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너머의 별 - 나태주 시인의 인생에서 다시없을 사랑 시 365편
나태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세상은 다시금 빛나게 될 거야!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빛과 같은 시로 응원하다.


그는 진정 시의 마법사가 아닐까.

그 어떤 것도 그의 영감이 될 수 있다.

그 영감을 이내 시로 변신시키니, 그는 진정 시의 마법사라 할 수 있겠다.


그의 사랑 시 365편은 시인의 일생을 담듯 한 편 한 편 정성스럽게 고르고 고른 시들이며 그 또한 자신의 사랑 시 중 결정판이라 강조하며 특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저자, 나태주는 1945년 충청남도 서천군 시초면 초현리 111번지 그의 외가에서 출생하여 공주사범학교와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2007년 공주 장기 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4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친 뒤, 공주문화원장을 거쳐 현재는 공주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1971년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등단 이후 끊임없는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수천 편에 이르는 시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쉽고 간결한 시어로 소박하고 따뜻한 자연의 감성을 담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풀꽃」이 선정될 만큼 사랑받는 대표적인 국민 시인이다.

흙의문학상, 충남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향토문학상, 편운문학상, 황조근정훈장,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유심작품상, 김삿갓문학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별처럼 꽃처럼


별처럼 꽃처럼 하늘에 달과 해처럼

아아, 바람에 흔들리는 조그만 나뭇잎처럼

곱게 곱게 숨을 쉬며 고운 세상 살다가리니,

나는 너의 바람막이 팔을 벌려 예 섰으마.



까닭


꽃을 보면 아, 예쁜

꽃도 있구나!

발길 멈추어 바라본다

때로는 넋을 놓기도 한다


고운 새소리 들리면 어, 어디서

나는 소린가?

귀를 세우며 서 있는다

때로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하물며 네가

내 앞에 있음에야!


너는 그 어떤 세상의

꽃보다도 예쁜 꽃이다

너의 음성은 그 어떤 세상의

새소리보다도 고운 음악이다


너를 세상에 있게 한 신에게

감사하는 까닭이다



은방울꽃


누군가 혼자서 기다리다

돌아간 자리

은방울꽃 숨어서

남모래 지네


밤마다 밤마다

달빛에 머리 감고

찬란한 아침이면

햇빛에 몸을 씻고


누군가 혼자서

울다가 떠나간 자리

어여뻐라 산골 아씨

또다시 왔네.



또 다른 행복


그 애를 마음의 꽃으로

받아들이면서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었다


어딘가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되었고

조바심하면서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낮이면 스스로 들판에 나아가

벌 받는 나무가 되었고

밤이면 어둠 속에서

혼자 우는 꽃이 되었다


그렇다 한들 어떠랴!

그 애가 주는 불행은

또 다른 행복


숨 쉬는 사람으로

살아 있는 순간순간만 그저

기쁘고 고마울 뿐이다.



너를 보았다 1


세상을 한 바퀴 돌아왔을 때

네가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늦게 만난 것이었다


너와 함께 떠날 세상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늘도 너를 보았다


빈방에서 흐느껴 울다가 보았고

골목길 걷다가 소낙비 끝에 보았다


너는 별빛 너머 빛나는 별

꽃송이 속에 웃고 있는 꽃


더는 꿈꾸지 않아도 좋겠다.



그냥 약속


10년 뒤에도 우리가

이렇게 정답게 만날 수 있을까?


10년 뒤에도 네가

오늘처럼 예뻐 보일 수 있을까?


10년 뒤에도 우리가

살아서 숨 쉬는 사람일 수 있을까?


나무 아래 바람 아래

하늘과 구름 아래 오직 땅 위에서.



'곁에 두고선 읽고 싶은 시집이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그 중 한 권은 분명 나태주 시인의 시집일 것이다.

풀꽃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작은 풀꽃 하나에서도 큰 세상을 발견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누구나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그의 문체는 간결하다.


시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좋은 시 다음에 좋은 시가 연이어 등장하니 올해 첫 필사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내게 무지개같은 존재였다.

힘듦과 절망에 부딪혀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면, 선생님께서는 항상 나를 따스하게 안아주시고선 매번 손수 적은 시를 건네주셨다.


그 때, 처음 깨달았다. 시 하나로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것임을.


중학교 때의 선생님이 무지개같은 존재였다면 고등학교 때 문학을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은 내게 햇살과 같은 존재였다.

귀 기울여 성심껏 이야기를 들어주고 환하게 미소지어주시는 어른은 선생님을 따라올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에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은 내겐 큰 재산인 것 같다.


자주 연락하지 못해도 간간히 연락하면서 명절과 생일 선물을 챙겨드리고 있는데, 선물과 함께 꼭 넣는 것이 있으니 바로 손편지를 첫 장에 끼워 담은 시집이다.

두분 모두 문학에 대해 남다른 분이시기에 책 또한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는데, 시집만큼은 절대 실패가 없다.

