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소재뿐만 아니라 무더운 날씨, 혼잡한 거리, 악취, 먼지, 술취한 사람들, 창녀촌, 집세를 내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가난한 사람들, 도저히 사람이 거주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좁은 방, 자신의 딸이 몸을 판 돈으로 싸구려 보드카를 마시며 인생을 한탄하는 하급 관리 같은 도시의 어두운 모습을 서술한 대목은 작가의 상상이라기보다 그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면을 조명한 르포에 가깝다. 한마디로 《죄와벌>은 첫 문장의 ‘찌는 듯이 무더운 날씨를 포함해 186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신문 기사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리고 러시아 역사 전문가인 W. 브루스 링컨이 쓴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당대 러시아 문호들이 자신의 문학에 담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실제 모습이 소설처럼 펼쳐진다. - P29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하는 <광인 일기>, <초상화>, <네프스끼 거리>, <외투>, <코>에서 고골은 자신이 경험하고 관찰한 도시 하층민의 뼈아픈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네프스끼 거리>는 그중에서도 백미다. 19세기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중심가 네프스끼 거리는이미 런던, 로마, 파리의 중심가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화려했다. 그러나 고골은 "오, 이 네프스끼 거리를 믿지 마라! 나는 그 거리를 지날 때외투로 항상 몸을 꼭 감싸고, 도중에서 마주치는 대상들에게 일체 눈을 돌리지 않으려고 한다. 모든 것이 기만이고 모든 것이 꿈이며 모든것이 겉보기와는 다르다!"라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화려함 속에 숨은 이면을 고발했다. - P36

톰 조드 가족은 66번 도로를 타고 더스트볼, 천둥 같은 트랙터 소리.
태풍과 가난을 탈출한다. 66번 도로는 서부 개척 시대에는 금광을 쫓는 사람들의 길이었고, 대공황 시기에는 일자리를 잃고 굶주린 사람들이 포도와 오렌지를 찾아 나선 길이었다. 66번 도로는 시기마다 이주민이 운전하는 차로 가득했다. 이들은 누구나 성실하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여정을 떠났지만, 불행하게도 66번 도로는 꿈의 허상과 냉혹한 현실로 그들을 인도했다.  - P48

사람들은 본인이 질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롤랑바르트가 쓴 《사랑의 단상》을 읽으면 왜 우리가 질투를 부끄러워하는지 알게 된다. "질투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는 네 번 괴로워하는 셈이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내 질투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의 노예가 된 자신에 대해 괴로워한다."" - P120

<마담 보바리>에서 요리는 단순히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지 않고 등장인물의 결정적인 심경의 변화와 욕망을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마담보바리>에서 요리는 사랑을 전달하는 매체로 자주 사용된다. 우선 샤를의 어머니는 의학 공부를 하러 타지로 간 아들에게 매주구운 송아지 고기를 보냈고, 엠마의 아버지이자 샤를의 환자였던 루오노인은 다리를 고쳐준 것에 감사를 표하며 매년 칠면조를 그에게 보낸다. 그리고 엠마는 불륜 상대와 맛난 음식을 나눠 먹는다. - P129

이렇듯 중세 수도원의 도서관은 지식을 얻는 장소가 아니었고 오히려 해로운 지식을 차단하고 감추는 곳이었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수도원 도서관은 도서 목록을 암호화해 사서만이 어떤 책이 있는지 알수 있도록 했다. 일반 수도사들은 도서관에 구체적으로 어떤 책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게다가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었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다시 나오는 길을 알 수 없도록 설계되었으며, 매우 한정된 사람에게만 출입을 허락했다. - P142

 도스토옙스키는 바덴바덴에서 도박에 쓸 요량으로투르게네프에게 50 루블을 빌리고 갚지 않았는데 투르게네프는 이 일을 잊지 않고 연기》라는 소설에 100루블을 빌리고선 갚지 않은 채 유유히 바덴바덴을 떠나는 한 배은망덕한 인물을 등장시켰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인물의 모델이 자신이라고 확신해 《연기》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질세라 《악령》에서 투르게네프를 비꼬고 비판하며 복수를 했다.
도스토옙스키는 투르게네프의 친유럽적인 사고를 풍자한 것으로 모자라 그의 성격까지 꼬집어 비판했다. - P172

다른 문화가 주로 곡식을 지킬 용도로 고양이를 곁에 두었다면 우리나라는 좀 더 숭고한 이유로 고양이를 들여왔다. 한반도에 고양이가 들어온 시기는 고구려가 중국에서 불교를 수입한 서기 372년 전후이다. 신앙심이 도타웠던 우리 조상들은 중국에서 들여온 불교 경전을갉아 먹는 쥐를 퇴치할 목적으로 고양이를 들여왔다고 한다. - P181

