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여행 페이지터너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원당희 옮김 / 빛소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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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의 여행, 어느 여인의 삶에서 24시간 두 단편으로 이루어짐. 과거로의 여행은 츠바이크의 소설답게 주인공의 내면 심리의 변화를 면밀하게 추적하지만 다소 뻔한 결말로 이어지면서 힘이 빠지는 느낌. 어느 여인의 삶에서 24시간은 걸작이지만 <보이지 않는 소장품>과 중복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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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2-08-27 0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작을 하려고 책을 모으다 보면 종종 그렇게 겹치는 작품과 없는 작품이 수록된 책을 만나더라구요

바람돌이 2022-08-27 16:44   좋아요 3 | URL
다행히 전 도서관에서 빌려읽은 책이라..... 저도 전작을 하려고 모으는 책들이 있는데 가끔 읽었던 책이 이빨 빠진듯 빠진걸 보면 저걸 사야돼 말아야 돼 하기도 하구요. ^^

transient-guest 2022-08-27 19:42   좋아요 1 | URL
저도 같은 고민을 종종 합니다 요즈음 유명한 작가의 전집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쪽이 더 재미도 있고 가격도 덜 부담스럽습니다

얄라알라 2022-08-27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느낌이 2000년대 이전이라서, 8월 최신간이라 하니 더 독특한 끌림이 있네요
˝페이지터너스˝ 가 시리즈인가봐요?^^

바람돌이 2022-08-27 17:38   좋아요 1 | URL
페이지터너스 2권이에요. 한손에 잡히는 사이즈가 좋긴 한데 책값이..... ㅎㅎ

scott 2022-09-01 0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출판 사 이름이
빛 소굴 ㅋㅋㅋ

책값 무섭,

알라딘은 개미 지옥 ^^
 
기차와 생맥주 - 최민석의 여행지 창간호
최민석 지음 / 북스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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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고 기차를 좋아하고 그리고 맥주를 사랑한다면 이 책을 놓칠 수 없다.

사실은 살짝 속았다.

책의 부제가 <최민석의 여행지 창간호>다.

진짜 여행지인줄 알았고, 앞으로 계속 나올 줄 알았다. 

여행 잡지에 연재한 글들을 모았고, 여행지의 기획으로 나온 글이기에 이런 부제를 붙였단다.

아놔~~ 나 낚였구나....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낚여서 다행이다 싶어진다. 

작가의 예민한 감성으로 캐치하는 여행지의 모습들, 특유의 자학개그와 유머감각, 그러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반듯한 시선 이런 것들이 그의 책을 읽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나의 경우 책을 읽는 목적 중 가장 큰 것 하나가 즐겁기위해서인데 그런 소망을 온전히 충족시켜 주는 시간이다.


해외여행을 위해 기차나 미술관같은걸 예매하기 위해서는 보통 현지 사이트를 이용하게 되는데 한국의 편리한 인터넷 웹환경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처절한 인내와 분노를 삭혀야 하는 시간이다. 

작가 역시 미국 철도청에 불을 지를 뻔했다는데 그 씩씩거리는 한페이지에서 충분히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작가답게 괴로운 항공교통을 피하기 위해 SF소설에 나올법한 순간 이동을 상상하면서 달라지는 풍경을 그려보기도 한다.

싱가포르에서 무시무시한 실내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고소공포증이 생기고 난 이후에는 트럼프와 만난 김정은이 같이 기념 실내 스카이다이빙을 했다면 얼마나 역사적이었을까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이탈리아인들은 겨우 한나절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었을 뿐인데 왜 기차가 종착역에 도착했을 때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를 치는지 너무 궁금해하며 여기저기 알아보고 상상하고 파고드는 과정도 너무 재밌다.

결론은? 그건 책에..... 물론 작가의 추측일뿐이지만....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가 작가의 여행경험과 단상들을 결합한 전형적인 여행에세이라면 2부는 일종의 아주 짧은 소설같은 느낌이다.

