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블랙 에디션, 양장 특별판)
미카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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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은빛 달이 컴컴한 소나무 위로 떠올라 폐허의 돌무더기에 신비스러운 빛을 쏟아 부었다. 모모와 기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란히 앉아 달을 올려다 보았다. 두 사람은 그 순간이 지속되는 한 자신들이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임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 때 누군가가 옷깃을 잡아당겼다. 돌아보니 꼬마 모모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재회의 기쁨을 묘사할 말은 아마 이 세상에는 없으리라. 두 사람은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며 끝없이 횡설수설을 늘어 놓았다. 기쁨에 취한 사람들이 그러듯 온통 실없는 소리를 한 것이다. 두 사람은 몇 번이고 얼싸안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멈춰 서서 같이 기뻐해 주었다. 그들은 같이 웃고, 같이 울었다. 이제 모두들 그럴 시간이 있었다.

‘....... 당신은 노모랑 함께 사십니다. -우리가 알기로는 당신은 매일 이 노인한테 꼬박 한 시간을 바치고 있지요. 이를테면 귀가 들리지 않는 노인을 상대로 이야기를 하니 이것도 쓸데없이 버려진 시간이지요. 55,188,000 초로군요. 게다가 당신은 쓸데없이 앵무새까지 기르면서 그걸 보살피는 데 매일 15분을 쓰고 있습니다. 그것이 13,797,000 초가 되는군요.‘

‘그렇지만....‘ 푸시 씨는 애원하듯이 항의했다. ‘조용히 하십시요!‘ 외무사원은 이렇게 말하고는 점점 더 빨리 계산을 해댔다. ‘당신의 어머니가 하기에는 벅찬 일이기 때문에 당신은 집안일도 어느 정도 해야 합니다. 시장을 봐야 하고 청소를 해야 하고... 그런 종류의 귀찮은 일이 수없이 많습니다. 거기에다 매일 얼마나 쓰십니까?‘ ‘아마 한 시간쯤, 하지만...‘ ‘당신이 쓸데없이 써버린 시간이 또다시 55,188,000 초나 되는군요, 푸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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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교포로 오해 받은 평범한 공대생의 프랑스어 정복기 - 파리에서 스타벅스 면접 도전부터 파리지앵이 되기까지
손원곤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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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저녁이었다. 파리에 와서 제일 가 보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그날 저녁 내 발걸음은 에펠탑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프랑스어를 접하게 된 계기가 프랑스 문화나 프랑 스와 관련된 어떤 특정한 것을 좋아해서 시작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막연하게 프랑스를 동경하는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나는 프랑스 어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프랑스의 문화와 파리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지금은 내가 사랑하는 도시 중에 하나가 되었다.

사실 나는 면접의 결과보다는 내가 현지인들의 말을 알아듣고 2시간 동안 대화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 뿌듯했다. 마치 내가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파리지앵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면접을 보기 전에는 프랑스인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긴 시간 동안 대화를 할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나의 프랑스어 실력을 확인할 수 있던 기회였다. 프랑스에 도착한 지 6개월 만에 이룬 나만의 작은 성취였다.

