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고 새벽이고 짖던 녀석이

조용하다 노려본다

저 가까이 꿩이 보인다

사냥개의 본능이 솟아났는가 보다

조용히 때를 기다려 한걸음에 물어뜯겠다는 속셈인가

짖어라

마음 속에 파괴의 욕망을 감추지 말고

 

제발 이야기해다오

말하지 않아도 알아달라고 하지 말고

알아주지 않았다며

떠나가버리지 말고

부디 이야기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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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1도 ~ 15도

 

한낮의 온도가 제법 올라가면서 숲도 점차 연두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블루베리도 한두 그루 잎이 나오기 시작한다.

 

병아리 부리 마냥 살짝 내놓은 잎이 귀엽다. 이제 막 생명의 기운을 내뿜는 듯한 연두빛도 싱그럽게 느껴진다. 잎을 내놓으려는 블루베리나무들에게 물을 준다. 열흘 정도 비가 오지 않아 메마른 상태인지라, 한 그루당 4~5리터 정도의 물을 적셔주었다. 

 

 

옆 농가에서 심다 남은 씨감자를 열개 정도 얻었다. 말라비틀어져 가는데다 곰팡이가 슬려하기에 그중 괜찮은 것만 고른 것이다. 열흘에서 보름 정도 늦은 감은 있지만, 오히려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을 피해 심는 셈이니 잘 클 수 있을 것 같다. 

 

  

씨감자는 두 가지 방식으로 심어봤다. 한가지는 씨가 위로 향하도록 하고, 다른 한 가지는 씨를 땅 속으로 향하도록 했다. 농가마다 심는 방법이 달라 혼란스러운데, 이렇게 비교를 해서 심어놓으면 적당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씨감자와 씨감자 사이는 45센티미터 정도로 넉넉하게 틈을 주었다. 집에서 한여름 먹을 정도는 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워낙 씨감자가 마른 상태였는지라 물을 듬뿍 주었다. 최대한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생각인데, 나중에 풀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겨낼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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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영화 [버드박스]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와 많이 닮아 있다. 갑작스레 다가온 공포의 대상, 두 아이를 지키려는 부모의 사투가 꼭 닮았다. 게다가 아버지(또는 남친?)의 희생과 편애, 질투로 오해받는 사랑의 모습도 닮은 꼴이다. 다만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괴생명체와의 대결에 집중하며,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내는 오락영화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면, [버드박스]는 한 집안에 갇힌 인간군상과 이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착지를 찾고자 하는 가족을 통해 인간과 삶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2. 영화 [버드박스]는 어떤 빛의 존재를 보는 순간, 자살 충동을 느끼며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게되는 사건을 다룬다. 집안에만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식량과 전기 등등 생존을 위해 밖으로 나서야 하는 순간이 있다. 문제는 이 빛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신병자라고 분류한 이들은 이 빛이 아름답다며 정상인이라 말해왔던 이들에게 빛을 보라고 강요한다. 살기 위해선 빛을 보지 않아야 하며, 이들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한다.

 

3. 사람을 자살로 이끄는 이 빛은 자신을 돌아보라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 유혹은 바로 <과거>다. 떠나가버린 사람들과의 <추억>이다. 영화에선 명확하게 빛의 정체를 표현하고 있지 않지만, 마치 한국영화 [장산범]처럼 목소리로 유혹한다. 자신과 인연을 맺고 있다 떠난 사람들의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것이다. 그 목소리에 취해 눈을 뜨는 순간 빛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자살충동에 감염되는 것이다.

 

4.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법이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만 한다. 그런데 살아남기만 하는 삶은 진정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삶이라 할 수 있을까. 꿈을 그리는 삶, 미래를 희망하는 삶이 없다면, 그 삶은 행복할 수 있을까.

 

5. 죽음으로 이끄는 빛이 다가오면 새들은 두려움에 울어댄다. 버드박스는 새들을 넣어둔 상자로 죽음의 빛이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새들이 지저귀는 곳이 바로 새로운 정착지이다. 새들의 지저귐이 없는 곳은 이미 죽음의 도시일지 모른다. 마치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라는 책 속에 표현된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새로운 정착지를 유토피아처럼 그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맹인학교를 거점으로 한 곳이다. 아쉽게도 유토피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유토피아를 찾는 영화인 셈이다.

