이 유일하다.

그녀들은 어떤 것들을 기억할까? 부부가 모두 참전했던 저 인용문의 남편은 아내의 기억은 감정에 대한 것이라고, 강렬했던 감정에 대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전쟁터에서 많은 여성들이 느꼈던 그 강렬했던 감정들을 가만히 따라가본다.


전쟁의 소리를 기억하는 이, 으르렁 쾅쾅 쨍쨍.... 그 소리들은 참전소녀들의 젊음이 끝나는 소리에 다름아니라고 느낀다. 전쟁을 겪고 난 이후에는 다시는 천진난만했던 그 젊음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을 테니. 전쟁의 소리를 자신의 청춘의 장송곡으로 느껴야 하는 어린 소녀들에게는 어쩌면 삶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아름다운 것이 있을리 없다고 여겨지는 전쟁터에서 죽은 동료의 시체가 너무 아름다워 더 슬퍼지는 이들이 여성이기도 하다.

친구가 죽었는데 야 임마 너는 죽었는데 왜 이렇게 잘생겼냐라고 하는 남자병사는 상상이 안가는데, 너는 죽었는데 어쩜 이렇게 예쁘니라며 오열하는 여자병사는 쉽게 상상이 간다. 그들은 전쟁에서 결국 아름다움의 생각을 잃어가리라 생각하니 더더욱 처연해진다.

더 이상 하이네의 시를 읽지 못할거같다는 소녀는 어떠한가?

전쟁이 끝나고 남자들이 전쟁의 영웅으로 대접받는 상황에서 오히려 전선에서 남자병사들을 꼬셨다는 터무니없는 비난에 상처받는 여성들

전선에서는 전우였고 동지였지만 전쟁이 끝나자 그 끔찍했던 기억들을 공유하고 싶지 않은, 그래서 연애나 결혼상대로 고려되지 않는 참전 여성들.(이들은 아직도 낭만적인 사랑을 꿈꿀 수 있는 어린 소녀들이고, 또한 이 시대는 여전히 결혼이 여성의 당연한 삶의 종착역이라는 관념이 일반적인 시대이니 이런 상황이 얼마나 억울했을까 짐작이 된다.)


전쟁의 기억을 안고 산다는 것은 여성에게 어쩌면 "두개의 세상, 두개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되는 것"(133쪽)을 의미한다는 말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평생동안 계속되는 전쟁의 기억과 그것을 잊은척 모르는 척 살아가는 그런 두개의 삶.

이런 두개의 삶이 한 인간의 내부에서 통합되지 못하고 영원히 분열된 채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

내가 나일 수 없는 삶의 고통이 그들의 기억 전체에 각인되어 있었으리라.....


작가가 말한 거대한 역사를 작은 역사로 쪼갠다는 것의 의미가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개별화된 고통, 개별화된 기억, 개별화된 상처를 외면하지 않는 것에 역사의 의미가 있다.

개별화된 것들 자체가 역사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어쨋든 시작지점은 바로 그곳이다.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 다양한 고통을 모두 같은 고통으로 아파하지 않는 역사서술을 어디에 갖다 쓰겠는가?

역사서술이 무엇에 기반해야 하는지, 우리가 누구의 말을 더 들어야 하는지, 역사의 그 거대한 파도앞에 소외되는 사람이 왜 없어야 하는지 그렇게 생각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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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10 13: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통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기억들을 한데 그러모으고 목소리를 청취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전쟁터에서의 기억은 몇십년이 지난다고 해서 사라질 것 같지도 않고 꿈으로든 현실의 어떤 순간이든 나타날테죠. 그 기억들을 끌어안고 산다는 게 어떤건지... 바람돌이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바람돌이 2022-08-11 14:58   좋아요 0 | URL
증언의 의미는 시간이ㅠ너무 지나버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거겠지요. 늦지 않게 전쟁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전쟁의 결을 더 섬세하게 체험하고 전쟁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는데 이 책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또 힘들지만 이 책을 읽었다는 생각도 들구요. 어쩌면 당사자에게는 아픈 그 순간을 한번 더 사는 고통을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0 14: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절절하게 읽힙니다.
힘겹게 읽었던 지난 달의 시간들이 다시 떠오르는 듯 합니다.
전쟁 중일 때는 누이~누이 하면서 아껴주던 상황들이 전쟁이 끝나고 나니 전쟁에 참여했기 때문에 더 이상 여자가 아니라고 내처졌다는 증언들은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 것이고, 또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었네요.

바람돌이 2022-08-11 15:04   좋아요 1 | URL
읽기는 지난달 말에 겨우 읽고 리뷰는 이제야 썼네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 책에서 느낀 감정이나 이런 것들을 좀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던거같아요.
나무님 저도 이 에피소드 읽으면서 많이 가슴아팠어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인간이란게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본능이 누구나 있다는걸 생각하면 한편으로 이해가 가기도 하더라구요.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통을 같 겪었던 사람과 함께 연대해서 그 고통을 같이 이겨나가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아예 외면하고 피하는 것 그러니까 그 순간을 기억나게 하는 사람이나 상황을 피해버리는것요. 무엇을 선택할지 쉽지는 않을거 같아요. 단순히 개인의 성향뿐만 아니라 내가 격은 기억이 얼마나 강렬한가에 다른 트라우마의 크기도 선택에 많은 영향을 끼칠거같구요

mini74 2022-08-10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인지 이 책 읽고나니 인터뷰에 응해준 여성분들께 제가 다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전쟁을 말하고 기억하는 건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다시 체험하는 ㅠㅠㅠ 복기한다고 해서 그 고통이나 두려움 아픔이 옅어지진 않을거 같더라고요. 바람돌이님 이 리뷰 넘 좋습니다 ㅠㅠ