올 초부터 주구장창 읽고 있는, 나의 올해 첫 필사책으로 선정한 별빛 너머의 별로 올해 첫 선물을 보내드렸는데 명절은 지났지만 명절 선물 한가득 받은 기분이라 좋으셨다는 선생님들의 연락을 받고 나니 이번 선물들도 성공적이었어서 미소가 지어졌다.



이렇다할 말도 없이 언제 3월이 된 건지.

분명 몸과 마음은 움직이고 있는데 시간만 덧없이 빠르게 흐르고 몸과 마음은 그대로인 것 같아 이상하다.

나태주 시인이 말하길, "행복은 우리 안에 이미 내재해 있는 것, 우리가 할 일은 그 행복을 찾아내는 일뿐이다."라고 했다.

세상에는 없는 꽃, 아무도 모르는 꽃, 아직은 이름도 없는 꽃이지만 겨울에라도 꼭 꽃이 피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나무 - 각본
이지하 지음 / 프로젝트이오공일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지인의 소개로 연극 <그 나무>를 보게 된 지하.

연극의 ‘그 나무’처럼 남자 성기 모양을 본 따 깎은 나무를 보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한다.

연극은 대학원 사회의 밀폐되어 있는 공기와 사건사고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지하는 이 연극이 특정 대학을 겨냥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연극이 알려지자 성기 모양 나무가 식재되어 있는 여러 대학들이 등장하고, 서로 이 연극이 자기 대학의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공연중단의 기로에서조차 연출가와 작가는 확답을 내리지 않고, 진실을 알고 싶은 지하는 취재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아주 뜻밖의 이야기와 마주하게 된다.


저자, 이지하는 89년 서울 출생으로 대학에서 문학과 외국어를 공부했다.

졸업 후 여러 서점에서 서점원으로 지냈으며 이따금 영상을 찍고 글을 쓴다.




학생1 거기 뒤편에 나무들이 있어.

학생2 (눈을 끔뻑거리며) 맞아요. 화단 있잖아요.

학생1 지나갈 때 한번 구석을 유심히 봐봐

학생2 구석에 뭐가 있어요?

학생1 잘 보면, 그 중 하나가…. (주변을 살핀 후 작은 소리로) 고추 모양이다?

학생2 (마찬가지로 작은 소리로) 예?! 그런 게 왜 있어요?

학생1 나도 A교수님한테 들은 건데, 완전 골 때리잖아.

학생2 학교에서 심은 거예요?

학생1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음기 누르려고 그런 거래. 대학원 건물에 음기가 너무 강하다고.



A교수 나는 여러분들이 아~주 존경스러워.

학생1 (갑자기 숙였던 고개를 들어 당혹스러운 듯 두리번댄다)

A교수 정말이야, 진짜! 이 시대에 문학을 하겠다고 대학원까지 온 게 아주 존경스러워. 내 딸이 지금 고3인데, 나는 내 딸한테 절대! 내 딸이 문학 공부하겠다고 하면 절대로 반대할 거야. 그 정도로 여러분 결정을 믿어준 여러분 부모님이 정말 대단하신 거지. 부모님들 아주 대~단하셔! 내가 정말이지! 존경해! 응! 자, 그런 의미로 한 잔 하자!


학생1 (울먹이며) A교수이 술에 취하셔서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흐느끼며) 제 허벅지에 손을 올리셨어요. 제가 계속 뿌리쳤는데도 만지셨어요.



아라 논문심사 전날 카페에서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때 같은 지도 제자였던 오빠가 들어와서 얼렁뚱땅 잡담을 나누게 됐어요. 거의 그 오빠의 하소연이었어요. 지도교수가 어떻고, 저떻고, 힘들다, 어쩐다. 그래도 논문은 꼭 쓰자, 그만두지 말라고 당부를 하는데 갑자기 기운이 쏙 빠지더라고요. '내가 겪은 일은 아예 모른 채로 살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이 퍼득 들었어요. 저보고 택일 하라면, 무조건 그 오빠의 고충을 선택했을 거예요. 그 오빠가 겪은 일이 그 정도로 사소했다는 뜻이 아니에요. 누구에게나 힘들었을 상황이었어요. 그럼에도 저는 이 사람이 '부럽다'고 되뇌었어요. 차라리 남에게 언제든 털어놓을 수 있는 정도의 일을 겪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럼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아라 …… 그 정도는 괜찮다고 누군가 얘기해줬다면 좋았겠지만, 제 얘기 자체를 동기 외에는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어요. 지도교수를 바꿀 수도 없었어요. 다른 분들은 모두 제 연구 분야와 무관했거든요. 그렇다고 연구 분야를 바꾸는 것은 한 가지만 생각하고 해오던 사람에게 갑자기 그것을 그만두고 다른 것을 하라고 강요하는 일과도 같았고요. 꼭 그 안에서만, 꼭 그 교수에게서만 그 공부를 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을 지금은 알지만, 당시에는 다니던 학교를 갑자기 그만두는 게 두려웠어요. 무엇보다 부모님께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 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어요.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일이 커지면 어떡하지, 겨우 그걸로 관뒀냐고 혼날 것 같았어요. 오직 동기하고만 모든 걸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동기와 여러 번 논의를 하면서, 논문은 무조건 써야겠다고 결정했어요.





