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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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탄생 이후 100여 년 동안 한 번도 절판되지 않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원조!

소설이어도 예나 지금이나 속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역시 일기가 최고이다.

100여 년 전이지만, 영국 지방 소도시의 일상이지만 현실감 넘치는 주인공들이 가득해 생동감이 넘친다.

생동감 넘치는, 100여 년 전 영국 여인의 일상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E. M. 델라필드의 본명은 에드메 엘리자베스 모니카 대시우드, 결혼 전 성은 드 라 파스튀르로, 1890년 잉글랜드 남동부의 서식스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프랑스 혁명기에 잉글랜드로 이주한 백작 가문의 후손이며 어머니는 유명한 소설가였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데번주 엑서터의 간호 봉사대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1917년 첫 소설 를 발표했다.

1919년 토목기사인 아서 폴 대시우드 대령과 결혼한 뒤 잉글랜드의 데번주 켄티스베어에 정착하여 지역 사회의 주요 인사로 활동했다.

진보적 정견과 페미니즘을 기치로 내세운 영국의 주간지 <시간과 조수>에 꾸준히 기고했고 1927년 이 주간지의 이사진에 합류했다.

1929년부터 <시간과 조수>에 연재된 자전적 소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로 큰 상업적 성공을 거뒀으며 이후 세 편의 속편을 더 발표했다.

1943년 5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다.




11월 8일

남편 로버트가 화덕을 보더니 멀쩡하다며 통풍 조절판을 꺼내보라는 뻔한 제안을 한다. 요리사는 몹시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사직서를 낼 것 같다.

…… 본머스에 갈 준비를 하던 중 남편이 다락에서 여행 가방을 꺼내다 구근 식물 화분 세 개를 깨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하실에 내려놓은 줄 알았다나. 어쨌든 거기 있을 줄 전혀 몰랐단다.



11월 11일, 본머스

로빈이 조금 마른 것 같아서 양호교사에게 얘기하자 그녀가 밝게 대꾸하길, 어머, 아니에요. 제가 보기엔 이번 학기에 오히려 살이 쪘는걸요. 그러곤 새 건물을 짓는다고 떠들어 댄다.

의문: 왜 모든 학교가 6개월에 한 번씩 새 건물을 지어야 할까?



11월 13일

흥미롭지만 다소 불편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특정 장소의 존재 여부를 놓고 비키와 긴 설전을 벌인 탓이다. 비키는 그 특정 장소를 "지 그리고 옥"이라고 부른다. 현대적인 부모인 나는 그런 곳은 없다고,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단언한다. 비키는 있다고 우기며 성경을 들이댄다. 나는 어느 때보다 현대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영원한 천벌을 받는다는 이론은 사람들을 겁주기 위해 지어낸 거라고 타이른다. 그러자 비키가 바락바락 대든다. 자기는 그런 얘기를 들어도 전혀 겁나지 않는다고. 오히려 지옥을 계속 생각하고 싶다고. 교착 상태에 이른 것 같다. 제멋대로 생각하라고 내버려두는 수밖에.

의문: 현대의 아이들은 현대인이 되기 싫은 걸까? 그렇다면 현대의 부모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11월 19일

너무나 힘든 이틀을 보내고 있다. 뜻밖에도 시시 크래브가 엄격한 식이조절으 하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로버트는 시시에게 넌더리를 낸다. 렌틸 콩과 레몬 따위를 급조할 수 없어서 부엌도 몹시 어수선하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마드무아젤은 식이요법 얘기를 자꾸 꺼내며 몇 번이나 이렇게 소리친다. "아, 몽 두 생 조제프!" 불경한 말인 것 같아서 그만하라고 당부한다.

("아, 몽 두 생 조제프!"는 "어머나, 성 요셉이여!"를 뜻한다.)



12월 1일

비키에게 엄마의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그 애의 대모가 3년의 미국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다고 얘기하자 아이가 대뜸 이렇게 묻는다. "와, 그럼 내 선물 사오는 거야?" 아이의 탐욕에 혀를 내두르며 투덜거리자 마드무아젤이 하는 말, "시 라 생트 비에 르주 르브네 쉬라 테르, 마담. 세 스레 노트르 프리트 비키."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게다가 무드무아젤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비키를 두고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스 프티 데몽 앙라제."

의문: 프랑스 사람들이 언제나 정직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 라 생트 비에 르주 르브네 쉬라 테르, 마담. 세 스레 노트르 프리트 비키."는 "성모 마리아께서 이 땅에 환생하셨다면 아마 우리 예쁜 비키가 그분일 거예요."를 뜻한다.)

("스 프티 데몽 앙라제."는 "성난 꼬마 악마 같으니."를 뜻한다.)



12월 12일

남편은 길 잃은 새끼 고양이를 절대 거둘 수 없다고 한다. 지금 있는 부엌 고양이만 해도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그러나 비키가 애원하자 조금씩 누그러진다. 이제 새끼 고양이가 수컷이냐 암컷이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판이다.



12월 16일

…… 레이디 복스가 찾아와서 말하길, 자기는 햇살이 필요해서 다음 주에 남프랑스로 떠난단다. 그러더니 내게 같이 가면 어떻겠느냐고 묻는다. 내가 씹다 뱉은 껌처럼 늘어져 있다면서. 좋은 의도였을 테지만 어쩐지 매우 부적절하고 모욕적인 비유처럼 느껴진다.

레이디 복스가 묻는다. 그냥 기차를 타고 프랑스를 달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여름 태양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면 좋지 않겠어요?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으련다. 레이디 복스의 머리에는 비용이라는 문제가 들어갈 자리조차 없는 것 같다.

메모: 여성회 토론 주제로 흥미로울 듯. '상상력과 상속받은 재산은 양립할 수 없다.' 다시 생각하니 사회주의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 떠나면서 레이디 복스는 남프랑스 여행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한 번 더 호소한다. 나는 예의상 망설이는 척하며 마음이 바뀌면 바로 연락하겠노라고 약속한다. 하지만 나도 그녀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럴 일은 없다는 것을.

의문: 우리가 위선이라는 도덕적 일탈을 하는 이유는 주로 상대의 눈치 없는 고집 때문이 아닐까?



크리스마스 날

하인들을 쉬게 해주려고 저녁은 차가운 칠면조와 크리스마스 푸딩으로 떼운다. 앤젤라가 구근 식물을 보더니 어째서 구근 식물이 크리스마스에 꽃을 피울 거라 생각했느냐고 묻는다. 나는 대꾸하지 않고 다들 일찍 잠자리에 들자고 제안한다.



12월 27일

윌리엄 부부가 떠났다. 막판에 앤젤라가 작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지난주에 주간지 <시간과 조수> 작품 공모에서 '지식인'이라는 필명으로 1등을 했는데 혹시 알고 있었냐고 묻는 게 아닌가. 당연히 몰랐지만 축하해 준다. 나도 응모했는데 당선되지 않았다는 말을 삼킨 채.

의문: 이 공모전의 편집자들이 언제나 문학성을 예리하게 평가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중한 업무로 판단력이 흐려질 때도 있지 않을까?

…… 집으로 오는 길에 얌전하게 행동한 비키와 로빈을 칭찬해 준다. 하지만 나중에 마드무아젤에게 들으니 비키의 파티 드레스 주머니에서 초콜릿 비스킷이 왕창 나왔다고 한다.

메모: 이런 행동은 예절과 위생, 정직성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며 현명하지도 않다고 비키에게 말해주는 게 좋을까?



2월 12일

레이디 복스가 내게 아이들의 안부를 묻더니 모두를 향해 내가 "얼마나 완벽한 엄마인지 모른다"고 덧붙인다. 그때부터 모두들 자연스레 나와 대화하기를 꺼린다. 레이디 복스는 계속해서 남프랑스 얘기를 떠들어 댄다. 자기가 그곳에서 써먹은 이러저러한 재담을 열심히 해석해 주면서.

여기서 피할 수 없는 의문: 정당방위의 살인이라고 해도 자식들의 앞길에 큰 걸림돌이 될까?



