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19~28도 비
시골에서 콩은 밭을 마련해 심기도 하지만 짜투리땅에도 심겨진다. 요즘같은 경우는 고라니 피해가 걱정이지만, 일단 심어놓으면 크게 손가지 않아도 신경쓰지 않아도 잘 크는 것이 콩이다.
몇년째 이맘 때면 만나는 풍경이 있다. 정말 45도 경사는 너끈히 될 듯한 사면에 할머니 한 분이 착~ 달라붙어서 콩을 심는다. 고추밭 옆의 경사면을 조금도 남김없이 콩을 심으신다. 콩이 나고 함께 풀도 자라면 할머니는 또 경사면에 착~ 달라붙어 풀을 뽑으신다. 이정도 규모면 짜투리땅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콩밭이다. 전국에서 가장 경사가 큰 콩밭일지도 모른다. 정말 스파이더맨처럼 바짝 엎드려 이 밭을 다 매고 계시는 것이다.
할머니의 억척스러움에 때론 감탄을, 때론 서글픔을, 때론 경이로움을, 때론 아련함을 느낀다. 억척스럽지 않으면 안되는 삶의 고달픔이 쪼그려 앉은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손마디에서 묻어난다. 흙 한 줌 버려두지 않는 알뜰함은 시골 아낙네의 몸에 배어있다. 무더운 여름을 넘길 저 콩은 머지않아 누군가의 밥상에서 따뜻한 김을 모락모락 피어내며 피와 살이 될 것이다. 미끄러지거나 굴러 떨어지지 마시고, 부디 편안하시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