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다, 월마다 기록하는 책탑




『완전한 행복』 | 정유정

#완전한행복 #정유정 #은행나무출판사


러시아 여행에서 만나게 된 은호와 유나.

각자 아이가 한 명 있었고 이혼 경력이 한 번 있는 은호와 유나, 결혼 후 은호는 자꾸만 유나의 결정대로 행동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혼은 '완전함'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이혼하는 걸 원하진 않는 은호.

유나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자라고, 은호는 유나를 감지한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이미예

#달러구트꿈백화점2 #달러구트꿈백화점 #이미예 #팩토리나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한 지 1년이 넘었다.

재고가 부족한 꿈을 관리하고, 꿈값 창고에서 감정으로 가득 찬 병을 옮기고, 프런트의 수많은 눈꺼풀 저울을 관리하는 일에 능숙해지면서, 페니는 꿈 산업 종사자로 인정을 받아야만 드나들 수 있는 ‘컴퍼니 구역’에도 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페니를 기다리고 있는 건, 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들로 가득한 ‘민원관리국’이었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아주 심각한 민원 하나.

페니는 과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오랜 단골이신 792번 손님을 되찾을 수 있을까?



『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 장신웨

#호감가는말투에는비밀이있다 #장신웨 #리드리드출판


원활하고 적절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정작 내뱉은 말에 대해 후회한 적이 분명 있을 것이다.

스스로 인지하는 것을 끝으로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인간관계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상처를 줄 수도 있게 된다.

남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라도 꼭 고쳐야만 한다.

책을 통해 부족한 부분들을 고친다면, 상대방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고 알맹이 있는 대화를 통해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초파리』 | 마틴 브룩스

#초파리 #마틴브룩스 #갈매나무 #생물학 #유전학


꽤 오래 전에 한 매거진에서 초파리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작디 작은 초파리의 영향력이 꽤나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그 때 나는 큰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20세기의 생물학과 유전학의 상징은 초파리이며, 초파리를 빼놓고 생물학을 논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니깐 말이다.

그렇다면, 초파리가 어떻게 생물학의 역사를 대변하는 것일까.






『선을 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한다』 | 장샤오헝

#선을넘지않는사람이성공한다 #장샤오헝 #미디어숲 #세금의세계사 #도미닉프리스비 #한빛비즈


내가 선을 넘지 않아야 상대방도 선을 넘지 않는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들은 가급적 선을 넘지 않고 상대방과의 안전거리를 항상 지킨다.

저자는 선을 넘지 않고 조화롭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며 실제 사례를 인용하여 그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직장에서는 물론 소중한 사람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넘어서는 안 될 선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 답은 책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세금의 세계사』 | 도미닉 프리스비

#세금의세계사 #도미닉프리스비 #한빛비즈


요즘 ○○의 세계사만 보이면 다 읽어보고 있는 중이라 『세금의 세계사』도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다.

납세를 피할 수 없는 우리에게, 선택지는 절세뿐이다.

생각보다 가계에서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세금인데 지금도 세금으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세금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세금이 출발점이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세금에 대한 불신을 없애줄만큼 그 흐름을 자세히 엿볼 수 있다.






매주, 매달 결산하는 책탑 사진도 꾸준히 남기고 있는데 정작 업로드를 못하고 있다.

막상 업로드하려고 하면 시간이 너무 지난 것 같아 올리기 민망할 정도라서 pass! 해버린 포스팅이 도대체 몇 개인지;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마셨는데 언제 이렇게 추워진건지 깜짝 놀랐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어쩐지 겨울에 피는 선인장에 붉은 꽃망울이 맺혀있더라니!

트리를 꺼낼까 말까 고민중인데 설유화부터 서재로 옮겨야겠다.

매년 설유화를 사다가 정성들여 드라이시킨 후 겨울이면 꼭 책표지에 넣곤 했는데, 이번에는 일자로 쭉쭉 뻗듯이 말려져 작년과는 다른 분위기를 낼 것만 같다.


날이 많이 추워진 것 같아 포근포근한 이불과 온수매트를 꺼내 침실 분위기를 따뜻하게 바꾸고 서재도 말끔하게 정리했다.

두어 달 동안 읽고 쌓여진 책들이 벌써 피아노만큼 키가 커 책장에 자리를 만들다 글쓰기 노트가 눈에 띄어 요즘 정리중에 있다.

차마 버리지 못했던, 오래전에 썼던 글들은 북- 북- 과감히 찢어내 처분했다.

텅텅 비워져버린 바인더에는 조금은 성장된 글솜씨로 채워진 글들로 가득 채워보려고 한다.

아직 보름도 안 되었지만 곧 11월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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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0-08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져서, 저희집도 이번주 전기요를 꺼냈어요.
아직 그렇게 추울 시기는 아닌데, 날씨가 너무 빨리 추워져서 아쉽습니다.
하나의책장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편안한 밤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2-12-16 20:03   좋아요 1 | URL
올해는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게 기분 탓인건지 모르겠어요ㅎ
내일도 서해안 쪽으로는 눈이 내리고 서울, 경기 지역 강추위가 예상된다고 하더라고요!
무엇보다 가스비가 많이 올라서 가급적 두껍게 입고 생활하고 있는데 난방비 좀 덜 올랐으면 좋겠어요ㅠ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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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사랑, 인생, 외로움 그리고 진심에 대한 속삭임을 풀어낸 에세이다.

30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의 2만 개의 찬사를 받은 화제작으로 마음 편하게,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저자, 후이는 1983년생 물병자리로 중국방송대학(University of China) 졸업 후 출판, 광고, 미디어, 음악 등 여러 분야에 몸담았다. 현재 공푸전옌 영화사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글과 가사를 쓴다. 3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2014년, 2015년 연속 베스트셀러 대상을 받아 ‘인터넷 시대 신여성 대변인’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흔들리며 꿈꾸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산다. 예민한 편이고, 여름과 여행을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일은 듣고 또 듣기. 과거에 침잠된 일들을 기억하고 기록해서 ‘이야기 속에 인생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한다. ‘손에 든 펜만 있다면 그 어떤 일도 단지 하나의 인생 경험이 된다’는 말을 믿는다.




Ⅰ 사랑에 대한 속삭임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진짜 인연을 만난다.

그러니 떠나간 옛사람이 아니라, 다가올 그 사람을 위해 지금의 나는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가 말하길, 품위 있는 사람과의 결혼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자가 대학 시절에 겪던 일이었다.

호감을 느낀 남자 선배가 있었고 그 선배와 둘이서 과 모임을 기획하게 되는 일이 생겼다.

저자는 동기들에게 연락하는 일을 맡았고 선배는 음식점을 예약하게 된다.

동기들에게 전화를 거는 도중 선배가 여러 번 전화를 거는 것 같아 저자는 단체 예약이 안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선배는 이렇게 답했다.