책에 대한 느낀 점을 말하기에 앞서,

모든 대학원과 모든 교수님들이 다 그렇지는 않으며, 이러한 행동을 행한 교수님과 이를 방치한 대학원이 그 대상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책에서는 대학의 부조리함을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각본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해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나 또한 대학교 다닐 때부터 선배들에게 대학원의 부조리함에 대해 심심치않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조교라도 하게 되면 일부 교수님의 심부름꾼이 된다는 소문도.

아무래도 대학원은 대학과 달리 그 전공으로 나아가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어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사회에 나가기 전단계나 다름없어 혹여나 교수가 그 분야의 굵직한 사람이라면 교수의 입김으로도 좌지우지될 수 있는 부분도 있어 대학보다 대학원이 특히 수직관계가 더 심한 편이다.

이렇게 책에서는 대학원 생활이 얼마나 폐쇄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좋은 선생님, 교수님들과 만날 수 있었고 지금도 몇몇 분들과는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다 좋을 순 없는 법!

고등학교 1학년 때, 음악 선생님께서 과하게 나를 예뻐해주셨다.

평소 내게 이름까지 불러주며 다정다감하게 대해주셨는데 그게 마냥 달갑지는 않았다.

어느 여름 날, 영어선생님의 개인적 사유로 인해 자율 학습으로 전환되어 음악 선생님이 대타로 교실에 들어왔던 적이 있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다들 자습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음악 선생님이 내게 다가오더니 공부 열심히 한다며 등을 가볍게 두들기며 머리를 쓸어내렸다.

물론 가볍게 한두 번 두들겨 줄 수 있다.

그러나 여름이라 하복을 입으면 끈나시를 입었어도 속옷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 등을 두들기면 당연히 후크 부분이 만져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살짝 미소지으며 "아, 네."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책을 봤다.

그 순간, 어쩜 이렇게 열심히도 하냐며 기특하다는 말과 함께 내 왼쪽 뺨을 살짝 꼬집고선 왼쪽 귓볼을 만지는 게 아니겠는가.

기분이 좋질 않아 눈만 미소지으며 '네, 열심히 하려고요.'라는 말과 함께 몸을 틀었다.

훗날 대학생이 되어 무슨 얘기를 하다 음악 선생님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니 다들 기겁을 했었다.

사실 그 때는 어려서 기분나빴던 터치라는 것만 느꼈을 뿐 무슨 의도로 만졌었는지 전혀 몰랐었다.

당시에 선생님이 시킬 게 있다고 음악실로 와보라고 했을 때 혼자 안 내려간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항상 혼자 다니지 않고 친한 친구들이랑 같이 다녔었는데, 두어번 친구랑 함께 내려가니 '아, 다른 얘 시켰으니 괜찮아'라는 말로 보낸 게 지금도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순수하게 심부름 시키려고 부르신 걸 수도 있다.

그렇기에 크게 의심하진 않고 있지만 결국 심부름은 시키지 않으셨다.


한 기사에 따르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지난 2019년 학부생과 대학원생 190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 중 46.4%가 입학 이후 '인권침해' 피해 경험이 1회 이상 있었다고 답했다.

또 이들 중 49.5%가 사적 만남 강요, 스토킹, 성희롱 등 성폭력을 가장 힘들었던 피해 경험으로 꼽았다.

주된 성폭력 가해자 중 교수(전임교수·비전임교원)는 25.5%를 차지, 1위인 선배(32.4%) 다음이었고 동기(23.5%)보다 많았다.

특히 이공계와 예체능계, 의학계 등에 속한 피해자는 가해 교수가 학계에서 얼마나 많은 네트워크를 가졌는지,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안다며 문제 제기를 할 때 한 사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전체와 싸운다고 생각해야 한다.

가해 교수가 파면되거나 해임되어도 사실상 관련 업계에서는 그의 입장을 옹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지금도 권력형 성범죄가 만연한 대학이 분명 있을 것이다. 피해자는 잘못이 없지만 침묵해야 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기만 하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내부 고발을 배신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어 폭로하는 것이 어려운 것 또한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하면서 대학에 만연한 위계형 성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처해있는 학업·연구·노동 여건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적 인식 또한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올리지 못했던 임시저장글을 정리하다 진즉 올렸어야 할 글들이 있어 후다닥 올려본다.

설 연휴 전에 업로드하려고 작성했던 글인데, 병원 왔다갔다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제라도 봤으니 다행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02-08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9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계사를 뒤흔든 생각의 탄생 - 혼란의 시대를 돌파해 현대 경제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꾼 11인의 위대한 생각들
송경모 지음 / 트로이목마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를 위해 공부하고 연구해온 11명의 사상가와 기업가의 생애와 사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통 인문교양서이다.

