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19~28도 비


시골에서 콩은 밭을 마련해 심기도 하지만 짜투리땅에도 심겨진다. 요즘같은 경우는 고라니 피해가 걱정이지만, 일단 심어놓으면 크게 손가지 않아도 신경쓰지 않아도 잘 크는 것이 콩이다. 



몇년째 이맘 때면 만나는 풍경이 있다. 정말 45도 경사는 너끈히 될 듯한 사면에 할머니 한 분이 착~ 달라붙어서 콩을 심는다. 고추밭 옆의 경사면을 조금도 남김없이 콩을 심으신다. 콩이 나고 함께 풀도 자라면 할머니는 또 경사면에 착~ 달라붙어 풀을 뽑으신다. 이정도 규모면 짜투리땅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콩밭이다. 전국에서 가장 경사가 큰 콩밭일지도 모른다. 정말 스파이더맨처럼 바짝 엎드려 이 밭을 다 매고 계시는 것이다. 


할머니의 억척스러움에 때론 감탄을, 때론 서글픔을, 때론 경이로움을, 때론 아련함을 느낀다. 억척스럽지 않으면 안되는 삶의 고달픔이 쪼그려 앉은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손마디에서 묻어난다. 흙 한 줌 버려두지 않는 알뜰함은 시골 아낙네의 몸에 배어있다. 무더운 여름을 넘길 저 콩은 머지않아 누군가의 밥상에서 따뜻한 김을 모락모락 피어내며 피와 살이 될 것이다. 미끄러지거나 굴러 떨어지지 마시고, 부디 편안하시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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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20도~24도 비



인형인가? 인테리어 아니 아웃(?)테리어인가? 식당 문앞 위에 제비집이 비현실적으로 지어져있다. 게다가 제비 6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고 있는걸 보자니, 내가 제비를 구경하는 것인지, 제비가 사람 구경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그런데 이 집 식당만이 아니었다. 다른 가게들 문 위에도 제비집이 하나... 둘... 거의 한 집 걸러 하나씩은 있는듯 보였다. 괴산군 불정면 목도리의 목도시장내 풍경이다. 


어렸을 적 흔하게 보던 제비도 어느 순간 귀한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제비를 보면 반가울 수가 없다. 꼭 한 번 쯤은 박씨를 물고올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목도시장내 가게 주인들은 제비를 쫓아보내지 말자고 약속이나 한 듯 보인다. 사람들을 많이 많이 불러다주라고 제비에게 소원을 빌고 있다는 듯 말이다.  


실제 제비는 익조로 분류한다. 제비 한 마리가 1년에 5만 마리의 벌레를 잡는다고 하니, 나같은 어슬렁 농부에게는 최고의 일꾼인 셈이다. 우리 집에도 한 번 놀러와 주면 좋으련만. 맨날 손으로 벌레를 잡고 있자니, 제비를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마치 놀부가 '제비 몰러' 나가듯 말이다. 물론 제비 몰지는 않고, 귀하게 초청하고 싶다.  


제비도 제비지만 제비집을 보고 있자니 감탄이 절로 난다. 밑에 받쳐주는 받침대 없이 맨 벽에 흙과 지푸라기들을 모아서 시멘트로 바르듯 단단하게 집을 지어놨다. 이렇게 한 번 지어놓은 집은 내년에도 그대로 쓰는건지 궁금하다. 그리고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들이 또다시 자기 집으로 찾아올지도 궁금했다.


제비가 집 짓듯 스스로 자기가 살 집을 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옛 친구를 만난듯 반가운 제비다. 환경의 변화로 사라져가는 것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이들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이들과 함께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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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6-26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살이님 덕분에 오랫만에 제비집과 제비들을 보네요. 일부러 사진 찍으라고 포즈를 취한듯한 제비들이 앙증맞습니다. ^^

하루살이 2020-06-26 20:38   좋아요 0 | URL
저 말고도 대여섯명이 사진찍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비가 사람 구경하고있는듯 하더라구요 ^^
 

6월 23일 21~34도 맑음 찌는듯이 더움


요즘은 블루베리 수확에 바쁘다. 160여 그루의 블루베리에서 올해 기대치는 200kg까지 내다보고 있다. 150kg만 되도 괜찮을성 싶지만, 말 그대로 기대치다. 3~4년 후엔 나무들이 다 성장해서 1,000kg까지는 딸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가져본다. 물론 지금부터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렸지만 말이다. 



올해는 블루베리를 대부분 솎지 않아서 한 나무에 엄청 많이 달린 것들도 있다. 이렇게 많이 달린 열매는 알이 작다. 당도도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블루베리가 많이 달려 팔게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알도 굵고 맛도 좋은 열매를 맺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시험삼아 놔둔 것인데, 역시나 주렁주렁 달리기를 바라는 욕심을 덜어내는 것이 좋겠다. 