4월 2일

하워드 피츠시몬스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어설프게 이 두 주제를 오가며 분위기를 더없이 어색하게 만든다. 이 파괴의 마지막 결정타는 내 손에 쥐어진다. 어쨌든 바버라에게 차에 우우와 설탕을 넣을지, 빵을 먹을 것인지 따위를 물어봐야 하니까.

메모: 요리사에게 코딱지만 한 스펀지케이크 조각을 왜 들여보냈는지 무어볼 것. 먹고 남은 음식이 틀림없는데 이 스펀지케이크를 처음 본 지가 열흘도 더 된 것 같다. 그리고 맛없어 보이는 작은 록 케이크는 왜 계속 내오는지도 물어볼 것.



6월 1일

레이디 프로비셔가 요즘의 치과 진료에 관한 얘기를 꺼내자 갑자기 모두 함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빵을 먹느라 바쁜 로버트를 제외하곤 다들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메모: 손님을 초대했을 때 먹먹한 정적이 흐르면 이런 방향으로 대화를 유도하면 좋을 듯.

……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묻는다. 이런 기후에서 혹시 아름다운 푸른색의 '그란디플로라 매그니피카 수페르비엔시스'(어쨌든 이와 비슷한 이름이었다)를 제대로 키운 적이 있느냐고. 내가 없다고 짧고 솔직하게 대꾸하자 눈에 띄게 안심한다. 혹시 이 부인은 평생 그란디플로라 매그니피카 수페르비엔시스가 이 기후에 적응하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온 것이 아닐까? 내 정원에서는 그 귀한 식물이 잡초처럼 잘 자란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메모: 이런 망상에 자주 빠지지 않도록 경계할 것. 영양가도 없고 사람들 앞에서 멍한 인상을 주기 쉽다.



6월 23일

…… 점잖게 당황하는 여주인의 얼굴을 보니 내 재치 있는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말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든다. 계속 후회를 곱씹고 있는데 어느새 화제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에 관해서는 모두들 한마음이 된다. 미국인들은 확실히 개방적이지만 전쟁 빚은 어쩔 셈이냐고 우리는 입을 모은다. 금주법은? 싱클레어 루이스는? 에이미 맥퍼슨은? 남녀공학은? 모든 논의가 끝날 무렵 우리 중 아무도 미국에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데도 모두들 뚜렷한 주관을 가졌고 다행히 모두가 서로의 관점에 동조한다.

의문: 도덕적 용기가 남다른 사람이 여기서 갑자기 실험 정신을 발휘해 파격적인 의견을 제시한다면 흥미롭지 않을까? 예를 들면 미국인들이 우리보다 예의범절이 뛰어나다거나 그들의 이혼법이 훨씬 더 발전된 형태라거나, 등등. 이런 심리적 폭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 싶지만 로버트가 없는 자리라면 더 좋을 것 같다.




때는 1929년 말, 잉글랜드 지방 소도시에서 살고 있는 한 여인의 일기이다.

남편 로버트, 아들 로빈, 딸 비키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

지적이고 여유로운 생활이 매일같았으면 좋겠지만 로버트는 무뚝뚝하고 약간의 신경질적이며 아들과 딸은 꽤나 말썽꾸러기들이다.


현대적이고 지적인 여성의 삶을 갈망한다.

넉넉지 못한 생활이었기에 음식과 드레스를 장만하기 위해 보석을 전당포에 맡기고선 전전긍긍하고 문학을 사랑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때문에 사교모임에서 그 작품이 나올까봐 전전긍긍한다.

앞서 말했듯이, 갈망한다.

갈망하지만, 로버트가 말도 안 되게 신경질을 내고 아이들을 혼내고 싶을 정도로 말썽을 부려도 집안의 평화를 유지하고 싶어 일단은 참아 본다.

갈망하지만, 춥고 습해도 무조건 산책해야 하는 귀족 문화가 참 이해하기 어렵다.

갈망하지만, 남편의 고용주인 레이디 복스가 매일같이 찾아와서 염장을 지를 때면 겉으론 웃고 있어도 한 대 치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그녀는 일기를 쓴다.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순간의 감정들은 물론 속마음까지 모조리 일기장에 담아낸다.


물론 소설이라 할지라도 예나 지금이나 속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 일기뿐이다.

100여 년 전, 영국 여인의 일상이 담긴 일기였지만 현실성있게 묘사되어 꽤나 재미있게 읽었었다.


일기 형식의 소설을 읽고나니, 책상 옆에 있는 책장에 눈길이 절로 갔다.

글쓰기 노트와 몇 개의 다이어리, 캘리그라피 노트, 드로잉 노트 그리고 일기가 꽂혀있는 책장이다.

올해 일기장을 꺼내 기분좋았던 순간이 언제였었는지 뒤적여보았다.

아, 찾았다!

일기장에 쓴 그대로 일부분만 그대로 써보려고 한다.


두 번째 생일


호수 산책을 마치고 N의 집에 들어와 다들 한숨 돌리고 자리를 잡았다.

그 말인즉슨, 또 다른 수다의 장이 열림을 의미했다.

N과 A가 부엌에 들어간 사이, J와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뒤로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 짧은 1-2초 순간에 얼마나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훑고 갔는지 모른다.

내가 내 친구들 생일을 까먹었을 리는 없는데 혹시 내가 어떤 기념일을 잊어버렸던 건가?

J 생일은 가을인데, 이상하다.

근데 J는 왜 나를 보고 손뼉을 치는 거지?

어쨌든 N과 A가 케이크를 들고 오니 내 옆에 있는 J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덩달아 손뼉 치며 옹알이하듯이 입을 오물거렸다.

(지금 생각하니 눈만 똥글거리며 덩달아 손뼉치던 내 모습, 참 웃기다.)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지난 생일날, 아파서 침대에 누워 눈만 껌뻑거리며 하루를 보냈었는데 그게 마음에 걸렸었는지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해 줬던 것이었다.

케이크를 들고선 노래를 불러주는데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너무 놀라 심장이 쿵쾅거리기까지 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기에 이렇게까지 깜짝 놀랐던 생일파티는 처음이었다.

N, A 그리고 J, 잊지 못할 순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잊지 못할 순간 만들어준 N, A 그리고 J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꼭 준비해줘야겠다.

……

코로나로 죽을 만큼 아팠다는 게 남 얘기인 줄 알았는데 가뜩이나 병치레 중에 코로나까지 걸려서 큰일 날 뻔 했으니 생일이 무슨 소용이었겠는가.

생일날, 엄마에게 영상통화가 왔었다.

엄마가 '우리 하나, 생일 축하한다.'라고 했을 때, 얼마나 입술을 깨물고 참았는지 모른다.

끊자마자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이 베개를 흠뻑 적셨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울컥한 순간이었다.)

……

새벽 3시 넘어서까지 울고 웃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히려 그 많은 일들을 다 얘기하기엔 시간이 부족했지만, 친구들 말대로 이 날을 두 번째 생일로 정해야 할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의무적으로 썼던 그림일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쭉 일기를 쓰고 있다.

나처럼 잘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서 삭히는 타입인 이들에게는 일기야말로 털어놓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어린 시절에 썼던 일기를 모아놓고 보면 얼마나 웃긴지 모른다.

'어린아이였기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감탄사와 함께!

남의 일기 읽어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으니 나중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만 추려 책을 내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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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30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거의 일기인데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군요. 학교는 왜 매번 건물을 지어대는가에서 웃음이 ㅎㅎ 하나님 일기 저도 보고싶어요 *^^*

하나의책장 2022-12-16 20:00   좋아요 0 | URL
예나 지금이나 학교 건물 올리는 건 똑같나봐요😚
가끔씩 어린 시절에 썼던 일기 보면 정말 웃겨요.
때묻지 않았기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썼던 일기장, 한 번 꺼내서 올려봐야겠어요ㅎㅎ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철학적·문학적 해석
백승영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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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책 중 하나일 것이다.