바람돌이 2022-08-11 15:12   좋아요 1 | URL
하하 감사합니다. 예전에 제가 급하게 자동차 문 열다가 뒷차가 와서 제 차 문짝을 들이받은적이 있거든요. 당연히 제 잘못이고 들이받은 분이 많이 안 다쳐서 다행이긴 했는데 신기한건 그 이후로 아주 오랫동안 자동차 문 열때마다 자동으로 그 때 생각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러면서 한번 더 차문 뒤쪽을 보고 문을 열게 된다는... 트라우마라는게 이런거겠죠.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온몸이 기억하며 고통을 되새기는.... 그런 분들의 증언이기에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로서는 기억해내고싶지 않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얘기해준 분들이 더 많을것 같기에요.

희선 2022-08-11 0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일어나고 나라를 지키려고 갔지만, 돌아온 뒤 다시는 예전처럼 살기 어렵겠습니다 이건 남성이나 여성이나 다르지 않겠지만, 여성은 더 힘들겠지요 이런 건 거의 알기 어렵기도 하죠 작가가 여성을 만나고 쓰는 게 힘들었겠지만, 써서 다행이기도 해요


희선

바람돌이 2022-08-11 15:14   좋아요 2 | URL
작가 역시 이런 증언을 다 듣고 정리하고 다듬는 과정이 그 고통을 자신이 다시 체험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책뿐만 아니라 체르노빌이나 아프간전쟁 소년병들의 목소리를 남기는 작업싸지 참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파랑 2022-08-11 12: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승자만의 기록이 크게 언급되지만 이런 소외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발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더 실질적인 삶의 이야기니까요~!!

바람돌이 2022-08-11 15:17   좋아요 2 | URL
이런 소수자나 약자들은 목소리 자체를 내기가 어려울듯해요. 그걸 들어주겠다는 사람도 얼마없을테고.... 이렇게 묻힌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래서 이 작가처럼 묻혀버릴 이야기들을 끈질기게 듣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더 소중하기도 하네요.

희선 2022-09-08 0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또 축하합니다 힘이 없는 사람 이야기는 쉽게 잊히지만 그걸 기억하려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9-08 22:1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도 마이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mini74 2022-09-08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축하드려요 ~ 벌써부터 무슨 책 사실지 궁금한 ㅎㅎ

바람돌이 2022-09-08 22:1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알라디너 tv까지 2관왕 축하드려요.
들어온 적립금은 어제 다 쓰고 추가까지 해서 다 쓰고 이젠 하나도 없네요. ㅎㅎ 다른 분들 책탑이 워낙에 거대하다 보니 저의 소소한 책탑은 요즘 좀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9-08 0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당선 축하드립니다!^^* 이 책으로 당선되셔서 저도 기쁘네요~

바람돌이 2022-09-08 22:17   좋아요 2 | URL
화가님도 다이브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이 책은 또 지난달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여서 저도 더 기쁘네요.

새파랑 2022-09-08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
돌이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 또 책구매 하시겠네요~!!

바람돌이 2022-09-08 22:18   좋아요 2 | URL
글쎄말예요. 벌써 다 썼고, 두 박스 책 주문햇는데 한박스는 오늘 왔다는...... ^^
새파랑님도 아르망스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
 

소설의 소재뿐만 아니라 무더운 날씨, 혼잡한 거리, 악취, 먼지, 술취한 사람들, 창녀촌, 집세를 내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가난한 사람들, 도저히 사람이 거주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좁은 방, 자신의 딸이 몸을 판 돈으로 싸구려 보드카를 마시며 인생을 한탄하는 하급 관리 같은 도시의 어두운 모습을 서술한 대목은 작가의 상상이라기보다 그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면을 조명한 르포에 가깝다. 한마디로 《죄와벌>은 첫 문장의 ‘찌는 듯이 무더운 날씨를 포함해 186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신문 기사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리고 러시아 역사 전문가인 W. 브루스 링컨이 쓴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당대 러시아 문호들이 자신의 문학에 담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실제 모습이 소설처럼 펼쳐진다. - P29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하는 <광인 일기>, <초상화>, <네프스끼 거리>, <외투>, <코>에서 고골은 자신이 경험하고 관찰한 도시 하층민의 뼈아픈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네프스끼 거리>는 그중에서도 백미다. 19세기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중심가 네프스끼 거리는이미 런던, 로마, 파리의 중심가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화려했다. 그러나 고골은 "오, 이 네프스끼 거리를 믿지 마라! 나는 그 거리를 지날 때외투로 항상 몸을 꼭 감싸고, 도중에서 마주치는 대상들에게 일체 눈을 돌리지 않으려고 한다. 모든 것이 기만이고 모든 것이 꿈이며 모든것이 겉보기와는 다르다!"라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화려함 속에 숨은 이면을 고발했다. - P36

