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 날씨 쾌청

 

오전엔 잔디밭 주위로 옥수수를 심었다. 오후엔 다음날 상추를 심을 두둑을 만들었다. 하우스 안에서 관리기로 골을 만든 후 써레로 두둑을 평평하게 만드는데 꼬박 반나절이 걸렸다. 물이 한곳에 고이는 것을 방지하고자 밭을 평평하게 잘 골라야 하는데 생각처럼 쉽진않다. 써레를 움직일 때마다 움푹 파인 곳에 날이 걸리면서 땅이 더욱 파지는 경향이 있다. 마치 상처를 지우려고 마음의 평온을 가장하면 가장할 수록 더욱 상처가 드러나고 아픔이 커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럴 땐 조심조심 힘을 빼고 살며시 만져주어야 한다. 억지로 힘을 들여서 될 일은 아닌 것이다.

 

 

 

오늘은 드디어 숙소에 음식을 해 주시는 아주머니를 모셔왔다. 하지만 그 덕에 그나마 전기장판이라도 꽂을 수 있는 콘센트가 있는 식당방에서 나와야 할 처지가 됐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에 개인 물품을 놔두고 숙식을 해결한다는 것이 거북했기 때문이다. 새로 옮긴 방은 너무 넓은 데다 ㅜㅜ 전기마저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아직도 새벽이면 싸늘한데. 얼어죽지는 않아야 할텐데^^; 등 따시고 배 부르면 족하다는 것. 이 작은 것마저도 실은 쉬운 일이 아니었구나. 등 한번, 허리 한번 제대로 지져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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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 아침엔 진눈깨비, 오후엔 비, 저녁엔 그치면서 흐림

 

혼작은 그 작물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가능한 재배법이다. 작물 서로간의 병충해를 막아주고, 성장에 도움을 주는, 한마디로 궁합이 잘 맞는 작물을 찾아내어 함께 키워야지만 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서로간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병충해를 번창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냥 아무렇게나 무턱대고 심는다고 다 잘 자라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살 성 싶은 것만 살리는 것은 농사가 아닐 것이다. 수확량을 최대한 늘리고자 고심한 흔적이 농사의 기술 아니겠는가. 이것은 또한 적자생존이 아닌 모두의 생존을 위한 기술이기도 할 것이다. 이것이 생명을 키우는 기쁨이지 않겠는가 얼치기 농부는 생각해본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오전부터 흙살림은 분주하다. '토종아 놀자'라는 행사 때문이다. 연수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농장정리를 하느라 바빴다.

 

오후엔 행사진행과 상관없이 작물을 심는라 정신 없었다. 하우스 한 동을 정리해서 두둑을 만들고 거기에 삼채, 곰보배추, 자주감자, 감자를 심었다. 토종 행사 참가자 중 한 명이 곰보배추의 효능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천식을 앓고 있는데 곰보배추가 꽤 효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처럼 배움은 시시때때를 가리지 않고 느닷없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태근 회장은 하우스 한 동을 혼작으로 키워보고 싶어한다. 가운데에는 키가 크게 자라는 옥수수를 심어 고소한 맛으로 진드기를 유도할 심산이다. 나머지 두둑에는 상추를 심을 계획이다. 개인적으론 삼채나 배추 등 다른 작물들과의 혼작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뭇 궁금하다. 하우스라는 조건이 무차별적 혼작마저도 가능하게 해줄까? 아니면 이 모든 작물이 서로 궁합이 맞는 것일까. 궁금증이 더해 간다. 우리 사람도 찰떡궁합을 찾는 게 얼마나 힘이 들던가. 그런데 좋은 궁합이라 하더라도 옥수수처럼 희생이 필요한 것이라면 글쎄.... 그것을 궁합이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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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 날씨 청명

 

오전엔 어제 저녁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었던 볏짚을 농장에 옮겨놓았다. 벼를 쌓는 것을 노적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다 방법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볏짚을 곧바로 퇴비로 활용할 계획이라 그냥 보기좋게 쌓는데 만족했다.

 

노적을 한 후엔 K형님은 심토파쇄를, 나와 L씨는 탈망을 했다. 심토파쇄란 땅을 깊게 갈아주는 것을 말한다. 처음엔 40센티미터 정도를 갈고, 바로 70~80센티미터 정도 깊이로 다시 간다. 이렇게 땅을 깊게 갈아주는 이유는 겨울을 나며 말라붙은 땅으로 말미암아 지하수위가 위로 올라와 있는 것을 낮추어 지하수맥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다. 이렇게 물길이 뚫리면 웬만한 가뭄에도 땅이 말라붙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심토파쇄는 진동으로 하는데 그 진동이 땅속 6미터 깊이까지 전달된다고 한다.

 

탈망이란 까락 또는 까끄라기를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까락은 볍씨에 붙어있는 수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요즘의 볍씨는 까락이 없어 파종을 위해 탈망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곳 농장에서 토종을 시험재배하고 있기에 까락이 붙은 볍씨들이 많다. 이번에 탈망을 한 것은 조동지라는 종자다. 원래 까락은 외부의 적을 막고, 종자를 전파하며, 수분을 돕는 등의 일을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의 손에 의해 종자가 전파되면서 까락은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갑자기 노자가 말한 쓸모없음의 쓸모있음이 생각난다. 인간에게 불필요한 존재였다면 이런 시련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인간의 손에 의해 변모됨으로써 종자의 전파라는 사명은 제대로 해낸 셈이지 않을까.

