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블랙 에디션, 양장 특별판)
미카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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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은빛 달이 컴컴한 소나무 위로 떠올라 폐허의 돌무더기에 신비스러운 빛을 쏟아 부었다. 모모와 기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란히 앉아 달을 올려다 보았다. 두 사람은 그 순간이 지속되는 한 자신들이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임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 때 누군가가 옷깃을 잡아당겼다. 돌아보니 꼬마 모모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재회의 기쁨을 묘사할 말은 아마 이 세상에는 없으리라. 두 사람은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며 끝없이 횡설수설을 늘어 놓았다. 기쁨에 취한 사람들이 그러듯 온통 실없는 소리를 한 것이다. 두 사람은 몇 번이고 얼싸안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멈춰 서서 같이 기뻐해 주었다. 그들은 같이 웃고, 같이 울었다. 이제 모두들 그럴 시간이 있었다.

‘....... 당신은 노모랑 함께 사십니다. -우리가 알기로는 당신은 매일 이 노인한테 꼬박 한 시간을 바치고 있지요. 이를테면 귀가 들리지 않는 노인을 상대로 이야기를 하니 이것도 쓸데없이 버려진 시간이지요. 55,188,000 초로군요. 게다가 당신은 쓸데없이 앵무새까지 기르면서 그걸 보살피는 데 매일 15분을 쓰고 있습니다. 그것이 13,797,000 초가 되는군요.‘

‘그렇지만....‘ 푸시 씨는 애원하듯이 항의했다. ‘조용히 하십시요!‘ 외무사원은 이렇게 말하고는 점점 더 빨리 계산을 해댔다. ‘당신의 어머니가 하기에는 벅찬 일이기 때문에 당신은 집안일도 어느 정도 해야 합니다. 시장을 봐야 하고 청소를 해야 하고... 그런 종류의 귀찮은 일이 수없이 많습니다. 거기에다 매일 얼마나 쓰십니까?‘ ‘아마 한 시간쯤, 하지만...‘ ‘당신이 쓸데없이 써버린 시간이 또다시 55,188,000 초나 되는군요, 푸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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