(제임스 조이스가 피네간의 경야를 집필하면서 원고를 마감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공저자를 구하는데)고심 끝에 낙점한 사람이 제임스 스티븐슨이었다. 그가 자신과 친하다거나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아니었다. 제임스 스티븐슨과 공저를 하면 그가 사랑했던 더블린 위스키 ‘존 제임슨 앤 선 John Jameson & Son‘의 첫 글자인 "JJ&S‘를 책 표지에넣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 P194

젊은이들이 로큰롤에 맞춰 춤을 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성 세대가 혀를 차던 시대에 가정주부가 버젓이 위스키를 즐긴다는 소설의 묘사는 당시 미국인들에게 큰 파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숨을 죽이고 살던 여성들은 《페이턴 플레이스>의 애독자가 되었고 여권 신장에 눈을 떴다. 그리고 작가인 그레이스 메탈리어스는부와 명예를 누렸을 뿐만 아니라 미국 페미니즘의 선구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소설 한 권으로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명제를극명히 증명하기도 했다. 명성과 악평이 동시에 오가는 혼란에 메탈리어스는 담배와 술에 의지했다. 온갖 소송에 휘말렸으며 남편은 직장에서 쫓겨났고 자식들은 괴롭힘을 당했다. 급기야 그녀의 결혼생활은 종지부를 찍었고, 그녀는 7년간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다가 결국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페이턴 플레이스>는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자리를 59주 동안 지켰으며 미국에서 오랜 기간 가장 많이팔린 소설로 남았다. 순위를 이어받은 소설은 마거릿 미첼이 1936년에 발표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다. - P198

애초에 문학 전문 서점을 대내외에 공표했을 때부터 마리서사의운명은 결정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점 문 오른쪽에는 프랑스어로LIBRAIRIE MARIE‘라고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Littérature(문학),
Poésie(시), Drame(연극), Artistique(예술)‘, 문 왼쪽에는 한글로 ‘마리서사‘라는 서점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도 문학 전문 서점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종로 대로에 자리 잡은 마리서사는 일반 독자와 문인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 P221

다이어트가 근대의 산물이라는 점이 다이어트를 규정하는 첫 번째특징이라면, 두 번째는 다이어트가 지극히 ‘미국적인 문화‘라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다이어트의 초강대국은 미국이다. 왜 하필이면 미국이 다이어트의 본산이 되었을까? 정답은 19세기 말 미국 식탁의 극적인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 성장과 함께 식탁이 갑자기 풍요로워졌고 기름진 음식은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미국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이야말로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탄생시킨 주범이라는 사실은하와이의 예로 증명된다. - P240

살진 남성은 엄청난 힘을 가진 무서운 존재로 여겨졌지만, 살진 여성은 환자로 치부되었다. 이렇게 비만한 남성과 여성의 평가가 완전히달랐고 비만 남성에게는 격려가 쏟아졌지만 비만 여성에겐 치료와 관찰이 뒤따랐다. 여성의 비만은 돌이킬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운명 같은것으로 여겨졌다. 자신의 의지로 신체를 바꿀 특권은 오직 남성에게만 속한다는 사고가 지배하던 시절, 미국의 성직자이자 그레이엄 크래커의 발명가로 잘 알려진 실베스터 그레이엄은 감히 여성에게 다이어트를 권하는 강연을 하다가 대중의 공분을 샀고 강연장에 폭도들이 난입하는 곤욕을 치렀다. 여성이 자신의 의지대로 체형을 가꾸고 새로운인생을 살게 된다면 그동안 남성이 독점했던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문화가 비판받을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에게 다이어트를 권한 그레이엄의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고 불온하게 여겨졌다. 19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여성은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가꾸고 책임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즉 다이어트와 여성의 권리는 동반자로함께 성장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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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2-08-08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안에서 건져올리고 싶은 책이 많을 것 같네요.
다이어트 면에서 남녀차별 의식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건강면에서는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좋긴 하지요.
건강하고 편안한 나날 보내세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2-08-08 22:52   좋아요 1 | URL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이 바로 새로운 책을 막 건져올리는거예요. 문학과 인문학이 아주 즐겁게 만나고 있어서 읽으면서 즐거웠습니다.
다이어트부분은 당시에 실제로 사람들의 의식이 저렇게 차별적이었던건데 뭐 지금이라고 아주 달라지지는 않은것 같아서 늘 씁쓸한 부분이죠. 모나리자님도 건강하고 편안한 날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