톰 조드 가족은 66번 도로를 타고 더스트볼, 천둥 같은 트랙터 소리.
태풍과 가난을 탈출한다. 66번 도로는 서부 개척 시대에는 금광을 쫓는 사람들의 길이었고, 대공황 시기에는 일자리를 잃고 굶주린 사람들이 포도와 오렌지를 찾아 나선 길이었다. 66번 도로는 시기마다 이주민이 운전하는 차로 가득했다. 이들은 누구나 성실하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여정을 떠났지만, 불행하게도 66번 도로는 꿈의 허상과 냉혹한 현실로 그들을 인도했다.  - P48

사람들은 본인이 질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롤랑바르트가 쓴 《사랑의 단상》을 읽으면 왜 우리가 질투를 부끄러워하는지 알게 된다. "질투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는 네 번 괴로워하는 셈이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내 질투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의 노예가 된 자신에 대해 괴로워한다."" - P120

<마담 보바리>에서 요리는 단순히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지 않고 등장인물의 결정적인 심경의 변화와 욕망을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마담보바리>에서 요리는 사랑을 전달하는 매체로 자주 사용된다. 우선 샤를의 어머니는 의학 공부를 하러 타지로 간 아들에게 매주구운 송아지 고기를 보냈고, 엠마의 아버지이자 샤를의 환자였던 루오노인은 다리를 고쳐준 것에 감사를 표하며 매년 칠면조를 그에게 보낸다. 그리고 엠마는 불륜 상대와 맛난 음식을 나눠 먹는다. - P129

이렇듯 중세 수도원의 도서관은 지식을 얻는 장소가 아니었고 오히려 해로운 지식을 차단하고 감추는 곳이었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수도원 도서관은 도서 목록을 암호화해 사서만이 어떤 책이 있는지 알수 있도록 했다. 일반 수도사들은 도서관에 구체적으로 어떤 책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게다가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었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다시 나오는 길을 알 수 없도록 설계되었으며, 매우 한정된 사람에게만 출입을 허락했다. - P142

 도스토옙스키는 바덴바덴에서 도박에 쓸 요량으로투르게네프에게 50 루블을 빌리고 갚지 않았는데 투르게네프는 이 일을 잊지 않고 연기》라는 소설에 100루블을 빌리고선 갚지 않은 채 유유히 바덴바덴을 떠나는 한 배은망덕한 인물을 등장시켰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인물의 모델이 자신이라고 확신해 《연기》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질세라 《악령》에서 투르게네프를 비꼬고 비판하며 복수를 했다.
도스토옙스키는 투르게네프의 친유럽적인 사고를 풍자한 것으로 모자라 그의 성격까지 꼬집어 비판했다. - P172

다른 문화가 주로 곡식을 지킬 용도로 고양이를 곁에 두었다면 우리나라는 좀 더 숭고한 이유로 고양이를 들여왔다. 한반도에 고양이가 들어온 시기는 고구려가 중국에서 불교를 수입한 서기 372년 전후이다. 신앙심이 도타웠던 우리 조상들은 중국에서 들여온 불교 경전을갉아 먹는 쥐를 퇴치할 목적으로 고양이를 들여왔다고 한다. - P181

(제임스 조이스가 피네간의 경야를 집필하면서 원고를 마감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공저자를 구하는데)고심 끝에 낙점한 사람이 제임스 스티븐슨이었다. 그가 자신과 친하다거나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아니었다. 제임스 스티븐슨과 공저를 하면 그가 사랑했던 더블린 위스키 ‘존 제임슨 앤 선 John Jameson & Son‘의 첫 글자인 "JJ&S‘를 책 표지에넣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 P194

젊은이들이 로큰롤에 맞춰 춤을 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성 세대가 혀를 차던 시대에 가정주부가 버젓이 위스키를 즐긴다는 소설의 묘사는 당시 미국인들에게 큰 파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숨을 죽이고 살던 여성들은 《페이턴 플레이스>의 애독자가 되었고 여권 신장에 눈을 떴다. 그리고 작가인 그레이스 메탈리어스는부와 명예를 누렸을 뿐만 아니라 미국 페미니즘의 선구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소설 한 권으로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명제를극명히 증명하기도 했다. 명성과 악평이 동시에 오가는 혼란에 메탈리어스는 담배와 술에 의지했다. 온갖 소송에 휘말렸으며 남편은 직장에서 쫓겨났고 자식들은 괴롭힘을 당했다. 급기야 그녀의 결혼생활은 종지부를 찍었고, 그녀는 7년간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다가 결국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페이턴 플레이스>는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자리를 59주 동안 지켰으며 미국에서 오랜 기간 가장 많이팔린 소설로 남았다. 순위를 이어받은 소설은 마거릿 미첼이 1936년에 발표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다. - P198

애초에 문학 전문 서점을 대내외에 공표했을 때부터 마리서사의운명은 결정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점 문 오른쪽에는 프랑스어로LIBRAIRIE MARIE‘라고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Littérature(문학),
Poésie(시), Drame(연극), Artistique(예술)‘, 문 왼쪽에는 한글로 ‘마리서사‘라는 서점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도 문학 전문 서점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종로 대로에 자리 잡은 마리서사는 일반 독자와 문인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 P221

다이어트가 근대의 산물이라는 점이 다이어트를 규정하는 첫 번째특징이라면, 두 번째는 다이어트가 지극히 ‘미국적인 문화‘라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다이어트의 초강대국은 미국이다. 왜 하필이면 미국이 다이어트의 본산이 되었을까? 정답은 19세기 말 미국 식탁의 극적인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 성장과 함께 식탁이 갑자기 풍요로워졌고 기름진 음식은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미국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이야말로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탄생시킨 주범이라는 사실은하와이의 예로 증명된다. - P240

