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에도 널빤지, 대나무, 도자기, 가구, 문방구, 돗자리에 이르기까지 민화는 우리네 일상 생활공간 곳곳에 활용되었다. 한국인이 살아가는 곳에는 민화가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민화는 바로 한국인의 마음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 P19

‘민화의 특성으로 실용성·상징성·예술성을 꼽을 수 있다. 순수미술은예술성을 앞세운다. 이와 달리 민화에서는 예술성보다는 실용성이 강조되는데, 이는 민화에 상징성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 시대마다 그림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상징성이 있기 마련인데, 이러한 상징성은 그 시대의 문화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의 민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것이그려진 시대의 시대상을 읽어내는 데 중요한 척도가 된다. - P20

이렇듯 민화는 곧 일반 서민들의 마음이라 할 수있으며, 공감과 공동 소유에서 올 수 있는 쾌감을 바탕으로 그리고 감상하고 즐겼던 그림이다. 그들은 그것이 예술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법도 없이 그리고 표현하고 사용해왔다. 여기서도 우리는 민화가 서민들의생활과 함께 숨을 쉬면서 형성된 실용성과 대중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 P28

민화는 그 주제와 표현의 원류에 있어서 문인화나 도화서 화공들의 그림을 철저히 모방하고 있으면서도 담아내는 내용이나 표현기법은 다르다.
이는 민화가 속칭 ‘그림‘이라고 하여 일정한 본을 따라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가운데 점차 오늘날 우리가 대하는 특징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즉 본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가운데 조선 시대 상류층과 왕권중심으로형성된 유교적인 세계관이 토속적이고 종교적인 민중의 세계관으로 전이되었으며, 민화가 양산되고 보급되면서 점차 서민들이 지배층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세계관을 형성했던 것이다. - P29

민화는 주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면서도, 단순한 사실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어떤 관념을 담고 있다. 자연과 눈에 보이는 사물의 묘사, 사물과 사물의 관계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현실에 없는 것이라도 상상을 동원해서 표현한다. 이는 민화의 장점이 되는데, 그 관념의 실체가 곧 민중이 생각하고 상상하며 꿈꾸고 살아왔던 삶의 바탕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P35

민화가 사물의 조형적인 어우러짐보다는 그 사물이 가진 기능이나 존재 자체에 주목하는 관념적 회화임을 이러한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다. 민화에서는 서민들이 생각하는 사물에 대한 관념이 그대로 표현되고 묘사되기 때문에 사실과 동떨어진 자유분방한 표현으로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 P37

따라서 민화에는 어둡고 칙칙한 색이 거의 없고, 모든 사물이 밝고 명쾌하다. 사물 모두의 존재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하기 때문에 붉은색 옆에 파란색을 똑같은 채도로 칠하여, 어느 한 색이 다른 색으로 인해 약하게 보이지않도록 했다. 이런 연유로 민화의 채색은 때로는 치졸할 정도로 강렬하고 원색적이며 알록달록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강렬한 대비가 인상적인아름다움을 발한다. 이렇게 민화가 가지고 있는 원근법, 색채, 구도 등의 불합리성이 바로 시공과 현실을 초월한 민화의 멋이고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하고싶다. - P38

 이상화된 세계를 구사하고 있는 정통 산수화와 달리 현실적인삶의 모습을 토대로 하여 그들이 품고 있는 정신적인 염원을 자유분방하게담고 있다. 이런 것이 곧 민화 산수화의 특징이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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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03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의 민화가
현재 핫한 K 컬쳐 웹툰 보다
더더욱 신선하고 익살 스러운 그림!