"아냐, 전부 예약했어. 그냥 여러 곳 잡아 둔 거야. 예약하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뭐 어때. 애들 모이면 어디로 갈지 물어보고 그리로 가자."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생존의 법칙을 가지고 산다. 매일이 생존싸움이다.

그런데 단체 예약을 해놓고선 당일 혹은 바로 전날에 취소전화를 받게 되면 어떻게 될까?

예약금 한 푼 받지 않고 그럼에도 예약을 받아주는 곳은 암묵적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약속을 했으니 바로 올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그 믿음을 저버리면서 양심의 가책 하나 느끼지 않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인 걸까?


'하나를 보면 열은 안다.'라는 말이 있다. 타인을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친구도, 애인도, 동료도, 심지어 가족도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라면 아무리 대단한 인재라 한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어느 날, 친구의 주선으로 저자는 소개팅을 하게 된다.

멀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등장했고 소개팅을 순조롭기만 했다.

모든 이야기에 호응을 해 신이 났던건지 남자는 갑자기 전자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아르바이트생이 실내는 금연구역이니 나가서 피워달라고 정중히 부탁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남자가 아르바이트생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니코틴 없는, 피해 안 주는 전자 담배라며 버럭하는 남자를 보며 저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곧이어 주문한 케이크와 커피가 나왔는데 남자는 또 한번 아르바이트생에게 화를 내게 된다.

케이크에 벌레가 붙어있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정말로 케이크에 날파리 한 마리가 붙어있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생은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곧 새 케이크를 드리겠다고 했지만 남자는 씩씩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미 입맛이 떨어졌는데 새 케이크가 다 무슨 소용이야? 필요없으니까 이 케이크, 네가 먹어 치워."

저자는 말도 안 되는 요구에 크게 당황했고 안 되겠다 싶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게 된다.

"괜찮아요, 무슨 바퀴벌레가 나온 것도 아니고, 접시에 날파리 붙은 걸 못 봤을 수도 있죠. 그냥 바꿔 주세요."

그러자 남자는 더더욱 아르바이트생에게 손가락질하며 자신이 돈이 없는 줄 아냐며 공짜 디저트는 필요없다고 소리를 질렀다.

보다 못한 저자는 자신의 찻값을 남자에게 던져 버리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주선한 친구에게 앞으로는 그 사람 이름조차 꺼내지도 말라고 경고했다.


힘없는 아르바이트생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머리를 조아렸지만 그건 그 남자한테 중요치 않았다.

자신의 기분이 우선인 사람이었으니깐.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절로 품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많이 해도 지식이 풍부해도 심지어 가정교육을 잘 받았어도 반드시 품위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약한 사람에게 강하게, 강한 사람에게 약하게 보이는 사람은 거르는 것이 좋다.

평생을 작은 마을에 살았어도 점잖고 예의 바르며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어도 공공장소에서 금연할 줄 모르고 침 뱉는 사람보다 훨씬 품위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품위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구분선이다,.

품위 있는 사람은 반성할 줄 알고, 예의를 지킬 줄 알며, 쉽게 흥분하지 않고, 자기 고집에 매몰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적절하게 행동하고, 늘 여유 있고 넉넉하며, 마음은 선의와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조언한다, 결혼은 꼭 품위 있는 사람과 해야 한다고.

사랑은 포기해도 품위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혼이라는 중차대한 결심을 하려면 단순히 감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상대에 대해 확신하는 것 이상으로 나 역시 결혼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상대에게 증명해 보이고 확신과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마음과 마음이 맞닿아 어우러지는 것이다.

미처 겪어 보지도, 해 보지도 않아서 낯설고 어색한 그 사랑들이 이 세상에 있다.

그것도 가장 올바른 방식으로 우리 곁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Ⅱ 있는 그대로에 대한 속삭임


실패해도 괜찮고, 참패해도 괜찮고, 연달아 패배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견이다.


한때 저자는 북쪽 지방의 작은 마을에 머물며 혼자 사시는 할머니와 친구가 된 적이 있었다.

남편과 아들을 일찍이 잃고 홀로 손녀를 키우시는 일흔의 할머니였다.

며느리가 일찍 재혼하고 연락이 끊기에 되면서 갓난쟁이였던 손녀의 기저귀를 갈며 애지중지 키웠다고 한다.

그런 손녀가 유명한 사범대에 합격했다고 하니 경사 중의 경사였다.

할머니가 말하길, 특히 옆집 아주머니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돈을 빌려주는 것 뿐만 아니라 먹을 거리가 있으면 종종 나눠주었다고 하니 마을이 십시일반 조금씩 도와줬기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 손녀가 졸업하고 취직하면 할머니도 지내기 수월해지겠다면 자신의 생각을 할머니께 전하자 할머니는 저자께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물론 많은 사람이 도와준 건 맞지, 하지만 나 역시 평생 도움받은 걸 기억하고 감사하며 보답할 거여. 그리고 결국 나를 가장 많이 도운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여, 바로 나 자신이여."

"다른 사람이 나를 도와주는 건 정분이고, 내가 나를 돕는 건 본분이여."

할머니는 손녀에게 인터넷 방송하는 법을 배워 농작물 등을 온라인으로 팔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차곡차곡 모아 손녀에게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내가 나를 대단하게 여기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 법이여. 다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니께 힘도 합치고 도와줄 생각도 하지. 만약 내가 싹수 노란 게으름뱅이라면 누가 신경이나 쓰겄어?"

"늙었다고 죽을 대까지 얌전히 앉아있으라는 법 있는가? 지금까지는 손녀를 위해 살았으니, 이제부터 나를 위해 살아야지."


우리는 끊임없이 일상생활에서 승패를 겪는다.

옷, 가방 등 물질적인 것부터 자세, 태도, 언행을 포함하여 성적, 재산 등 남이 나보다 나으면 자신도 모르게 '졌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부러우면 부러운 것이지, 이로 인해 속상해하거나 좌절에 빠지면 절대 안 된다.

오히려 이런 고수를 만났다고 생각하며 싱글벙글해야 한다.

즉, 패배의 가치와 묘미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성장이라는 주제에서 보면 승패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

실패와 패배로 인해 완벽해 보이던 나의 작은 세계가 깨어질 때, 우리는 껍질 밖의 더 크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된다.

그러니 졌다고 비탄에 빠지지 말고 오히려 기뻐하라.


잊지 말자.

언제나 나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또 그 사랑만큼 내가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저자가 성인이 되고 나서 버팀목 같았던 아버지가 쓰러지게 된다.

시기를 놓치지 않아 건강은 회복했지만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를 계속 써야 하는 신세가 된다.

이번 겨울, 저자는 본가에 다녀오게 되는데 집 앞 골목 빙판길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나이 먹고 넘어진 게 괜스레 쑥쓰러운 마음에 볼멘 소리를 내니 저자의 아버지께서는 허허 하고 웃으시며 연고를 가지러 가셨다고 한다.

다음 날, 낮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아버지께서 안 계시지 않는가.