살진 남성은 엄청난 힘을 가진 무서운 존재로 여겨졌지만, 살진 여성은 환자로 치부되었다. 이렇게 비만한 남성과 여성의 평가가 완전히달랐고 비만 남성에게는 격려가 쏟아졌지만 비만 여성에겐 치료와 관찰이 뒤따랐다. 여성의 비만은 돌이킬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운명 같은것으로 여겨졌다. 자신의 의지로 신체를 바꿀 특권은 오직 남성에게만 속한다는 사고가 지배하던 시절, 미국의 성직자이자 그레이엄 크래커의 발명가로 잘 알려진 실베스터 그레이엄은 감히 여성에게 다이어트를 권하는 강연을 하다가 대중의 공분을 샀고 강연장에 폭도들이 난입하는 곤욕을 치렀다. 여성이 자신의 의지대로 체형을 가꾸고 새로운인생을 살게 된다면 그동안 남성이 독점했던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문화가 비판받을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에게 다이어트를 권한 그레이엄의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고 불온하게 여겨졌다. 19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여성은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가꾸고 책임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즉 다이어트와 여성의 권리는 동반자로함께 성장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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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2-08-08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안에서 건져올리고 싶은 책이 많을 것 같네요.
다이어트 면에서 남녀차별 의식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건강면에서는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좋긴 하지요.
건강하고 편안한 나날 보내세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2-08-08 22:52   좋아요 1 | URL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이 바로 새로운 책을 막 건져올리는거예요. 문학과 인문학이 아주 즐겁게 만나고 있어서 읽으면서 즐거웠습니다.
다이어트부분은 당시에 실제로 사람들의 의식이 저렇게 차별적이었던건데 뭐 지금이라고 아주 달라지지는 않은것 같아서 늘 씁쓸한 부분이죠. 모나리자님도 건강하고 편안한 날 되세요. ^^
 













근대 이전의 시기에 그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굉장한 사치품이다.

일단 재료 자체가 모두 고가의 사치품들이어서 사실상 미술은 지배층의 기호에 맞춰 그들을 위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상공업의 발달로 서민층 중에서도 경제적 여유를 가지는 사람이 나타나고 이는 이들 서민층의 문화적 욕구 향상으로 이어지며 이른바 서민문화라는게 등장하기 시작한다. 

유럽에서 상공업이 일찍 발달했던 네덜란드에서 정물화가 등장하는 것이나, 일본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우키요에가 양산 되는 것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17-18세기에 이르면 서민층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한 그림 이른바 민화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예술적 욕구라는 것은 말은 거창하지만 실상은 별거 아니다.

지금 내가 나의 인테리어 욕구와 좋아하는 그림을 매일 보고 싶다는 심리적 욕구로 이미테이션이라도 그림 한점 벽에 걸어두고 싶은 것 그것일 따름이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자식이 결혼하는데 이왕이면 멋진 병풍그림으로 미래를 축복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테고, 다행히 장수한 부모의 회갑연을 좀 더 멋지게 꾸며주며 계속 건강을 기원하고 싶은 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멋진 8폭 병풍을 마련하고 싶지만 사실상 이것도 쉽지는 않아 대부분의 병품 그림들은 마을이나 집안에서 공동으로 돈을 모아 화가를 고용해 그리게 하고 마을 전체가 필요할 때마다 빌려쓰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이런 유행으로 인해 민화라는 장르가 탄생하고, 화가들이 많아지고 새로운 예술의 분야가 등장한 것이니 이것만으로도 좋을 일이다.

다만 조선 시대는 화가를 교육하는 기관이 국가기관인 도화서 이외에는 없었고, 실제 도화서에 들어간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으니 민화를 그리는 화가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화가인 경우가 없었다. 

그저 주변에서 그림 좀 그린다 하는 사람 정도랄까?

일본이나 서양처럼 사설 도제 시스템이 발달한 것도 아니어서 민화의 예술적 수준은 사실상 조야하다고 할까?

그나마도 이것이 오랜 시간의 축적을 거치면서 좀 더 나아갔다면 뭔가 획기적인 변환점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기에는 민화의 발달과 축적 기간이 너무 짧기도 했던 듯하다.


그러므로 민화를 만날 때에는 다른 전문 화가의 그림을 보는 방법과는 다른 방법을 취하는 것이 좋다.

민화는 실용적인 그림이다.

백성들은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두고 그림을 살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지 못했고,

그러니 그림의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그런 가운데 기왕이면 그림도 잘 그렷으면 좋은, 그러니까 목적과 실용성이 우선시 되는 그림인 것이다. 

그러므로 민화를 만날 때는 그림속에 담겨있는 옛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보고, 그 다음에 화가가 나름대로 펼친 발상이나 기교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단순히 예술성만으로 따진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민화가 얼마되지 않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민화들을 소재에 따라 분류하고 그림들에 담겨있는 당대 사람들의 생각을 추측하고 따라가는 형식을 취한다. 


