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4월 24일 10도~22도 맑음



과수들이 꽃을 피우는 이 시기는 과수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온갖 풀들도 저마다 꽃을 피어내고 있다. 별꽃을 닮은 이 풀들이 주위 복수아밭은 물론 블루베리밭에도 한창이다. 아마 이 꽃이 사람들 보기에 예뻤다면 소중히 다뤄지고, 길러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차지 않았기에 이 풀들은 왕성한 번식력으로 퍼져 나가는 길을 택한 듯하다. 물론 사람을 중심에 둔 관점에서 말이다. 



또한 키를 키우지 않은 것도 이 풀의 생존법일지도 모른다. 키가 자라지 않으면 과수원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큰 불편을 주지 않아 그냥 놔 둘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꽃을 피웠다는 것은 머지않아 씨앗을 남기고 나중엔 주위로 더 많이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군다나 수확을 얻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작물과 양분을 경쟁한다면 그냥 놔둘 수도 없는 일이다. 


제초제로 땅 속 미생물을 죽이지 않고, 풀을 뽑음으로써 맨땅이 드러나지도 않으면서 작물이 양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예초다. 풀을 자르고, 잘려진 풀 조각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어 분해를 통해 양분이 되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예초작업이 힘이 많이 든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일찍 예초작업을 시작했다. 4월이 다 가기 전에 낫으로 블루베리밭 1차 예초를 끝냈다. 하루 날을 잡아서 진행한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1시간 정도씩 투자해 1주일 가량 걸려 끝을 냈다. 


올해는 유독 쑥이 많이 퍼져 신경이 쓰였다. 블루베리밭이 쑥대밭이 되기 전에 어느 정도 제어를 해 줘야 할 성 싶은데, 단순히 예초만으로는 힘들어서다. 풀들도 고루고루 있어야 양분 경쟁이 심하지 않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뿌리를 내리는 깊이가 다르고, 원하는 양분이 다른 풀들이 다양하게 있으면 서로서로가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쑥은 퍼지는 속도가 너무 왕성해 자칫 방치하면 주위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하여 쑥을 어느 정도는 제어해주기로 했다. 다만 쑥은 뿌리를 뽑아주어야지만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블루베리나무 뿌리 근처에서 자라는 것들은 뿌리를 뽑아주고, 조금 떨어진 것들은 베어주었다. 대신 쑥을 뽑아낸 자리가 맨땅으로 남지 않도록 베어낸 풀들을 덮어주었다. 


또 지난 1주일간 비가 내리지 않아 나무마다 2리터 정도 물을 주었다. 올해 처음으로 인위적으로 물을 준 것이다. 거의 매 주말마다 비가 온 덕분에 일부러 물을 주지 않아 좋았었다. 생각같아서는 비가 내릴 때 물을 잘 받아두어서 이 물을 활용했으면 좋겠다. 펌프로 지하수를 퍼올려 물을 주는 것 또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에너지 사용을 자제하고 자연이 주는 것들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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