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회화적인 예술성보다는 실용성이 앞서는 생활용품이라 할 수 있다. 민화에 이처럼 상징성이 부여되어 있는 만큼 민화의 올바른 감상법은 그려진대상이 상징하는 것과 내용이나 발상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림이 담아내고 있는 화의(意)를 파악해서 음미하며 읽어내는 것이다. - P83

민화에 나타나는 새는 반드시 암수 한 쌍으로 의좋게 노니는 것이 특징이다. 암수 한 쌍이 의좋게 노니는 모습은 부부가 화합하고 금슬이 좋은 모습에 비유된다.  - P97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계절적으로 보아 잘여문 연밥과 백로는 한자리에 모일 수 없다는 점이다. 백로는 한반도에서 여름을 나고 찬바람이 불면 남쪽나라로 이동하는 철새이며, 연밥은 더위가 가시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야 무르익는다. 따라서 자연의 이치로만따지자면 백로와 연밥은 서로 한자리에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인생의 안락함을 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연의 이치로만 해석할 수 있겠는가. 민화의 특징은 이처럼 사실을 있는 그대도 잘 묘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염원과 바람을 상징적으로 그려내는 데 있다. - P109

부부의 금슬을 말할 때는 원앙(鴛)을떠올리게 된다. 원앙은 등에 은행잎 모양의 깃털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앙은 암수의 금슬이 어찌나 좋은지 항상 쌍으로만 놀고, 날 때도 암수가 서로 몸을 붙인 채 수컷과 암컷이 각각 한쪽 날개만을 쓴다고 한다. 원앙은 한쪽을잃더라도 다른 짝을 얻지 않는다 하여 부부간의 정조와 애정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새다. 다복한 복록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 P113

이렇게 해서 까치 호랑이 그림은 까치와 호랑이가 각각 서낭신과 산신령의 심부름꾼으로 신탁을 전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 타락하고 무능한위정자들을 꾸짖고 조롱하는 평민들의 외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그림, 설화속의 호랑이 재판에서 까치가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이야기를 표현한 그림, 단순히 새해의 기쁨을 알리는 길상적 의미의 세화 등 각각 그 뜻을 달리하는 네 방향으로 가늠해볼 수 있겠다. - P131

책가도는 문방사우(文房四友圖), 책탁문방도(文房圖), 기명화(器), 기용도(圖), 문방도(文房) 등으로도 불리는데, 일반적으로 순우리말표현인 ‘책거리‘라고 쓴다. ‘거리‘란 길거리와 같은 도로, 일거리와 같은 작업,
반찬거리와 같은 사물, 굿거리 같은 춤이나 연극의 장면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인데, 책거리에서의 거리는 구경거리라는 뜻으로 쓰였다. 다시 말해 책거리는 책을 중심으로 사물들을 늘어놓은 모습, 혹은 책장 속에 배치해놓은 문방사우나 이에 관련된 물건들을 구경한다는 뜻이다. - P183

글 읽기를 즐기고 학문의 길을 추구하던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일상적인 생활상을 고스란히 유추해볼 수 있는 그림이다. 예컨대 책거리에서 서가에 쌓인 많은 책들은 선비들이 가장 이상으로 여겼던 학식을 쌓고자 했던 마음과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다는 남에게자랑삼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 P185

책거리는 산수화나 화조도와는 달리 입체적인 느낌이 나도록 사물을표현하고 있다. 책거리의 책은 가까운 것은 크게 그리고 멀리 떨어질수록 점점 작아지게 그린 것이 아니라, 뒤쪽으로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원근법으로 그렸다. 시점 또한 특정한 시점이 없거나 여러 개의 시점으로 그리는 다시점(多視點) 방식으로 그려졌는데, 책거리만의 특징인 이 독창적인 시각은 주목할 만하다. - P190

우리나라의 지도화는 단순한 지도라기보다는 지도와 그림이 어우러진 특이한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민화의 한 유형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지도화는 지관(地)들이 지니고 다니던 풍수도와 함께 서민들의 자연과 풍수에 대한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다.
지도하는 섬세한 표현기법으로 산세와 가옥, 그리고 나무와 물 등 자연묘사에서 독특한 시점을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산들은 중앙을 기준으로위와 아래, 좌측과 우측에 있는 산을 각각 다른 시점으로 그렸다. 이것은 화면의 중앙에서 시점을 옮겨가면서 그린 것이 아니라 풍수의 기본 원리, 즉 산을뒤로 하고 물을 앞으로 한 배산임수(背山臨)의 풍수의식을 나타내기 위해 그렸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러운 표현 방법이다. 이러한 표현은 자연을 인간이바라보는 대상으로 설정하였던 것이 아니라, 자연 가운데 인간이 차지한 영역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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