혹여나 산책하시다가 넘어진 게 아닐까 싶어 부리나케 달려나갔는데 느릿느릿 저 멀리 골목 어귀에서 집으로 오고 계셨다.

걷는 모양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아 살펴보고 있는데 언제 나오셨는지 옆집 아저씨가 나와 말을 꺼냈다.

"네 아빠, 오늘 새벽부터 저러고 있다. 사람들이 그만하면 됐다고 해도 듣질 않고 혼자 끙끙대면서 지팡이로 얼음판에 꾹꾹 구멍을 내놓더라. 아마 누가 미끄러져 넘어질까 걱정돼서 그러는 모양이야."

저자는 두 손으로 눈두덩이를 꼭 누르다 아빠를 크게 부르자 그녀의 아버지는 코끝까지 빨개진 얼굴로 반갑게 미소지어주었다고 한다.


평생 잃고 싶지 않은 단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사랑을 고를 것이다.

나는 주저 없이 이 사랑을 고를 것이다.

늘 더 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 그들이지만 사실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아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제는 내가 그들에게 주고 싶다. 충분히, 아주 많이.

그리고 그들이 좀 더 오래도록 받아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Ⅲ 진심을 대하는 것에 대한 속삭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흘린 땀과 눈물의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저마다 마음에 정한 합리적인 값이 있다.

그만큼 줄 수 있으면 주고 못 주겠다면 갈라서면 그만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이상을, 기쁜 마음으로 더 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한때 휴양지에 머물며 글을 썼던 저자는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발견해 조금 멀긴 하지만 삼륜 택시를 이용해 그 카페에 출근하다시피 하게 된다.

정가제가 아닌 흥정으로 정해지는 탓에 기사마다 요금이 살짝 달랐다.

최하 1500원 정도로 갈 수 있지만 어떤 기사는 1600원, 1700원을 부르기도 했다.

기사가 바가지만 씌우지 않으면 저자는 웬만하면 부르는 대로 주긴 했지만 더 많이 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날, 그 날도 역시나 삼륜택시를 이용했는데 목적지를 듣자마자 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1,500원! 1,500원이면 충분히 갑니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저자는 2,000원을 내밀며 잔돈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덧붙이니 기사는 기쁨과 놀라움이 섞인 미소를 띄웠다고 한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때로는 그보다 더 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기쁜 마음으로 왜 그런 것일까?

그들을 인정해서?

응원하는 차원에서?

아니, 진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보여 준 진심에 진심으로 응답하고 싶은 것뿐이다.


일부 사람은 타인의 불행에 필요 이상의 호기심과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저열한 관음증 때문일까, 아니면 그만큼 인생이 무료하기 때문일까?


저자는 먼 친척 오빠 내외의 소식을 듣게 된다.

얼마 전, 첫 아이를 낳았는데 항문폐쇄증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가장 가슴 아픈 사람은 부모일테니 연락조차 부담스러울 것 같아 저자는 입을 닫았지만 일부 친척은 걱정을 빙자한 호기심을 숨김없이 드러냈고 모이기만 하면 아픈 아기를 화제에 올렸다.

심지어 친척 아주머니가 찾아와 엄마와 함께 아픈 아기 이야기를 꺼내자 일부러 싫은 티를 내며 저자는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고 한다.

친척 아주머니가 가고 나서 너무 실례한 거 아니냐고 엄마가 저자에게 따져 묻자 뒷말 쑥덕거리는 게 더 실례라고 하니 그녀의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다들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니.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다들 궁리하느라 그러는 거야."

그러자 저자는 답했다.

"지금처럼 힘들 땐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도와주는 거예요. 괜히 이것저것 묻고 들쑤시면서 더 심란하게 만들지 말고, 본인들이 문제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내버려 두는 게 훨씬 낫다고요."

이후 아기가 인공항문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제야 저자는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허락을 받은 후 아기를 보러 갔다고 한다.

가서도 수술에 대해서는 일절 묻지 않고 그저 아기의 건강과 축복을 바란다며 선물만 전달해주니 오빠 내외는 내내 편안해했다고 한다.


도와줄 수 있으면 돕고, 도와줄 수 없으면 그 자리를 떠나라.

남의 힘든 모습을 구경거리로 삼거나 더 번거롭게 만들지 마라.

다른 사람의 하늘이 무너질 때 받쳐 줄 수 없다면, 그저 눈 감고 못 본 척하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생과 사는 하늘의 뜻에 달렸고, 나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때로는 관심을 끄는 것이 맞다.

나를 위해, 그리고 상대를 위해.




좋은 사람을 단번에 만나는 것도 행운이겠지만 모두에게 그 행운이 오는 것은 아니기에 많이 만나보고 헤어지는 것도 다 경험이 된다는 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스토킹 범죄가 갈수록 악랄해지며 결별한 커플 혹은 부부간의 다툼이 살해로까지 이어지는 기사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무서워서 누구 만나겠나?'하는 말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이다.

그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여러 사랑을 해봤지만 지금은 나도 모르게 소개팅은 꺼려진다.

그래서인지 【품위와 결혼하다】는 유독 공감될 수밖에 없었다.


애서가로 살다보니, 간혹 그런 말을 듣기도 한다.

당연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왜 읽는 거야?

사실, 답은 간단하다.

어떤 분야이건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내용일수록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기에 때로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당연하게 예상되는 책을 끊임없이 읽어줘야 하는 것이다.


계속되는 실패에 좌절하는 순간에 놓여질 때, 어느 순간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아, 또 실패했네. 당연한건가?

나 자신이 상대방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놓여질 때, 어느 순간 우리는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아, 또 그러네. 그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되는 건가?

이러한 모든 순간들을 당연시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당연하지만 당연한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법부터 타인과 어울리면서 필요한 나눔과 배려 그리고 삶의 지혜를 책에서 엿볼 수 있다.

(저자가 중국인이다보니 에피소드가 조금 과하게 흘러가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는 크게 변함이 없다.)


발아래 진창 때문에 걷기 힘들어도,

그 덕에 늪으로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음을,

어둠이 잠시 눈앞을 가린다 해도,

그 덕에 희미한 빛을 발견할 수 있음을,

낭떠러지 끝에서 손을 놓아 버린 사람이,

어디선가 밧줄을 찾아들고 나타나 나를 구해줄 것임을,

우리는 믿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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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양순자 지음, 박용인 그림 / 가디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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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저자가 오랜 기간 동안 서울 구치소에서 교화위원으로 사형수들을 상담해 주었다.

그런 그녀가 암을 통해 죽음과 마주하게 되면서 지난 시절 동안 느꼈던 삶의 가치와 삶의 자세에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이야기이다.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과 기꺼이 나누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어른으로서 행복하게 사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저자, 양순자는 서울구치소 교화위원으로 30년간 사형수들을 상담해왔다. 영암군청 사회복지과 상담실장으로 일했으며, 법무부 교정대상(박애상), 국무총리 인권옹호상, 법무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안양교도소 정신교육 강사 군부대 강사 활동을 하면서 양순자심리상담소를 운영했다.