차라투스트라, 니체 그리고 니체 철학.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철학적·문학적 해석이 담아져 있으며, 우리가 긍정의 철학으로의 길로 갈 수 있게끔 안내해준다.


저자, 백승영은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후,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이자, 서울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한국 니체학회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차라투스트라


이란 북부 출신의 예언가인 그는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하고 절대 유일신 숭배를 주장했던 조로아스터교의 지도자이다.

이전에 있던 관습들이 있기에 새로운 종교를 창시했다기보다는 체계적인 형태로 재편한 것이 옳다고 표현되며 이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근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한 신인 아후라 마즈다의 의지에 세상이 따른다고 주장한 바를 보면 이원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일원론에 가까우며 어느 정도 유일신 사상을 지녔다고 파악하는 것이 맞다.

그에 대한 정보가 현저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알렸던 것은 역시 프리드리히 니체의 영향이 크다.

"신은 죽었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가 10년간 수행하여 얻은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가르친다는 내용을 담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을 내었다.

실질적으로 이는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이라고 하기보단 니체가 그를 인용해 자신의 사상을 내비친 것이 더 정확하다.

참고로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책의 영감을 받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96) 라는 교향시를 발표했다.



◈ 니체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목사였던 니체는 첫째 아들로 태어난다.

니체는 어린 시절부터 엄숙하고 진지해 소년 시립초등학교에 함께 다녔던 급우들이 그를 '어린 목사'라고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니체는 학교를 옮겨 피아노 수업을 받게 되었는데 그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 굉장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니체는 수업료 면제를 받으며 다닐 수 있었던 수도원을 마다하고 '돔 김나지움'에 다니게 된다.

창의성이 높았던 그는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그는 내면적으로 매우 고독했다고 한다.

휴학할 정도로 심한 두통을 앓았으며 이후 증세가 악화돼 정신착란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평생 반복되었다고 한다.

수학에 매우 취약했던 반면에 그리스어와 라틴어 논문에서는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니체는 굉장히 생각도 많고 (내면적으로) 고독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교시절의 반항기질이 대학교 때까지 흘러가 술과 담배 그리고 여자에 빠졌었다.

결국 신학과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덕분에 철학과 연을 맺게 된다.

군대생활을 하던 도중 다치는 바람에 제대하게 되면서 스승의 추천을 받아 스물네 살에 스위스 바젤대학의 고전어 교수로 초빙된다.

이후 1870년에 전쟁이 일어나 위생병으로 지원했다가 심한 이질에 걸려 곧 제대하였고 이때부터 건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도덕이 삶을 죽인다면서 전근대적 철학과 도덕을 반대하는 투쟁을 벌였다.

서양에서의 기독교 사상은 이랬다. (참고로 로마제국 이후 유럽은 그리스도교 문화가 지배적이었다.)

가진 것이 없고 아픈 자들을 축복하는 반면에 가진 것이 많고 힘센 자들은 하나님을 섬기지 않아 영원히 저주를 받는다고.

이것이 바로 노예도덕이다.

도덕을 단순히 반대하기보다는 새로운 도덕을 확립시키고자 했던 니체, 그의 사상은 20세기의 철학자들에게 많은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



◇ 차라투스트라의 서설


『차라투스트라』 1부는 <차라투스트라의 서설>과 <차라투스의 말>로 구성된다.

<서설>은 10개 절을 갖고 있고 <말>은 총 22개 장이 엮여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차라투스트라의 서설>로 시작하는데, 이는 총 10절로 형식적인 서문 대신 『차라투스트라』의 서문 역할을 한다.

핵심사유들로 간단하게 스케치되며 스토리라인은 '차라투스트라의 산에서의 하강(1) -> 신의 죽음에 대한 고지와 소통의 실패(2) -> 위버멘쉬에 대한 가르침(3) -> 당위로서의 위버멘쉬와 그 위험(4) -> 소통의 실패와 인간말종에 대한 가르침(5) -> 사이비 자유정신의 추락(6) -> 차라투스트라의 불완전한 지혜와 소통의 실패 및 그의 책임회피(7) -> 세 가지 유혹과 극복(8) -> 차라투스ㅡ라의 새로운 지혜, 창조자(9) -> 인간을 창조자로 만드는 영원회귀 사유(10)에 대한 인식'의 순서로 전개된다.

이 중심에는 소통에 대한 차라투스트라의 염원이 놓여 있다고 한다.

자신의 지혜를 전수함으로써 사람들이 깨우치기를 바랐지만 사람들이 그의 지혜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아 완전히 실패로 끝나고 만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깨우친다.

사람들이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선결과제라는 것을.

이러한 존재가 바로 창조자이며, 인간이 창조자가 되기 전에 차라투스트라가 원하는 소통은 불가능하며 위버멘쉬로 살아가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다.

위버멘쉬는 항상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신체적 존재이며 인간 자신과 세계를 긍정할 수 있는 존재이자 지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완성시키는 주인의 역할을 하는 존재다.

여기서의 개념은 힘의 의지와 허무주의 그리고 영원회귀 사유와의 정합적 구도를 완성시키는 매개 개념으로 사용된다.


<서설>의 1절은 차라투스트라의 하강을 그리는데 하강의 이유가 관계론의 관점에서 묘사되고 있다.

니체는 예수의 광야에서의 40일과 차라투스트라의 높은 산에서의 10년의 차이를 주목하라고 한다.

산은 생명력이 풍부한 공간이자 넓은 시야를 갖춘 해방과 자유의 공간인데 광야는 생명력 측면에서 산과 비교할 수 없으며 인간에게 있어서 살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공간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의 지혜의 차이를 결과로 보여주며 니체는 자신의 철학적 사상이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을 능가한다고 누설하려 하는데 이는 말그대로 자신만만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하강을 두고선 심장의 변화때문이라고 묘사하지, 정신이 변했다거나 생각이 변했다고 하지 않는다.

인간을 신체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오로지 정신적인 존재도, 육체적인 존재도, 의지적인 존재도 아니며 정신성과 육체성과 의지가 어우러져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통일체다.

우리가 자신이라 부르는 것도 이런 총체적인 모습인 것이다.

니체의 이런 생각은 인간을 정신성과 육체성의 두 단위로 나누어 설명하는 이원론적 인간 이해 전체를 겨누지만, 특히 정신성을 인간의 핵심으로 보는 '이성중심적 인간관'에 대한 반박이다.

심장이 멈추면 육체도 죽지만, 정신도 죽는다. 아니, '나' 전체가 죽어버리는 것이다.

니체가 말한 심장의 변화는 곧 '총체로서의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 역시 신체이기에 내적변화는 행동으로 곧 표출되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의 지혜를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이유를 태양에게 말하며 축복해 달라고 요청한다.

"시샘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그대여. 나를 축복해 달라! 그대의 환희를 온 누리에 되비추어 줄 이 잔을 축복해 달라"

시샘 없이 바라볼 수 있는 태양이라 표현한 것은 니체의 의도이다.

차라투스트라의 지혜가 태양과의 협동작업의 결과였듯이 행복 또한 마찬가지이기에 관계론적 시각이 전제되어 있으며 시샘하는 신에 대해 의도적으로 대비하였으며 태양이라는 지상의 자연물을 초월적 존재인 신의 자리에 대체시키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차라투스트라가 신에게 축복을 요청하지 않는 것도 니체에게 있어서 초월세계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창작물에 불과했다.

시샘 없는 태양은 "대지에 충실하라", "신은 죽었다"라는 니체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는데 차라투스트라의 이러한 태도는 성서 속 예수 그리스도의 태도와 극적 대비를 이루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신의 아들로서 믿음, 겸손, 지적 겸양 등을 가르치며 축복도 신에게 요청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겸손하다.

초월세계와 신을 믿는 자의 모습은 차라투스트라는 현실세계와 인간을 믿는 자가 이렇게 다른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지혜를 사람들에게 전하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신의 나라를 알리는 선지자라는 자화상으로, 차라투스트라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하려는 교육자라는 자화상으로 등장하게 된다.