일본 민화는 호러물인데
한국 민화는
벽에 걸어 두면
온갖 행운이 쏟아져 들어 올것 같은 ^^

바람돌이 2022-08-04 15:31   좋아요 0 | URL
한국 민화는 목적 자체가 온갖 복을 가져오라는 기복의 의미가 강해서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민화에 대해서 잘 정리되어 있고, 쉽게 쓰여진 책이라 좋았습니다. 민화는 한 곳에서 보기 힘든데 도판들도 많고요. 일본 민화는 시기적으로 보면 우키요에쪽이 많을거 같은데 이쪽도 워낙에 다양해서 한마디로 말하기는 힘드네요. ^^

얄라알라 2022-08-03 0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데려온 책인데 아직 넘겨보지도못하고 꽂아두다가, 바람돌이님 53까지 옮겨주신 걸 보면 순항 중이시네요^^ 저도 조인해야할터인데 ㅎ

바람돌이 2022-08-04 15:32   좋아요 1 | URL
요 며칠동안 제가 좀 바빠서 내내 밖으로 나돌다 보니 3일이나 걸렸지 사실 맘먹고 읽으면 워낙 도판이 많아서 하루면 충분히 읽습니다. 내용도 쉽구요.
 

"내가 정말 적절한 단어를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총을 쏘았는지는이야기할 수 있어. 하지만 어떻게 울었는지는 말 못하겠어. 그건 아마못다 한 이야기로 남을 것 같아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 사람은 전쟁터에서는 무시무시하고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그런 사람을어떻게 이해하지?
당신은 작가잖아. 직접 한번 생각해봐. 뭔가 아름다운 말, 들끓는 이도 더러운 진흙탕도 없고 구토물도 없는 ………… 보드카 냄새도 피냄새도없는 그런 말을 ・・・・・・ 우리 삶처럼 끔찍한 그런 거 말고…………. - P366

조국이 우리를 어떻게 맞아줬을 것 같아? 통곡하지 않고는 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 40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뺨이 화끈거려 남자들은 나 몰라라 입을 다물었고, 여자들은...... 여자들은 우리에게 소리소리 질렀어. ‘너희들이 거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아! 젊은 몸뚱이로 살살 꼬리나 치고・・・・・… 우리 남편들한테 말이지. 이 더러운 전선의………… 군대의 암캐들아…… 우리는 정말 온갖 말로 모욕을 당했어…….… 알다시피 러시아어 어휘가 좀 많아야지.……. - P429

동생과 나는 여전히 과거 속에 살아. 우리들의 과거는 아름다우니까.
힘겨운 삶이기도 했지만 아름답고 정직한 삶이기도 했지. 나는 내가 부끄럽지 않아. 내 삶도..... 정직하게 살았으니까...... - P466

 질문은 하나였어. 그러고도 어떻게 살아남았나?‘ ‘왜 전사하지 않았나?‘ 심지어 죽은 사람들조차 의심의 눈길에서 벗어나지 못했지...... 망자들마저 ・・・・・… 우리가 적과 싸웠고 승리를 위해 모든 걸 희생****.
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어. 그래, 우리는 승리했어.……… 그건 민중이 쟁취한 승리였어! 하지만 스탈린은 여전히 민중을 믿지 않았어. 그게우리에게 주는 고국의 보답이었어. 우리의 사랑과 우리가 흘린 피에 대한 보답………… - P498

이제야 모든 걸 말할 수 있게 됐어. 묻고 싶어 ・・・・・・ 전쟁 나고 몇 달사이에 수백만의 병사와 장교들이 포로로 붙잡힌 게 누구 때문이지?
알고 싶어.....… 전쟁 전에 우리 붉은 군대의 훌륭한 지휘관들을 독일첨자니 일본 첩자니 몰아세우고 총살시켜서 다 죽여버린 게 누구지?
정말 알고 싶다니까 히틀러가 탱크와 전투기를 만들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던 그때, 부기병대만 믿고 두 손 놓고 있던 게 누구냐고?
- P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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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8-01 1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좋은 책 같아요. 무얼 의미하고 있는지 마음에 와닿거든요.
공부는 끝이 없는 것 같고 우리 인생은 짧은 것 같고.^^

바람돌이 2022-08-04 15:2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제목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바로 보여주는 책이기도 해요.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은데 왜 시간은 이다지도 모자라는걸까요? ^^

레삭매냐 2022-08-01 1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노벨상 받았다고 해서
사두긴 했는데...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겠네요.