십장생도나 노송도 괴석도에 담긴 불로장생의 염원, 온갖 꽃그림에 담겨있는 출세와 다산, 복된 삶에 대한 기원, 석류나 과일그림에 담겨있는 다산에 대한 기원, 기러기 원앙에 담겨있는 부부간 금슬에 대한 기원같은 것을 읽는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는 원앙에 대해서 부부애의 상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 원앙이 부부애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은 맞다. 하지만 원래 중국에서는 원앙은 자식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뜻이 달라진 경우다. 솔직히 원앙은 암컷이 새끼를 낳으면 수컷을 그대로 집을 나가 다른 암컷을 찾아가고 암컷혼자 새끼를 기르는 진짜 빌어먹을 새인데 도대체 왜 이놈이 부부의 금슬의 상징이 되었는지 너무 궁금한데 이 책에서는 그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고 그저 관습적으로 원앙의 부부애를 얘기해서 좀 아쉬웠다. 심지어 원앙이 암컷의 각자 날개 한개씩으로만 쌍을 이뤄 난다는 물리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얘기도 거르지 않고 서술하고 있어 많이 아쉬움......)

그리고 민화의 분류 중 산수화나 기록화의 경우는 민화의 범주로 넣기에는 좀 애매하지 않나 싶었다.

특히 기록화의 경우는 도화서나 국가기관들의 명으로 인해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 소수의 몇몇 작품을 가지고 민화의 범주로 넣기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런 형태의 정리도 사실 쉽지 않은게 민화라는 장르 자체가 메이저 장르가 아니고 연구자도 그렇게 많지 않으며 이것을 제대로 모아서 전시한 곳도 몇몇 지방 개인 박물관에 불과해 얼마나 어려웠을지가 짐작이 된다. 책을 보다 보면 설명은 있는데 도판이 없는 경우가 몇 군데 있어 아마 촬영허가나 수록허가를 받지 못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도판들이 눈에 익은 것들이었지만 그래도 몇몇 도판들은 또 처음보는데 작가의 마음이 드러나는 것들이 있어 찍어봣다.




까치 호랑이 그림은 많고 여러가지 설도 많은데 이 그림은 특이하게 목잘린 공작과 호랑이 그리고 토끼다. 

토끼는 흔희 호랑이의 심부름꾼으로 많이 나오는데 이 그림의 호랑이는 위협적이기는 커녕 길 물어보는 지나가는 불쌍한 호랑이처럼 생겼다. 뛰어가다 뒤를 돌아보는 토끼의 표정도 심드렁해서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모습을 연출했을 지 자못 궁금해진다. 뭐든지 당대의 정치 사회상과 연결하기 좋아하는 나의 병으로 파악한다면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 백성들이 보던 관리의 모습이 저 호랑이가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해본다.




앞의 그림과 다른 권위적이고 젠체하는 호랑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증거를 발견했다. 심지어 호랑이 담배 시중은 토끼가..... 

그런데 호랑이가 백수의 왕이라기 보다는 꼭 늙은 탐관오리 같아 보이는건 내 눈에만 그런건가?



호랑이 가죽을 그린 <호피도>이다.

7폭의 병풍을 호피무늬로 채운 구성의 대담함과 과감하게 세부무늬를 생략한 감각이 굉장히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쪽은 순전히 내 취향.

그림도 현대미술을 더 좋아하고 도자기도 백자나 청자보다는 분청사기를 가장 좋아한다. 이유는 분청사기의 대담한 무늬들의 감각이 굉장히 현대적이기 때문.



민화에서는 사슴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 그림속 사슴은 구애하는 숫사슴, 너는 내 취향 아니야 하는 암사슴정도 될까?

사슴의 표정이 좋아서 사진으로 담아왔다.



 이 서재의 모습을 그림 책가도는 민화 중에서도 명품이고 유명한 그림이다.

어쨌든 책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그림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서재의 그림을 그리는 심리는 결국 자랑질이다.

내가 이사하고 새로 꾸민 서재를 알라딘 서재에 올려놓고 자랑질 하는 마음과 똑같은....

인간의 이 과시욕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본성이랄까?



그런가 하면 서재를 장식한 호피도 자랑하고 싶고 서재도 자랑하고 싶은 욕심많은 누군가는 이렇게 호피도를 그리면서 호피를 장막처럼 펼쳐 그 안의 서재를 보여주며 자신의 지적인 면도 과시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속물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인간이 뭐 별거 있겠는가?

우리 모두 이렇게 조금씩은 다 속물적으로 살아가고 있을테니 말이다.



초충도는 실물에 가깝게 가는 붓으로 섬세하게 그려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그리기 어려운 그림이다.

민화 중에서 이렇게 섬세하게 아름답게 그린 초충도는 처음이었다.

고만고만한 민화들 속에서 이런 명품을 발견하면 눈이 확 뜨인다.

조선 후기의 경제적 성장이 좀 더 지속되고 세도정치의 폐해가 그리 크지 않았다면 화가들의 연결망이 만들어졌을 것이고 그렇다면 민화 역시 기술적 예술적 발전을 한층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워지는 대목이 이런 그림을 발견할 때이다. 



이건 재밌어서 촬영한 그림

목숨 수자와 복복자를 여러가지 형태로 만든 문자도

조선시대의 이모티콘이라고 할까? 


이 책은 민화에 대해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 되어 있다.

쉽게 민화의 의미와 종류, 그리고 다양한 도판들을 볼 수 있고, 설명이 쉬워 입문자용으로 좋은 책이다.