블루베리를 따다보면 자꾸만 덜 익은 열매에도 손이 가게 된다. 빨리 수확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블루베리는 열매가 크기도 다르고 익는 속도도 다르고 맛도 조금씩 차이가 나서 수확에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따버리면 그야말로 뒤죽박죽이 된다. 반대로 열매가 크지 않다고 작은 것들을 자꾸 놔두고 지나치다보면 어느새 과숙된 상태가 되어 있다. 자칫 따는 시기를 놓쳐 낭패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블루베리를 따다 보니 마음가는 상태로 놔두면 욕심이 생기고, 차별을 낳는다는 걸 알아챈다. 마음을 지켜보아야 한다. 그게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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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20-06-25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베란다에 블루베리를 키우는데, 그냥 두었더니 딱 한알이 열렸어요 ^^;;;; 그래도 한알을 소중히 키우로 있습니다 ㅎㅎ

하루살이 2020-06-25 19: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오히려 한알이라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몰라요^^저한텐 체리가 그렇답니다. 올해 딱 한알 열렸는데 그나마 노린재가 먹어버렸답니다.^^ 잘 키우시길 바래요
 

6월 21일 21~32도 맑음


오디청을 담그고 난 후에도 뽕나무에는 오디가 꽤 달려있다. 땅에 떨어진 게 많아 청을 한 병 담기에는 다소 부족할 듯 보였다. 그래서 즐겨마시진 않지만 지인들과 한 잔 장도 나눌 수 있는 오디주를 담가보기로 했다. 



첫날엔 오디를 병에 담아 설탕을 아주 조금 뿌렸다. 15~20% 정도로 오디가 적당히 녹아내릴 정도면 충분하다. 



하루가 지나니 오디가 녹으면서 발효가 일어나고 있다. 



일반 소주로 담금주를 담글 생각이었는데, 집에 25도 짜리 담금주가 있어 이걸 사용했다. 미생물들이 담금주 속에서 '열일' 해주기를 바라며 창고에 보관. 1년 후쯤 꺼내 먹으면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친구와 함께 담갔는데, 내년 이맘때 다시 찾아 한 잔 나눌 수 있기를 기대했다. 



블루베리와 이것저것에 신경을 쓰는 바람에 체리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었다. 올해 딱 1개 열렸었는데, 맛이라도 볼까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아봤더니.... 이 한 개 마저도 벌레 차지였다. ㅜㅜ 아마도 노랜재 짓 같다. 체리와 블루베리가 시기가 약간 겹쳐 과연 내년에 두 종류의 과수를 잘 관리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힘을 내보자. 노린재야, 블루베리 맛은 어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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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18도~25도 흐림


과수들이 열매를 맺고 천천히 익어가는 중이다. 



특히 복분자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익어가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특이하다. 이렇게 따로따로면 열매를 동시에 수확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복분자라는 이름은 오줌을 쏴서 그릇이 엎어질 정도로 정력에 좋다는 설과 열매가 요강의 엎은 모양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주로 알려진 것은 첫번째 설이다. 


현재 복분자는 한 그루 뿐이다. 삽목을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그냥 휘묻이를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다행히 옆에 한 그루가 뿌리 번식으로 조금씩 자라고 있다. 올해는 열매를 맺을 수 없지만 내년에는 열매를 맺지 않을까 싶다. 


한그루에서 나오는 복분자라고 해봤자 운이 좋으면 2키로그램 정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만약 이정도로 나온다면 시험삼아 복분자주를 담가보고 싶다. 올겨울 몸을 따뜻하게 덥혀줄 맛좋은 술을 생각하니 군침이 돈다. 



한 그루는 죽고 살아남은 한 그루의 포도나무에서 포도가 꽤나 열렸다. 향후 어떻게 관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적어도 한 송이는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올해 옮겨심은 둥굴레 6주 가운데 2주에서 열매가 열렸다. 꽃구경을 하지 못했는데 열매가 맺혀 신기하다. 언제 꽃을 피웠다 졌을까. 날마다 관심있게 지켜본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그냥 넘긴 날이 몇일 있었나보다. '하루도 빠짐없이'라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애니 <원펀맨>의 주인공이 초능력을 갖게 된 비결 '하루도 빠짐없이'는 진짜일 것만 같다. 



올해 곧바로 밭에 심었던 골든베리 씨앗은 단 한 개도 발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트레이에 15개 정도를 다시 심었는데 그 중에 4개가 발아했다. 직파까지 따지면 발아율이 10% 정도, 트레이만 따지면 25% 정도 된다. 씨앗이 부실했던 것인지, 발아의 특성을 모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쨋든 귀하게 얻은 4개의 모종 중 제법 큰 2개의 모종을 옮겨 심었다. 지금이라도 잘 자라주어서 열매를 맺는다면 씨앗이라도 건져서 내년쯤 개체수를 늘려볼 생각이다. 그런데 과연 꽃이라도 구경할 수 있을련지....


열매가 열리고 익어가는 만큼 하루가 다르게 풀이 자란다. 풀과 더불어 작물들을 키우고 있지만, 풀세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풀과의 균형잡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절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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