특히 현대 사회와 경제 발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생각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조망하고 있다.


저자, 송경모는 1964년에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교에서는 조지프 A. 슘페터와 기술 혁신과 진화의 경제사상을 전공했다. 학교를 떠난 뒤 오랜 기간 증권 신용평가와 가치평가, 그리고 증권시장 자문과 중개업에 몸담았다.

지금은 경제학 & 경영전략 연구개발과 컨설팅업을 영위하는 미라위즈의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겸임교수로서 경영, 경제, 재무, 인문학 간 융합 지식을 개척하고 교육하는 중이다.

유교 전통이 깊은 가문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한문과 서화의 세계 속에서 자라 자칫 고전과 예술, 전통사상의 세계에 갇힌 삶을 살 수도 있었으나, 수십 년간 현대 학문의 다채로운 사고법과 변화하는 현실의 다양성을 배우고 겪으면서, 동서고금 모든 지식의 무상함을 체험하는 동시에 그 극복법을 성찰하는 삶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생각 - 개인


언제부턴가 개인의 소중함이 인식되는 순간이 있었다.

공동체 생활 속에서 피통치자들은 무조건 복종하는 시대였기에, 모든 이에게 자유와 평등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통해 개인의 존귀함이 구현되기 시작했고 사법 체계가 자리잡게 되었다.

이 시대를, 우리는 근대로 부르고 있다.

궁금증이 생긴다. 근대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각종 이야기에 대한 출판물 보급과 문해력 향상이 그 시작일까?

국민국가의 등장이 그 시작일가?

중요한 것은 근대가 탄생할 수 있도록 수많은 사상가들이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18세기, 북유럽의 아테네로 불리던 스코틀랜드는 문화, 예술, 사상이 융성했던 지역으로 그 중 에든버러가 매우 돋보였었다.

에든버러는 17세기 스코틀랜드 지식인들의 집결지로 그 중심에 에든버러대학이 있었다.

당시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흄은 직접 교수직을 맡지 않았어도 현직 교수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사상을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14살에 글래스고대학에 입학하여 프랜시스 허치슨 교수 문하에서 도덕철학을 공부했다.

이후 28살이 되던 해 모교에서 도덕철학 과목 교수로 부임하였다.

그러다 1763년 글래스고대학을 떠나 버클루 공작의 가정교사가 되어 교수 시절보다 안정적인 보수를 받으며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잉글랜드와 대륙 각지를 여행하며 여러 지식인들과 교류하면서 지식과 사상을 넓혔고 이 시기의 경험과 사색이 그의 국부론에 많은 영향을 끼쳤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시장 만능주의 또는 자유방임주의를 옹호할 때면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를 꼭 언급하지만 간혹 개인의 탐욕을 예찬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사회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6세기에 시작된 종교 개혁이 지식 사회에 끼친 영향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200여 년 먼저 태어났던 존 녹스는 로마 가톨릭의 사제로 프랑스에서 장 칼뱅에게 배움을 받고 스코틀랜드로 돌아와 갖은 박해를 무릅쓰고 종교 개혁 운동을 일으켰다.

존 녹스가 창시한 프로테스탄트 장로교단 내에서 중도파 목사들은 동일한 기독교 전통에 속해 있어도 세속화와 문명화의 가치를 수용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태도가 특이할 수밖에 없는 게 고전적인 기독교의 교리에서 피조물인 인간은 신의 뜻에 따라 행동해야 하고 금욕, 절제를 추구하고 하나님의 나라에 들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자세를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과 가치들을 수용하다니! 이는 전통 기독교 교리 관점에서는 어쩌면 이단에 가까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중도파 목사들은 계몽주의 철학과 발전된 과학 지식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18세기에 이르러 대다수 스코틀랜드 지식인들이 진보적 세계관을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를 두가지로 특정 짓자면 앞서 말했던 스코틀랜드 종교 개혁과 세계관의 변화가 첫번째 현상이다.

두번째 현상은 무엇일까? 바로 상업의 융성이다.

물론 고대나 중세에도 상업은 있었지만 사회에서 중심적인 지위를 부여받지 못했었고 상인은 둘째치고 상거래에 꼭 수반되는 대부업자들의 활동은 사회적으로 경멸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제와 군주들은 상인을 통해 물자를 조달해야만 했고 돈이 필요했기에 대부업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십자군전쟁을 통해 상인들의 군수물자 교역이 급증하면서 근대 상업 사회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때, 상업 사회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지닌 society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상업의 융성에 따른 개인의 발흥은 보았어도 기계 발전과 대기업 조직의 등장이 몰고 온 미래는 볼 수 없었다.