나는 프랑스에서 행복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곳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었고 그 행복이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 도 행복감을 느끼고 누리면서 살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이 행복이란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렇지 않다고 이 야기해 주고 싶다. 행복은 그 자체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개념이 아 닐 것이다.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그토록 원했던 프랑스어를 원어민과 막힘없이 대화할 수 있게 되었고 이 과정을 통해 나도 모르게 자존감이 높여졌다. 프랑스에 처음 왔을 때 프랑 스인들과 대화를 할 수 없어서 쩔쩔매던 나의 모습은 이제 어느 곳에도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를 처음 접하면 제일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이 프랑스어 알파벳이다. 프랑스어도 영어와 동일하게 A부터 Z까지 총 26개의 알파벳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지금까지 눈에 익숙한 알파벳이 프랑스어에도 동일하게 사용된다고 하니, 처음에는 한숨을 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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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교포로 오해 받은 평범한 공대생의 프랑스어 정복기 - 파리에서 스타벅스 면접 도전부터 파리지앵이 되기까지
손원곤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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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어 정복하기, 『6개월 만에 교포로 오해 받은 평범한 공대생의 프랑스어 정복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누구나 프랑스에 대한 로망은 있는 것 같다.
나의 프랑스에 대한 로망은 엄마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엄마께서 tv를 보시면 미드나 디스커버리 혹은 해외 요리프로그램을 즐겨보셨는데, 그 때 프랑스의 가정식을 요리하는 프로가 나왔었다.
(난 평소 tv를 전혀 보지 않는 편인데 디스커버리에서 나온 다큐멘터리나 미드를 다운받아 보는 걸 즐겨하는데 이런 걸 보면 엄마의 영향이 참 큰 것 같다.)
아무튼, 그 프로에서 짤막하게 파리 곳곳을 보여주고 집 안에서 요리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는데 그 때 내 눈에 담겼던 파리의 모습은 참 비현실적이라 생각했다.
파리 곳곳은 물론 바게트까지 내 눈을 황홀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더 넓은 세상이 있음을 실감했었다.
그래서 학업을 마치면 꼭 불어를 배워야겠단 생각을 가졌었다.
그러나 막상 대학교 때는 공부하고 알바하느라 영어에 더 집중하다보니 불어 배울 틈이 없었다.
그래도 불어는 꼭 배우고 싶어 ㄱㄴㄷㄹ 처음 배운다는 마음으로 조금씩은 혼자서 공부하고 있다.
그러다 『6개월 만에 교포로 오해 받은 평범한 공대생의 프랑스어 정복기』를 읽고선 꼭 배우고 싶었던 불어이니 제대로 독학해보자라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니다 프랑스로 건너온 저자는 파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1년만에 프랑스어 능력 시험에서 최상급 레벨을 따냈고 심지어 2년 만에 프랑스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한국으로 들어와 프랑스에서 배운 불어를 십분 활용하여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유튜브 '꼼데펑세'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프랑스라는 땅에 첫 발을 디딛는 순간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아직 가보지도 않은 프랑스지만 막상 나는 더 가슴에 부풀겠구나 싶었다.
나는 에펠탑을 본 순간 내가 처음 파리에 도착해서 느꼈던 어두운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고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에펠탑 하나로 파리에 대한 내 희망이 활짝 피게 된 순간이었다.
처음 저자의 프랑스어 실력은 듣기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 실력으로 오페라 근처에 한 어학원에서 수업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표현들 위주로 공부하게 되는데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기에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프랑스어를 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자유롭게 프랑스인들과 대화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말이다.
이 경험을 통해서 무언가를 배울 때 이러한 목적과 태도가 확실하고 열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물론 이 깨달음은 언어의 배움 말고도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책을 쭉 읽어보니 저자는 불어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었기에 남들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배운 것 같다.
두 달 정도 미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나 또한 똑같은 경험을 했었다.
기존에 알고있는 문법, 단어들이 물론 쌓여있었기에 막상 회화도 잘하겠지 싶었지만 막상 일상생활 속 대화는 우리가 알고있는 4형식, 5형식에 맞춰 대화하지 않기에 남들과 의사소통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을 익히고 뉴스부터 만화영화까지 보고 또 배우며 표현들을 익혔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한 달 정도 지나자 말문이 터져서 간단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었다.
막상 한국으로 돌아오니 쓰질 않아 말문이 도로 닫혀버렸지만 제대로 회화를 구사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생각이라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동안 해외에 머문다면 말문은 트이겠구나 싶었다.
중요한 건,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배움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순간, 그 배움의 열정을 더 활용해 (직접 가서 부딪치면 더 좋겠지만) 책상에 앉아서 독학이라도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부터 제대로 구사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추천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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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블랙 에디션, 양장 특별판)
미카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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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모의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모모』



 

 


『하나, 책과 마주하다』

 

머리 한번 빗질한 적 없는, 말라깽이에 작은 키를 가진 한 소녀는 예쁘고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모모다.

한 마을에 모모가 나타난다. 딱 봐도 어려 보이는 모모는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였지만 소녀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고아원에 가는 것을 극구 반대하는 모모의 의견을 존중해 마을 사람들은 모모가 지낼 공간을 꾸며준다.

마을 사람들이 모모를 도와주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모모가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게 된다. 특히 마음을 말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고민이 생기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이런 말을 건넨다.

"아무튼 모모에게 가 보게!"

어린 소녀가 무슨 재주가 있기에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

모모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는데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 주는 재주였다.

어린 소녀의 입에서 해결방안을 내미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상대방이 답을 구할 때까지 진심을 다해 들어주고 들어주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잔잔하게 물 흐르듯 흘러가던 마을에 중절모를 쓴 남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잔잔하게 흘러가던 마을은 어느새 폭포가 가까이에 있듯 세차게, 빠르게 흘러가게 된다. 동시에 마을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었던 감정들 또한 점점 사라지게 된다.

세상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비밀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 비밀에 관여하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대개 이 비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비밀은 바로 시간이다.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몸도 마음도 새까만 사람들의 등장으로 인해 모모는 짧고도 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과연 모모는 예전처럼 돌려놓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모모에 나온 표현들이 너무 좋았다. 모모가 말하는 것, 상상하는 것, 행동하는 것, 그 모든 것이 너무 좋았다.

중학교 때,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간만에 표현력 풍부한 책을 읽었다는 마음에 흡족함을 감출 수 없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상상의 나래에 빠져들었다. 모모, 카시오페이아 거북이, 회색신사, 호라 박사…….

책을 덮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 우리는 바쁘구나, 너무 바쁘게 살아서 느리게 가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놓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우리는 여유가 없다. 시간에 쫓기듯 살고 있으니깐. 나 역시도 그렇고. 물론, 소수의 여유를 즐기며 사는 이들이 난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는 뭘 놓치면서 사는 것일까? 모두들 그 정답을 알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정답을 알면서도 모른체 할 수 밖에 없는 이 현실에 안주하며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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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 - 2019.11.3

 

 

주말에 無의 상태로 있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막상 책상에 앉아도 잡고 있는 펜만 굴리고 펼쳐져 있는 책은 한 장도 넘기지 못했다.
마치 생각도 멈춤의 상태인 듯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주에 위치해 있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해결해 볼텐데,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니 답답하기만 하다.
내 자신이 무너질 듯한 고통을 받으며 이렇게 큰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지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찌되었든 미루고 넘길 수 없으니,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할 생각들이니
생각들은 뒤로 미룬 채 내 몸이라도 더 아프지 않게 신경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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