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 날씨 - 다소 쌀쌀. 하늘은 흐림

 

오전엔 흙살림 토종연구소 강의실의 책정리를 끝내고, 못쓰게 된 화분을 치웠다. 화분이 300개를 넘다보니 이것도 일이다.

 

오후엔 괴산농업연구소에서 특강이 있었다. 아산의 정선섭 농부가 유기농 벼재배에 대해 자신의 노하우를 이야기했다. 20여년 전부터 유기농 벼농사를 시작했으니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지겨울 정도였다. 정 농부는 벼를 재배하면서 줄기차게 시험을 계속해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우렁농법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거였다. 우렁농법을 위해선 논둑을 높게 해 물을 최대한 높게 채우고, 벼를 듬성듬성 심으라는 거였다. 볍씨 소독과 파종 등 그만의 독특한 방법을 소개했는데, 아직 논농사를 지워본 경험이 없어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흙살림 농장도 당장 다음주 파종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아마 이 와중에 오늘 받은 교육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거라 예상된다. 내가 먹을 쌀을 어떻게 수확할 수 있을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설레는 기대감을 갖는다.

 

강의를 듣고 돌아오는 길엔 흙살림 소유의 논을 들렀다. 이곳에선 지난번 키와 무게를 쟀던 다양한 토종벼들을 시험재배하는 곳이다. 옆으로 개천이 흐르고, 저멀리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런 좋은 풍경 감상엔 꼭 그만큼의 댓가가 따랐다. 무슨 말이냐면... 사진 속에 보이는 볏짚을 농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ㅜㅜ 물론 사진 속에 비쳐지는 볏짚은 실제 옮겨야 하는 것의 십분의 일 정도밖에 안되는 양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무렵이 되어서야 트럭 가득히 볏짚을 가득 실었다.

 

아~.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그만 트럭의 바퀴가 논바닥에 빠져 버린 것이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너무 막막했다.

 

방법은 하나. 트랙터를 찾아야 했다. 도움을 구하기 위해 근처 집으로 K형님이 나섰다. 하지만 허탕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는 일. 다시 형님께서 사방팔방 도움의 손길을 구하러 돌아다니신다. 10여분이 지났을까. 형님께서 나타나셨다. 트랙터와 함께 말이다. 트랙터를 운전하시던 농부는 차가 빠졌다는 말에 두말없이 따라나섰다고 한다. 트럭과 트랙터를 연결하고 잡아당겼지만 밧줄이 끊어지길 여러번이었다. 하지만 드디어 트럭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랙터 만세!! 감사의 표시를 건넸지만 농부 아저씨는 사양하셨다. 소위 말하는 '농심'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약간 진 논에 들어간 댓가를 오늘 톡톡히 치른 셈이다. 모험은 때론 가혹한 시련을 주지만 결국 그 시련은 극복되기 마련이다. 스스로의 힘으로든 누군가의 도움으로든. 그리고 그 시련이 끝나는 순간 우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 한숨 속에 평온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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