그가 경험한 경제는 기본적인 도구 혹은 인력에 의존한 원시적 기계가 투입된 곡물 경제나 장인 경제였기에, 이 점을 꼭 알고 애덤 스미스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생각 - 국가


중세, 로마 가톨릭 전통 사회에서 게르만 야만족으로 분류되었을 정도로 낙후되었었고 대항해 시대에서 다른 유럽 국가들이 바다로 향했을 때도 소극적이었고 영구처럼 근대 산업혁명의 최초 본원지가 되지도 못했었던 나라가 있다.

바로 독일이다.

그러나 1440년경 마인츠에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소가 개업하였고 1517년 교회 벽에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붙었던 사건만으로도 미국과 영국에 비해 뒤쳐져 있던 모든 역사를 만회하고도 제칠 수 있을 정도로 인류사에 큰 영향을 끼쳤었다.

그래서인지 독일은 서구 역사에서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확연히 구분되었었다.

그뿐만인가. 18세기 후반에 들어서 베토벤, 괴테, 칸트, 헤겔을 배출해 클래식 음악과 낭만주의 문학, 이상주의 철학을 주도하였었다.

20세기에 히틀러의 등장으로 인류사에 죄악 국가라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지만 1991년 통독 이후 1993년 유럽연합 창설 전후,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에도 독일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항상 굳건하기만 했다.

즉, 튼튼하고 단단하다라는 이미지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독일은 개인보다 국가를 중시하는 사상이 강세를 보였는데, 우리가 이에 주목해야 할 인물이 바로 프리드리히 리스트이다.

애덤 스미스가 국가의 부와 번영을 이루기 위해 개인의 자유와 능력이 중요하다고 보았다면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국가 시스템이 한 나라의 번영을 달성하는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였다.

가죽 염색업을 영위한 아버지는 리스트가 자신의 가업을 승계해주기를 바랐지만 어린 리스트는 아버지의 뜻과 달리 관청에 회계원으로 취업하게 되고 이후 1817년에 튀빙겐대학의 행정학 교수로 취임하게 된다.

1820년에는 뷔르템베르크주 주의원으로 선출되어 기존 사법 및 행정 제도를 세게 비판했다가 재판에 회부되어 징역 살이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를 피해 해외로 도피했지만 결국 체포당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고선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펜실베니아 지역에 정착한 그는 농장 경영, 신문사 운영, 탄광 개발 등에 참여하며 미국의 다양한 기업가와 지식인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 때 경제 문제를 이해하는 눈을 갖게 된다.

그러나 말년에 연이은 사업 실패로 인해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훗날 리스트의 저서들은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정치경제학의 국가 시스템」은 그의 사상이 가장 잘 집약되어 있다.


리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Nation은 특정 권력 기구와 정치 체제에 속한 사람들의 집단, 영토의 구획, 혈통의 계보를 넘어 그 안에서 공유하는 관습, 도덕, 규범, 지식 수준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여담이지만, nation의 뜻이 이렇다보니 어떤 한국어를 쓰더라도 이 의미를 근사하게 반영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독일 역사주의 학파에 속했던 리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 역사주의의 성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역사주의는 분석하고자 하는 사회가 처한 역사적/사회적 특수성에 바탕을 두고 분석해야 하며, 이 특수성을 무시한 보편적 원리만으로 탐구해서는 결코 사회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헤겔이나 마르크스의 역사철학과는 전혀 성격이 다름을 의미한다.

독일 역사주의는 세상의 전개를 일방향으로 보지도 않았고 종말론에 강박당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육한 특질과 역사 속 특수한 경험들을 이해해 교훈을 도출시키는 것이 올바른 역사 연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독일 역사주의가 보편성을 완전히 무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역사와 사회의 특수성, 개별성에 초점을 두었다.

리스트는 개인이 진정한 개인으로 성립하기 위해 개인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 안에 적절한 조건들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가 이 조건들을 무시하고 국가의 부가 자유로운 개인들로부터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묘사했으니 리스트는 자연스레 그의 주장을 문제삼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리 우수한 잠재력을 지닌 개인이라도 국가라는 최고의 통일 형태가 뒷받침되어 주지 못한다면 개인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예컨대 미국 역시 개인들의 노력만을로 국가의 융성을 달성한 것은 아니었다. 국가와 정부의 현명한 개입 덕분에 국가의 융성을 달성할 수 있었다.


"나는 아름다운 문장을 작성하고 싶지 않았다. 문체의 아름다움은 민족 경제학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민족경제학 저서에서는 장점이 아닐 뿐 아니라 결함인데, 불건전하거나 약한 논리를 덮고 궤변적 논변을 근원적이고 생각이 깊은 곳으로 통하게 하는 데 오용되는 일이 드물지 않은 것이다. (중략) 예리한 감각이 있어 보이는 연역, 과장된 문구들, 그리고 꾸민 말투를 쓰는 사람들은 오직 사물의 본성을 근원적으로 들여다볼 예리한 감각이 결여된 자들, 스스로 명확하지가 않아서 남에게도 명확히 전해줄 도리가 없는 자들뿐이다."