좀 더 민화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하면 다음 책을 추천한다.

아래 책 중 뒤쪽의 2권 강우방 선생님의 <민화>와 <한권으로 보는 한국의 민화 101장면>은 나도 못본 책인데 공부안하는 사이 또 이렇게 연구서들이 나와 있었다.

한동안 우키요에의 세계에서 헤맸으니 민화의 세계로 들어가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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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8-05 18: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 페이퍼 너무 좋네요. 미술에서 항상 기본점수, 기본으로 주는 점수만 받았던 사람으로서, 전 정말 평생 가도 이런 책을 한 번도 안 읽을 거 같은데 말이에요. 바람돌이님 페이퍼는 그림 보면서 설명 읽으면서 차근차근 읽어가니 민화에 대해 1이라도 배운 거 같아 기분이 좋아지네요. 전 첫번째 공작이랑 호랑이, 토끼 그림 좋아요. 호랑이 이렇게 웃기게 생길 일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화를 만날 때는 그림속에 담겨있는 옛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보고, 그 다음에 화가가 나름대로 펼친 발상이나 기교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바람돌이님의 민화 보는 법> 제가 오늘 픽한 문장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서울은 31도에요. 헤헤헤.

바람돌이 2022-08-05 21:14   좋아요 4 | URL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미술실기에서 기본 점수만 받았던 사람에 저도 포함입니다. 이른바 똥손!!! ㅋㅋㅋ
부산은 오늘 32도에 낮에 온 소나기로 습도작렬입니다. ^^ 이 더운 여름 역시 책과 함께 우리 잘 버텨보아요.

새파랑 2022-08-05 20: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토끼 다리가 너무 길어보입니다 ㅋ 바람돌이님 요새 그림에 푹 빠지신거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2-08-05 21:16   좋아요 5 | URL
그림은 원래 다 좋아해서 이것저것 많이 보는편이었는데 요즘 한동안 뜸했네요. 이렇게 다시 또 챙겨보기 시작하니 좋네요.
그리고 방금 새파랑님 말씀으로 알았습니다. 저 토끼가 거만한건 다리가 길어 호랑이정도는 쉽게 따돌릴수 있어서라는걸요. ^^;;

미미 2022-08-05 20: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조류 다큐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원앙을 부부간 금슬좋은 의미로 설정한데에는 다분히 고의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더라구요. 알면서도 수컷의 자유를 허가해주는 사회적 묵인?뭐 그렇게 들었습니다.
마지막 그림. 어쩐지 귀여운 구석이 있네요.ㅎㅎ

바람돌이 2022-08-05 21:19   좋아요 4 | URL
아 진짜 빌어먹을 남자들의 세계.... 알면서 지들의 자유를 위해 저런식으로 설정하다니 더더욱 짜증입니다.
마지막 그림은 저도 귀여워서 선택했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8-06 08:59   좋아요 4 | URL
우영우도 바로잡아 줬어요.
원앙은 결코 금슬 좋은 부부 새가 아니라구요ㅋㅋㅋ
저도 드라마 보면서 그래? 생각했더랬습니다.

미미 2022-08-06 09:36   좋아요 4 | URL
맞아요!! 저도 그 부분 봤습니다ㅋㅋㅋ그래서 작가도 그 다큐를 본것인가? 생각했더랬죠^^

페넬로페 2022-08-05 23: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민화를 보면 왠지 친근감이 들고 별도의 해석없이도 볼 수 있으니 좋아요.
책가도는 지인이 보내 준 우표에 있어 더 반가워요~~

바람돌이 2022-08-06 15:33   좋아요 3 | URL
서양화를 볼때는 진짜 열심히 공부해야하는 느낌인데 우리나라 문화를 볼때는 공부하자 않아도 그냥 이해되는 지점들이 많아요.. 이런게 문화적 환경이구나 싶어요.
책가도 우표를 보내주는 지인이라니 부럽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8-07 08: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림들을 보니 해학적인 면에서 독특하고, 기발하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모티콘 그림들도 그렇고, 호랑이랑 토끼의 모습도 그렇고....ㅋㅋㅋ
만약 그 시기에도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더라면 더 멋진 작품이 쏟아져 나왔겠죠?^^

저도 그림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예쁜 그림 자꾸 보고 싶고, 보다 보면 갖고 싶고 막 그렇더라구요. 근데 그림들이 넘 비싸니 엽서랑 냉장고 자석만 사는 걸로 아쉬움을 달래게 되는데 바람돌이님의 이미테이션 그림 한 점 벽에 걸어두어 매일 보고 싶으시다는 말씀 충분히 공감하게 됩니다. 어제의 마티스 작품이 눈에 아른아른 거립니다^^
저는 작년에 홈쇼핑에서 모네의 수련을 사서 걸쳐 놨어요ㅋㅋㅋ
이미테이션이라도 늘 예쁜 그림 보고 있음 기분이 좋아집니다.
민화쪽은 책가도만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자꾸 보니까 까치랑 호랑이가 은근 참 정겹게 보이네요~~ 기회 되면 바람돌이님 가르침대로 민화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08-06 15:41   좋아요 3 | URL
저 시절에 그림 재료들의 가격도 좀 내리고 일반 서민화가들의 조합이나 공방같은 것들도 좀 많이 만들어지고 했다면 민화의 수준도 훨씬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큽니다. 그리고 책의 도판 상태가 좀 좋지 않아요. 이것도 원래의 종이나 물감 질, 그리고 그림의 보존상태 등 원본의 훼손이 심해서인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움을 더하네요.