3절에서 차라투스트라의 두 번째 메시지가 전달된다.

'인간은 위버멘쉬로 살아야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사람들의 현재 모습은 사람답지 않으니 지금의 모습을 뛰어넘어 더 나은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정언정 주장 하나를 가르침이라며 불쑥 제시한다.

이는 19세기 유럽인들에 대한 일침으로, 니체에게 유럽인은 데카당이며 니체는 정신의 병리성을 확인하게 된다.

이를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니체는 출발점은 인간의 각성이기에 이를 위해 차라투스트라는 소크라테스처럼 등에의 역할을 자처하게 한다.

이것이 일차적인 이유였다면 사실상 이는 인간 일반에게로 향하는 가르침이었다.

앞서 위버멘쉬에 대한 개념을 설명했듯이 자기 자신을 넘어서 간다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구하고 지녀야 할 과제라고 니체는 생각했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그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위버멘쉬의 이 기본적인 속성을 충족시킨다. 물론 이것이 위버멘쉬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위버멘쉬로 사는 첫걸음을 떼고 있는 셈이다.


9절에서 차라투스트라가 새로운 지혜를 얻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새롭게 얻은 지혜를 진리라고 부르며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새로운 지혜가 서사 전체를 전개시키는 핵심요소라고 강조한다.

인간이 '창조자'라는 것은 줄타기 곡예사가 아닌 줄 타는 춤꾼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것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진리인 것이다.

차라투스트라가 수행하려는 건강한 인간 만들기 프로젝트는 창조자라는 조건의 의존한다.


10절에서는 인간을 창조자로 결단하게 만들 때 필요로 한 영원회귀 사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차라투스트라의 독백이었던 9절에서 그는 혼자였고 여전히 그에게는 부족한 것이 있었다.

니체는 자유정신, 자율적 의지, 창조자라는 지혜만으로 아직 차라투스트라의 진리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설정을 염두에 두고 10절을 시작한다.

"이렇게 차라투스트라의 하강은 시작되었다."



◇ 차라투스트라의 말


서문 역할을 했던 <차라투스트라의 서설> 뒤에는 1부의 본문이 따른다.

1장 앞에는 <차라투스트라의 말>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의 '말'은 1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체를 아우른다. 『차라투스트라』 2~4부의 시작에는 제목이 따로 없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4부 및 최종부>라고만 되어있다.


1부에서 인간의 건강한 모습으로 제시하는 창조자는 "위험하게 살지어다!"를 모토로 삼으며, 정신의 자유를 발휘하면서 자신의 길을 가기, 극복 과정을 견디기, 그 과정에서 명랑성과 용기를 잃지 않기,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쟁취하기, 내적-외적 싸움을 창조적 힘으로 활용하기, 허영기나 대중성을 벗어버리기, 패배의식을 버리고 저항하는 것들로 수행한다.

이것이 자율적이고도 주권적인 인간의 모습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긍지, 용기와 의지를 갖추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창조자의 모습이 위버멘쉬의 한 측면이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부는 1부처럼 총 22장으로 엮여있으며, 차라투스트라의 자세와 새로운 시작의 이유를 간단히 제시하면서 2부의 문이 열린다.

2부의 시작이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의 위기와 사람들이 처한 위험때문이었다면 그 끝은 차라투스트라 자신의 위험때문이며 그 위험을 타개할 성숙된 지혜의 필요성이 3부를 여는 계기가 된다.

2부는 니체의 시대비판을 다루고 있다.

니체 철학의 대명사인 '힘에의 의지' 개념이 중심축으로 작동하는데 전면에 세워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간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3부는 총 16장으로 영원회귀 사유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원회귀 사유는 니체 스스로 "사유 중의 사유"라고 할 정도로 니체 철학에서는 물론 『차라투스트라』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허무주의 극복을 위한 사유실험의 형태, 매 순간의 영원성 확보, 힘에의 의지로서의 세상에 대한 디오니소스적 긍정가능성 확보 등의 양태로 제시되는데 이 면모들이 잘 어우러져야 인간을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노래'를 부르는 건강한 모습으로 만들려는 차라투스트라의 과제가 비로소 수행된다.

1-2부에서 묘사된 자유정신에는 명령자의 엄중함이 들어있지 않았지만 2부 말미에서 자신이 지혜와 진리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하는 자의 엄중함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 가시화시켰다.

인간에게 위버멘쉬로 결단하라고 명령하는 자세로 영원회귀 사유를 입에 올린 것이다.

차라투스트라의 자기극복을 담은 3부는 이를 왜 필요로 하고 어떻게 발휘되는지 차라투스트라의 모습으로 세밀하게 묘사한다.


" 가지 위대한 (독일인에 의해 발견된) 철학적 관점들.

생성과 발전이라는 관점.

인간 삶의 가치라는 관점(독일 염세주의의 불쌍한 형식이 극복된다).

나에 의해 결정적인 방식으로 한데 모아진다.

모든 것은 되어가고 영원히 다시 회귀한다. 탈출은 불가능하다."


니체는 영원회귀 사유가 생성과 발전, 인간 삶의 의미라는 문제와 연결되고 이를 한꺼번에 해명하려고 했다.

생기존재론과 관련한 측면을 보면 영원회귀 사유는 생기존재론을 이론적으로 보충해서 완성시키고 있다.

"생성에 존재의 성격을 각인한다. 이것이 가장 최고의 힘에의 의지다. 모든 것이 회귀한다는 것은 생성의 세계가 존재의 세계에 극도로 접근하는 것이다. 고찰의 정점."

이원론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내재적 필연성을 확보해 무조건적 긍정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니체는 생기존재론을 최고의 이론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런 생성이 영워니 지속된다는 것이 보증되어야 한다.

그것이 언제든, 위나 아래에 힘에의 의지 생성 외에는 다른 존재방식이 없으니 이후 생기존재론은 보증된 이론일 수 있었고 비로소 고찰의 정점일 수 있었다.


양적으로 불변하는 고정된 힘의 크기를 지녀도 결국 질적으로는 변화한다.

힘의 양의 성장과 감소는 대응관계를 형성하는 변화를 보이지만 유한한 양의 힘에의 의지의 싸움은 무한한 시간 속에서 진행되기에 한 번 형성된 특정한 힘질서의 관계는 반복된다.

즉, 힘에의 의지의 관계세계가 그 세계가 아닌 다른 모습이 될 가능성은 없다.

이렇듯 영원회귀가 확실하면 세계는 생성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지는데 이는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마찬가지다.

니체 철학에서 실제로 회귀하는 것은 단 하나 힘에의 의지다. 자신의 본성으로의 회귀라는 양태로.

힘에의 의지의 본성은 항상 힘상승과 지배를 추구하는 것인데 이는 본성에 맞게 의지는 움직인다는 것이다.

본성에 충실하게 자신의 힘을 사용하면 또 다시 본성에 충실한 움직임을 보인다.

중요한 것은 본성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점이다.

니체는 영원회귀 사유를 사유실험의 형태로 제시하면서도 실존적 결단을 요청한다.

이를 간절히 바랄 정도로 삶의 주체가 될 것인지 그 반대가 될 것인지를.


유의미한 삶의 영원회귀를 선택하는 주체는 바로 위버멘쉬이기에, 영원회귀 사유는 우리를 위버멘쉬로 결단하게 하고 각성시키면서, 허무주의를 극복해 내는 실천적 기능을 하게 된다.




니체는 학문으로서의 철학에 요구되는 것은 학문적 객관성과 보편타당성을 위해 모든 개인적 요소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원칙을 과감하게 파괴했다.

자신의 삶을 철학적 방식으로 행해지는 '큰 해방'으로 해석했고 깊이 묶여있던 인식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그의 삶이었다.

이를 믿었기에 포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또한 그는 알고 있었다.

니체는 자유로운 사고를 구속하는 감옥이 확신이며, 이는 거짓말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라고 말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붙잡고 공부하며 읽었던 적이 언제였을까?