<피치 바이 매거진>이라는 여행잡지에서 '픽션과 에세이를 결합'해서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자신의 경험에 소설가의 상상력을 약간 가미해서 썻다는데 내가 보기엔 뻥이다.

아주 약간의 경험에 소설가의 상상력을 많이 가미해서 쓴듯하다. ^^


첫번째 소설인 <사건명 '보고타 아침 이슬'>에서 작가는 생활고에 찌들린 한국을 피하기도 할겸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들여 중남미로 떠난다. 

돈도 벌고 책도 쓰고 한국의 힘든 집안사정도 잊고 여러모로 훌륭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콜롬비아에서 작가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려고 하다가 여권의 얼굴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다.(콜롬비아에서는 신용카드 결제를 하려면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고.... 진짜???? 이 술을 사는 과정, 얼굴이 다르다고 실랑이 하는 과정,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도 진짜 코믹하고 재밌다. 정말 콜롬비아에서 이러는걸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는 하지만..... 도대체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솔직히 구분이 잘 안간다)

그동안 사는게 힘들었던 작가의 살이 많이 빠져버린 것이다.

하룻밤 유치장 신세를 지는 것까지 참을 수 있는데 아뿔싸! 

유치장에서 만난 다른 콜롬비아인에 의하면 여기서 한국인들이 북한으로 많이 끌려간다고.....

맥주 한병 사려다 북한으로 납북되게 생긴 우리 작가님. 아 진짜 어떡하냐???? 


신혼여행에서 우연히 묵었던 트럼프 호텔에서 찍었던 인스타 사진 한 장 때문에 멕시코에서 개망신 당하게 된 이야기

나폴리에서 빌린 렌터카 속의 마약때문에 똥꼬 찢어진 명품바지를 입고 다니게 된 사연

미국 공유숙박업자에게 거창하게 사기당하는 이야기 등등

그럴듯한 이야기들이 픽션과 사실의 경계를 분간하지 못하게 하지만 또 한편으로 구분이 안되면 어때?

이 책 들고 여행갈 것도 아닌데...

낄낄거리면서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몇시간 아주 즐거웠구나. 

걱정되던 것도 다 잊고 책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된다.

그리고 생맥주가 먹고 싶어진다. 아 기차도 타고 싶어지는구나..... 그런데 나는 비행기를 더 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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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8-27 07: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가 이름이 낯익어 찾아보니 아르테 출판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피츠제럴드 편 쓰신 분이네요.

맥주 사려다 북한행! ㅋㅋ
여행과 맥주 좋아하시는 분들 낚일 수밖에 없는 책이네요. 제목도 표지도 마음은 설레게 하네요.

바람돌이 2022-08-27 16:42   좋아요 1 | URL
책이 굉장히 코믹해서 우울할 때 읽으면 최고입니다. ㅎㅎ
이분 피처제럴드도 읽어보려구요. 소설도 많이 써셨던데 천천히 하나씩 찾아보려고요. ^^

mini74 2022-08-27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한행 넘 웃겨요. 전 왜 점 찍고 나온 민소희? 생각나죠 ㅎㅎㅎ

바람돌이 2022-08-27 16:43   좋아요 1 | URL
사소한 걸로 엄청난 변화를 하고 생각하면 연결이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민소희랑은???? ^^
뒷부분의 짧은 소설들도 전 약간 여행갔다와서 자기 경험을 막 부풀려서 구라치는 그런 느낌이랄까? 재밌게 읽었어요. ^^

mini74 2022-08-27 17:04   좋아요 1 | URL
아 ㅎㅎㅎ 점 빼거나 점 찍으면 여권 사진이랑 다르다고 잡힐까 안 잡힐까 뭐 이런 망상을 바람돌이님 글 보며 떠올렸어요 ㅠㅠ작가님이 재미있는 분 같아요 ㅎㅎ 뻥 잘 치고 오버 잘 하는 전생의 원수, 울 친오빠 느낌이 물씬납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2-08-27 17:09   좋아요 1 | URL
아 여권사진에서 점. 이해했습니다. ㅎㅎ 오라버님께서 이렇게 재밌는 분이시라구요? 복받으신거 아닌가요? 저는 오빠가 없어서 약간 오빠에 대한 환상이 남아있습니다. ㅎㅎ

