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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평점 :
『하나, 책과 마주하다』
「어린왕자」와 【정여울】작가님의 조합이라니!
「어린왕자」를 통해 성인자아가 마주한 내면아이의 순간순간을 【정여울】작가님과 함께하다 보면 절로 느끼게 될 것이다.
타인 앞에서 용감해지기 위해서,
내 꿈 앞에서 순수해지기 위해서,
내면아이를 되찾아야겠다고.
저자, 정여울은 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으로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이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전국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한때는 상처 입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가 주제가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소란하지 않게, 좀 더 천천히,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성완의 시사夜]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 내 안의 어린 왕자, 첫 만남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어느 겨울날. 나는 춥고 어두운 골방 안에 난로를 켜놓고 그 불빛에 의지해 《어린 왕자》를 읽다가 갑자기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열네 살 아이가 무에 그리 서러운 일이 많았는지, 거의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오래오래 토해냈다. 내 안에 그토록 많은 눈물이 고여있는지, 그날 처음 알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 눈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나의 사랑스러운 어린 왕자가 영원히 지구를 떠나는 장면이 너무 슬퍼서였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그런 설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성인이 되고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내면아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저자는 성인자아가 내면아이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선 어른의 언어로 스스로에게 질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내면아이가 성인자아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넌 한 번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지? 넌 어른이 되어 바삐 살아갈느라 하루하루 힘들었겠지. 하지만 난 네가 쳐놓은 마음의 쇠창살 속에 갇혀서 항상 너에게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었어. 오랫동안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간절히 기다려 온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마치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에게 대뜸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처럼. 이제0야 너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뻐. 난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거든."
그렇게 성인자아는 내면아이에게 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내면아이 또한 성인자아를 루나로 부르기 시작했다.
기쁨 그리고 달밤의 사람, 달밤에 어울리는 사람.
내면아이는 단순히 덜 자라고 덜 교육받았고 모자라고 가르침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언젠가 되찾아야 할 내 안의 소중한 잠재력이며 어린 왕자처럼 해맑고 여리면서도 당차고 사랑스러운 내 안의 가장 환한 빛인 것이다.
어른이 되면 더 이상 내 안의 어린 왕자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어른이 되면 내 안의 어린 왕자, 내 안의 그토록 아름다운 내면아이와 끝내 작별할까봐 미치도록 두려웠던 것이다.
★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때
조이 어른인 네가 나보다 더 나약하고 불쌍하니까 그렇지. 넌 네가 원하는 것을 다 가졌는데도 항상 불행하잖아. 루나 넌 참 이상해. 멀쩡한 자신을 매일 할퀴고 있어.
루나 그런가? 내가 원하는 것을 다 가졌나? 난 결점투성이인데.
조이 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잖아. 그리고 네 곁에는 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그것 말고 뭘 더 바라는 거야?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그런 걸로 널 만족시킬 수 있어?
루나 그렇게 많은 걸 바라진 않아. 물론 예전에는 나도 바랐어. 더 좋은 집, 더 많은 통장 잔고, 더 뛰어난 무언가를 항상 바랐어. 하지만 요즘은 좀 더 소박한 꿈을 꿔. 더 많은 걸 바랄수록 삶이 너무 피곤해진다는 것을 알았거든. 요즘 나의 소원은 이거야. 조이 너처럼 발강지고 싶어. 내 안에 너처럼 환하고 해맑은 존재가 있다는 게 아주 큰 힘이 돼. 너와 이야기를 하면 이상하게 힘이 나.
어린 왕자가 있었다는 증거는 그는 멋있었고, 잘 웃었고, 양을 원했었다. 그것이 어린 왕자가 있었다는 증거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분명 어린애로 취급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살고 있던 별은 소행성 B621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순간, 어른들은 금세 인정할테니깐.
저자는 말한다. 성인자아가 내면아이를 껴안아 준다면 반드시 치유되고 성장할 것이라고.
★ 아픈 기억과의 대면
조이 열한 살 때. 네가 학교에서 왕따 당했을 때, 넌 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다 털어놓지 않았어. 철저히 숨기던 옛날보다는 그래도 많이 털어놓았지만, 너는 완전히 너의 상처를 드러내지는 않았어.