‘남을 돕는 일에는 계산하지 말고, 누군가 넘어지면 빨리 일으켜줘야 한다’가 신조인 그녀는 누군가가 SOS를 치면 언제든 달려가는 열혈 상담가였다.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탔을 때 그녀 옆자리에 앉기만 해도 그녀의 긍정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만다. 그래서 그녀를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들은 사는 게 우울하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 가장 먼저 그녀를 떠올 린다. 그녀는 2010년 대장암 판정을 받았지만 두 번의 수술 후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행복할 때도 슬플 때도 암세포와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살다가 2014년 7월, 향년 73세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Ⅰ 어른으로 살아보기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듯이, 삶과 죽음도 마찬가지다.


"한참은 힘들 겁니다."

의사가 조심스레 저자에게 말을 꺼냈다.

피할 수 없는, 준비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말이었다.

저자는 이미 암을 받아들인 상태였기에 수술을 하지 않고 안에 있는 암과 함께 가겠다고, 그렇게 담담하게 의사에게 말했다.

30여 년 동안 집행장으로 향하는 사형수들을 본 저자는 그들을 이렇게 기억했다.

죽을 때조차도 마음 편히 가지 못하고 말이 많았다고.

지금은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나 또한 알지 못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사형수들은 집행날을 알지 못해 갑자기 문을 열고 여러 사람이 들이닥치면 그 때 짐작했다고 한다.

담담하게 따라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물을 쏟고 일어서지 못하기도 하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통곡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 열심히 산 사람은 죽음에 의연할 뿐만 아니라 이별도 잘한다고.

뒤돌아보고 멈칫거리는 것은 결국 최선을 다하지 못해 미련이 남아서라고.

저자인 양순자 선생님은 암과 함께 사셨고 2014년 7월 세상과 작별하셨다고 한다.

선생님의 말대로 하루하루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여기며 산다면 분명 이별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별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은 결국 불량품이라고 하셨으니깐.


30여 년 전, 현저동 101번지에 위치했던 서대문 형무소.

봉사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으며 종교단체를 통해서 심사를 받아야만 했다.

구치소에 종교위원을 두는 이유는 교도소 직원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일, 사형수와의 상담때문이었다.

사형선고를 받고 나면 정신적으로 급격히 불안해져 사형수 대부분이 악몽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사고를 치기도 하고 자해를 하기도 하니 직원들이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종교위원은 정해진 날에 찾아가 사형수를 면담하며 위로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런 시간이 2년에서 3년정도라고 한다.

그 중 저자의 마음에 걸렸던 사형수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형수 한씨는 딸만 일곱으로 형편이 워낙 어렵다보니 딸들을 식모로 보내 생활을 근근히 해나가던 농부였다.

당시 50만원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던 중, 잠실에서 식모살이를 하고 있는 딸에게 찾아가 그 집 주인에게 50만원만 빌려달라고 간청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큰 돈을 덥석 빌려줄 일은 없었다.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당하고 다시 돌아가려는 순간 화장대에 놓인 보석 하나가 한씨의 눈에 들어오게 된다.

홀린듯이 보석을 집어들고 가려는 순간, 이를 본 주인과 실랑이가 일어나자 한씨는 도망치듯 그 집에서 빠져나왔다고 한다.

단순 강도인데, 그렇다면 한씨는 왜 사형수가 된 것일까?

실랑이를 벌이고 난 뒤, 주인이 넘어지면서 장롱에 머리를 부딪혀 죽고 만 것이었다.

한씨는 신문을 통해 사망소식을 접하고선 자수를 하기로 마음먹게 되었고 경찰서로 향하기 전 사찰로 먼저 가 기도를 하던 중에 죽은 주인의 시어머니를 절 앞에서 만나게 된다.

한씨는 그 시어머니에게 자수하러 간다고 말을 꺼냈고 그렇게 주인의 시어머니와 함께 경찰서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죽은 주인의 시어머니가 법정에서 뜬금없이 자신이 잡아왔다고 증언을 한 것이 아니겠는가.

변호해 줄 변호사도 없는 한씨는 결국 사형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증거와 증인만이 법정에서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었으니 50대 젊은 남자가 늙은 할머니에게 붙잡혀 왔겠냐는 호소도 법정에서 먹히질 않았다.

저자는 끊임없이 궁금했다고 한다.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던 노인은 왜 끝까지 내가 잡아 왔다고 거짓 증언을 했던 것일까? 무슨 이유였을까?

가난 때문에 딸 일곱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사람.

빚 50만 원에 끝없이 몸부림치다 마지막에 강도로 돌변해버린 사람.

살인을 하진 않았지만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

가난 때문에 죗값을 더 치르고 간 사람.

변호해줄 변호사 한 사람없이 홀로 간 사람.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사형 집행 전 위암으로 한씨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때 아닌 철에 수박이 먹고 싶다고 해서 수박도 먹고 수의를 입고 간 유일한 사형수였다고 한다.

아끼던 선배의 물음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선배님, 그들의 삶이 불행했으니 마지막 가는 길에 착한 사람이 곁에 있어 주면 조그만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조금 더 가진 자, 조금 더 행복하게 산 사람이 불행한 사람에게 밝혀주는 작은 촛불만큼의 배려라고 생각해주세요."




Ⅱ 사람부자가, 결국 옹골진 부자다


돈이 많으면 돈 부자, 친구가 많으면 친구 부자라고 한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정작 쓰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하물며 친구가 많다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 의미 없을 때도 있다.

저자는 말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가 진정한 '진짜 친구'라고.


미국 청교도 시절, 한 사형수의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집행관이 사형수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묻게 된다.

사형수는 홀로 계신 어머니를 단 한 번만이라도 뵙고 싶다는 부탁을 하였지만 집행관 입장에서 이해는 해도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었다.

그 때, 오랜 고향 친구가 사형대 앞으로 나와 친구가 어머니를 잠시 뵙고 있을 동안 자신이 사형대에 올라와 있겠다고 한다.

그렇게 사형대에 친구가 대신 오르게 되고 사형수는 어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길을 나선다.

한참이 지나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는데 사형수 옷자락도 보이질 않았다.

그러자 집행관은 불쌍한 눈빛으로 사형수 친구에게 말했다.

"이젠 네가 친구 대신 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느냐?"

그러자 친구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내 친구는 분명 올 것입니다. 무슨 사연이 있어서 늦는 것일뿐입니다. 내가 죽은 뒤에 친구가 도착하면 꼭 이 말을 전해주십시오. 친구를 조금도 원망하지 않고 갔다고 말입니다."

그 때, 만신창이가 된 사형수가 드라마틱하게 눈앞에 나타나게 된다.

어떻게 된 것일까?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 갑작스럽게 내리는 소나기에 외나무다리를 건너다 떠내려 가게 되었고 그 길을 헤엄쳐 오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이었다.