mini74 2022-08-27 17:13   좋아요 1 | URL
구라 왕! 이에요. 오빠 말 믿었다가 중고딩때 개망신 당한 거 많아요. 제가 그래서 인간을 못 믿어요 그 인간떼문에 ㅎㅎ 로망따윈 ㅎㅎ 맨날 제가 산 잡지위에 라면 냄비 올려놓고 먹고. 사각팬티 으악!!! 내 눈 ㅎㅎㅎ 저랑 7살 차이라서 저 초딩때 오빠가 대학생. 친구들이랑 우루루 와서 개떼같이 계란 한 판 다 삶아 먹는거 보면 ㅎㅎㅎ

바람돌이 2022-08-27 17:40   좋아요 1 | URL
저는 학교에서 중딩남자애들 많이 보잖아요. 그 때마다 참 신기한게 저것들이 그래도 다 커서는 사람이 된단말이지? 이렇게 생각할때가 참 많거든요. ㅎㅎ

프레이야 2022-08-27 1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차 좋지요.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야하는데 ㅎㅎ
좀더 기다리라는 말인가 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만 일단 왕복했어요.
이 책 유쾌하겠네요. 찜!!

바람돌이 2022-08-27 21:11   좋아요 1 | URL
오 시베리아 횡단열차. 저의 로망입니다. 그래도 프레이야님은 타보셨군요. 부러워요. 이 책 우울할때 읽기 딱 좋습니다.

희선 2022-08-28 0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제 경험도 재미있게 쓰고, 소설은 실제 있었던 일 조금에 상상을 많이 넣었나 봅니다 상상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북한에 끌려간다고 하면 무서울 것 같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8-28 07:48   좋아요 1 | URL
ㅎㅎ 그 황당함과 공포를 얼마나 실감나게 썼는지 키득거리면서 읽었지만, 아 진짜 이런 일이 있으면 끝내주게 무섭겠다하기도 했어요. 재미있는 책이라서 저는 참 좋았습니다. ^^

단발머리 2022-08-28 0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맥주 사다 납북행 ㅋㅋㅋㅋ 이거 엄청 무서운 일인데 슬프게도 웃기네요 ㅋㅋㅋㅋ 에피소드도 재밌지만 작가가 재미있게 잘 풀어내고 있는 거 같아요.

바람돌이 2022-08-31 12: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특히 2부의 짧은 소설들은 그럴듯한데 또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이러면서 막 봤네요. 작가의 입담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

페넬로페 2022-08-28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차와 생맥주!
제목부터 완전 당깁니다.
최민석 작가는 책보다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에서 처음 만났는데 와, 책의 내용을 그렇게나 구수하고도 재밌게 얘기하다니요~~
완전 반했습니다.
이 책에도 작가의 유머가 뿜뿜할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8-31 12:33   좋아요 1 | URL
저도 북클럽 가끔 보는데 최민석 작가가 나왔었군요. 한번 찾아볼게요.
유머감각 있는 사람이 점점 더 좋아져요. ^^

하양물감 2022-08-28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는데 읽고 웃어보고 싶네요^^

바람돌이 2022-08-31 12:33   좋아요 0 | URL
앗 즐거운 일이 없다니.... 그럴때 읽으면 좀 우울함이 가실거 같아요. 힘내세요. 물감님!!!
 

