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등생인 딸내미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의 하나는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귀멸의 칼날이 19세 관람가임에도 친구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가 있는듯하다. 예쁜 캐릭터와 중간중간 웃음이 터지도록 만드는 장난스런 그림과 장면이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것처럼 보인다. 반면 이야기나 액션의 잔혹함이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2. [귀멸의 칼날]은 어찌보면 [신비아파트]의 성인판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는 [슬램덩크]식의 성장물로 볼 수도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처럼 점점 더 막강한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실력을 키워가는 부분과도 색채가 비슷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끌고가는 오니의 존재가 [신비아파트]의 귀신들과 닮아있다. 즉 오니도 알고보면 불쌍한 존재라는 것. 저마다의 사연이 각자 오니가 되게 만들었고, 죽음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 또는 후회하는 모습은 [신비아파트]와 붕어빵이다.

 

3. 주인공은 마을에서 숯을 팔던 소년 탄지로. 어느날 집으로 돌아와보니 온가족이 오니에게 몰살당하고, 여동생 네츠코만이 목숨을 부지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니로 변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네츠코는 오빠 탄지로의 가족애 덕분에 사람을 잡아먹는 오니의 길을 걷기보다 사람을 보호하는 오니가 된다. 탄지로는 네츠코를 오니에서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 비결을 알고자 오니를 죽이는 귀결대에 들어가게 된다. 이야기는 탄지로의 귀결대 활약상으로 이어진다. 

 

4. [귀멸의 칼날]은 귀결대와 오니의 대결로 압축될 수 있다. 누가 뭐라해도 선한 존재인 귀결대와 악한 존재인 오니. 하지만 네츠코의 등장은 선과 악의 명확한 가름을 부정하게 만든다. [귀멸의 칼날]의 긴장감은 바로 네츠코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과연 탄지로는 네츠코를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5. 시즌 1은 탄지로가 귀결대의 기둥(아마 머지않아 최고 실력을 갖춘 기둥급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이 되기 전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시즌 2는 최상실력의 오니인 십이귀결 상현들과의 대결로 이어질 듯하다. 탄지로는 물의 기운을 담은 무술로 같은 계열의 수주 토미오카 기유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수주의 최고 단계로 생각되어지는 11형 잔잔한 물결은 정중동의 힘을 보여준다. 물, 불, 소리, 바람, 바위, 뱀 등 각 기둥의 원천의 여러 단계 등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얼마나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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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영하 2도~13도 맑음

 

집에 심겨진 블루베리 중 5그루는 더이상 블루베리를 키울 수 없게된 농장에서 무상분양한 것을 받아다 심은 것이다. 시골에 있다보면 이렇게 고히 작물을 키워오다 사정상 그만둔 농가의 소식을 간혹 접하게 된다.

농가의 주 노동력이었던 할아버지가 아프거나 돌아가신 경우, 남은 가족이 이어받지 못하면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농가의 절반 가량이 어르신들의 힘으로 유지되는 것이라 이런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하나는 농산물 가격의 폭락으로 재배 품목을 바꾸는 경우이다. 특히 FTA로 인해 외국에서 수입되는 작물의 경우에는 가격 경쟁이 되지 않아 재배를 포기하고, 다른 작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정부에서 FTA 폐업보상지원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폐업을 하고 그나마 경쟁력 있다고 생각되는 다른 작물로 너도나도 옮겨가다보면, 옮겨간 작물의 생산이 대폭 늘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져 또다른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농사를 지어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만만치않은 일이다. 이들 농가를 보고 있으면 안타깝고 서글프다.

 

주위 오미자 농가에서 오미자를 접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포크레인으로 다 파내어 없앤다는 것이다. 대신 살구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부디 살구나무를 잘 키워서 많은 이들에게 맛있는 살구를 나눠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농장에서 포크레인으로 다 파내기 전 오미자 2~3줄기를 얻었다. 뿌리가 뒤엉킨채로 가져왔다.  

 

  

뿌리를 일자로 길게 정렬해서 땅 속에 묻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집에서 먹을 정도만 생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미자도 덩굴처럼 자라기에 잘 뻗어나갈 수 있도록 기둥을 박고 망을 치는 작업도 해야한다. 싹이 올라오는 모양새를 보고 망 작업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생각이다. 기후적으로 오미자가 잘 맞는 곳은 아니지만, 집에서 먹을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부디 잘 자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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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11 흙의 날 최고기온 8도 맑음

 

오늘은 법정기념일인 <흙의 날>이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법정기념일이지만 달력에서조차 흙의 날이라는 표시가 없을 정도로 아직까지 푸대접이다. 흙을 오직 농부의 일로만 여기니 관심밖인 것이다, 게다가 농부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어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으니, 누가 귀담아 들어줄까.

 

 

세상에 흙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 한 번이라도 상상해보라. 도시에서는 흙을 만져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밟아보는 일조차 쉽지않다. 흙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생명을 대하는 자세 또한 변했다. 채소와 과일, 고기는 시장이나 마트, 이제는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바로 가져올 수 있는 상품이 된 것이다. 흙에서 나고 자라는 생명의 소중함은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세상 속에서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어제 내린 봄비가 집 옆 마당의 산수유꽃을 더 밝게 만들어주었다. 봄은 저멀리 남녘에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흙 속으로 내려왔다. 그 흙 속에 담겨진 봄의 기운을 나무는 꽃으로 피어낸다. 흙이 품은 생명력, 흙의 날을 맞아 봄을 알리는 꽃들 속에서 그 찬란함을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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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6 최고 8도 맑음 2020.3.9 최고기온 18도 맑음

 

 

감국과 구절초(들국화)가 심겨있던 약초밭을 갈아엎는다는 소식을 듣고 몇 그루 옮겨심기 위해 달려갔다. 감국은 지난해 허리춤까지 자랐었고, 구절초는 허벅지께까지 자랐다. 감국과 구절초 모두 국화과의 꽃으로 여러해살이풀이다.