 

오후엔 잠깐 감자밭을 둘러보았다. 지난 3월 22일쯤 파종한 감자가 드디어 싹을 틔워 쑥 고개를 내밀었다. 수미감자는 강원도 감자로 알려진 남작감자에 비해 단맛은 강하지만 식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자칩으로 만들어 팔리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감자 수확량의 80퍼센트를 차지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서서히 작물이 자라나고, 또 하우스에도 작물을 심을 시기가 다가오면서 더욱 바빠질 것 같은 분위기다. 겨우 몸이 적응해가나 싶은데... 작물 자라는 재미로 실컷 보상 받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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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하는 날씨 탓에 봄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봄은 틀림없이 오고 만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아버지의 마음 속에선 봄도 그리움이다. 귀농을 위해 머물고 있는 흙살림 숙소의 마당에도 봄은 뚝뚝 떨어져 있었다. 특히 토종의 봄이라 더 반갑다.

 

흰색으로 많이 알려진 토종 민들레가 서양 민들레 사이에서 수줍은듯 빛바랜 모습으로 연노란색 꽃을 피웠다. 사진 속 맨위 오른쪽이 토종 민들레다. 둘이 비교했을 때 샛노란 쪽이 서양민들레인 것이다. 보기에 더 화려하다. 둘의 차이점 중 하나는 꽃받침이 밑으로 내려가있는냐의 여부다. 꽃받침이 아래로 다 처져 있으면 그게 서양 민들레라고 한다.

 

토종의 매자나무도 꽃봉오리를 맺었고, 천연기념물 미선나무도 새잎을 삐죽 내밀었다.

 

 

금낭화도 꽃이 한창이고, 더덕, 쇠뜨기도 키를 쑥쑥 키워간다.

땅밑에만 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봄은 더이상 부끄럼을 타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먼 풍경을 바라보아도 봄은 고개를 살포시 내밀고 있다. 보리순이 파릇파릇하고 벚꽃이 다소 더디게라도 그 찬란함을 뽐내고 있다.

 

 

 

아, 물론 목련도 빠지면 서운해 할거다.

 

 

봄은 이렇게 살아있다. 살아있네! 봄. 살아있네! 나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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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날씨 - 다소 쌀쌀. 하늘은 흐림

 

오전엔 흙살림 토종연구소 강의실의 책정리를 끝내고, 못쓰게 된 화분을 치웠다. 화분이 300개를 넘다보니 이것도 일이다.

 

오후엔 괴산농업연구소에서 특강이 있었다. 아산의 정선섭 농부가 유기농 벼재배에 대해 자신의 노하우를 이야기했다. 20여년 전부터 유기농 벼농사를 시작했으니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지겨울 정도였다. 정 농부는 벼를 재배하면서 줄기차게 시험을 계속해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우렁농법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거였다. 우렁농법을 위해선 논둑을 높게 해 물을 최대한 높게 채우고, 벼를 듬성듬성 심으라는 거였다. 볍씨 소독과 파종 등 그만의 독특한 방법을 소개했는데, 아직 논농사를 지워본 경험이 없어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흙살림 농장도 당장 다음주 파종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아마 이 와중에 오늘 받은 교육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거라 예상된다. 내가 먹을 쌀을 어떻게 수확할 수 있을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설레는 기대감을 갖는다.

 

강의를 듣고 돌아오는 길엔 흙살림 소유의 논을 들렀다. 이곳에선 지난번 키와 무게를 쟀던 다양한 토종벼들을 시험재배하는 곳이다. 옆으로 개천이 흐르고, 저멀리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런 좋은 풍경 감상엔 꼭 그만큼의 댓가가 따랐다. 무슨 말이냐면... 사진 속에 보이는 볏짚을 농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ㅜㅜ 물론 사진 속에 비쳐지는 볏짚은 실제 옮겨야 하는 것의 십분의 일 정도밖에 안되는 양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무렵이 되어서야 트럭 가득히 볏짚을 가득 실었다.

 

아~.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그만 트럭의 바퀴가 논바닥에 빠져 버린 것이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너무 막막했다.

 

방법은 하나. 트랙터를 찾아야 했다. 도움을 구하기 위해 근처 집으로 K형님이 나섰다. 하지만 허탕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는 일. 다시 형님께서 사방팔방 도움의 손길을 구하러 돌아다니신다. 10여분이 지났을까. 형님께서 나타나셨다. 트랙터와 함께 말이다. 트랙터를 운전하시던 농부는 차가 빠졌다는 말에 두말없이 따라나섰다고 한다. 트럭과 트랙터를 연결하고 잡아당겼지만 밧줄이 끊어지길 여러번이었다. 하지만 드디어 트럭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랙터 만세!! 감사의 표시를 건넸지만 농부 아저씨는 사양하셨다. 소위 말하는 '농심'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약간 진 논에 들어간 댓가를 오늘 톡톡히 치른 셈이다. 모험은 때론 가혹한 시련을 주지만 결국 그 시련은 극복되기 마련이다. 스스로의 힘으로든 누군가의 도움으로든. 그리고 그 시련이 끝나는 순간 우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 한숨 속에 평온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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