최근 읽었던 책들만 봐도 주요 인물들이 자연스레 겹쳐 책 읽는 내내 지식의 폭이 확장되고 있음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경영/경제서 혹은 인문서를 놓치지 않고 본다면 아마 책에 나온 인물들의 절반 이상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세계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들만 모아놨기에 추천하고 싶다!


항상 연말이 되면 새해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 올해는 그 계획을 1월 1일에 세웠었다.

올해 독서 계획은 '선명하게 남을 수 있도록'이라는 작은 목표를 세워 좀 더 체계적으로 읽고자 계획을 세웠는데 새해 첫 달부터 바쁘게 일하느라 서재에 앉을 시간이 없었다.

서재에 앉지를 못해 기록에 남길 수만 없었던 것이지, 여느 때처럼 1월달도 빽빽하게 독서는 했으니 올리고 싶은 책들은 매우 많다.

이제야 마음 편히 서재에 앉아 보니 벌써 2월도 사나흘밖에 남질 않았다.

하아, 서평 방식을 바꿀까 고민중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 지구환경의 미래를 묻는 우리를 위한 화학 수업 내 멋대로 읽고 십대 7
원정현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지구를 되살리는 데 화학이 왜 필요할까?

생각해보자.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정확히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생각해보자. 플라스틱은 단지 썩지 않아서 문제가 된 것일까?

생각해보자. 이산화탄소는 기체인데 왜 토양과 바다까지 오염된다고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구와 인간에게 모두 이로운 방향은 없는 것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위해, 책을 펼쳐보려고 한다.


저자, 원정현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과학사/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20세기 한반도 지질학 지식의 형성과 재구성’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에도 지질학과 고생물학 분야의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과학사를 강의해 왔다.




Ⅰ 물질 순환, 자연에 이미 답이 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할 때 현상을 이해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환경에 관한 자신만의 사고 틀을 가지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태양계의 구성요소인 지구는 지권-수권-기권-생물권-외권, 이렇게 지구 자체적으로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며 지구 시스템의 각 구성요소는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예컨대 기권은 생물권의 광합성과 호흡에 필요한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주고 수권은 기권에 수증기를 공급하고 지권의 암성은 풍화되어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필요한 유기물과 무기물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항상 탄소에 대해 주목한다.

왜일까? 탄소는 지구 시스템 유지에 결정적인 원소이기 때문이다.

탄소로 시작해 탄소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탄소는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전체 무게로 보면 지표면 전체 원소의 0.08%에 불과하지만 지구 모든 곳에 존재하면서 다른 원소와 결합하여 만드는 화합물의 수가 나머지 다른 모든 원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의 수보다 훨씬 더 많다.

단단하게 뭉쳐져서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하고 석유, 석탄과 같은 에너지원이 되기도 하고 종이의 구성 성분이 되기도 하며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도 탄소로 구성되어 있고 플라스틱, 합성계면활성제도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즉, 탄소가 다양한 화합물의 형태로 지구 시스템을 지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탄소는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지구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각 권 사이를 이동하며 다닌다.

탄소가 한 구성요소에서 다른 구성요소로 이동하였다가 다른 원래 구성요소로 돌아오는 과정을 탄소의 순환이라고 한다.

탄소의 순환 과정을 빠르게 일어나는 순환 과정과 느리게 일어나는 순환 과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는 생물들의 광합성과 호흡을 통해 일어난다.

지구 시스템은 탄소와 같은 물질의 순환으로 균형을 이룬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만약 탄소가 순환하지 못한다면 지구 시스템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

아니면 지구 구성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 상태에서, 만약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순환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물질 순환은 지구에서 생물체가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것이다.

마치 우리 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혈액이 제대로 순환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산화탄소가 물질 순환고리에서 이탈해버린다면 지구 대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즉,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바로 물질 순환고리의 회복인 것이다.




Ⅱ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16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자연에 관한 지식이 빠른 속도로 확장되었고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성장하다 보니 함께 할 대상이라기보단 이용할 대상으로 여겨져왔다.

특히 1, 2차 산업혁명 때 주 원료가 화석이었기에 필연적으로 환경오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19세기 말부터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환경주의자들은 인간들이 무분별하게 자연환경을 파괴하다 보면 결국 이상기후 상태로 전환될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런데 제 2차 세계대전이 과학 기술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어 인공적으로 합성시킨 화학물질들이 빠른 속도로 옛 물질들을 대체하게 되며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되게 된다.

이후 60년대에 들어서며, 그제야 과학자들이 화학물질이 지구 시스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온갖 화학물질을 만들었을 때 정작 환경오염에 대해 깨닫지 못했겠지만 심각하게 오염된 자연환경을 보며 과학자는 물론 기업가들 또한 그 심각성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각국 정부 또한 환경오염의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그렇다면 화학물질로 발생한 환경오염 문제는 누가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철은 생활용품을 비롯해 주택, 자동차 등을 만들 수 있게 해주었고 시멘트는 안전한 주거를 제공해주었으니 인공 화학물질들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일단 지구 곳곳에 쓰레기가 많은 이유는 그동안 우리가 플라스틱 제품을 무분별하게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플라스틱 제품을 썼던 이유는 다양하다. 가볍고, 깨지지도 않고, 값싸고, 물도 묻지 않고, 썩지도 않고…….