 

 

이제 막 새잎이 돋아나고 있는 감국과 구절초를 밑둥 20센티미터 정도만 남겨두고 잘랐다. 구절초는 땅속 뿌리줄기가 뻗어 자란다. 밑둥을 자르고 삽으로 뿌리를 캐어내는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땀도 흐른다. 겨울내내 겨울잠 자듯 몸을 움직이지 않았던 탓에 조그만 움직임에도 체력저하가 느껴진다. ㅜㅜ

 

뿌리를 캐낸 감국과 구절초는 집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심었다. 초입은 감국으로, 끝부분은 구절초를 심었다. 다소 수량이 부족해보이는데, 밭을 갈아엎기 전 추가로 몇 그루 더 캐서 심어야겠다.

감국을 심은 진입로 초입은 그야말로 생땅이다. 푸석푸석한 돌모래 느낌의 땅인지라 감국이 잘 자라날지 걱정이다. 물론 생명력이 워낙 강하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감국이 큰 모양새를 보면 키가 너무 크다. 그래서 5월경 줄기가 뻗어올라갈 때 한두번 가지치기를 해 줄 계획이다. 감국과 구절초는 모두 술에 담가먹을 수 있다. 감국의 경우에는 중국 고사에서 산수유와 함께 감국주가 재앙을 막는 재료로 쓰였다. 감국과 구절초 모두 약재로 쓰이고, 꽃차로도 이용할 수 있다. 올 가을에는 꽃을 따서 술과 차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올 겨울엔 국화꽃 향기 가득한 마실거리를 생각하니 벌써 몸이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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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군의 열두 달 - 그리고 이곳 지곳의 스케치, 대안신서 2
알도 레오폴드 지음, 송명규 옮김 / 따님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코로나19로 인해 온 세계가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바이러스 전파 확대를 막고, 진정시키기 위한 싸움이 격렬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여러가지이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의 민낯을 보고 있다는 관점도 등장했다. 일련의 사태를 개인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노골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이용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않다. 개인적 문제가 아닌 집단,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상호간의 믿음과 윤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생명체란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었다. 만약 이런 방어체계가 없다면 생명체가 스스로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이런 스스로의 자기 회복 능력 체계를 넘어 의학과 방역 시스템 등을 통해 인류 전체의 자기 회복 능력을 키워왔다. 인간의 이런 능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해내는 것이 먼저이겠지만, 한편으로 어떻게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메르스와 사스, 신종플루, 조류독감 등등 각종 전염병의 창궐을 모른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전염병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내는 것은 쉽지않다. 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건대, 생명체가 갖고 있는 자기복제와 자기 회복 사이의 균형이 깨져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이 균형이 깨진 원인 중의 하나는 인간이 야생과 밀접한 접촉을 자주 갖게 된 것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발전이나 개발이란 이름으로 야생의 서식지가 줄어들었다는 직접적인 원인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서식지 변경으로 인한 간접적인 원인으로 살펴볼 수 있을듯하다. 즉 뭇생명이 살아갈 건강한 땅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알도 레오폴드는 '근대 환경 윤리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는 약 100년 전 토지윤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래 군의 열두달]이라는 책이 발간될 즈음 세상은 여성에게, 흑인에게 참정권이 주어지고, 인권의 대상이 확대되고 있었다. 그는 이런 윤리의 확대가 인간을 넘어 뭇생명의 어머니인 토지에게로까지 이르리라고 내다봤다.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요원하다. 그의 말마따나 땅이 없어진다고 해서 우리는 그것을 슬퍼하지 않기 때문이다. 흙은 우리의 삶과 너무나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친밀하지 않은 대상의 죽음은 우리에게 슬픔을 자아내지 못한다. 흙은 우리의 일상과 멀어지면서 슬픔의 대상에서 지워졌다. 하지만 생명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흙이 전제되어져야만 한다. 건강한 흙이란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있는 흙이며, 이 흙을 토대로 뭇생명들이 균형을 유지하며 온생명을 다할 수 있다. 레오폴드는 인류가 인권을 확대해 온 것처럼, 토지의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고, 생태계의 모태인 흙의 건강함에 대한 인식을 확대시켜주었으면 좋겠다. 그동한 흙은 우리와 너무 멀리 떨어져있었고, 흙의 소중함은 잊혀진지 오래이다. 지구온난화를 최대한 저지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위한 흙의 건강성을 되찾기 위한 각성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알도 레오폴드의 [모래 군의 열두달]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과 함께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의 아름다움과 건강성을 유려한 필체로 이야기하고 있다. [월든]은 월든 호숫가 옆 숲에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간 살아온 이야기이다. [모래 군의 열두달]은 위스콘신 강 주위 농장과 오두막을 사고 수년 간 주말농장 비슷하게 꾸려오며 생활해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 중 레오폴드의 다음 주장을 귀담아 들어본다.

 

 

바람직한 토지 이용을 오직 경제적 문제로만 생각하지 말라. 낱낱의 물음을 경제적으로 무엇이 유리한가 하는 관점뿐만 아니라 윤리적, 심미적으로 무엇이 옳은가의 관점에서도 검토하라. 생명 공동체의 통합성과 안정성 그리고 아름다움의 보전에 이바지한다면, 그것은 옳다. 그렇지 않다면 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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