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은 시점에 따라서 달리 보이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그 사건을 대하는 개인의 경험으로 달리 해석(!)-우리는 어떤 사건을 사건 그대로가 아닌 나라는 필터를 통해 받아들인다- 되어지는 것이다. 영화 <라쇼몽>이후 이런 다양한 시선을 그리는 영화들이 가끔씩 등장하며 눈길을 끌어왔다. 이번 <괴물> 또한 등장인물에 따라서 사건이 달리 보임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종의 비극(?)을 다루는 듯이 보인다.


영화는 먼저 싱글맘인 사오리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사오리는 최근 아들 미나토가 운동화 한 짝을 잃어버린다거나, 사람의 뇌에 돼지의 뇌를 이식하면 사람이 맞는지와 같은 이상한 질문을 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낀다. 그러던 중 미나토가 자신의 차에서 뛰어내려 크게 다칠뻔 한 사건이 일어나고, 자신의 뇌에 돼지의 뇌가 이식되었다고 호리 선생님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학교로 찾아간 사오리는 담임인 호리 선생에게 사죄를 요구하지만, 호리 선생은 진심어린 사죄를 하기보다는 무엇인가 변명을 해 대는 비겁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이어 영화는 담임 선생인 호리의 시선으로 앞의 사건을 다시 비춰준다. 호리는 미나토를 괴롭히는 나쁜 선생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음 착한 선생이다. 미나토가 같은반 친구인 요리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 해결하려 애를 쓴다. 그럼에도 오히려 요리는 호리 선생이 미나토를 때렸다는 말을 하면서 미나토는 비도덕적인 선생으로 낙인찍히며 언론에까지 보도된다. 


이제 영화 종반부에서는 미나토의 시선으로 사건이 보여진다. 미나토의 시선은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 실제론 전혀 다른 모습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미나토의 시선이야말로 실제 진실에 가까운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과연 그 시선이 진실일 것인가의 여부는 차치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이렇게 뒤틀려 있음으로 인해 우리가 받아들이는 현실이 우리가 아닌 각자의 현실임을 자각한다.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 어디를 찍을 것인지를 먼저 결정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사진에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프레임을 짜는 것이다. 그렇기에 똑같은 곳에 서 있어도 사진에 담는 풍경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개인의 시선이란 이 사진의 프레임과 같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사진이란 연속된 시간 속에서 어떤 한 순간 만을 담는다.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또는 사건을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모든 순간이 아닌 어떤 순간 만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될 것이다. 비슷한 프레임 속에서도 시간에 따라 달리 보일 수밖에 없다. 즉 각자의 프레임이란 결국 공간과 시간의 단절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사람들간에 발생하는 오해는 필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의 프레임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영화 <괴물>은 괴물이 누구나?고 묻는데, 어느 누군가가 진짜 괴물일 수도 있지만, 실은 프레임과 프레임의 충돌 속에서 괴물이 태어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의 프레임의 협소함을 인정하고, 타인의 프레임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즉, 시공의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괴물은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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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 곧 죽습니다> 티빙 판타지 드라마 8부작, 네이버 웹툰 원작


취준생이던 이재(서인국 역)가 계속되는 불합격 통지에 좌절하고 자살을 시도, 지옥에 떨어지기 전 '죽음'(박소담 역)이라는 존재 앞에 불려가 죽음을 가볍게 여긴 죗값을 받는다. 바로 12번의 환생. 하지만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로 환생하는 것이며, 혹여 환생한 상태에서 죽음을 피하게 된다면 환생한 이로 그 삶을 계속할 수 있다. 


최근의 판타지는 환생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이렣게 이루어진 환생은 거의 회귀라고 할 수 있다. 즉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 현재까지의 경험을 그대로 간직한 채 두번째 또는 n번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기에 n번째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 