무엇보다 거북의 껍질과 코끼리 상아를 이용했던 공예품이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으니 거북이와 코끼리의 멸종을 막았다는 의견도 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플라스틱이 환경을 오염한다고 해서 철이나 시멘트 공장을 대폭 줄이고 합성세제를 없애자는 일상 생활의 유용함마저 폐기할 순 없을 것이다.

화학물질은 생산하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남은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생산 활동과 이를 소비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지구 시스템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되 환경오염을 최대한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목표를 지구 시스템의 물질 순환 회복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을까?'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면서도 지구에 피해 주지 않은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을까?'로 질문이 자연스레 바뀔 것이다.

화학물질의 생산/소비/폐기하는 과정을 지구 시스템과 생태계 순환의 원칙에 맞게 재조정하면 되니깐.

기술을 개발하는 첫 단계부터 친환경 목표에 부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돈과 시간, 인력 등이 더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놓고보면 매우 유리한 방법이다.




지구가 많이 아픈가보다!

지구가 이상해졌다!


지구 시스템이 더 병들어 가면 고스란히 피해를 받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자연 재해가 바로 그 증거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과거와는 달리, 모두가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지구환경을 위해 한 두가지 이상의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환경에 도움이 되고자 사소한 것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실생활에서 실천중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환경 오염의 주범 그리고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실천 방안만 알아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펼치게 된 책이 바로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롭테크 부동산의 새로운 흐름
이상용 지음 / 뉴트럴미디어컴퍼니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논란의 중심에 있어도 수요와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는 부동산 시장.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관련 뉴스와 콘텐츠가 매일 쏟아지고 트래픽이 집중된다.

프롭테크(Prop-Tech), 이제 부동산 디지털 전환기가 시작됐다.


저자, 이상용은 한양대학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부동산을 개발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디벨로시티 CEO로 재직 중이며 주요 프로젝트로는 서울숲 한라시그마밸리, 어반로프트 올림픽파크, 힐스테이트 천호역 등이 있다.

저자는 부동산 경제의 흐름 한가운데 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부동산 건설 및 개발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사업을 영위하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동안 그가 깨달은 바는 다음과 같다.

성공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이루는 사람과 기업, 프로젝트에는 긍정의 힘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는 것.

기존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시대에 도전하는 용기, 그것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추진력, 변화에 수반되는 위험을 극복하는 설득력은 모두 미래에 대한 긍정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Ⅰ 부동산의 새로운 장, 프롭테크


프롭테크 Prop-Tech = 부동산 Preperty + 기술 Tech


프롭테크(Prop-Tech)란, 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로 부동산 서비스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분야를 통칭하는 말이다.

부동산의 구매, 판매, 임대, 개발, 관리의 전 단계에서 부동산 중심의 관점으로 기술을 활용하여 부동산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개발하거나 개선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사실 부동산은 데이터 투명성의 부재, 법적 규제 등으로 인한 대표적인 로우 테크 산업이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다른 산업 대비 현저한 낮은 산업이기도 하지만, 공공 데이터 규제 완화로 인해 편리한 쪽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이제야 프롭테크 산업 또한 가파른 성장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프롭테크는 2009년 영국 주도로 유럽, 북미, 아시아까지 넓게 확산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노후화된 전력망을 현대화시키고 경기를 부양하고자 스마트그리드 실증, 표준화/인증, 인력양성 등에 대규모로 투자하였는데 이를 통해 민간 기업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그리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EU도 스마트미터 보급 등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스마트그리드 구축에 힘쓰고 있며 이후 스마트미터 보급률 100%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또한 스마트그리드 운영 역량을 보유하기 위해 2030년까지 약 27조를 투자해 전국을 스마트그리드로 연결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그린 뉴딜과 저탄소 녹색성장형 미래 산업은 모든 국가, 기업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이며 이 중심에 스마트그리드가 있고 바로 이것이 프롭테크의 시초이다.

4차 산업 기술에 어디까지 프롭테크를 포함할지 정해진 것은 없지만 부동산 산업에서의 공간과 관련된 모든 정보 기술, 인프라 운영 기술, 서비스 기술 항목은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알면 된다.


스타티스타의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프롭테크 시장규모는 2013년의 4억 7500만 달러에서 2020년 72억 8400만 달러로 7년간 약 17배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즉, 매년 2배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Ⅱ 부동산 인사이트


부동산 가격 변동에 실질적 주체가 되는 유효 수요자를 알기 위해서는 부동산 흐름을 관측하는 동시에 그들의 특성과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지역 발전, 사회구조변화, 문화와 트렌드, 시대 흐름까지 총체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다차원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회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관심을 가졌을 때는 그 사회의 길을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길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끈이다. 그러므로 한 시대에 있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길의 모습에 표현되어 있다. _아베 긴야


부동산은 사람과 도시를 근간으로 하여 존재하며 도시는 산업을 중심으로 발달한다.