루나 아, 역시 그거였구나. 네가 펑펑 운 걸 보고, 그날 때문이 아닐가, 역시 그날이구나, 조금은 짐작했어, 조이. 미안하구나. 네가 아직도 그 시절의 상처 때문에 울고 있는지는 몰랐어. 난 이제는 정말로 괜찮아졌다고 믿고 있었거든. 사실은 하루가 아니었잖아. 초등학교 4학년 거의 1년 동안, 너는 왕따를 당했지.
조이 그 하루에서 시작되었지. 그 하루를 꺼내면 너의 열한 살 전체가 먹구름으로 가득하게 되니까. 넌 그 하루를 꺼내보기가 그토록 두려웠던 거야.
새로운 사람과 연을 쌓아가다 보면 그런 말을 간혹 듣곤 한다.
참 밝고 따뜻한 가정에서 자란 것 같다고.
이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줄 순 없지만 크게 반문하지도 않았다.
그 순간에도 나는 '나'가 아닌 '남'에게 초점을 맞추었었으니깐.
어른이 되고나서 받은 상처도 물론 크지만 어린아이였을 때 받은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과거의 일은 과거일 뿐,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전혀 틀린 말이다.
결국 상흔이 남는다.
아무 일 없이 탄탄대로의 삶을 살았을 거라 여기지만, 어렸을 때부터 안 힘들었던 적을 꼽는 게 더 쉬울 것 같다.
집안 환경은 물론 학창시절도 마냥 꽃같은 생활이라 생각하겠지만, 위기는 매번 닥쳐왔다.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좋은 인연이 가득한 삶이었으면 참 좋았겠지만, 앞으로도 절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복병의 인물들이 내 인생에 끊임없이 등장해 나를 괴롭혀왔다.
남에게 조그마한 피해 하나 준 것도 없이 살아왔어도, 나만 착해도 소용없는 것이 인생이다.
예쁨받는 것이 보기 싫어서, 잘 사는 게 보기 싫어서… 그런 이유로 괴롭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세상이 참 미웠다.
아직은 자세하게 말할 엄두도 나질 않고 용기도 없지만, 트라우마로 인해 오랜 기간 상담도 받아왔다.
몇 군데 다니는 병원 중 하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니던 곳이라 의사선생님은 나의 성장과정을 지켜봐주신 분들 중 한 분이다.
속으로 삭히고 홀로 감내하면서 몸까지 병 들어가는 나를 보던 선생님이 한 분을 소개시켜주셨고 그렇게 나는 매번 외면해왔던 순간순간을 되뇌어 볼 수 있었다.
모두가 지켜보는 것도 아니고, 한정된 사람들만 들려 보는 이 블로그라는 공간에 언젠가 아픔을 몽땅 털어내는 글을 쓰는 순간이 곧 나의 내면아이를 치유하는 그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아팠던 기억들, 그중에서도 유독 더 아픈 기억이 있다면, 그것이 당신의 핵심 트라우마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핵심 트라우마와 대면하고, 조금씩 친밀해지고, 그리하여 마침내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로도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나 자신과 만날 수 있습니다.
★ 사랑받지 못한 우리 모두의 내면아이에게
조이 루나, 나는 선명하게 기억하지만 너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아직도 많아. 어른이 되면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게 되잖아, 특히 너무 괴로운 상처일수록 어른들은 그저 묻어두려고만 하더라. 거꾸로 너는 잘 알고 있지만 나는 모르는 세상의 진실도 너무 많아. 그러니 우리 더 자주, 더 오래 만나서 이야기하자.
루나 그래, 조이. 네가 항상 나를 반가워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해지는 느낌이야. 어떤 어른들은 내면 아이와 몇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아, 이제야 내 상처를 깨달았다, 이렇게 느낀 다음에는 다시 내면아이와 작별하기도 해. 그러면 그토록 어렵게 이루어진 내면아이와의 만남이 일시적인 것으로 끝나버려. 내면아이는 평생 우리가 데리고 다녀야 할 아주 소중한 친구인데 말이야.