그런데 <이재 곧 죽습니다>는 자신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다. 12명의 타인으로 환생한다. 다만 이 12명이 완전히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극의 재미를 선사한다. 죽음을 하찮게(?) 여긴 죄로 환생을 거듭하던 이재는 환생을 하게 될수록 죽음이 갖는 의미와 그 죽음으로 인한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실감하게 된다. 즉 죽음이 단순히 자신의 생명이 끝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죽은 이와 관계를 맺고 있었던 산 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죽음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12번째 환생은 그야말로 반전이다. 정말 단 1%도 생각지 못한 인물로 환생하면서 극의 재마와 감동을 배가시킨다. 또한 이 환생으로 자신의 죽음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지만, 더군다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더욱 더 그러하겠지만, <이재 곧 죽습니다>의 이재를 통해 자살의 부정적 의미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야말로 자살 방지 캠페인용 드라마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재미도 감동도 의미도 모두 잡은 웰메이드 드라마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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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좋지 않아 꼼짝없이 방 안에 틀어박혀 있을 때면 드라마 시리즈만큼 좋은 소일거리도 없는 듯하다. 특히 최근에 본/보고 있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와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막연하게 느껴졌던 부류의 사람들이 여러 방면으로 이해가 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넷플릭스 12부작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근무를 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특히 폐쇄병동 안에서 만나게 된 환우들과의 만남을 통한 여러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이 시리즈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간호사인 다은이 우울증으로 환자가 되어 병원에 지내게 되면서 겪는 일들과, 퇴원 후 다시 정신병동에서 근무하게 되는 과정에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가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편협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신체가 병에 걸리면 치료가 필요하듯, 정신도 병에 걸리면 치료(치유)가 필요하다. 단지 육체냐 정신이냐라는 대상의 차이일 뿐, 아프면 치료받아야 하고,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것은 매 한가지인 것이다. 조현병에 걸린 사람들이 강력범죄자인 것처럼 취급받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타인을 대해야 할 것인지를 숙고하게 한다. 또한 정신병이 부정되어야 할 나쁜(?) 현상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 속에서 치료되어야 할 병이라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타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따스해진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디즈니+16부작으로 일본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다. JTBC 월화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화가 차진우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의 사랑의 과정을 담고 있다.

소리를 듣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이 어쩔땐 위태롭고, 어쩔땐 미움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반대로 가끔 아무 소리도 듣지 않고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살고 싶은 욕망도 살포시 담겨 있기도 하다. 아무튼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오해가 그들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드라마 속 차진우를 통해 자주 깨닫게 된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새삼 깨우친다. 일상에서 당연시 여기는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들이 아님을, 나와 다른 이들을 통해 알게 되는 것 또한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이 될 것이다. 


나와 다르다고 멀리하거나 미워하거나 무시할 것이 아니라, 다름 그 자체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애정을 갖는 것이 얼마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일인지를 위 드라마 시리즈를 통해 깨우친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목마른 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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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9월 13일 비 19도~23도


창고에 처마 물받이를 설치하고 꽤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비가 오질 않아서 제대로 설치가 된 것인지,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궁금했는데, 오랜만에 비가 꽤 왔다. 



비가 제법 내리니, 물받이를 따라 물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한쪽은 실리콘으로 막아 두었는데, 새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밤새 내렸던 비에 200리터 물통이 거의 가득 찼다. 이렇게 모아 둔 빗물은 작물에 물을 줄 때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지하수도 아끼고 말이다. 


그런데 밤새 내린 비만으로 이렇게 물통이 가득 차는 걸 보니, 한여름 무섭게 쏟아지는 장대비엔 금방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물통을 더 큰 것으로 준비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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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9월 10일 맑음 18도~31도


9월 중순으로 접어드는데도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섰다. 늦더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올해는 정말 기후가 예측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오랜만에 배추 모종을 둘러보니, 벌레들이 벌써 파티를 벌였다. 구멍이 송송 뚫린 것이 맛있게도 먹은 모양이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수확을 할 수가 없어서 마늘 추출물을 활용한 천연추출물 농약을 뿌렸다. 



큰 효과를 바라지는 않지만 악화되는 것 정도만 막아준다면 좋겠다. 한랭사 안 쪽 배춧잎도 구멍이 송송 뚫린 것이 벌레가 이미 안으로 들어간 것은 아닌가 싶다. 



배추가 심겨진 곳엔 산수유 열매가 익어가고 있는데, 익는 모습이 영 신통치 않다. 얼룩덜룩 색이 드는 것이 혹시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말 약 한 번 치지 않고 자라도 보니 이래저래 병치레나 벌레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싶다. 열매가 많이 열리긴 했지만 수확은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가을 잘 넘겨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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