날이 좀 선선해지면 찾아서
읽어 보는 것으로.

바람돌이 2022-08-04 15:26   좋아요 0 | URL
책이 두꺼워서 쉽게 찾아지지 않을까요? 일종의 증언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러 증언들을 작가의 의도와 시간 순서등을 고려하여 편집한 책이에요. 중간중간에 작가가 개입하여 왜 이 작업을 계속하는지에 대해 서술하는 대목들도 공감이 가더라구요. ^^

단발머리 2022-08-01 1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특히 읽기 힘들었던 거 같아요. 감정적으로 많이 동요되고 그랬어요. 저는 이 작가의 다른 책 <체르노빌의 목소리>도 힘들게 읽어서 이 작가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지고 그러더라구요. 이 작업을 하는게 얼마나 곤욕이었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완독하느라 고생많으셨어요, 바람돌이님^^

얄라알라 2022-08-03 02:32   좋아요 1 | URL
체르노빌도 그렇고, 이 분 책은 탑건 스탈로 이야기하자면 9G 견디는 느낌으로 읽어야하는...

바람돌이님 완독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2-08-04 15:28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얄라알라님 두 분 다 완독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이 책은 맘이 무거워져서 읽다 놓고 읽다 놓고 그러면서 읽었네요. 여러가지 생각해볼 부분도 많은 것 같은데 머리뿐만 아니라 감정도 정리해야 되서 좀 힘겹다고 할까요? 어쨌든 정리 좀 하고 빨리 리뷰도 올리겠습니다. ^^

얄라님 탑건 스타일 극공감입니다. 9G 견디고 난 후의 톰 크루즈의 너덜너덜한 상태가 제 마음상태네요. ㅎㅎ
 

전쟁터에서는 뭔가 하나 정도는 자신에 대한 기억을 붙잡을필요가 있어. 그래, 뭔가 하나쯤은.…… 아직 자신이 사람다울 때, 그 사람다웠던 모습 중 하나는 기억해둬야 해…… 나는 많이 배운 사람도아니고 한낱 회계원에 지나지 않지만 그건 알아. - P127

역사는 앞으로도 수백 년은 더 ‘그건 대체 무엇이었을까?‘라며 고민하겠지. 대체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어디에서 왔을까? 상상을 한번해봐, 임신한 여자가 지뢰를 안고 가는 장면을 ・・・・・・ 체르노바는 당연히 아이를 기다렸지.………… 삶을 사랑했고 또 살고 싶어했어. 당연히 두려워도 했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 길을 갔어 ・・・・・… 스탈린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그녀는 무릎을 꿇어가며 살아야 하는 삶은 거부했어. 적에게 굴종하는 삶 따위는……… 어쩌면 그때 우린 눈이 멀었던 건지도 몰라. 그리고그때 우리가 많은 것을 놓치고 보지 못했다는 사실도 부인하지 않겠어.
하지만 우리는 눈이 멀었으면서도 동시에 순수했어. 우리는 두 개의 세상, 두 개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 당신은 그걸 꼭 알아야해... - P133

예를 들어, 만약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 가족이나 지인, 이웃들(특히 남자들 중 누군가, 제3의 인물이 동석하면 이야기하는 사람은 나와 단둘이 있을 때보다 덜 진실해지고 덜 솔직해진다. 이미 대중을 의식한 대화가 돼버린다. 관객을 위한 대화. 당사자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얻어낼길은 요원해진다. 강력한 자기방어에 부딪친다. 자기통제, 끊임없이 이야기가 다듬어진다. 일종의 패턴까지 생겨난다. 듣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차분하고 깔끔한 이야기가 된다는 것. 신중하게 해야 할 말만 골라 한다는 것. 참혹한 일이 위대한 일로, 인간 내면의 불가해하고어두운 면이 순식간에 이해가 되고 설명 가능한 것으로 둔갑한다. 나는기념비들만 가득한 과거의 사막에 뚝 떨어지곤 했다. 공훈들만 가득한황야에 도도하고, 결코 속을 내보이지 않는 것들만 잔뜩 모여 있는 곳에. - P188