그의 내면에서 무엇인가가 부인의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떻게 그녀는 그가 어쩔 수 없이 자유를 포기했단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어떻게 그녀는 만나자마자 그자신의 가장 아프고 민감한 상처를 단번에 알아본 것일까?
어떻게 자유를 잃어버리고 인내하는 자, 임시 고용인, 봉급생활자로만 살게 될까봐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을 알아보았을까? 어떻게 그녀는 즉시 첫 손동작으로 이 모든 비밀을 벗겨낸 것일까? 자신도 모르게 그는 부인을 쳐다보았고, 이제그는 자신을 신뢰하는 듯 관심 있게 바라보는 그녀의 따뜻한 눈빛을 알아차렸다. - P18

그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부인을 사랑했다. 격렬하게 밀려오는 사랑의 감정으로 그는 여지없이 꿈의 물결 속으로빠져들었다. 하지만 그의 온몸을 뒤흔들 만한 결정적인 계기가 부족했다. 즉 그는 여태껏 경탄과 경외심, 애착이라는핑계로 덮어둔 것이 이미 사랑이라는 사실, 그것도 환상적이고 제멋대로이며 열광적인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것이다. 왜냐하면 그럴 때마다 그의 내부에서 어떤 비굴한것이 솟구쳐 오르며 그 사실을 강력하게 물리쳤기 때문이다. - P21

하지만 사랑은 육체의 깊은 곳에서 맹아처럼 어둡게 꿈틀거리는 것이 아니다. 진실로 숨결과 입술로 사랑이라 말하며 떳떳이 고백할 때에야 비로소 사랑이 되는 법이다.  - P22

 ‘사랑‘이라는 그마법의 말을 마음속으로 떠올리자마자, 경악할 정도로 무수히 많은 소소한 기억이 반짝 불꽃을 튀며 그의 의식으로 빠르게 몰려들었다. 이제까지는 감히 한 번도 인정하거나 해명하지 못했던 사실 하나하나가 그의 감정을 명백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그는 자신이 몇 달 전부터 이미 깊이 사랑에 빠져 있었음을 깨달았다. - P27

그는 스스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지내다보니 그의 내부에 있는 치밀한 열정의 그물이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했다. 인간은 추억만으로 살 수 없다.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다. - P42

가로등이 그들을비스듬히 비출 때면 언제나 앞서가던 그림자는 마치 서로이라도 하듯이 합쳐졌다. 길어진 그림자는 서로를 바라보고, 하나로 합쳐졌다가 떨어지고는 또다시 포옹하려 했다. 한편 그 옆에 선 그녀는 힘없이 긴 숨을 내쉬며 터벅터벅걸어갔다. - P71

외롭고 추운 오래된 공원에서
두 유령이 과거를 좇고 있구나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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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김정은이 악수하며 말했다.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곳까지 왔습니다." 나 역시 생각했다. 정말 오랜 세월이 걸렸구나. 힘겹게 갔으니, 간김에 실내 스카이다이빙 한번 하면 어떨까 하고(나만 당할 순 없다!). 기왕이면 커플처럼 트럼프랑 똑같은비행복을 입고, 손도 잡고, 허공에 붕 떠서 웃으면서, 찰칵! 그럼, 정말 역사적일텐데. 싱가포르 전력의 우수성을 입증할 좋은 계기이기도 하고…. - P47

결혼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우주가 만나서, 20평 내외의 아파트에 몸과 영혼과 라이프스타일을 구겨 넣는 것이다.  - P48

알고 보니 결혼은 두 개의 우주가 만나서 하나의 우주를 시원하게 인수 합병하는 것이었다. 나는 수제 버거를 먹으며, 오픈카를 운전하며, 수영한 뒤에 몸을 닦으며 인수 합병 프러포즈(즉, 설교를 계속 들었고, 결국 내 우주는 아내의 우주로 들어가 평화롭게 사라지는 길을 택했다.  - P49

인생이 비참한 건, 시간이 쉬지 않고 흐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에게서 설렘을 앗아간다는 것이다.  - P56