한때는 친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발 넓게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크게 상처받는 일이 생겼었다.

유난히 남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던 그 아이가 내 뒷담화를 하고 다니던 것이었다.

뒷담화했던 그 아이에게도 실망했지만 침묵하고 방관한 아이들에게도 조금은 실망했었다.

그 아이가 그 자리에서 그 아이들에게 뒷담화를 했다면 결국 말을 보태지 않았어도 동의하며 들었단 뜻이다.

그렇다면 거기서 끝낼 일이지, 굳이 나에게 와서 그 아이가 네 뒷담화를 하고 다닌다고 일일이 얘기해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착하게 살면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줄 알았는데, 그저 내가 잘하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결국 그 사람의 인성은 바꿀 수 없는 노릇이다.

그 때, 내게 뒷담화하던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하며 주동자인 그 아이를 뒷담화하자는 식으로 말하는 그들을 보며 그간의 쌓인 정이 한순간에 무너졌었다.

남을 비하하고 뒷담화하면서 괜한 감정 소모를 하는 것 자체가 내게는 너무나도 지치는 일이기 때문에 애초에 할 생각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굳이 똑같이 비하하고 뒷담화하며 고립시킬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나는 그들과는 멀어지는 것을 택했었다, 과감하게.

생각해보면 너무 잘했던 행동이었다.

이후 들었던 이야기로는 곁에 남았던 친구들마저 다 떨어졌을 뿐더러 그들도 서로서로 연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사건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이 연속으로 터지면서 사람을 대하는 것 자체가 내겐 너무 힘들어 사람 자체를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까지 오게 되었었다.

그 때, 선생님께 조언을 받아 연락처 목록을 과감하게 정리하기에 이르렀었다.

'진정하게'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제외하곤 다 정리해보니, 굳이 내가 연락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과 이렇게나 많이 연락했었구나 싶었다.

그렇게 남은 친구들은 자주 보지 못해도 어제 본 것 같고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주며 무엇보다 서로간의 믿음이 있다.

이렇듯 좋은 친구는 우선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나 또한 그들에게 가식 없이 진정한 마음을 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Ⅲ 마무리가 깔끔하면 머물다간 자리도 아름답다


30년 동안 교도소만 다니다보니 칠십이 넘었던 시기에 저자가 갈 수 있는 곳은 노인정밖에 없었다.

어느 날은, 오피스텔 관리소장이 통장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묻게 되었고 며칠을 고민하다 승낙하게 된다.

이력서에서 수상 목록을 쓰려고 보니 당최 기억이 나질 않아 서울구치소로 연락해 물어보았다고 한다.

굵직굵직한 상을 많이 받았음에도 저자가 상을 버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성격상 상을 진열하는 것 자체가 짐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은연중에 '오만'이라는 병에 걸릴까봐 상장의 의미를 밀어냈었다고 한다.

소신있었던, 저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인간은 물론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정해진 수명이 있다.

"인명은 재천이다."

즉,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려있으므로 우리가 생명을 쥐고 흔들 순 없다.

세계적인 부호였던 록펠러는 99년을 잘 먹고 잘 살았는데 위암 판정을 받게 되자 1년만 더 살게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의 재산 중 절반을 나누어주겠다고 전세계적으로 홍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는 99살에 죽고만다.

죽음 앞에서 돈도 권력도 아무 의미 없는 것이다.

심지어 건강해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니 우리의 수명은 하늘만이 알 뿐이다.


칠십 평생 아파본 적 없던 저자는 오복을 다 누리고 살았기에 겁날 것이 없었고 암이라는 터널을 두 번이나 벗어나면서 까칠했던 성격이 많이 원만해졌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에 20구씩 5년 동안 2만 여 구의 시체를 돌봐온 상담자가 찾아오게 된다.

수의를 입혀 보내는 일을 했기에 숨을 거둔 시신의 모습을 매일 볼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 평안한 모습으로 죽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평안하게, 평안하지 못하게 가는 얼굴은 확연히 드러나며 성숙하지 못하고 죽은 시체는 모습 자체가 다르다고 한다.

저자는 그 날의 일을 생각하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 든다고 그냥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무엇보다 나이 먹어서 나잇값 못하는 것처럼 추한 것도 없다는 것.

암병동에 입원하면서 긍정적으로 암을 안고 가는 사람과 의사와 병원을 잘못 선택했다며 골 난 사람은 얼굴 색깔부터 달랐다고 저자는 덧붙였다.

아프고 나서도 성장하기는커녕 신세 탓, 환경 탓만 하는 사람도 참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야."




(자살을 제외하고) 사람은 병으로 혹은 사고로 혹은 사람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저자의 말처럼 인명은 재천인지라 죽음의 날짜를 예측할 순 없다.

몇 주 전 대학병원에 다녀왔었는데, 갈 때마다 느끼지만 아픈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이다.

또한, 요새 크나큰 사고 소식이 끊임없이 들리고 있는데 어제는 화성 제약회사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인명피해가 있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는 것,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저자, 양순자 선생님은 암 투병을 하시다가 2014년 7월 눈을 감으셨다.

죽음을 앞두고서 이별 연습을 했던 저자는 매우 의연하고도 담담했었다고 한다.


갑작스레 세상을 등진다 해도 이상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삶,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삶, 적어도 후회는 남지 않는 오늘을 사는 것이 진짜 어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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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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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어린왕자」와 【정여울】작가님의 조합이라니!

「어린왕자」를 통해 성인자아가 마주한 내면아이의 순간순간을 【정여울】작가님과 함께하다 보면 절로 느끼게 될 것이다.


타인 앞에서 용감해지기 위해서,

내 꿈 앞에서 순수해지기 위해서,

내면아이를 되찾아야겠다고.


저자, 정여울은 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으로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이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전국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한때는 상처 입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가 주제가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소란하지 않게, 좀 더 천천히,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성완의 시사夜]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 내 안의 어린 왕자, 첫 만남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어느 겨울날. 나는 춥고 어두운 골방 안에 난로를 켜놓고 그 불빛에 의지해 《어린 왕자》를 읽다가 갑자기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열네 살 아이가 무에 그리 서러운 일이 많았는지, 거의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오래오래 토해냈다. 내 안에 그토록 많은 눈물이 고여있는지, 그날 처음 알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 눈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나의 사랑스러운 어린 왕자가 영원히 지구를 떠나는 장면이 너무 슬퍼서였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그런 설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성인이 되고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내면아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저자는 성인자아가 내면아이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선 어른의 언어로 스스로에게 질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내면아이가 성인자아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넌 한 번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지? 넌 어른이 되어 바삐 살아갈느라 하루하루 힘들었겠지. 하지만 난 네가 쳐놓은 마음의 쇠창살 속에 갇혀서 항상 너에게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었어. 오랫동안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간절히 기다려 온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마치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에게 대뜸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처럼. 이제0야 너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뻐. 난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거든."