- ‘우리집엔 두 개의 전쟁이 산다...... 정확한 말이오∙∙∙∙사울 겐리호비치가 대화에 끼어든다.
전쟁을 회상하다보니 집사람에겐 집사람만의 전쟁이, 나에겐 나만의 전쟁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P196

- 내겐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많은 반면, 집사람에겐 전쟁에대한 감정이 더 많아요. 하지만 언제나 감정이 사실보다 더 분명하고 강력한 법이지. - P198

우리는 열여덟, 스물 나이에 전선으로 떠났다가 스물스물넷이 돼서돌아왔어. 처음엔 기쁨에 들떴다가 나중엔 무서워졌지. 이제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야 하는데 뭘 해야 하지? 평온한 삶 앞에서 공포가 밀려왔어・・・・・・ 그새 다른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했는데, 우리는 뭐지? 우리는우리의 전쟁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어. 우리가 아는 것도전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전쟁이었지.  - P220

30년이 지나서야...... 모임에 초대도 하고 ・・・・・ 처음에 우리는 과거를 숨기며 살았어. 훈장도 내놓지 못했지. 남자들은 자랑스럽게내놓고 다녔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어. 남자들은 전쟁에 다녀왔기 때문에 승리자, 영웅이요, 누군가의 약혼자였지만, 우리는 다른 시선을받아야 했지. 완전히 다른 시선………… 당신한테 말하는데, 우리는 승리를
‘빼앗겼어. 우리의 승리를 평범한 여자의 행복과 조금씩 맞바꾸며 살아야 했다고, 남자들은 승리를 우리와 나누지 않았어. 분하고 억울했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전선에서는 남자들이 우리를 존중했고 항상 보호해줬는데. 그런데 이 평온한 세상에서는 남자들의 그런 모습을 더이상 볼 수가 없는 거야.  - P221

사는 게 힘들어도 우리는 행복했어. 친구는 또 얼마나 많았는데! 힘든 시절이었지만 우리는 절망하지 않았어. 감자 하나를 삶아놓고도 서로 전화를 걸었지. ‘우리집에 와 설탕을 좀 구했어. 차나 한잔하자. 누구도 우리 위에 있지 않았고 누구도 우리 아래 있지 않았어. 우리 중에양탄자나 고급 식기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아무도…………하지만 우리는 행복했어. 정말 행복했지. 왜냐하면 우리는 살아남았으니까.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었으니까. 마음껏 거리를 돌아다니고………… - P222

헤어지기 전에 피로그가 담긴 봉투를 내 손에 쥐여준다. "이건 시베리아 피로그야. 특별하지. 이 피로그는 돈 주고도 못 사・・・・・・ 그리고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긴 명단도 건넨다. "당신이 연락하면 다들 기뻐할거야. 기다리고들 있어. 그 일을 떠올리는 건 끔찍하지만 그 일을 기억하지 않는 게 더 끔찍하거든." - P225

나는 전쟁의 소리를 기억해. 사방에서 으르렁, 쾅쾅, 쨍쨍 불을 뿜어대던 그 소리들……… 전쟁터에서는 사람의 영혼마저 늙어버리지. 전쟁이 끝나고 나는 다시는 젊음으로 돌아갈 수 없었어… 그게 제일 중요한 점이지. 내 생각엔 그래..... - P267

 나는 거대한 역사를 인간이 가닿을 수 있는 작은 역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 뭐라도 이해할수 있을 테니까. 할말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 P268

