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20도~24도 비



인형인가? 인테리어 아니 아웃(?)테리어인가? 식당 문앞 위에 제비집이 비현실적으로 지어져있다. 게다가 제비 6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고 있는걸 보자니, 내가 제비를 구경하는 것인지, 제비가 사람 구경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그런데 이 집 식당만이 아니었다. 다른 가게들 문 위에도 제비집이 하나... 둘... 거의 한 집 걸러 하나씩은 있는듯 보였다. 괴산군 불정면 목도리의 목도시장내 풍경이다. 


어렸을 적 흔하게 보던 제비도 어느 순간 귀한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제비를 보면 반가울 수가 없다. 꼭 한 번 쯤은 박씨를 물고올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목도시장내 가게 주인들은 제비를 쫓아보내지 말자고 약속이나 한 듯 보인다. 사람들을 많이 많이 불러다주라고 제비에게 소원을 빌고 있다는 듯 말이다.  


실제 제비는 익조로 분류한다. 제비 한 마리가 1년에 5만 마리의 벌레를 잡는다고 하니, 나같은 어슬렁 농부에게는 최고의 일꾼인 셈이다. 우리 집에도 한 번 놀러와 주면 좋으련만. 맨날 손으로 벌레를 잡고 있자니, 제비를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마치 놀부가 '제비 몰러' 나가듯 말이다. 물론 제비 몰지는 않고, 귀하게 초청하고 싶다.  


제비도 제비지만 제비집을 보고 있자니 감탄이 절로 난다. 밑에 받쳐주는 받침대 없이 맨 벽에 흙과 지푸라기들을 모아서 시멘트로 바르듯 단단하게 집을 지어놨다. 이렇게 한 번 지어놓은 집은 내년에도 그대로 쓰는건지 궁금하다. 그리고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들이 또다시 자기 집으로 찾아올지도 궁금했다.


제비가 집 짓듯 스스로 자기가 살 집을 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옛 친구를 만난듯 반가운 제비다. 환경의 변화로 사라져가는 것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이들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이들과 함께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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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6-26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살이님 덕분에 오랫만에 제비집과 제비들을 보네요. 일부러 사진 찍으라고 포즈를 취한듯한 제비들이 앙증맞습니다. ^^

하루살이 2020-06-26 20:38   좋아요 0 | URL
저 말고도 대여섯명이 사진찍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비가 사람 구경하고있는듯 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