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보기 전 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은 순식간에 해결된다. 영화 도입부부터 괴물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보여주고, 초반부터 괴물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영화를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이단 말인가?
궁금증을 모두 해결한 영화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딸을 조카를 손녀를 구하겠다는 가족의 좌충우돌 영웅담이라고 하겠다. <에이리언3>가 꼬마 아이를 구하려던 이야기였던가? 그럼 괴물은 액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걸까? 물론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수 있다. 특히 프레임의 조작을 통해 사람을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드는 것을 보면 마치 액션을 넘어 공포물을 찍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할 정도다. 전체 화면을 보여주면 다 알 수 있는 것들을 클로즈업 화면 밖에 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괴물때문에 의자가 들썩이곤했다.
그럼 괴물은 가족을 구하는 영웅담을 그린 액션물로 정의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에이리언>이나 <고질라>와 다른 점은 없을까? 아마도 웃음이지 않을까 싶다.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뿜어내는 카리스마와 함께 영화 곳곳엔 웃음이 깔려있다. 터무니없는 상황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일상임을 느끼게 해준다. 딸의 장례식장에서도 졸음은 쏟아지고, 텔레비젼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사라진 딸에게 자랑하고 싶은 아버지라니... 위선이 없는 모습이 엉뚱함을 드러내 웃음을 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웃음 이면엔 또 사회의 부조리가 깔려있다. 가짜 소독차가 검문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이나, 휴대폰 위치 추적과 관련한 에피소드, 현상금에 눈이 먼 옛 선배, 돈을 받고 팔아치우는 한강주변 하수구 지도 등은 과장된듯 하면서도 절대로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본다. 영화는 정말 이렇게 많은 말을 하고 있는가? 글쎄... 역시,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은 훌륭한 그래픽과 자기를 극복해가는 영웅담으로만 기억될듯 싶다. 나머지는 그야말로 영화 속에 삽입된 조미료이지 않았을까? 뭐, 어찌됐든 그야말로 이것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한 조류로 남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