아버지는 진즉 돌아가셨지만 나는 여전히 아버지를 사랑해. 나는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들을 두고 스탈린을 믿은 어리석은 사람들이니 눈이 먼 사람들이니 하는 말 따위는 믿지 않아. 그들은 오히려 스탈린을두려워했어. 레닌의 사상을 믿었지. 스탈린을 믿은 게 아니야 다들 그랬어.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그들은 선량하고 정직한 사람들이었어. 스탈린이나 레닌을 믿은 게 아니라 공산주의 사상을 믿었지. 나중에 사람들이 이름 붙인 것처럼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믿은 거야. 모든사람들을 위한 행복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행복. 바로 그걸 믿었어. - P317

나는 이미 첫 만남에서부터 곧바로 알아차렸다. 여자들은 무슨 말을 해도, 심지어 죽음을 언급할 때조차도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빠뜨리는 법이 없다는 것을(정말이다!), 아름다움은 여자를 여자로서 존재하게 하는 이유였다. "그 아이가 죽어서 관속에 누웠는데 그렇게 예쁠 수가 없는 거야.....… 꼭 어여쁜 신부 같더라니까......" (A, 스트로제마, 보병) "메달을 받게 됐어. 그런데 내 군복이 너무 낡은 거야. 그래서 가제로 군복 칼라를 만들어 달았지. 어쨌든하얀색이니까...….… 칼라 하나 만들어 달았을 뿐인데, 그 순간 내가 최고로 아름다운 아가씨가 된 것 같더라니까. 거울이 없어서 볼 수는 없었지만 아휴, 그땐 거울이 다 뭐야. 폭격에 죄 날아가고 남아난 게 없었는데……" (N. 예르마코바, 통신병)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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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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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내가 누누히 주변에 열심히 얘기하는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 <권선징악, 인과응보. 사필귀정>

내 나이가 어릴 때는 나쁜 놈이 잘 되는거 보면서 안달복달, 분개하면서 왜 세상에 인과응보가 없냐고 분개했고,

지금은 옆에 어린 동료가 분개하면 "야 인생 기다려봐. 저거 어떤 형태로든 다 죄값받아 걱정마"라고 하는 여유를 날려주신다.

사실은 저 사자성어들을 꼭 믿는다기 보다는 믿고싶어하는 쪽에 가깝고, 또 어쩌면 기원에 가깝다고 하겠다.

왜 믿느냐고?

딱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기보다는 사실 안 믿는 것보다는 믿는 쪽이 살아가는 데 맘이 조금 더 편해서이긴 하다.

전래동화를 읽는 것도 또는 어린 아이들에게 전래동화를 읽어주는 맘도 딱히 다르지 않으리라.

다만 세상이 달라지니 전래동화 역시 달라진 세상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

책을 읽다보면 어린 시절 읽고 들었던 동화들이 생각난다.

저주토끼를 읽다보면 여우누이가 생각나고, 진짜 특이한 단편인 머리를 읽다보면 뜬금없이 빨간종이 파란종이 타령하는 화장실 귀신도 생각나고, 흉터를 읽다보면 아기장수 우투리,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에서는 바리데기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 책의 이야기들은 위의 동화들과 직접적으로 관련지은게 아니라서 어쩌면 사람마다 다 다른 이야기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이야기의 서사가 펼쳐지는 과정도 전재동화의 과정과는 전혀 다르다. 

당연히 오래전의 세계와 지금의 세계가 다르기 때문일테고, 그 달라진 세계는 작가의 말대로라면 더 외롭고 더 쓸쓸하고, 그래서 더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세상이다.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고 모든 존재는 혼자이며 사필귀정이나 권선징악 혹은 복수는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필요한 일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로우며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조그만 희망이다. - 326쪽 작가의 말


그러고 보면 이 소설집의 모든 소설들의 등장인물들은 한없이 쓸쓸하고 외롭고 안타깝다.

단편 <저주토끼>에서 할아버지는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라고 하며 매우 예쁜 토끼 전등을 저주물품으로 만들었다. 모두가 피하던 자신을 친구로 받아주었던 친구의 불행을 가져온 이들을 응징하기 위해서....