대학교 때, 교양으로 철학수업을 들었던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한 번에 슥- 읽고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한 달 동안 곱씹으며 읽고나니 이제야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다.

요점정리를 다 하기에는 분량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인상깊었던 부분들만 서술해보았는데, 글쓰기노트에 적어가면서 읽었던 것을 썼기 때문에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니체를 알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알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다가 읽은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 도중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선 이해했으니깐.

무엇보다 굉장히 세심하고 구절 하나하나 해설이 잘 되어있어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내용이 함께 올라가야 할 부분이 있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서평을 쓸 때,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를 조금 더 보충해 쓸 예정이다.

생각하고 생각하며, 그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 철학이라 하였다.

역시 철학은 재미있어도 참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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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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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는 거죠. 이 생물학적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남긴 말과 글 속에도,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아침 저녁으로 쓰고 있는 말과 글 속에도 똑같이 문화 유전자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도 우리가 남긴 말, 가장 중요한 몇 가지 말들은 마치 AGCT처럼 서로 얽히고 결합되면서 내가 없는 세상, 우리가 없는 그 세상에도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해간다는 것이죠.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이어령 선생이 앞으로 살아갈 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이야기를 펼쳐볼까 한다.


저자, 이어령은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문리대학보]의 창간을 주도 ‘이상론’으로 문단의 주목을 끌었으며, [한국일보]에 당시 문단의 거장들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를 발표, 새로운 ‘개성의 탄생’을 알렸다. 20대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두루 맡으면서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논객으로 활약했다. [새벽] 주간으로 최인훈의 『광장』 전작을 게재했고,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아 ‘문학의 상상력’과 ‘문화의 신바람’을 역설했다.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여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기획자로 ‘벽을 넘어서’라는 슬로건과 ‘굴렁쇠 소년’ ‘천지인’ 등의 행사로 전 세계에 한국인의 문화적 역량을 각인시켰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취임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의 굳건한 터를 닦았다. 2021년 금관문화 훈장을 받았다.

마르지 않는 지적 호기심과 창조적 상상력, 쉼 없는 말과 글의 노동으로 분열과 이분법의 낡은 벽을 넘어 통합의 문화와 소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끝없이 열어 보인 ‘시대의 지성’ 이어령은 2022년 2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Ⅰ 원숭이


제주도 근방에 야생종 원숭이가 있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물원갔던 게 20살? 21살? 20대 초반이었으니 원숭이 안 본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이렇듯 한국에는 없는 그리고 중국하고의, 일본하고의 차이를 나타낼 때 볼 수 있는 키워드가 바로 원숭이이다.

원숭이는 나를 타자와, 남과 구별하는 나의 의식이자 나의 아이덴티티라고 선생은 말한다.

인간과 비슷하기에 남을 놀릴 때 원숭이라고 말하는 것인데, 즉, 원숭이와 어떻게 다르냐로 자신이 사람이라고 하는 하나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게 우리에게 있어서는 외국이었던 겁니다. 원숭이가 없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하면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 없었기 때문에 인간을 객관화하고 나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는 중국 사람, 일본 사람만 겨우 알 정도로 폐쇄적인 생활을 해왔는데, 사람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은둔의 시간 속에서 개화를 맞이한 우리의 외국관이 바로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선생의 말에 따르면, 아주 오래전에는 원숭이 엉덩이가 아닌 원숭이 항문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니깐 엉덩이 빨간 짐승같은 사람들이 사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우리보다 월등한 문명인이라는 것을 느껴 한쪽으로는 무시하면서도 한쪽으로는 본받아야겠다고 느낀 것을 의미한다.

과거 개화기때의 외국관이 잘 드러나는 대목인 것이다.

사극 혹은 시대극에서 왜놈, 양놈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4000년 동안 우리는 수많은 억압과 압박 속에서도 살아남은 민족이기에 가지고 있는 이런 오기가 한국 사람들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핵심적인 원동력인 것이다.



Ⅱ 사과


사과는 1901년 윤병수가 미국 선교사로부터 묘목을 들여오면서 유입되기 시작했다.

추운 지방에서만 나왔었기에 북한 원산 부근에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그것이 바로 1901년이다.

한쪽에서 선교사들이 직접 나무를 심어 키워봤지만 기후로 인해 다 죽어버렸는데 유일하게 사과 하나가 살아남았었다.

그것이 바로 대구 사과이다.

사과가 자랄 수 없는 고장임에도 품종 개량을 통해 대구가 사과의 명산지가 된 것이다.


사과는 단순히 먹거리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20세기 초 개화가 시작되던 때에 유입되었기에 서양 문명이 압축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담의 사과, 트로이 전쟁에 나온 파리스의 사과, 뉴턴의 사과 그리고 윌리엄 텔의 사과로 서양사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에서 사과 체험은 즉, 서양 체험인 것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사과는 지금도 이어진다. 바로 애플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하나의 키워드이자 글로벌한 사과가 된 사과!

앞으로도 '사과'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



Ⅲ 바나나


바나나는 과일의 단순한 개념과는 무언가가 다르다.

과거 수박, 참외와 같이 둥글둥글한 과일만 보다 기다란 바나나를 처음 접했을 때, 꽤나 놀랐다고 한다.

단순히 길기만 한 게 아니라 끝이 꼬부라져서 올라간 바나나는 우리 상식을 완전히 뒤바꾼 과일이었다.

대부분 바나나 나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파초과이다. 풀이 돌돌돌 말려 올라가서 딱딱해지는 것이다.

또한, 씨가 없다. 씨도 나중에 나오지만 줄기세포처럼 발아되니 그 싹을 잘라서 심는 것이 바나나이다.

인간의 역사, 서양의 역사, 정치, 경제-이 모든 것이 바나나 속에 있다.


문득 검정고무신의 한 회차가 떠오른다.

성철이가 바나나 먹었다는 자랑에 기영이는 마냥 부럽기만 하다.

그렇게 성철이를 따라 바나나 먹으러 성철이 외숙모집 앞에서 추운 겨울 날씨에 한참을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이웃집에 다 나눠주고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말에 기영이는 결국 좌절하고 만다.

그렇게 병이 난 기영이는 아픈 와중에도 바나나만 찾는다.

당시 쌀 한 되가 아닌 쌀 한 말 값은 되었다는 바나나는 쉽게 먹지 못하는 비싼 과일 중 하나였다.



Ⅳ 기차


혹시 알고 있는가?

호두, 호빵, 호박과 같이 '호'자 붙은 먹거리는 전부 이란, 이라크와 같은 중동 지방에서 실크로드를 타고 들어왔다는 것을.

개화기 때는 실크로드를 통해 곧장 들어오지 않고 미국, 유럽에서 배를 타고 들어왔다.

그래서 '양'자가 붙는 것이다. 한국 것에 '한'자가 붙는 한옥처럼.

기차는 인간이 만든 문명을 상징한다.

과거 기차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는 수단이기도 했다.

대륙에 진출하려던 일본이 한국에 경인선 철도를 만들었었다.

미국이 이를 통해 들어오려고 하니 일본이 가만두지를 않았다.

거기다 만주까지 닿는 철도를 놓게 되었고 이후 러일전쟁, 청일전쟁이 연이어 발발했었다.

그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기차였다.

선생은 어느 누구에게는 지배의 힘이요, 어느 누구에게는 빼앗김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기차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고 읊조렸다.


지금 여러분과의 작별을 앞둔 그 어린아이에게 그 기차는 어떤 의미를 가진 기차일까요? …… 미래에 올 새로운 생명들, 새로운 세계들에 비록 나는 존재하지 않을 테지만 몇 가지 나의 글, 나의 언어들이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그들의 마음속에서 씨앗이 되고, 불씨가 되고, 그리고 작은 터널 속 빛과 같은 것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나는 떠날 때의 모든 절망 소에서 남기고 가는 희망으로 오늘 이별을 얘기합니다.



Ⅴ 비행기


높이 날기 위해서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자기 엔진이 필요한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쓰는 것은 코로나 시대에 당연한 일이다. '나'가 아닌 '남'을 위한 것이다.

