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 날씨 청명

 

오전엔 어제 저녁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었던 볏짚을 농장에 옮겨놓았다. 벼를 쌓는 것을 노적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다 방법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볏짚을 곧바로 퇴비로 활용할 계획이라 그냥 보기좋게 쌓는데 만족했다.

 

노적을 한 후엔 K형님은 심토파쇄를, 나와 L씨는 탈망을 했다. 심토파쇄란 땅을 깊게 갈아주는 것을 말한다. 처음엔 40센티미터 정도를 갈고, 바로 70~80센티미터 정도 깊이로 다시 간다. 이렇게 땅을 깊게 갈아주는 이유는 겨울을 나며 말라붙은 땅으로 말미암아 지하수위가 위로 올라와 있는 것을 낮추어 지하수맥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다. 이렇게 물길이 뚫리면 웬만한 가뭄에도 땅이 말라붙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심토파쇄는 진동으로 하는데 그 진동이 땅속 6미터 깊이까지 전달된다고 한다.

 

탈망이란 까락 또는 까끄라기를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까락은 볍씨에 붙어있는 수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요즘의 볍씨는 까락이 없어 파종을 위해 탈망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곳 농장에서 토종을 시험재배하고 있기에 까락이 붙은 볍씨들이 많다. 이번에 탈망을 한 것은 조동지라는 종자다. 원래 까락은 외부의 적을 막고, 종자를 전파하며, 수분을 돕는 등의 일을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의 손에 의해 종자가 전파되면서 까락은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갑자기 노자가 말한 쓸모없음의 쓸모있음이 생각난다. 인간에게 불필요한 존재였다면 이런 시련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인간의 손에 의해 변모됨으로써 종자의 전파라는 사명은 제대로 해낸 셈이지 않을까.

 

오후엔 잠깐 감자밭을 둘러보았다. 지난 3월 22일쯤 파종한 감자가 드디어 싹을 틔워 쑥 고개를 내밀었다. 수미감자는 강원도 감자로 알려진 남작감자에 비해 단맛은 강하지만 식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자칩으로 만들어 팔리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감자 수확량의 80퍼센트를 차지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서서히 작물이 자라나고, 또 하우스에도 작물을 심을 시기가 다가오면서 더욱 바빠질 것 같은 분위기다. 겨우 몸이 적응해가나 싶은데... 작물 자라는 재미로 실컷 보상 받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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