저도 사실 마티스의 그림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그림들은 엽서나 포스터 마그네틱으로 사서 여기 저기 눈에 보이는대로 두는 편입니다. 얼마전에는 아끼던 김홍도의 사랑스러운 노란 고양이 그림을 직장 공사땜에 책상 치우면서 잃어버려서 애통해하는 중입니다. 이거 다시 구하기도 힘든건데....ㅠㅠ
민화의 까치호랑이 그림은 저도 좋아하는 소재라서ㅠ나무님 표구는 어떤 그림인지도 보고싶네요.

페크pek0501 2022-08-06 1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민화에 대해 알고 싶으면 소개해 주신 책을 읽어야 할 같습니다. 유익한 정보네요.
실용적인 그림이어서 오히려 좋은 점도 있을 것 같네요.
서재를 뽐내고 싶다기보다 보는 이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어요.(사실 저도 속물근성의 1인자)ㅋ

서울은 지금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중...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시원함이죠. 이 시원함을 바람돌이 님께 선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8-06 15:46   좋아요 2 | URL
뭐든지 단 한가지만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없으니 사실 과시욕과 주변에 좋은 자극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섞여 있다고 봐야겠죠. ㅎㅎ 뭐 그래도 이런 속물근성은 나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속물근성 많이 가진 저를 위해서요. ㅎㅎ

어젯밤 운동 중에 불던 시원한 바람이 페크님이 보내주신거였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속시간이 너무 짧아요. 오늘 부산 35도 지금 현재 찍고 있습니다. 체감온도 37도. ㅠㅠ

mini74 2022-08-06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키요에 다음 민화 ! 바람돌이님의 여름엔 왠지 연꽃들이 나풀거리고 나비가 날다가 호랑이가 한대 필래? 하며 곰방대를 내밀것 같은 ㅎㅎ 저도 이 책 읽었어요 바람돌이님 *^^*

바람돌이 2022-08-07 13:55   좋아요 2 | URL
미니님 댓글을 읽다보니 제가 신선이 된듯한 느낌이네요. ㅎㅎ 아침 운동길에 연꽃도 피었고, 나비도 날아다니고 이제 호랑이만 나타나서 곰방대 내밀면 되어요. ㅎㅎ 미니님 리뷰도 기다립니다. ^^

희선 2022-08-07 0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충도 하니 신사임당이 생각납니다 잘 그린 그림만이 좋은 건 아니겠지요 그림에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첫번째 그림 토끼가 염소 같기도 합니다 담배 피우는 호랑이 시중드는 토끼도 재미있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8-07 13:56   좋아요 3 | URL
맞아요. 신사임당이 초충도를 잘 그렸죠. 민화들의 초충도는 퀄리티는 사실 많이 떨어지지만 또 그 나름대로의 보는 재미가 있달까요? 희선님 얘기듣고 그림 다시 보니 토끼가 진짜 아기염소같네요. ^^

희선 2022-09-08 0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축하합니다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는데, 바람돌이 님이 보신 이 책이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다른 책 빌려서 그때는 못 빌렸네요 언젠가 볼지...


희선

바람돌이 2022-09-08 22: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언젠가 천천히 보면 되죠. 뭐 그러다 잊히면 아 인연이 아니구나 하면 되고요. ㅎㅎ
저도 도서관 갔을 때 지인님들이 추천해주신 책 보면 괜히 반갑더라구요. ^^

mini74 2022-09-08 0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2관왕?! ㅎㅎㅎ 축하드립니다 ~~

바람돌이 2022-09-08 22:20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2관왕! 적립금도 저보다 만원 더 많은..... ㅎㅎ 저도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9-08 0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2-09-08 22:2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도 2관왕 축하드려요. 당선되신 글들이 모두 제가 읽고 싶은 책들이었어요. ^^

그레이스 2022-09-10 08:53   좋아요 1 | URL
지금 다시 읽었습니다.
이 리뷰 올리셨을때 제가 무척 정신이 없었나봅니다.
이렇게 좋은 책과 리뷰를 그냥 훑듯이 지나갔네요.
책가도! 독서를 좋아했던 정조가 만들어낸 장르였다고 다른 책에서 봤어요.
그래서 책걸이 그림이나 책가도가 나오면 유심히 보게 돼요.
명절 잘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2-09-12 16:06   좋아요 1 | URL
책가도가 정조가 만들어낸 장르였다고요? 처음 알았어요.
경연때마다 신하들 가르치기 좋아해서, 경연의 역할을 뒤바꿔버렸던 정조니 뭐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ㅎㅎ
그레이스님도 즐거운 명절 되셨기를요. 음.... 저는 명절 싫어합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2-09-08 09: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2관왕 축하드려요^^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바람돌이 2022-09-08 22:22   좋아요 3 | URL
화가님도 축하드려요. 좋은 글은 항상 화가님이 써주시는걸요. 저야말로 항상 감사드려요. ^^

얄라알라 2022-09-08 1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께서 고렇게나 추천해주셧는데 서문만 읽고 반납했는데 다시 자극받습니다

축하드립니다요 바람돌이님^^
호피도만큼이나 인상적인 페이퍼!!