……
조이 루나 너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달빛이야. 70억이 넘는 인구가 느끼는 달빛이 모두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서 태어나서 그 모든 세상 여행을 다 마치고 돌아와 마침내 나를 마지막 안식처로 삼을, 슬프지만 아름다운 운명의 조종사는 이 세상에 너 하나뿐이야. 네가 뭔가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를 다시 떠난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끝까지 기다릴 거야. 조이라는 아이는 루나의 달빛을 받아야만 비로소 완전히 환하게 빛나는 별이니까. 너의 품에 안겨야만 나는 이 슬픔의 사막에서 비로소 찬란한 오아시스를 찾을 수 있으니까.
웃을 줄 아는 별을 갖게 되는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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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만이 자기들이 무얼 찾고 있는지 알고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이들은 누더기 인형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쏟아붓잖아. 그래서 그 인형이 아주 중요하게 되어버리는거야. 누가 빼앗아 가기라도 하면 엉엉 울잖아."
"아이들은 참 운이 좋아." 철도 관리인이 말했다.
끊임없이 목적지를 향해 떠나지만 찾고 있는 무언가에 대한 확신은 없다는 것이 어른들의 현실이다.
그래서 대부분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아이들은 멀리 있는 것에서 행복과 만족을 찾기보다는 아주 가까이 있는 곳에서 충분히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자의 말처럼 아이들이야말로 길들인다는것의 의미를 어른들보다 더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린 왕자는 수천 송이 장미꽃을 보고나니 정성껏 돌본 장미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여우를 통해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된다.
길들이다의 의미를 알았기에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 그 장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 것이다.
J내과는 열 살 즈음부터 다녔으니 선생님은 나의 성장과정을 지켜봐 주신 분 중 한 분이다.
인사 혹은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 묻는 여느 환자들에게 하는 말과는 달리 선생님이 내게 하시는 말은 따로 있다.
"괜찮니?" ……
오늘은 어디가 아파서 왔냐는 물음으로 시작하지 않고 항상 마음부터 확인해주신다.
여느 때처럼 내색하지 않으려 했었는데 어느 날은 조심스레 얘기를 꺼내며 친한 분을 소개해주셨고 그렇게 내 마음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었다.
스스로 버티기에는 매우 힘들어보였다고 나중에 말씀해주셨었는데, 그것이 나를 진정으로 돌보게 된 시작이었으니 아직 나는 멀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에게 상처받았어도 결국 내 마음의 상처를 확인해주는 것 또한 사람들이다.
부정해도, 모른 척 해도 내면아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에 특히나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
「어린왕자」 한국판은 물론 영문과 불어로 된 원서도 읽었었고 「어린왕자」로 나온 에디션이란 에디션은 몽땅 하나의 책장에 꽂혀져 있다.
또한, 매년 YES24나 알라딘에서 한 해의 기록을 키워드로 보여주곤 하는데 그 때마다 꼭 보이는 키워드가 있으니 바로 【정여울】이다. 작가님의 책 중 두어권 빼고는 전부 읽었을 정도이니깐.
이렇게나 사랑하는 「어린왕자」와 정여울 작가님의 조합이라니!
안 읽어볼 수가 없다.
매년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좋은 책들을 발견할 때면 한 책당 서너 권씩 사다가 두고선 선물하곤 하는데 『나의 어린 왕자』도 낙점이다.
내면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희미해진 부분을 선명하게 만들어서 ‘내가 되찾아야 할 나’를 보다 명확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됩니다. 내면아이의 상처가 선명하게 깨어나는 순간, 그때 돌보지 못했던 나의 소중한 부분도 함께 깨어나는 것입니다. 그림자와 만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자의 층을 뚫고 들어가면 반드시 내 안의 가장 환한 빛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상처 때문에 나의 잠재력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너는 이것밖에 못 하니’, ‘저 아이는 저렇게 잘하는데’라는 어른들의 비난을 들으면서 급격하게 소심한 성격으로 바뀌었던 순간들이 기억났습니다. 저도 표현하고 싶은 마음, 재능, 꿈이 많았는데,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렸어요. 다행히도 글쓰기라는 탈출구가 있었기에, 제 안의 잠재력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표현의 탈출구가 필요합니다. 그 표현의 탈출구를 열어주기 위해, 내면아이와의 대화가 필요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