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4월 28일 11도~21도 흐림


올해 새롭게 도전했던 무경운직파는 실패에 가깝다. 발아율이 30% 정도에 그쳤다. 그 주된 원인은 두더지다. 땅이 부드러워지고 지렁이가 늘어나면서 두더지 활동이 눈에 띠게 많이 늘었다. 그 탓에 씨앗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싹을 틔우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싹들도 묵은 것이어서 발아율이 좋지 못한 듯하다. 



할 수 없이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씨를 새로 트레이에 뿌렸다. 이번엔 모종을 트레이에 키워서 밭으로 옮겨 심을 계획이다. 두더지 활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당분간 직파는 힘든게 아닌가 생각된다. 상추, 케일, 단호박, 비트, 노각 등을 5~10개 씩 뿌려놓았다. 얼마나 발아가 되고, 잘 자라주느냐에 달라지겠지만 그저 집에서 간간히 따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한 달 여 전 삽목을 했던 블루베리에서는 잎이 나와 잘 자라고 있다. 과연 뿌리가 얼만큼 내렸을지가 관건이다. 한 두 개 정도 뽑아보고 싶었지만, 괜히 죽일까봐 저어됐다. 일단 한 달 정도는 더 두고 본 후 점검해 볼 생각이다.



둥굴레도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꽤나 척박한 땅일텐데 잘 자라고 있는 것이 대견스럽다. 올해는 도라지와 둥굴레를 한 두 개 정도씩 캐서 맛보기로 먹어보면 어떨까 싶다. 먹을 수 있을만큼 뿌리가 크게 자라났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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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 27일 흐림 10도~21도 


블루베리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이제 한달 여 후면 잘 익은 블루베리를 먹을 수 있다. 열매를 맺고 익어가기 위해선 양분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싹이 나기 전에 퇴비만 주고, 그 이후엔 블루베리밭에 아무 것도 넣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3년차가 지난데다 나무들도 제법 커지고, 꽃들도 많아져 양분이 부족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속에 유기물이 충분하다면 걱정을 덜어도 되겠지만, 아직은 시간을 더 필요로 할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추비를 주기로 결심했다. 한 그루 당 토탄을 두세 삽 정도 뿌려준 것이다. 토탄은 유기물도 풍부한데다 양분도 어느 정도 있고, 또한 산도도 낮은 편이라 블루베리엔 최적의 천연비료라 할 수 있다. 풀을 베어 놔둔 것만으로는 흙이 산성을 계속 유지하기에는 버거울 것이다. 그래서 황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보다는 산성을 띤 자연스러운 유기물을 넣어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토탄 속 양분이 분해되어 블루베리 나무가 흡수할 수 있을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통 5월초 쯤 주는 추비를 조금 앞당겨 준 것이다. 톱밥과 토탄 등의 유기물이 계속 블루베리밭에 쌓여가면, 머지않아 유기물 함량이 꽤 나올 것이다. 내년이나 그 이듬해 쯤 토양분석을 통해 유기물 함량을 검토해보고, 최소 4% 이상이 나온다면 무투입의 원칙을 실현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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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 26일 맑음 6도~22도


살아날지 죽을지 염려된 것들 중 하나인 오미자가 싹을 내더니, 어느새 꽃봉오리가 맺혔다. 지난해 뿌리를 옮겨 심었던 오미자는 박주가리 탓에 성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허벅지 정도까지 자랐다. 대신 오미자인줄 알고 유인해서 키웠던 박주가리는 열매까지 맺어 한 해 성장을 잘 마무리했다. 그래서 올해도 혹시나 이 박주가리로 인해 오미자가 잘 자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지난해 자랐던 그 짧은 가지에서 잎이 나더니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전정 같은 것도 하지 않고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는데도, 일부는 꽤나 키를 키웠다. 하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허벅지 언저리에 그대로 머문채 가지를 자라지는 못하고 있다. 



키를 부쩍 키운 가지에서는 꽃이 피기 시작했다. 오미자는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는데, 안쪽면이 분홍색을 띠는 것을 보니 수꽃처럼 보인다. 처음엔 혹시나 박주가리가 또 먼저 자란 것이 아닐까 의심해봤지만, 오미자가 맞았다. 잎이 무성해지고 있으니, 머잖아 가지를 쳐주어야 할 듯 싶다. 그리고 유인할 수 있는 지지대도 새롭게 정비를 해야할 성 싶다. 그저 집에서 먹을 정도만 열매를 맺어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올해는 한 주먹 정도나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리를 잡는 것이 어려울 뿐, 한 번 자리를 잡은 것들은 잘 버텨주고 있다. 도라지, 둥굴레, 오미자, 복분자. 모두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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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 24일 10도~22도 맑음



과수들이 꽃을 피우는 이 시기는 과수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온갖 풀들도 저마다 꽃을 피어내고 있다. 별꽃을 닮은 이 풀들이 주위 복수아밭은 물론 블루베리밭에도 한창이다. 아마 이 꽃이 사람들 보기에 예뻤다면 소중히 다뤄지고, 길러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차지 않았기에 이 풀들은 왕성한 번식력으로 퍼져 나가는 길을 택한 듯하다. 물론 사람을 중심에 둔 관점에서 말이다. 