수요가 있어야 가치가 높아지듯, 투자자들은 보다 나은 상급지를 원한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이 있는 지역에 사람들이 자연스레 유입되며 도시가 발전하기 때문에 자연적 요인도 영향을 받겠지만 이와 같이 인구이동으로 인한 인구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 된다.

이렇다보니 인구 이동 및 도시화 격차로 인해 대두되는 문제가 바로 지역 불균형 문제이다.

정부 주도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시대 변화에 맞추어 지역 중심 산업 구조를 고차산업으로 변화시켜 도시 발전을 일으킨다고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효과는 미미하다.

바로 유효수요 상승 기대는 단기간에 산업 변화만으로 일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효수요를 상승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 산업 투자와 함께 인프라, 도로건설망의 구축으로 인한 근본적인 접근 변화가 필요하다.

이 변화가 인구 구조 변화의 쟁점이 될 수 있다.


부동산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2-30대 매입자 비율이 해마다 상승하고 4-50대 매입자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저축으로는 절대 집을 살 수 없다는 인식이 만연해지니 가파른 집값 상승과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부동산 투자 인식 변화를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이 계급 상승의 기회가 되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않는가.

3-40년 전만 해도 짝 없다는 의미는 여자아이 수가 모자라는 남녀 비율의 차이를 의미했는데, 지금은 절대적 이성 수가 모자란 게 아닌 가치관 및 사회적 인식 변화, 집값 상승, 남녀 갈등 등으로 짝 없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1인 가구가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잡다 보니 인구 감소 및 낮은 혼인율에도 전체 가구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열 집 중 네 집이 1인 가구이며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41%를 차지하고 있는데 곧 1인 가구 1000만 시대가 도래한다고 한다.

즉, 1인 가구는 부동산을 넘어 전체 시장 경제에 큰 영향력을 지닌 주요 고객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정보, 데이터의 개방은 많은 것을 취하고 내어주었다.

정보화 시대에서 공공 데이터 개방은 프롭테크 시장이 발달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질적인 면에서는 문제점도 있긴 하지만 부동산 유효 수요에 양적으로 플러스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임장 데이트'라는 말이 있듯이 젊은 층이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임장마저 모바일로 하는 시대가 도래되었다.

휴대폰 하나면 OTT 서비스를 통해 최신 뉴스, 부동산 동향, 전문가 분석 등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즉, 데이터 개방은 개인에게 정보의 기회이지만 기업에는 개인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더 빨라야 성공하고 살아남는 지금, 우리는 속도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

더군다나 팬데믹을 통해 산업/서비스 분야에 더 속도가 붙어 급성장한 경우도 많다.

이에 반해 천천히 진행중인 것들이 있으니, 바로 핀테크가 그랬고 프롭테크가 현재진행 중이다.


프롭테크의 대표 분야인 핀테크, 한국의 핀테크는 미국과 중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개방의 규제도 원인이긴 했지만 한국의 기존 오프라인 은행 서비스 행정 속도가 타 국가들에 비해 월등하게 좋았기 때문이다.

빠르고 편리하기로 소문난 대한민국이었기에 금융 거래의 불편함을 체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다보니 규제와 법 개정 시기가 지연되었고 2015년 정부 규제가 완화되고 나서야 성장이 시작되었다.


프롭테크도 핀테크와 마찬가지로 지연된 이유는 비슷하다. 다만, 환경이 편리해 요구가 적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동산 데이터 디지털화는 데이터 개방 요구 단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일 뿐더러 인식 또한 낮았다.

부동산 건설 분야는 기업의 것, 중개 및 임대는 전문가의 것이라고 단정지어지고 우리는 구매자로서만 인식했기에 기술 인식이 낮았던 것이다.


2022년 8월 기준, 3-40대가 가장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아파트/주택이 1위를 차지하였다.

특히 근래 몇 년간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거워 냉각기에 들어섰음에도 그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혹시 그것 알고 있는가?

프롭테크는 이미 주거생활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스마트홈, IoT와 같은 기술적인 부분들 그리고 사용자들에게 숙박업소 혹은 부동산 앱 등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국내 프롭테크 분야는 아직 진행 초기 단계이기에 명확하게 정리되었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이제 시작인만큼 빠르게 아는 것이야말로 득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관심 유저를 모으는 데 성공한 서비스는 다른 사업 간 연계로 사업과 서비스가 무한히 확장될 것이며 유저 확보로 인해 부동산 마케팅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또한 유저 데이터와 콘텐츠로 부동산 시장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은 프롭테크 산업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부동산 트랜스포메이션이 시작되었다.

부동산 산업의 패러다임이 추후 바뀐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넓은 시야를 가져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