할아버지의 저주로 친구를 죽게한 사장은 사업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너무나 불행하게 삶을 마감한다. 이런 복수에 대해서 우리는 후련하다고 해야되겠지만 사실 복수의 뒷맛이 그리 개운하지는 않다. 저주의 여파로 할아버지는 죽어도 죽지 못하고 매일 어느 한 날을 반복하는 할아버지의 영혼은 누가 구제할 수 있을까? 저주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결국 이런 운명을 피할 수 없지 않을까? 누구나 산다는 건 고군분투 그 자체이고, 그런 와중에 나에게 저주의 능력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 아니고 불행일 가능성이 더 많겠구나 싶기도 하다.


단편 <머리>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오마주처럼 보인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변기에서 나의 부산물을 먹고 자란 '머리'는 절규한다. "내가 언제 태어나고 싶어 네게 부탁한 적이라도 있더란 말이냐?..." 라고..... 어두운 구멍속에서 한없이 쓸쓸하고 한없이 외로웠던 영혼은 결국 복수를 감행한다. 그러나 살아남은 젊은 그녀 '머리'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삶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뒤에 나오는 단편인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에서 사랑을 위해 싸우고 저주를 풀었던 공주가 결국 배신당하는 것도 결국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과 욕망 때문이었던 것처럼, '머리'의 앞으로의 삶도 또 누군가의 배신을 견디고 무관심을 견디고 가야 하는 삶일 것이므로 '머리'는 어쩌면 무한 외로움의 궤도에 올라선 것일지도 모른다. 비단 '머리'뿐이랴? 우리 모두 그런 인간의 삶을 살고 있다. 


<안녕, 내 사랑>은 사랑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반려 인조인간 자체인가? 아니면 그와의 기억인가? 그와의 기억을 선택하는 순간 내 사랑의 대상은 내게 안녕, 내 사랑을 속삭이며 내 가슴에 칼을 꽂는 것은 사랑인가? 아니면 증오? 복수인가? 삶에서 이런 것들은 사실 뒤엉켜서 뭐가 우선이고 내게 뭐가 더 중요했는지 알 수 없는 것. 그것이 살아가는 것일테고 저 복수 후 하나의 마음으로 살아갈 3개의 인조인간 로봇들은 그들이 또한 배운 사랑을 잃은 후의 공허감을 어떤 식으로 채워나갈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쓸쓸하고 더 외로운 그런 소설.....


오늘의 전쟁같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욕망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것의 붕괴를 다루는 덫, 

타인의 희생 위에 권력자에 기대 안온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과 그들의 붕괴, 자신의 삶이 왜 무너졌는지도 알지 못한채 끊임없이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고통을 당하는 소년이 다른 삶을 찾고자 하는 이야기 흉터.

그리고 여름 밤 읽기에 섬뜩한 즐거운 나의 집

무엇이 되었든 한 여름밤에 이야기의 힘을 만끽하면서 읽기에 손색이 없는 단편들이다.

또한 무언가 익숙한 이야기구조가 더 가독성을 높여준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난 이후의 마음은 쓸쓸하다.

우리는 이토록 외롭고 쓸쓸하구나...

어쩌면 작가의 말처럼 너만 외롭고 쓸쓸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그래라는 작은 마음이 희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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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7-30 10:0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권선징악, 인과응보는 필요한데도 그 뒤끝은 참 씁쓸한 것 같은 느낌이 인간 삶의 딜레마같기도 해요 ㅠㅠ
바람돌이님의 리뷰 읽으며 저주토끼 읽을 때의 기분을 다시 느꼈어요^^

바람돌이 2022-07-30 15:22   좋아요 5 | URL
한편으로는 인과응보의 끝을 봐야할만큼 특별히 엄청나게 미워하는 사람이 없는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 끝을 보고 싶을 정도면 원한을 가진 사람도 얼마나 사는게 고통스러울지 말이죠.... 전 이 소설 앞쪽의 저주토끼보다 뒤로 갈수록 더 좋아졌어요. 다른 책 여자들의 왕도 봐야겠다 싶네요. ^^

mini74 2022-07-30 11: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권선징악 좋아합니다. 결자해지도 좋아합니다. 외로움과 외로움이 서로 등을 기대면 조금 덜 외로울꺼 싶기도 하고 ~ㅎㅎㅎ 저주란 악함이 예쁘고 귀여운 것에 담긴다는 것이 참 오래 남았어요. 아이는 머리가 넘 끔찍한데 한 번 더 읽게 된다고 그러더군요. ~