그렇게 성인자아는 내면아이에게 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내면아이 또한 성인자아를 루나로 부르기 시작했다.

기쁨 그리고 달밤의 사람, 달밤에 어울리는 사람.

내면아이는 단순히 덜 자라고 덜 교육받았고 모자라고 가르침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언젠가 되찾아야 할 내 안의 소중한 잠재력이며 어린 왕자처럼 해맑고 여리면서도 당차고 사랑스러운 내 안의 가장 환한 빛인 것이다.


어른이 되면 더 이상 내 안의 어린 왕자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어른이 되면 내 안의 어린 왕자, 내 안의 그토록 아름다운 내면아이와 끝내 작별할까봐 미치도록 두려웠던 것이다.



★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때


조이 어른인 네가 나보다 더 나약하고 불쌍하니까 그렇지. 넌 네가 원하는 것을 다 가졌는데도 항상 불행하잖아. 루나 넌 참 이상해. 멀쩡한 자신을 매일 할퀴고 있어.

루나 그런가? 내가 원하는 것을 다 가졌나? 난 결점투성이인데.

조이 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잖아. 그리고 네 곁에는 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그것 말고 뭘 더 바라는 거야?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그런 걸로 널 만족시킬 수 있어?

루나 그렇게 많은 걸 바라진 않아. 물론 예전에는 나도 바랐어. 더 좋은 집, 더 많은 통장 잔고, 더 뛰어난 무언가를 항상 바랐어. 하지만 요즘은 좀 더 소박한 꿈을 꿔. 더 많은 걸 바랄수록 삶이 너무 피곤해진다는 것을 알았거든. 요즘 나의 소원은 이거야. 조이 너처럼 발강지고 싶어. 내 안에 너처럼 환하고 해맑은 존재가 있다는 게 아주 큰 힘이 돼. 너와 이야기를 하면 이상하게 힘이 나.


어린 왕자가 있었다는 증거는  그는 멋있었고, 잘 웃었고, 양을 원했었다. 그것이 어린 왕자가 있었다는 증거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분명 어린애로 취급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살고 있던 별은 소행성 B621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순간, 어른들은 금세 인정할테니깐.

저자는 말한다. 성인자아가 내면아이를 껴안아 준다면 반드시 치유되고 성장할 것이라고.



★ 아픈 기억과의 대면


조이 열한 살 때. 네가 학교에서 왕따 당했을 때, 넌 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다 털어놓지 않았어. 철저히 숨기던 옛날보다는 그래도 많이 털어놓았지만, 너는 완전히 너의 상처를 드러내지는 않았어.

루나 아, 역시 그거였구나. 네가 펑펑 운 걸 보고, 그날 때문이 아닐가, 역시 그날이구나, 조금은 짐작했어, 조이. 미안하구나. 네가 아직도 그 시절의 상처 때문에 울고 있는지는 몰랐어. 난 이제는 정말로 괜찮아졌다고 믿고 있었거든. 사실은 하루가 아니었잖아. 초등학교 4학년 거의 1년 동안, 너는 왕따를 당했지.

조이 그 하루에서 시작되었지. 그 하루를 꺼내면 너의 열한 살 전체가 먹구름으로 가득하게 되니까. 넌 그 하루를 꺼내보기가 그토록 두려웠던 거야.


새로운 사람과 연을 쌓아가다 보면 그런 말을 간혹 듣곤 한다.

참 밝고 따뜻한 가정에서 자란 것 같다고.

이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줄 순 없지만 크게 반문하지도 않았다.

그 순간에도 나는 '나'가 아닌 '남'에게 초점을 맞추었었으니깐.


어른이 되고나서 받은 상처도 물론 크지만 어린아이였을 때 받은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과거의 일은 과거일 뿐,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전혀 틀린 말이다.

결국 상흔이 남는다.

아무 일 없이 탄탄대로의 삶을 살았을 거라 여기지만, 어렸을 때부터 안 힘들었던 적을 꼽는 게 더 쉬울 것 같다.

집안 환경은 물론 학창시절도 마냥 꽃같은 생활이라 생각하겠지만, 위기는 매번 닥쳐왔다.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좋은 인연이 가득한 삶이었으면 참 좋았겠지만, 앞으로도 절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복병의 인물들이 내 인생에 끊임없이 등장해 나를 괴롭혀왔다.

남에게 조그마한 피해 하나 준 것도 없이 살아왔어도, 나만 착해도 소용없는 것이 인생이다.

예쁨받는 것이 보기 싫어서, 잘 사는 게 보기 싫어서… 그런 이유로 괴롭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세상이 참 미웠다.


아직은 자세하게 말할 엄두도 나질 않고 용기도 없지만, 트라우마로 인해 오랜 기간 상담도 받아왔다.

몇 군데 다니는 병원 중 하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니던 곳이라 의사선생님은 나의 성장과정을 지켜봐주신 분들 중 한 분이다.

속으로 삭히고 홀로 감내하면서 몸까지 병 들어가는 나를 보던 선생님이 한 분을 소개시켜주셨고 그렇게 나는 매번 외면해왔던 순간순간을 되뇌어 볼 수 있었다.

모두가 지켜보는 것도 아니고, 한정된 사람들만 들려 보는 이 블로그라는 공간에 언젠가 아픔을 몽땅 털어내는 글을 쓰는 순간이 곧 나의 내면아이를 치유하는 그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아팠던 기억들, 그중에서도 유독 더 아픈 기억이 있다면, 그것이 당신의 핵심 트라우마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핵심 트라우마와 대면하고, 조금씩 친밀해지고, 그리하여 마침내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로도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나 자신과 만날 수 있습니다.



★ 사랑받지 못한 우리 모두의 내면아이에게


조이 루나, 나는 선명하게 기억하지만 너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아직도 많아. 어른이 되면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게 되잖아, 특히 너무 괴로운 상처일수록 어른들은 그저 묻어두려고만 하더라. 거꾸로 너는 잘 알고 있지만 나는 모르는 세상의 진실도 너무 많아. 그러니 우리 더 자주, 더 오래 만나서 이야기하자.

루나 그래, 조이. 네가 항상 나를 반가워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해지는 느낌이야. 어떤 어른들은 내면 아이와 몇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아, 이제야 내 상처를 깨달았다, 이렇게 느낀 다음에는 다시 내면아이와 작별하기도 해. 그러면 그토록 어렵게 이루어진 내면아이와의 만남이 일시적인 것으로 끝나버려. 내면아이는 평생 우리가 데리고 다녀야 할 아주 소중한 친구인데 말이야.

……

조이 루나 너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달빛이야. 70억이 넘는 인구가 느끼는 달빛이 모두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서 태어나서 그 모든 세상 여행을 다 마치고 돌아와 마침내 나를 마지막 안식처로 삼을, 슬프지만 아름다운 운명의 조종사는 이 세상에 너 하나뿐이야. 네가 뭔가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를 다시 떠난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끝까지 기다릴 거야. 조이라는 아이는 루나의 달빛을 받아야만 비로소 완전히 환하게 빛나는 별이니까. 너의 품에 안겨야만 나는 이 슬픔의 사막에서 비로소 찬란한 오아시스를 찾을 수 있으니까.


