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 아침엔 진눈깨비, 오후엔 비, 저녁엔 그치면서 흐림

 

혼작은 그 작물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가능한 재배법이다. 작물 서로간의 병충해를 막아주고, 성장에 도움을 주는, 한마디로 궁합이 잘 맞는 작물을 찾아내어 함께 키워야지만 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서로간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병충해를 번창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냥 아무렇게나 무턱대고 심는다고 다 잘 자라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살 성 싶은 것만 살리는 것은 농사가 아닐 것이다. 수확량을 최대한 늘리고자 고심한 흔적이 농사의 기술 아니겠는가. 이것은 또한 적자생존이 아닌 모두의 생존을 위한 기술이기도 할 것이다. 이것이 생명을 키우는 기쁨이지 않겠는가 얼치기 농부는 생각해본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오전부터 흙살림은 분주하다. '토종아 놀자'라는 행사 때문이다. 연수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농장정리를 하느라 바빴다.

 

오후엔 행사진행과 상관없이 작물을 심는라 정신 없었다. 하우스 한 동을 정리해서 두둑을 만들고 거기에 삼채, 곰보배추, 자주감자, 감자를 심었다. 토종 행사 참가자 중 한 명이 곰보배추의 효능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천식을 앓고 있는데 곰보배추가 꽤 효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처럼 배움은 시시때때를 가리지 않고 느닷없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태근 회장은 하우스 한 동을 혼작으로 키워보고 싶어한다. 가운데에는 키가 크게 자라는 옥수수를 심어 고소한 맛으로 진드기를 유도할 심산이다. 나머지 두둑에는 상추를 심을 계획이다. 개인적으론 삼채나 배추 등 다른 작물들과의 혼작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뭇 궁금하다. 하우스라는 조건이 무차별적 혼작마저도 가능하게 해줄까? 아니면 이 모든 작물이 서로 궁합이 맞는 것일까. 궁금증이 더해 간다. 우리 사람도 찰떡궁합을 찾는 게 얼마나 힘이 들던가. 그런데 좋은 궁합이라 하더라도 옥수수처럼 희생이 필요한 것이라면 글쎄.... 그것을 궁합이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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