바람돌이 2022-07-30 15:23   좋아요 2 | URL
아하!! 생각 안나던 사자성어 결자해지도 있군요. 저도 참으로 좋아합니다. ^^ 저도 머리 너무 끔찍한데 자꾸 생각나는 잊기 힘든 이야기예요. 뭔가 단순한거 같으면서도 굉장히 기억에 콕 박히는 그래서 자꾸 생각나는 소설들이네요. 앞으로 정보라 작가도 찜해놓고 책 나올 때마다 봐야겠다 싶습니다. ^^

새파랑 2022-07-30 14: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토끼에 저주를 걸다니 ㅋ 전 이책 북플리뷰에서 많이봐어 이제 읽은것처럼 익숙합니다~!!
저도 사필귀정 좋아합니다 ^^

바람돌이 2022-07-30 15:25   좋아요 3 | URL
귀여워야 가까이 하고 그래야 저주가 먹힌다는..... 귀여운거에 환장하는 저같은 사람에게는 바로 저주 걸리고 마는.... ㅎㅎ 보통 사람들은 다 사필귀정 이런거 좋아하지 않을까요? 우리 착하게 살고 있는거 맞죠? ^^

프레이야 2022-07-31 1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으로 구매해놓고 앞부분만 듣다가 잠들기 반복 ㅎㅎ 더 못 나가고 있어요. 장편인 줄 알았어요. 듣는 게 집중이 안 되는 이건 무슨 증상인지 ㅎ ㅎ 세상이 원래도 그렇지만 인과응보 권선징악이 안 되는 게 당연지사가 되었으니 작가가 벌을 내려주어 대리만족이라도 하는 걸까요. 그렇다고해도 마음 편하지 않고 쓸쓸한 게 인간한계… 김훈 문장처럼 인간은 참 던적스럽네요. 뒤로 갈수록 더 좋아진다니 오디오북 다 들어야겠어요 어서. ^^

바람돌이 2022-07-31 14:27   좋아요 2 | URL
앞부분에서는 좀 뭐야? 시시해 이러면서 읽다가 뒤로 갈수록 이야기에 점점 빠지는 기분이에요. 단편집이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의식이 또 공감이 가더라구요

희선 2022-08-01 0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착한 사람은 잘 되고 못된 사람은 못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못된 사람이 더 잘살기도 하네요 그 사람은 그래도 그 사람과 상관있는 사람이 안 좋은 일을 겪을지도... 받은대로 갚아도 그렇게 좋지는 않죠 사람은 외롭고 쓸쓸하네요 서로가 그렇다는 걸 알고 마음을 나누고 살면 좋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8-01 09:37   좋아요 2 | URL
맞아요. 서로 배려하고 마음을 나누며 살아도 살기 힘든 세상인데 왜 그렇게 니쯘 사람들이 많은지.... 그래도 늘 생각해요. 세상은 나쁜 사람보다 좋은사람이 더 많다고....

단발머리 2022-08-01 15: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권성징악 시리즈 중에서 사필귀정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구요. 다른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그런데도 착한 사람들이 고생하고 나쁜 사람들은 잘 나가는 현실은... 참 그렇습니다.
저는 저번주에 시사인에 정보라 작가 인터뷰 읽었는데 넘 특별한 분이더라구요. 전문 시위꾼이라고 하시던데, 소외된 사람들의 현장에 항상 달려가는 분이라서.... 너무 놀랐습니다. 이런 분(공부 많이 하신 분)이 이런 현장에 나가시고 근데 이렇게 소설까지? 멋진 분이더라구요.
바람돌이님 리뷰을 읽어보니 작품도 엄청 기대가 되는데 제가 무서운 거 즐겨 읽는 사람이 아니라서... 가능할까요? 너무 읽고 싶은데, 단편 <머리> 그런 작품은 몇 문장만 읽어도 무서워서요. 바람돌이님 리뷰 읽으니 더 읽고 싶은데 말입니다.