왜 러시아에서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그리고 체호프 같은 대문호가 많이 탄생했을까. 왜 겨울이 우울한 독일에서 니체, 쇼펜하우어, 괴테 같은 문필가가 탄생했을까. 이런 말은 좀미안하지만, 겨울에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겨울에 백곰과 춤출 생각이 아니라면, 러시아의 한겨울을 나는 사람은 택해야 한다. 보드카를 마시며 인생을 한탄하거나, 글을 쓸 것을 서너 시면 해가 퇴근하는 독일에서 겨울을 나는 사람이라면 택해야 한다. 추운 겨울에도 맥주를 마시며 더 추워지거나, 글을 쓸 것을.
그렇기에 쇼펜하우어의 글들이 하나같이 염세적이고,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들이 하나같이 죽기 직전의 사람처럼 우울하지만,
그래도 이 사실 하나만은 변함없다.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인간이라면, 혹한의 추위에 뇌를 얻게 하느니 차라리 글을 쓴다는 것을. - P65

그런데 돌이켜 보면 언제나 가장 흥분한 시간은 무언가를 막 이뤘던 순간이 아니었다. 성취한 후에 몰려온 길고 허망한 시간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보잘것없는 바람을 이루겠다며, 기대하고 준비하며 기 - P86

분 좋게 땀 흘린 순간들이었다. 차마 이루지 못한 것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조금씩 자신이 나아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
그즈음의 나날들이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했다.  - P87

삶이 익숙한 것으로만 가득 차 있으면 우리는 그 단조로움의 - P100

무게를 견딜 수 없고, 삶이 낯선 것들로만 가득 차 있으면 우리는 그 생경함의 무게를 견딜 수 없다. 그렇다면 여행과 삶이 별반 다를게 없기도 하다. 둘 다 적당한 변화와 적당한 안정을추구하니까 말이다. 이렇게 보면, 삶은 여행이고, 여행 또한 삶이다. 그래서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보내려고 한다. - P101

외국어 학습은 하는 만큼 솔직하게 결과가 나오는 아주 정직한 세계다. 반면, 소설은 아무리 매달리고, 아무리 다가가도, 쉽게 열매를 내어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깜깜한 세계를 걷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자에게, 외국어 학습은적어도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땀의 보증서 같은 것이다. - P129

소설은 뒷전이고, 생계비와 육아비를 위해 지방을 오가며행사와 강연을 하고 있었다. 집에 오면 육아와 살림을 하고, 밖에 나가면 노동을 했다. 게다가, 내 명의로 된 부친의 은행 대출도 있었다. 부친의 사업 실패 탓에, 내 수입의 8할은 내가 쓴 적도 없는 대출을 갚는 데 쓰였다. 이렇게 3년을 살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사람이 무너진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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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24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의 현재 마음 상태
1.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기차를 타고
2.홀로 책을 펼쳐 놓고 맥주를 마시고 싶다.

실제로 추운 나라 사람들이 독서층이 굉장히 두텁고 독서 인구가 엄청 납니다
전 세계 독서 일등 시민이 사는 곳은
아이슬란드 라고 ^^

바람돌이 2022-08-26 12:22   좋아요 0 | URL
기차 타고 맥주마시면서 책 읽고 싶다. ㅎㅎ 정답입니다. 음 사실은 기차보다는 비행기를 더 타고싶긴 합니다. ^^
추운 나라는 아무래도 밤이 길고 또 추우니까 나가서 놀고싶지 않을것도 같고, 특히나 북유럽은 밤에 놀곳도 없고 진짜 할일이 없을 듯요. 그래서 북유럽이 독서강국이기도 하지만 포르노 강국이라고도 하더군요. ㅎㅎ
 

임신중지에 대한 국가적 통제는 ‘국민 만들기‘를 목표로, 여성의 재생산 능력을 관리하려는 한 가지 수단이다. 이는 법을 통해 현실화된다.  - P212