웃을 줄 아는 별을 갖게 되는 그날을 위해...★





"아이들만이 자기들이 무얼 찾고 있는지 알고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이들은 누더기 인형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쏟아붓잖아. 그래서 그 인형이 아주 중요하게 되어버리는거야. 누가 빼앗아 가기라도 하면 엉엉 울잖아."

"아이들은 참 운이 좋아." 철도 관리인이 말했다.


끊임없이 목적지를 향해 떠나지만 찾고 있는 무언가에 대한 확신은 없다는 것이 어른들의 현실이다.

그래서 대부분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아이들은 멀리 있는 것에서 행복과 만족을 찾기보다는 아주 가까이 있는 곳에서 충분히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자의 말처럼 아이들이야말로 길들인다는것의 의미를 어른들보다 더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린 왕자는 수천 송이 장미꽃을 보고나니 정성껏 돌본 장미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여우를 통해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된다.

길들이다의 의미를 알았기에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 그 장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 것이다.


J내과는 열 살 즈음부터 다녔으니 선생님은 나의 성장과정을 지켜봐 주신 분 중 한 분이다.

인사 혹은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 묻는 여느 환자들에게 하는 말과는 달리 선생님이 내게 하시는 말은 따로 있다.

"괜찮니?" ……

오늘은 어디가 아파서 왔냐는 물음으로 시작하지 않고 항상 마음부터 확인해주신다.

여느 때처럼 내색하지 않으려 했었는데 어느 날은 조심스레 얘기를 꺼내며 친한 분을 소개해주셨고 그렇게 내 마음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었다.

스스로 버티기에는 매우 힘들어보였다고 나중에 말씀해주셨었는데, 그것이 나를 진정으로 돌보게 된 시작이었으니 아직 나는 멀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에게 상처받았어도 결국 내 마음의 상처를 확인해주는 것 또한 사람들이다.

부정해도, 모른 척 해도 내면아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에 특히나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


「어린왕자」 한국판은 물론 영문과 불어로 된 원서도 읽었었고 「어린왕자」로 나온 에디션이란 에디션은 몽땅 하나의 책장에 꽂혀져 있다.

또한, 매년 YES24나 알라딘에서 한 해의 기록을 키워드로 보여주곤 하는데 그 때마다 꼭 보이는 키워드가 있으니 바로 【정여울】이다. 작가님의 책 중 두어권 빼고는 전부 읽었을 정도이니깐.

이렇게나 사랑하는 「어린왕자」와 정여울 작가님의 조합이라니!

안 읽어볼 수가 없다.

매년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좋은 책들을 발견할 때면 한 책당 서너 권씩 사다가 두고선 선물하곤 하는데 『나의 어린 왕자』도 낙점이다.


내면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희미해진 부분을 선명하게 만들어서 ‘내가 되찾아야 할 나’를 보다 명확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됩니다. 내면아이의 상처가 선명하게 깨어나는 순간, 그때 돌보지 못했던 나의 소중한 부분도 함께 깨어나는 것입니다. 그림자와 만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자의 층을 뚫고 들어가면 반드시 내 안의 가장 환한 빛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상처 때문에 나의 잠재력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너는 이것밖에 못 하니’, ‘저 아이는 저렇게 잘하는데’라는 어른들의 비난을 들으면서 급격하게 소심한 성격으로 바뀌었던 순간들이 기억났습니다. 저도 표현하고 싶은 마음, 재능, 꿈이 많았는데,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렸어요. 다행히도 글쓰기라는 탈출구가 있었기에, 제 안의 잠재력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표현의 탈출구가 필요합니다. 그 표현의 탈출구를 열어주기 위해, 내면아이와의 대화가 필요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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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21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하나님 서재 테이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쒼!ㅎㅎ 산꼭대기 서리가 내릴 정도로 새벽온도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건강 잘 챙기세요 ^^

하나의책장 2022-10-07 23:27   좋아요 1 | URL
제가 한 일주일을 밖에 나가질 않다가 저녁산책을 오랜만에 나갔었는데 급! 추워졌더라고요😶‍🌫
추워진 건 둘째치고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었어요^^
아직 10월인데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낼까 말까 생각중이에요ㅎㅎ

mini74 2022-09-22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면의 아이 ㅠㅠ 저는 라임오렌지나무에서 뽀르뚜카 아저씨는 상상의 인물이란 해석 읽으며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ㅠㅠ

하나의책장 2022-10-07 23:36   좋아요 1 | URL
오오 미니님! 저도요😭
제제가 뽀르뚜까를 잃었을 때 슬펐던 것처럼 저도 많이 울었어요ㅠㅠ
그 책을 처음 읽고나서 느꼈던 것이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었거든요.
어렸을 때 읽었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예요!

scott 2022-10-07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이달상 추카!

하나님의 10월의 책탑 ! 궁금 합니다 ^^

하나의책장 2022-10-07 23:39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scott님❤
사실, 매달 책탑은 빠지지 않고 찍고 있는데 정작 업로드를 못 하고 있어요ㅠ
매번 올리려고 해도 시기를 놓쳐서… 너무 느지막히 올리는 것 같아 쓰다가 지운 적도 몇 번인지 모르겠어요ㅎㅎ

이하라 2022-10-07 14: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이달의 당선 축하합니다.^^

하나의책장 2022-10-07 23:39   좋아요 2 | URL
하라님!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10-07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2-12-16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10-07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당선 축하합니다~! 10월에는 안아프시고 즐겁게 독서하시길 바라겠습니다~!!

2022-12-16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10-07 2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도 잘 찍고 글도 잘쓰시는 하나님 축하드립니다 *^^*

2022-12-16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10-07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2022-12-16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빠르게 실패하기
존 크럼볼츠.라이언 바비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르게 공하고 싶다면 르게 패하라!


힘들고 고된 과정 없이 단번에 이룰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은 실패하는 과정을 겪어야만 한다.

미숙한 준비야말로 성장을 위한 최적의 조건임을 저자는 강조하는데, 다만 실패하는 사람들을 보면 준비가 덜 된 것을 시작하지 않아야 할 신호로 여긴다는 것이다.

천 개의 성공을 만든 작은 행동의 힘, 그 방법은 『빠르게 실패하기』에 있다.


저자, 존 크럼볼츠는 진로상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2004년 미국상담협회로부터 ‘상담계의 살아 있는 전설(Living Legend in Counseling Award)’에 선정되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을 강의하고 했으며, 가장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한 진로상담을 위해 활발히 활동했다. 상담심리학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레오나타일러상(Leona Tyler Award)을 비롯해 지식 기여 특별상(Distinguished Professional Contributions to Knowledge Award), 우수 연구상(Outstanding Research Award), 명예의 전당상(Hall of Fame Award), 우수 커리어상(Eminent Career Award)을 수상했다.