바람돌이 2022-08-04 15:33   좋아요 1 | URL
저도 시사인 인터뷰보고 급관심 생겨서 읽었어요. 사실 저도 무서운거 못봐서 공포영화 절대 안보고 옛날에 전설의 고향도 못봤거든요. 근데 이 책은 공포물이라기보다는 슬픈 우화랄까 좀 그런 느낌이에요. 별로 무섭지 않습니다. 머리도 막상 읽으면 무섭다기보다 슬퍼요. ^^
 

소년은 쇠사슬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거듭해서 돌에 부딪혔으나 다시는 벌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소년은 그래서처음으로 흐느껴 울었다. 공포로 범벅된 정신 나간 비명이 아니라, 자신의 고독을 이해하고 슬퍼하는 인간의 눈물이었다. - P173

아이는 생존을 위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자기 나름대로파악한다. 어린아이의 지각에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에 대한 세상의 호의와 인간의 신뢰 여부를 아이는 어른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한다. 왕자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친절하고 예의 바르지만 진심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했다. 왕자가 아는 한, 그것은 세상과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었다. - P271

"저주는 풀 수 있으나 자신의 욕심에 스스로 눈먼 인간을눈 뜨게 할 방법은 없다. 저들이 언젠가는 다시 전쟁을 일으키려 할 것을 알고 있었다." - P292

밝은 미래 따위는 믿지 않았다. 먹고 살 수 있을지조차알 수 없었다. 그러므로 언제나 지금보다는 조금 전이 가장좋은 순간이었고, 앞날보다는 지금이 가장 좋은 순간이었다.
돌아가면 아마도 여기서 이렇게 태평하게 앉아 느릿하게 저물어가는 햇살을 즐기며 시간을 낭비하던 때가 그리워질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애썼다. - P305

내 부모가 자식의 삶을 파괴하고 미래를 갉아먹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무리하게 확장시키려고 애쓰는 것도 이러한 강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키워줬으니 감사하라는 말 앞에는, ‘죽이거나 죽게 내버려두지 않고‘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아마그들에게는 진심일 것이다. 내 부모와 그들의 부모 세대, 한국 전쟁을 겪고 살아남은 세대에게 가장 큰 화두는 언제나,
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이아니라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생존이기 때문이다. - P320

어떤 사람들에게 삶이란 거대한 충격과 명료한 생존본능이 동시에 찬란하게 떠오른 과거의 어느 시간에 갇힌 채, 유일하게 의미 있었던 그 순간에 했듯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되풀이해 확인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 순간은 짧지만, 순간이지나간 뒤에도 오래도록 자신의 생존을 그저 무의미하게 반복해서 확인하는 동안 좋은 시간도 나쁜 시간도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삶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과거에 고정되어버린 사람들, 그도 그의 할아버지도, 그의 어머니도, 나도, 살아 있거나 이미 죽었거나,
사실은 모두 과거의 유령에 불과했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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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7-30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 번을 빌릴까 말까 했던 소설인데, 바람돌이님께서 인용해주신 부분들을 보면
소설인지 모르고 봤을 때 에세이라고 생각했겠어요^^

바람돌이 2022-07-30 15:34   좋아요 0 | URL
아 이 책 진짜 이야기 중심이어서 사실 밑줄 그을데가 별로 없었어요. 대부분 대화나 사건 전개이므로요.
가끔 저런 대목이 나와서 밑줄친건데 오해하시면 안되어요.
이야기의 힘이 전체 소설을 이끌어갑니다. 처음에는 좀 뭔가 싶다가 뒤로 갈수록 이야기에 폭 빠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