 

6. 결국 [버드박스]는 과거와 추억에 발목잡혀 살지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미래를 그리고, 유토피아를 찾아 길을 떠나라고 말하는 듯하다. 삶은 과거에 있지 않고 미래에 있다고 주장하는 듯이 보인다. 꿈꾸지 않는 삶이란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꿈은 나홀로가 아니라 더불어 꾸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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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영하 2도~16도

 

오늘까지도 아침 기온이 영하다. 한낮 기온은 15도 정도이니 하루 온도차가 20도 가까이 벌어진다. 나무와 풀들이 냉해를 입기 쉬운 날씨다. 금화규와 호박 모종도 냉해를 입어 낭패를 봤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젠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일은 없어 보인다.

 

마음 한 켠에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서, 봄배추를 심었다. 모종을 10여개 얻어두었던 터라, 비닐로 몇 일 덮어두며 관리하다, 오늘 밖에다 자리를 잡고 심은 것이다. 모종이란 사람으로 따지면 아기와 같으니, 세심하게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아침 기온이 영하권을 벗어난 시기에 맞추어 정식을 했으니, 부디 잘 자라주기를 바랄 뿐이다.

 

벌레 피해를 막기 위해 모기장과 비슷한 한랭사를 쳐주어 관리를 할 생각이었지만 이내 포기했다. 한랭사 1롤이 폭 1.8미터에 길이가 무려 80미터. 텃밭농사를 작게 짓는 사람에겐 너무 과하다. 길이 5미터 내지 10미터면 충분한데 말이다. 그냥 손으로 벌레를 잡아야 할 성싶다. 어디서 안쓰는 쪼가리라도 얻으면 좋을텐데....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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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영하 1도 ~ 15도

 

체리나무 수형을 잡기 위해 페트병에 물을 담아 매달아놓은 가지가 부러져버렸다. 요즘 봄바람이 거세게 분 탓인지 모르겠다. 분명 페트병을 달아놓을 때는 버틸만하다고 여겼는데, 아니었나 보다. 

 

이렇게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는 경우가 있다. 가지가 더 부드럽거나 반대로 더 강했다면 견뎌냈을 것이다. 또는 페트병의 무게를 조금 가볍게 했다면 부러지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감당한다는 것은 때론 내 에너지를 온통 쏟아부어 온 몸으로 막아내거나, 정신적 여유를 갖고 아무렇지 않은듯 흘려보낼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만약 이렇게 할 수 없다면 감당해야 할 그 문제의 무게를 줄이던가, 그 문제로부터 벗어나야만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시련은 온몸으로 버티는 과정에서 점차 부드럽게 대처해야 하는 방향으로 감당해야 할듯 싶다. 코로나19 자체를 완벽하게 없앤다는 게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온 몸으로 버텨내는 것에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조심하되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일상을 유지해나가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삶이 부러져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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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영하 3도 ~16도

 

 

나무를 심어놓은지 2년이 넘어가는데, 이 나무의 이름을 모르겠다. 언뜻 돌배나무처럼 보이는데, 확신할 수가 없다. 아직 꽃을 피운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에 더욱 알기가 어렵다.

 

아무튼 새 잎을 내고 잘 자라는 나무를 살펴보니 노랑쐐기나방 고치가 4개나 달려있다. 아직 잎이 무성하지 않은 상태인지라 이런 벌레나 고치들이 잘 보인다. 농약을 쓰지않고 키우기 위해선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고치를 전지가위로 잘라서 떼어냈다. 

 

 

이 나뭇가지의 한쪽 끝에는 잎이, 다른 한쪽 끝에는 꽃봉오리가 비슷한 모양새로 자리를 잡았다. 나무를 보고 있자면 정말 신기한 것들이 많다. 왜 어떤 가지에는 잎이 어떤 가지에는 꽃이 자리를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고루고루 튼튼하게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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