여성이 어디에 사는지, 여성의 몸이 ‘국가주의적모성‘이라는 도식을 통해 어떻게 읽히는지에 따라, 임신중지를+ ++ +하거나 하지 않음으로써 국가를 위기에 몰아넣는 존재로 인식됨을 보여 준다.
‘국가주의적 모성‘이라는 발상 · 이데올로기는 ‘좋은 어머니‘
라는 문화적 상상을 통해 합리화된다. 서방 영어권 전반에 걸쳐 ‘좋은 어머니‘는 백인 중산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밖의 어머니들은 미국의 경우 ‘복지의 여왕‘이라 불리는 흑인 여성이라든지 36 ‘크랙 베이비 crack baby‘ 의 어머니, 37 영국의 경우 ‘차브맘chav mum ‘38 처럼 태만하거나 병리적인 이미지가 계속 나돌았다. 오스트레일리아 39. 캐나다 40. 미국에서 선주민 어머니는 병리화된 모성의 예가 되었다. 20세기를 거치며 우생학적 담론이
‘역기능 공동체‘라는 담론으로 합리화되는 동안, 규범적 모성과일탈적 모성 도식은 식민주의적 기획에 얽혀 잔존했다. - P213

배제(국민으로부터 특정 신체를 배제), 재생산(백인 중산층 여성의 재생산), 부인(식민화 내지는 선주민 주권의 부인)은 국가적불안을 관리하는 교차적 기술이다. 국민은 바로 그 구성 자체 때문에 불안을 준다. 국민은 한 번도 ‘만들어진‘ 바 없기에, 이를 ‘다시 만드는‘ 과정이 계속된다. ‘국민만들기‘의 과정은 결코 끝이없다. 그리고 여기서 국가 주권의 취약함이 드러난다. - P217

어떤 것을 ‘너무 많다‘고 하는 바로 그 수량화와 공표의 과정은, 임신중지에 대한 도덕적 공황이 ‘어떤 신체가 국민을 형성해야 하는가‘라는 더 광범위한 국가적 불안과 연계됨을 보여 준다. - P224

정치인들과 광범위한 공동체는 임신중지를 ‘우리‘가 판단해야 하는, 관리할 수있는 사회문제로 프레이밍하면서, 임신중지를 통제할 수 있다는환상을 만들었다. 임신중지에 대해 토론하는 행위는, 임신중지를 고려하는 임신한 여성을, 그들을 걱정하고 평가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의 통제 대상으로 바꿔 놓는다.  - P236

백인 국가라는 환상과 그 핵심 제도인 ‘가족‘의 안정을 위협하는 다른 인물형이 임신중지 여성과 환유적으로 연결될 때, 공포는 더 강력해진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1970년대에는 동성애자와 이혼 여성이, 2000년대에는 레즈비언어머니, 무슬림, 망명 신청자가 있었다. 임신중 여성은 이들과마찬가지로, 국가의 미래란 어떠해야 한다는 환상 - 행복한 백인 이성애 가족‘이라는 날조된 과거를 향수 어린 눈으로 갈망하는 것-을 위협하는 존재였다. 이처럼 공포를 통해 빚어진 환상적인 미래에서라면, 적어도 백인 여성은 임신중지를 해서는 안되고, 156 이주는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 백인 여성은 임신중지대신 국가를 선택해야 하며, 국가와 함께 나란히 ‘행복의 대상인미래의 아이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 P238

각본의 규범에서 멀어져 가는 존재였다. 여성이 모성으로부터독립하는 것은 운동 진영에 따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비쳤다. 반면 애통함에 잠긴 임신중지 여성은 어느 쪽에서든 올바른 방향으로 여겨졌다. 안티초이스와 프로초이스는 수사의 주된기조를 모성적 여성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설명했다. 그러므로임신한 여성을 위한 탈출구는 여기 없다. 임신한 여성은 임신중지를 선택할 때조차 모성을 선택한 셈이 되는 것이다. - P243

임신중지를 선택한다는 의미에 들러붙어 그 의미를 바꿔 놓는 감정들은 이미 ‘줄 세워진 ‘ 행동 규범에 여성을 복귀시켜 ‘일직선으로 정렬하는 장치‘다.  - P244