본인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이유지만 남에게 병을 안 옮기기 위해 쓰는 것이 마스크이다.

이처럼 나눠야 할 경험의 가치, 이 모든 슬기를 합쳐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선생은 강조한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날아올라 앞으로도 이렇게 100년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잘 있으세요, 여러분 잘 있어요


내가 여러분들과 헤어지는 인사말 '잘 있어'라는 말, '잘 가'라고 하는 그 '잘'이라는 말. 영어로 웰 다잉, 웰 에이징 등 우리가 흔히 잘 쓰는 '웰'이라는 말, 그게 바로 잘 있어, 잘 가 할 때의 '잘'입니다.

그게 바로 어질 인이죠. 이게 있으면 잘 있고 잘 가게 되는 겁니다. 떠나도 그와 있었던 사람들을 생각할 것이고, 잘 있으면 떠나간 사람을 마치 곁에 있는 사람처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잘 있어, 잘 가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코로나 위기를 겪은 사람들을 옛날식으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새 문명, 새로운 가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는 생명의 가치가 제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접속과 접촉이 함께 있어야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 오늘보다는 내일 늘어가는 것. 생식되는, 불어가는 생명체가 증식하는 세계가 바로 생명자본이요, 우리의 밑천이 되는 세계입니다.


이별이 끝이 아니고 잘 있어, 잘 가, 라는 말이 마지막 인사말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확신합니다.

서로 헤어지는 인사말 속에 잘 있어, 잘 가, 라고 서로 웃으면서, 그리고 잘 가기를 원하고 잘 있기를 원하는 서로의 공감 속에서 죽음도 생명도 그것을 이길 수 있는 영원한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헤어질 때와, 떠날 때의 인사말…

잘 있으세요. 여러분 잘 있어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그 시작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구전으로 전해진 이 동요는 자연스럽게 입에 익혀져 있다.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이라고 지금은 이어지지만 옛날에는 빠르면 토끼였다고 한다.

원숭이부터 백두산까지 그 어떤 맥락없이 이어지는데, 이는 단순히 한 사람도 아니고 어른들도 아닌 어린아이들의 상상력에서 고르고 골라 전해진 노래이다.

선생의 말처럼 생각해보면 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 백두산에서 백두산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우리 것이 아니다.

원숭이부터 살펴보자.

외교사절단이 원숭이를 보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어 대중 앞에 원숭이를 선보인 게 1909년이다.

그렇다면 원숭이를 본 시기를 감안한다면 1909년 이후에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것이다.

원숭이, 먹거리인 사과와 바나나 그리고 문명 단계의 마지막인 비행기까지, 전부 미국에서 들여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 백두산은 어떻게 들어간 것일까?

100년 동안 외세와 외국 물품들을 마주하고선 우리는 끊임없이 이를 쫓아가지만 결국은 백두산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이어령 선생이 전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어린 시절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훗날 선생이 없는 지금부터 미래의 한국인들에게 과거의 경험과 꿈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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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유나이티드 - 음악도 인생도 뿌리에 물을 주어야 꽃이 핍니다 클래식 유나이티드 1
정경 지음 / 똑똑한형제들(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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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클래식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각 악기의 조화로움이 한데 어우러져 마음이 편해지면서 머릿속에서 한 편의 서사가 완성된다.

그것이 바로 클래식이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 피아니스트, 정석 그대로의 연주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우승 소식이 연일 뉴스에 나오게 되니 클래식에 대한 관심은 물론 우리나라의 위상 또한 한층 더 높아진 것 같아 절로 흐뭇했었다.

크게 조명되지 못했을 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클래식계 전문가들은 지금도 유럽에서,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클래식 계의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철학과 삶의 방향은 무엇일까?


저자, 정경은 경희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예술 경영학 박사(Ph.D) 학위를 취득(The Fusion of Performing Arts and Its Impact on Cultural Code.2012), 이탈리아 ‘가에따노 도니젯띠’ 시립 음악원(Academia)에서 오페라, 뮤지컬, 연출가 과정의 Diploma를 받았다. 국내 및 국제 음악 콩쿨대회에서 10회 우승하였으며, 2010년 예술 신인상, 2016년 제3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내일의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경희대학교 오페라마 담당 교수를 역임. 현재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및 (사)오페라마 예술경영 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클래식계의 이단아로 불려지고 있다. 기존의 클래식, 오페라, 성악가의 영역을 벗어나 파격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작품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의『La Danza』, 오스트리아 작곡가 슈베르트의 『Standchen』, 독일 작곡가 베토벤의 『Ich liebe dich』, 락 기타리스트 김세황과 함께 제작한 아다스 알도의 『그녀에게』는 클래식 최초의 오페라마 뮤직비디오로 평가받는다.




◈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 음악과 인생은 뿌리에 물을 주어야 꽃이 핍니다


정경 :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계보를 잇는 대한민국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경선 : …… 나이 든 연주자의 무대를 지켜보는 것만큼 감동적인 순간은 없습니다. 아직도 선생님이 연주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그 나이가 되어도 계속 연주를 해야겠다.', '쉬지 않고 가야겠다.'는 각오가 생겨요. 또 저의 스승이자 멘토이신 실비아 로젠버그 선생님도 연주를 멈추지 않으십니다. 진정한 예술가이신 그분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아직도 많은 걸 배우게 됩니다.


정경 : 바이올린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이경선 : 바이올린은 악기의 왕이라고 불려요. 모든 악기가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바이올린이 할 수 있는 게 있어요. …… 소프라노에서부터 베이스까지 저희는 다 소리 낼 수 있다는 것이죠. 그게 장점이에요.


정경 : 이경선에게 바이올린 연주란 무엇입니까?

이경선 :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과 흡사하지 않나 싶어요. 또는 미술가가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 작가가 소설을 쓰는 것. 이러한 모습들이 내가 소통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악기로 그 소통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저는 웬만한 연주는 모두 연주료가 없든 있든 YES를 하죠. …… 즉, 저에게 연주는 저의 실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며,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입니다.


정경 : 바이올리니스트로 살아온 인생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이경선 : 바이올린은 고음 악기지만, 좋은 음악은 베이스음이 튼튼하지 않으면 감동이 전해지기 어려워요. 바이올린의 고음이 줄기라고 비유하면, 베이스음은 뿌리인 셈이죠. 즉, 뿌리가 튼튼하면 줄기를 통해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납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 기본, 그리고 이 기본을 토대로 밸런스를 유지한다면 음악이 지닌 무한한 에너지, 그리고 밸런스를 가지고 우리의 인생도 스토리텔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경 : 이경선에게 열정과 성공이란 무엇일까요?

이경선 : 성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저에게 다가온 행운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게 아니라 하루 종일 연습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로 악기 값을 충당하고 익숙지 않은 언어를 밤새워 공부하며 하루하루 쌓은 결과물인 것 같아요. 제가 확신하는 건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큰일도 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성실한 자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도 변함없이 소중한 가치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사람인 것 같아요. 항상 겸손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 퍼커셔니스트 심선민 |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 연주자가 진정한 음악가입니다


정경 : 심선민의 연주는 타고 나신 건가요?

심선민 : 저의 재능은 타고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저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면서 연구하고 있죠. …… 오케스트라 합주 때 심벌즈를 잘 치고 싶어서 하루에 500번 이상씩 매일 연습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 후 2001년, 독일에 유학 갔을 때 저의 연습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저는 타악기를 처음 시작할 때 배우는 기초 테크닉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 그 급한 성격이 곡을 연주할 때 방해가 되어 스트레스가 되었죠. 그때 제가 선택했던 방법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천천히 건너기'입니다. 저는 신호등을 건널 때 노란불에 건너려 하는 버릇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 횡단보도의 녹색 신호등이 켜질 때까지 기다린 후에 천천히 건너는 습관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정경 : 심선민이 생각하는 타악기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심선민 : 무한대로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 타악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악기는 악기의 소재, 두드리는 방식 등에 따라 수천 가지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 앙상블이나 오케스트라에서는 리듬을 이끌어주어 곡의 절정을 이끌어내며, 마지막 정점에서 폭발적인 효과를 내줄 수 있는 유일한 악기이기 때문에 타악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타악기와 다른 악기와의 콜라보 공연은 아직 드뭅니다. 조금만 아이디어를 낸다면, 청중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재미있는 클래식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경 : 30년 동안 타악기를 연주하셨습니다. 중간에 위기가 온 적이 있을까요?