또한 키를 키우지 않은 것도 이 풀의 생존법일지도 모른다. 키가 자라지 않으면 과수원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큰 불편을 주지 않아 그냥 놔 둘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꽃을 피웠다는 것은 머지않아 씨앗을 남기고 나중엔 주위로 더 많이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군다나 수확을 얻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작물과 양분을 경쟁한다면 그냥 놔둘 수도 없는 일이다. 


제초제로 땅 속 미생물을 죽이지 않고, 풀을 뽑음으로써 맨땅이 드러나지도 않으면서 작물이 양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예초다. 풀을 자르고, 잘려진 풀 조각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어 분해를 통해 양분이 되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예초작업이 힘이 많이 든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일찍 예초작업을 시작했다. 4월이 다 가기 전에 낫으로 블루베리밭 1차 예초를 끝냈다. 하루 날을 잡아서 진행한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1시간 정도씩 투자해 1주일 가량 걸려 끝을 냈다. 


올해는 유독 쑥이 많이 퍼져 신경이 쓰였다. 블루베리밭이 쑥대밭이 되기 전에 어느 정도 제어를 해 줘야 할 성 싶은데, 단순히 예초만으로는 힘들어서다. 풀들도 고루고루 있어야 양분 경쟁이 심하지 않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뿌리를 내리는 깊이가 다르고, 원하는 양분이 다른 풀들이 다양하게 있으면 서로서로가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쑥은 퍼지는 속도가 너무 왕성해 자칫 방치하면 주위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하여 쑥을 어느 정도는 제어해주기로 했다. 다만 쑥은 뿌리를 뽑아주어야지만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블루베리나무 뿌리 근처에서 자라는 것들은 뿌리를 뽑아주고, 조금 떨어진 것들은 베어주었다. 대신 쑥을 뽑아낸 자리가 맨땅으로 남지 않도록 베어낸 풀들을 덮어주었다. 


또 지난 1주일간 비가 내리지 않아 나무마다 2리터 정도 물을 주었다. 올해 처음으로 인위적으로 물을 준 것이다. 거의 매 주말마다 비가 온 덕분에 일부러 물을 주지 않아 좋았었다. 생각같아서는 비가 내릴 때 물을 잘 받아두어서 이 물을 활용했으면 좋겠다. 펌프로 지하수를 퍼올려 물을 주는 것 또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에너지 사용을 자제하고 자연이 주는 것들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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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 22일 15도~29도 조금 흐림 초여름날씨


씨앗을 땅에 심으면 모두 싹을 틔우는 것은 아니다. 싹이 날 수 있는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에야 비로소 싹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식물은 씨앗을 만들어놓지만 정작 씨앗을 통해서보다는 뿌리나 줄기를 통해 번식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싹이 날 수 있는 조건을 인연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조건이란 어떤 시간과 공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물 속에서 또는 진흙 속에서, 반대로 모래틈 같은 곳에서, 추위를 겪고 나서야, 또는 충분한 빛을 쏘이고 나서야 비로서 싹은 트는 것이다.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것은 지구와 인연이 잘 맞는 것이다. 일부러 씨앗을 뿌리고 싹이 날 수 있도록 보살피지 않아도 인연따라 싹을 틔운다. 그 인연의 파도 속에서 농부는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다만 그 애가 좀더 자연스러운가, 억지스러운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난 늦가을에 퇴비 개념으로 뿌려놓은 무가 싹을 내밀어 자라고 있다. 늦가을에 싹을 내 어느 정도 자란 무를 내버려두어 죽게함으로써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인 공급을 도모했었다. 그런데 그때 싹을 내지 못한 것 중 일부가 봄이 되어 비로소 싹을 내민 것이다. 이 무 중 일부는 무로 영양을 내보내지 않고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다. 성장보다는 생식이 급선무라 여기기 때문일터다. 지난 겨울을 나며 씨앗은 생식부터 할 것을 결정한 모양이다. 



지난해 봄에 뿌려놓았지만 싹을 내밀지 않았던 더적 중에서도 올해 비로소 싹을 내민 게 몇 개 보인다. 어떤 조건이 맞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1년을 땅에서 묵고나서 비로서 싹을 내민 더덕이 신비롭다. 



반면 어렵게 싹을 내민 것을 두더지들이 파헤치고 다니는 통에 죽음의 위기에 내몰리는 것들도 있다. 올해 특히 두더지 피해가 크다. 직파를 하면서 씨앗을 뿌린 곳에 물을 자주 주다보니, 이곳에 지렁이들이 몰리고, 두더지가 꼬이는가 보다. 직파의 어려움 중의 하나로 두더지도 꼽아야 할 판이다. 


인연따라 씨앗이 자라고 죽는다. 농부는 좋은 인연을 맺도록 애쓰지만, 인연이란 좋고 나쁨이 없이 그저 인연이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농부는 다만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인연이 생기도록 거들면 그뿐이어야 한다. 오늘도 땅 속 어딘가에서는 인연을 만나 싹을 틔우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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