저자, 라이언 바비노는 진로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존 크럼볼츠 교수와 함께 스탠퍼드 대학교의 성공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하버드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인간 발달 분야의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Ⅰ 과감하고 빠르게 실패하라


"가능한 한 좀 더 빨리, 그리고 자주 실패하세요."


세계에서 유명한 커피숍 중 하나는 단연 스타벅스다.

우리나라 또한 스타벅스에 대한 사랑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스타벅스에서 나온 한정판 MD들은 매번 진풍경을 보여주곤 한다.

하워드 슐츠가 곧장 스타벅스를 창립해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많은 실수를 했고 그 과정을 통해 성공으로 이끌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스타벅스 모델로 이탈리안 커피숍을 생각해 근사하고 새로운 경험을 선보이겠다는 것이 슐츠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이는 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최초의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전 직원들이 나비넥타이를 착용하고 커피를 내렸으며 매장에서는 끊임없이 오페라 음악이 흘러 나왔다고 한다.

미국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메뉴판은 이태리어로 되어 있어 손님들이 짜증을 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수천 가지의 실험과 실패 그리고 개선을 통해 지금의 스타벅스에 이르게 된 것이다.


'더 빨리 배우기 위해 더 빨리 실패하라'는 지론은 실리콘밸리 사업가들이 말하는 실패하며 전진하기와 같은 의미이며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신제품을 빠르게 선보여 피드백을 얻어 취약점을 파악해 다음 행보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엉망인 상태에서 엉망이지 않은 상태로 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영화 제작 산업을 수천 개의 완성되지 않는 개념 사이에 몇 가지 괜찮은 아이디어가 묻혀있는, 원시적인 스토리보드 몇 장에서 시작한다. 초기에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가 셀 수 없이 많다. 애니메이션 팀은 하나의 최종 컷을 위해 수천 번의 수정을 거친다. 실패를 거듭하는 여유를 스스로 허락하면서 형편없는 아이디어는 가능한 한 빨리 내던진다. 그리고 그때서야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픽사의 공동 창립자이자 회장인 에드 캣멀은 픽사의 작품에 대해 이러한 말을 남겼었는데, 픽사 또한 이러한 지침을 따르고 있다.

정말 좋아하는 작품인 「니모를 찾아서」, 「월-E」의 감독인 앤드류 스탠튼도 이러한 말을 했다.

"제 전략은 항상 똑같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실패해버리자는거죠. 즉, 망치는 걸 피할 수 없으니 이점을 인정하자는 겁니다. 두려워해서는 안 돼요. 물론 해답에 도달하려면 그 과정도 신속해야겠죠. 생각해보세요. 사춘기도 지나지 않고 성인에 이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한 번에 성공할 수는 없어요. 저는 금방 틀릴 것이고 정말 빨리 틀릴 것입니다."


즉, 스스로에게 실패할 여유를 허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특히, 창의적인 일을 할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다.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일을 하면서 어떤 기분이 들지 결과가 어떻게 날지는 모르기에, 우리는 빠르게 실패할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Ⅱ 성공의 본질은 무엇인가


부분의 사람은 대범할 정도의 큰 성공을 목표로 삼는다.

이루기 어렵지만 성공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절대비법 전략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커다란 성공에는 실천해야 할 수많은 미션들이 존재한다.

가장 확실한 성공이 커다란 목표 설정이라는 개념이다.

그러나 모든 과제를 수행하기 전 멈춰버릴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알게 되면 벽에 붙여둔 계획서를 뜯게 될지 모른다.


새로운 도전을 향한 시작 자체는 참 아름다워 보인다.

그 때의 그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빛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고를 크게 가져도 좋으니 불필요한 제한을 두지 말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면서 굳이 성취 가능한 일들을 내던지지 말라는 것이다.

다만, 행동은 작게 하라고 권한다.

온갖 거창한 목표를 세워둔 채 살만 덕지덕지 붙여놓지 말고 좀 더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늦게 시작한 만큼 조급함이 앞서 괜스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목표만 거창하게 세우기도 한다.

꿈은 클수록 좋지만 작은 목표 하나씩 달성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생활을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결국 자신감과 자존감은 물론 열정까지 자연스레 따라오니 충분히 최종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테니깐.


※ 큰 성공만을 좇을 대 빠지게 되는 문제들

· 큰 목표 앞에서 주눅 들고 긴장하게 되며 행동하지 못하게 만든다.

· 문제를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 일을 끝맺는 데서 오는 성취감을 바로 느낄 수 없어 일상의 의욕과 동기가 저하된다.

· 일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요한다. 일에 대한 비용과 위험도 함께 커진다.

· 기회를 보지 못하게 한다. 한 가지 길만 고집하므로 다른 길은 보지 못하게 만든다.

· 일을 힘든 방법으로 해결하게 한다. 당신의 장점을 활용하기보다는 말이다.

· 미래의 보상에만 중점을 두니 날마다 성장하는 즐거움이 낮아지고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좋다.

삶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도 긍정적인 한 걸음은 충분히 내딛을 수 있다.

작은 성공 접근법은 작은 행동들이 어디로 이끌지 모른다는 데에 있지만 결국은 어딘가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니 우리는 성취해야 할 목표가 크다 하더라도 애쓸 필요도 없다.

일단 시작하고 변화를 만드는 것이 바로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자 시작이다.

작고 쉬운 행동일수록 좋다. 일직선이 아닌 길을 걷는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예상치 못하게 도달한다면 그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면 되는 것이다.




천 개의 성공에는 천 개 그 이상의 실패가 있다!


커서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피아니스트, 선생님, 외교관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그저 그 단어가 괜스레 생소하기만 하다.

알지도 못하고 시도 해보지 않은 일에 선택하고 헌신한다는 것은 마치 배우자를 결정하라고 강요받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니 이런 황당함에 마침표를 찍어도 좋을 것 같다.

이러한 과도한 계획은 결국 성공과 행복을 방해하는 원인이라며 저자는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 미래 진로를 미리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세상은 넓고 역동적인데다 삶은 복잡하니 나의 미래 또한 바라보는 것이 참 쉽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꼼꼼히 읽고선 다시금 내 자세를 고쳐나가기로 했다.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기회는 끊임없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 기회를 알아보고 놓치지 않느냐는 본인에게 달려 있으니, 그 기회를 알아보는 지혜로운 시각도 필요하다.


성공하고 싶어서, 배움에 있어서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고 성장할 기회가 생기면 이 또한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행운이 나타날 지 모르는 것이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끈기있게 인내해 온 사람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한다.


미국 전 대통령인 테오도르 루즈벨트가 이런 말을 했었다.

"다가올 수천 단계에 대해 걱정하기보다 눈앞의 다음 단계로 발을 내딛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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