심선민 : 당연히 있습니다. 그 강도의 깊이가 때로는 크게, 때로는 작게 자주 왔었어요. …… 저의 방황하는 모습을 지켜보시던 지도 교수님께서 어느 날 제 옆으로 오시더니 저의 손을 꼭 잡아 주시면서, "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최고의 퍼커셔니스트야."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제가 하는 연주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으며 저만이 할 수 있고, 제가 가진 음악성과 음악을 표현하는 느낌은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으며, 선생님께서 여태껏 양성했던 제자 중에서 가장 전달력이 뛰어난 연주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저의 두려움과 회색 구름이 모두 걷히고 저의 마음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정경 : 대중음악에 비해 생소하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심선민 : ……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고전 낭만시대 등의 클래식 연주는 현재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연주회에 비해 관람하는 청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연주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청중이 찾아와 주시며, 좋아해 주실것이라고 믿습니다.


정경 : 타악기 연주자로서 기억되고 싶은 모습이 있으신가요?

심선민 :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퍼커셔니스트의 모습은 단순히 퍼커셔니스트로 정의되는 것이 아닌 음악가라고 포괄적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연주를 할 때에는 그 음악 안에 인간미와 예술성이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그 전에는 정확성이 뒷받침되어 있어야 하죠. …… 눈으로 보이는 것, 귀로 들리는 것도 있지만,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 것.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연주자가 진정한 음악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청중들이 함께 호흡하며 감동과 '희로애락'을 줄 수 있는, 또 "심선민과 함께 했던 시간이 의미 있었고 행복했다."라고 기억될 수 있는 그런 퍼커셔니스트로 남고 싶습니다.

클래식은 클래식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 특히 다른 장르와의 크로스 오버를 넘어 현대 클래식 분야에 오르간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 | 연주는 정점에 올랐을 때부터 진짜 시작됩니다


정경 : 동양인 최초 덴마크 칼 닐센 국제 클라리넷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시며 목관악기의 역사를 쓰고 계십니다.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존재가 있으신가요?

조인혁 : ……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의 파스칼 모라게스 선생님입니다. 이 분은 현대음악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에 의해 18살에 파리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 주자로 발탁된 천재연주가입니다.


정경 : 클라리넷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조인혁 : 클라리넷의 매력은 악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음색입니다.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많이 닮았다고 이야기하죠. ……

또 다른 이 악기의 매력은 모던함입니다. 클라리넷은 다른 악기에 비해 역사적으로 길지 않아요. 예를 들어 바순, 오보에보다 훨씬 더 뒤쳐진 악기이죠. 고전시대부터 오케스트라에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고, 낭만시대부터 주인공으로 나온 악기입니다.


정경 :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의 꿈은 무엇입니까?

조인혁 : 나이가 들어서 연주력이 자연스럽게 떨어졌을 때 그것을 잘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무대에서 내려올 줄 아는 연주자가 되길 꿈꿉니다. 늙은 수석 연주자가 연주력이 떨어져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면서까지 정년을 지키는 모습이 아름답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단원으로 내려와 풍부한 경험으로서 젊은 수석을 서포트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름다워 보이더군요.




◈ 소프라노 박미자 | 진실되지 않은 사람은 결코 진실된 음악을 할 수 없습니다


정경 : 소프라노 '박미자'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환생이라고 불립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미자 : 화려한 콜로라투라부터 웅장한 드라마틱까지 거침없이 쏟아내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를 존경합니다. 그런데 '세기의 디바', '오페라의 여신'이라고 불렸던 마리아 칼라스도 처음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연 배우가 취소되어서 당시 무명이었던 마리아 칼라스에게 기회가 주어졌고 그 후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것이죠. 공교롭게도 저에게도 유학시절에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연 배우가 취소되어 대신 무대에 오를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마침내 그 기회는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죠.


정경 : 성악가가 천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미자 : …… 노래 부르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유학을 갔고, 연습만 하며 앞만 보고 달려갔습니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놓고 돌아보니 지금까지 내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을 준 것은 오로지 성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성악가로서 저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대에서 그동안 열심히 했던 걸 보여줬을 뿐인데, 그 이상으로 저를 좋아해 주시는 것을 보니 '아, 이게 내 천직인가 보다.' 하며, '행복하다.'고, '선택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경: 아름다운 음악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미자 : …… 무리한 욕심으로 인해 본인을 망치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가 아름다운 예술을 실연하는 음악가라고 생각합니다.


정경 : 클래식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박미자 : 우리나라에서는 극소수만이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고 연주장을 찾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클래식은 철학을 이어가며 발전해야 합니다. 따라서 애호가가 많아지도록 훌륭한 음악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우리 성악가들의 임무이며, 시대에 발맞추어 클래식이 퇴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대중적인 음악들을 접목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경 : 성악가, 교육자 박미자의 꿈은 무엇인가요?

박미자 : …… 좋은 성악가를 많이 발굴해 내고 키워내서 한국 성악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세계 어디서든 꿈을 향하여 도전하는 그들을 응원하며 자기가 선택한 이 길이 행복한 인생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대한민국 클래식계의 각 전문가들이 모여 음악인으로서의 철학과 삶의 방향을 풀어놓은 인터뷰집이다.

지휘자부터 작곡가,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피아니스트, 오르가니스트, 퍼커셔니스트, 트럼페터, 클라리네티스트, 플루티스트 그리고 바리톤, 소프라노까지!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이력이 너무 화려해 한참을 눈에서 떼지 못할 정도였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그때 그때 풀었어야 했는데 혼자서 감내하는 스타일인지라 몸이 아플 정도로 모른 척 했었다.

그 때부터 시끄러운 소음을 피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음악 스타일도 조용한 곡만 선호하게 되었다.

평소도 자주 듣긴 했지만 그 이후로 더 듣게 되다보니 플레이리스트에서 제일 많이 듣는 곡들은 대부분 클래식이다.

이렇듯 너무나 사랑하는 클래식이기에, 그 분야의 책을 꽤 많이 읽어봤지만 대한민국 클래식 계의 전문가들을 만나본 책은 처음인 것 같아 매우 새롭고 유익했다.

특히나 눈에 띄는 이름들이 많아 반가웠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고선 참 놀랐다.

어쩜 저렇게 정석 그대로의 연주를 할 수 있는지!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알 수 있었다.

피아노와 하나가 된다는 말이 이런 것이겠지?

조인혁 클라리네티스트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에 동양인 최초로 클라리넷 수석주자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으로 뉴스에 나온 적도 있었다.

무려 195 대 1의 경쟁을 뚫고 말이다.

새삼 느낀다. 우리나라에도 음악 분야의 영재들이 많다는 것을.


평생 한 분야만 파고 든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방향과 철학은 매우 본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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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8-17 2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클래식은 완전 모르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 클래식에 대한 시야가 넓어질거 같아요. 역시 특정분야에서 성공한 분들의 철학은 남다른거 같습니다 ~!!

하나의책장 2022-12-16 19:24   좋아요 1 | URL
관심있어서 읽기도 하지만 하나라도 더 배워보고 싶어서 읽고 있는 것 같아요ㅎㅎ
특정 분야에서 활약하신 분들 보면 존경스럽고 부러워요^^
 
이웃집 백만장자 (골드 리커버 에디션) - 푼돈이 모여 어마어마한 재산이 되는 생생한 비법
토머스 J. 스탠리.윌리엄 D. 댄코 지음, 홍정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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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 해도,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순 없다.

행복은 마음의 여유으로부터 나오는데, 이 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금전적인 여유'인 것이다.