나는 임신중지가 축하받을 일이라고 본다. 임신중지는 의도치 않게 임신을 한 여성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재생산 가능한 연령대의 여성이 재생산과 분리된 이성애 섹스를 보장받을 수 있는일이다. ‘의도치 않게 임신한 여성‘이라는 위치는 담론적인 동시에 물질적이다. 이 책의 초점은 아니지만, 나는 어떤 포괄적인 ‘재생산 정의‘ 프레임 안에서 임신중지를 쟁취할 필요가 있다는 데뜻을 같이한다. 즉 임신한 여성에게 필요한 사회·경제적 지원체계를 제공해, 임신 중지를 하려는 여성이라면 그저 임신을 원하지않는다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도록 가능한 한 확실히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 P248

‘임신중지 여성‘이라는 상은 커다란 사회불안을 일으키는 다른 근원과연계되어, 사회체에 대한 위협으로서 구성됐다. ‘페미니스트‘라는 상과 연결될 때는 아이 ·남성·가족에 반하는 존재로, ‘십대엄마‘, ‘복지 의존자‘, ‘성적으로 무책임한 자‘라는 상과 연결될 때는부주의한 ‘실패자‘로, ‘이혼 여성‘, ‘동성애자‘, ‘레즈비언 양육자‘,
‘싱글맘‘과 연결될 때는 핵가족제도에 대한 위협으로 말이다. - P249

임신중지에 자유가 존재하려면, 자율적인(선택하는) 주체에 기반한 자유라는 개념에서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공동체에 살고 있다. 따라서 웬디 브라운이 주장하듯 "개별적 자유라는 건 없다. (・・・) 인간에게 자유란 결국, 언제나 타인과 함께 세계를 만드는 기획이다."" 오늘날 선택의 주체는, 이를테면 여성이 무한한 선택지를 가졌고, 행복의 대상인 아이에게로 향하기 마련이며, 따라서 그저 욕망을 실현하기위해 모성을 선택한다고 하는 식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 P250

임신중지의 감정적 서사에 대해 대항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미안해하지 않는‘ 임신중지 서사가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 예로 유명 페미니스트들의 임신중지 이야기!"
#ShoutYourAbortion 트위터 캠페인, 12 주류 언론의 반응, 13 ‘셋중하나‘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여기서는 임신 중지를 안도, 감사함.
심지어 행복과도 연결한다. 이런 서사는 "미안함 없는, 요구대로하는 임신중지"라는 정치적 슬로건과 함께 등장했다. 여성에게임신중지를 대가로 슬픔이나 비탄을 고백하라고 요구하는, 성문화되지 않은 계약에 똑똑히 되갚아 준 것이다. 임신중지를 ‘대놓고 말하라‘는 주문은 임신중지 낙인 그리고 침묵을 명하는 문화적 지령에 대한 응답이자, 임신중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평범한 일로 다시 프레이밍하려는 시도다.  - P252

임신중지 정치가 임신중지를 하려는 혹은 하고 난 여성의 느낌으로 환원되면, 그 느낌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광범위한 사회·구조·정치적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이를테면 양육에 대한 결정, 또 그런 결정에 대한 다른이들의 평가와 판단을 손쉽게 하거나 감추는 ‘젠더화된 노동분업‘과 ‘계급·인종에 기반한 불평등‘, 임신중지와 피임의 구별이나원치 않은 임신을 막기 위해 여성에게 부여되는 책임 등 역사사회학적 질문, 임신의 조건에 관한 존재론적 질문 등이 있다. - P255

 ‘미안해하지 않는‘ 임신중지 서사는 가치가 있다. 임신중지라는 결정이이로우며 삶을 고취시키는 결정이 될 수 있다. 이때 그 여성은 주체의 자리를 정당하게 부여받는다. 이 주체의 자리를 배제하려는끊임없는 움직임은 임신한 여성이 어머니가 되고 싶지 않아 한다는 발상이 전복적임을 반증한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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