바람돌이 2022-09-08 22:23   좋아요 3 | URL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항상 시간에 쫒기는 문제가.... 저도 여러번 대출하는 책 많은걸요.
축하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9-10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봤네요? 역시~👍👍 축하드립니다. 이런 책이 선택되니 더 좋네요.
건강하고 해피한 추석 되시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2-09-12 16:04   좋아요 1 | URL
추석 즐겁게 잘 보내셧나요? 저도 오늘에야 서재 들어왔어요
서재에는 안들어와도 책은 대충 읽었는데 리뷰도 막 밀리고, 너무 먹어대서 얼굴은 똥그래졌고, 그래서 막 슬퍼졌어요. ㅎㅎ
 

민화는 회화적인 예술성보다는 실용성이 앞서는 생활용품이라 할 수 있다. 민화에 이처럼 상징성이 부여되어 있는 만큼 민화의 올바른 감상법은 그려진대상이 상징하는 것과 내용이나 발상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림이 담아내고 있는 화의(意)를 파악해서 음미하며 읽어내는 것이다. - P83

민화에 나타나는 새는 반드시 암수 한 쌍으로 의좋게 노니는 것이 특징이다. 암수 한 쌍이 의좋게 노니는 모습은 부부가 화합하고 금슬이 좋은 모습에 비유된다.  - P97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계절적으로 보아 잘여문 연밥과 백로는 한자리에 모일 수 없다는 점이다. 백로는 한반도에서 여름을 나고 찬바람이 불면 남쪽나라로 이동하는 철새이며, 연밥은 더위가 가시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야 무르익는다. 따라서 자연의 이치로만따지자면 백로와 연밥은 서로 한자리에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인생의 안락함을 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연의 이치로만 해석할 수 있겠는가. 민화의 특징은 이처럼 사실을 있는 그대도 잘 묘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염원과 바람을 상징적으로 그려내는 데 있다. - P109

부부의 금슬을 말할 때는 원앙(鴛)을떠올리게 된다. 원앙은 등에 은행잎 모양의 깃털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앙은 암수의 금슬이 어찌나 좋은지 항상 쌍으로만 놀고, 날 때도 암수가 서로 몸을 붙인 채 수컷과 암컷이 각각 한쪽 날개만을 쓴다고 한다. 원앙은 한쪽을잃더라도 다른 짝을 얻지 않는다 하여 부부간의 정조와 애정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새다. 다복한 복록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 P113

이렇게 해서 까치 호랑이 그림은 까치와 호랑이가 각각 서낭신과 산신령의 심부름꾼으로 신탁을 전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 타락하고 무능한위정자들을 꾸짖고 조롱하는 평민들의 외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그림, 설화속의 호랑이 재판에서 까치가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이야기를 표현한 그림, 단순히 새해의 기쁨을 알리는 길상적 의미의 세화 등 각각 그 뜻을 달리하는 네 방향으로 가늠해볼 수 있겠다. - P131

책가도는 문방사우(文房四友圖), 책탁문방도(文房圖), 기명화(器), 기용도(圖), 문방도(文房) 등으로도 불리는데, 일반적으로 순우리말표현인 ‘책거리‘라고 쓴다. ‘거리‘란 길거리와 같은 도로, 일거리와 같은 작업,
반찬거리와 같은 사물, 굿거리 같은 춤이나 연극의 장면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인데, 책거리에서의 거리는 구경거리라는 뜻으로 쓰였다. 다시 말해 책거리는 책을 중심으로 사물들을 늘어놓은 모습, 혹은 책장 속에 배치해놓은 문방사우나 이에 관련된 물건들을 구경한다는 뜻이다. - P183

글 읽기를 즐기고 학문의 길을 추구하던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일상적인 생활상을 고스란히 유추해볼 수 있는 그림이다. 예컨대 책거리에서 서가에 쌓인 많은 책들은 선비들이 가장 이상으로 여겼던 학식을 쌓고자 했던 마음과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다는 남에게자랑삼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 P185

책거리는 산수화나 화조도와는 달리 입체적인 느낌이 나도록 사물을표현하고 있다. 책거리의 책은 가까운 것은 크게 그리고 멀리 떨어질수록 점점 작아지게 그린 것이 아니라, 뒤쪽으로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원근법으로 그렸다. 시점 또한 특정한 시점이 없거나 여러 개의 시점으로 그리는 다시점(多視點) 방식으로 그려졌는데, 책거리만의 특징인 이 독창적인 시각은 주목할 만하다. - P190

우리나라의 지도화는 단순한 지도라기보다는 지도와 그림이 어우러진 특이한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민화의 한 유형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지도화는 지관(地)들이 지니고 다니던 풍수도와 함께 서민들의 자연과 풍수에 대한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다.
지도하는 섬세한 표현기법으로 산세와 가옥, 그리고 나무와 물 등 자연묘사에서 독특한 시점을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산들은 중앙을 기준으로위와 아래, 좌측과 우측에 있는 산을 각각 다른 시점으로 그렸다. 이것은 화면의 중앙에서 시점을 옮겨가면서 그린 것이 아니라 풍수의 기본 원리, 즉 산을뒤로 하고 물을 앞으로 한 배산임수(背山臨)의 풍수의식을 나타내기 위해 그렸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러운 표현 방법이다. 이러한 표현은 자연을 인간이바라보는 대상으로 설정하였던 것이 아니라, 자연 가운데 인간이 차지한 영역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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