금전적인 여유 또한 부합해야 마음에서 여유로움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인 토마스 스탠리와 윌리엄 댄코 박사는 고소득, 고순재산을 보유한 다양한 사람들을 연구해왔는데 백만장자들 중에서 특히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조사하여 부의 축적 공식을 연구해왔다.

미국인이 썼기에 미국인의 기준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책이라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책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백만장자'에 관한 핵심적인 팁이니 읽다보면 절로 공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 Thomas J. Stanley는 작가이자 강연자이고 연구원이었다. 스탠리 박사는 1973년 이후 줄 곧 부자들에 관해 연구해왔는데, 그의 연구 논문은 전국 대중매체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다.

그는 베스트셀러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Marketing to the Affluent)》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Best of Business’의 미국 10대 경영서적에 선정되었다.

조지아 주립대학에서 마케팅 교수로 재직할 때 우수 명예교수로 임명되었던 스탠리 박사는 출간 20주년을 맞이해, 백만장자들이 어떻게 부를 유지해오고 있는지 추적·조사하고 또 과거의 백만장자와 신흥 백만장자들의 부의 축적 공식을 비교·연구하여, 후속편인 《이웃집 백만장자 변하지 않는 부의 법칙》을 집필하던 중 2015년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저자, 윌리엄 D. 댄코는 뉴욕 주립대학 올바니 캠퍼스에서 마케팅을 강의했다.

학술지 《소비자 조사(Journal of Consumer Research)》, 《업계 조사(Journal of Business Research)》, 《광고 조사(Journal of Advertising Research)》와 미국 내 주요 대중매체에 글을 발표했다.

1973년부터 스탠리 박사를 도와 부자들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죽기 전까지 스탠리 박사와 함께 수많은 학술 연구 및 컨설팅 연구를 했다.




Ⅰ 이웃집 백만장자는 어떤 사람인가


'평범한 미국인'에게 있어서 부자의 정의는 무엇일까?

'평범한 미국인',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부자란 풍부한 물질을 소유한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저자인 토마스와 윌리엄은 부자를 다르게 정의내린다.

단순히 풍부한 물질을 소유한 사람이라고 정의내리지 않는다.

사치스러움을 과시하는 사람들은 소득을 올려주는 자산부터 채권, 개인 사업, 천연가스 채굴권 등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대로, 저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부자들은 고도의 소비 성향 생활 방식보다 증식 자산을 소유하는 데서 더 큰 기쁨을 얻는 사람들인 것이다.

부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순재산으로 확인해 보는 것이다.

(책에서는) 현재의 자산 가치에서 부채를 빼 100만 달러 이상의 순재산을 가졌다면 부자로 정의한다.

혹은 순재산에 대한 기대치에 근거하여 확인하는 것도 부자인지 아닌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고소득, 고순재산을 보유한 다양한 사람들을 연구해온 저자들이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 부자 방정식 몇 가지를 개발해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당신의 나이에 상속 재산을 제외한 모든 수입원에서 나오는 세전 연간 실현 소득을 곱한다. 그 결과를 10으로 나눈다.

모은 상속 재산을 제외한 이 수치가 당신의 순재산 기대치이다.

자산 축적 정도가 상위 25% 이내라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람 Prodigious Accumulator of Wealth 이고 하위 25%에 포함된다면 기대 이하의 부를 축적한 사람 Under Accumulator of Wealth 인 것이다.

PAW인가? UAW인가? 아니면 평균 정도의 부를 축적한 사람 AAW, Average Accumulator of Wealth 인가?


가장 높은 백만장자 집중률을 자랑하는 종족은 과연 누구일까?

러시아계가 그 첫번째이며 뒤이어 스코틀랜드계, 헝가리계 순이다.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러시아계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1%라는데 이들 중 백만장자 비율이 6.4%나 된다면 100가구 중 약 22가구가 100만 달러 이상의 순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코틀랜드계는 미국 전체 가구 중 1.7%에 불과하지만 백만장자 전체 가구 중에서는 9.3%나 된다. 이는 미국 전체 가구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1.7%에 비해 5배가 넘는 수치이다.

특이하다면 소득에 비해 순재산이 많은 백만장자의 비율이 매우 높다.

어떻게 다른 집단보다 적은 고소득자 비율에 비해 높은 백만장자 비율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일까?

스코틀랜드계 사람들은 대체로 검소하다. 가계 수입을 고려할 때, 이에 맞지 않는 소비는 절대 하지 않고 근검 절약하는 환경을 스스로 정하여 그 범위 내에서만 생활한다.

스코틀랜드계의 자손들은 청소년기부터 정서적, 경제적 독립을 하기 때문에 부모의 재산을 낭비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랜 과거로부터 내려온 가치관이 자손들에게 대대로 올바르게 전해진 결과물이었다.

이 가치관들이 특히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Ⅱ 절약, 절약, 또 절약


부자를 묘사하는 단어 세 개는 어떤 것들일까?

절약, 절약, 또 절약!


재산을 모으는 초석은 다름아닌 절약이다.

과소비 생활을 하면서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퀴즈쇼에서 우승한 상금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자가 될 확률은 매우 낮다.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은 대부분 검소하고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매일같이 화려한 생활을 보내진 않는다.

백만장자들은 예산을 세우고 지출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부자가 되었으며 똑같은 방법으로 재산을 유지한다.




Ⅲ 돈이 되는 분야를 찾아라


부자들이 근검절약 정신을 가져도 돈을 안 쓰는 것도 아니다.

부유층 사람들은 대부분이 자영업을 하거나 사업가, 관리자들이기 때문에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며 특히 그들은 자녀와 손자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부유층 자녀들 또한 꽤 많은 돈을 소비하고 있다.

혹시 들어보았는가?

부자들을 상대로 일하면 대개 본인도 부자가 된다는 사실을!


미국의 경우, 앞으로 10년 동안 어느 때보다 많은 부가 생성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니 유심히 볼 필요도 있다.

앞서 많은 부가 생성될 것이라 예측했는데 즉, 앞으로 20년간 부유층과 그 상속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전문가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 변호사 중에서도 상속 전문 변호사, 세무 전문 변호사, 이민 전문 변호사가 있으며 의료 전문가와 치과의사, 자산 청산 관재인과 자산 감정인, 교육 기관과 교육 전문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기에, 사업 환경도 변할 수밖에 없다.

즉, 예측 가능한 것은 변화뿐이다.

대부분 성공한 사업가들에게 사업의 이유를 물으면 '자유'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자영업의 경우, 자신이 사장이기에 남에게 고용되는 것보다 덜 위험하다고도 말한다.

그렇다고 실제 통계를 보면 모두가 사업이나 자영업에 뛰어들지 않는다.

야망은 물론 용기도 있어야 하지만 일을 추진하기에 앞서 두려움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매일 위험에 맞서 자신의 용기를 시험해 온 기업가들이 두려움을 덜 느낀다는 결과가 있다.

즉, 기업가들은 위험에 맞서는 과정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언급했듯이 미국인 기준으로 작성된 책이라 예시들을 보면 조금은 동떨어지게 느낄 수 있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허나 이 책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 팁들이 많다.

저자들은 재산을 물려받거나 로또와 같은 행운을 거머쥔 백만장자들이 아닌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을 두고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 중에서도 저마다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이 다르니 부를 이룬 방법이 상이할 터인데 이들의 공통 분모는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이다.


백만장자들은 7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소비는 적게, 나머지는 모두 투자하는 습관을 갖고 있으며 시간, 돈,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사회적 지위보다 경제적 독립을 중요시하며 부모의 도움 없이 부를 축적, 이를 자녀 교육에도 적용하고 가족들에게 경제적 자립을 유도한다.

또한, 새로운 시장 기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자영업이나 전문직에 종사한다.


효율성은 재산을 모으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부자들은 재산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효율적으로 분배한다.

중요한 것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절제와 희생, 근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 해도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순 없다.

백만장자가 되지 않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만큼의 부는 쥐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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