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오봉

 

아름다움이나 추함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거나 추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사진은 송추쪽에서 바라본 도봉산 모습입니다. 오른쪽에 울퉁불퉁한 것이 오봉이죠. 바위들이 신비할 정도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 독특합니다. 이제 막 해가 떠오른 후의 모습입니다.

정말 아름다웠겠죠.

그런데 지금 제 마음이 개운치 않으니 이 풍경 또한 가슴에 와닿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미물에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가을, 우울증에 걸린듯 힘없이 고개숙인 사람의 넋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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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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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하기 위한 탁구대결. 지구를 대표한 왕따 2명과 그들을 도와줄 메스너와 말콤. 메스너는 지구 최초 히말라야 14좌를 오른 인물. 말콤은 인권운동, 특히 미국 흑인의 인권운동에 앞장 섰던 그 말콤X다.

그럼 지구를 없애기 위해 등장한 상대편 선수는? 바로 쥐와 새다. 쥐와 새라고, 왜지? 왜, 낮말과 밤말을 듣는 그 쥐와 새가 나타난 거지?

먹이를 주는 조건반사로 평생을 테스트당하고 길러진 존재들입니다. 삶의 대부분을 먹기 위해 공을 쳤습니다. (231쪽)

그래, 바로 그래서구나. 먹을 것, 즉 우리 사람들에겐 돈에 길들여져 조건반사로 살아온 삶. 돈을 벌기 위해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지구를 쓸어버릴 팀에 속한 거야. 메스너와 같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영역을 과감히 돌파할 의지나, 말콤처럼 대다수가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깨닫고 그것을 깨뜨리려한 의지를 지니지 못한 사람들. 바로 그들이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거지.

그래서 어떻게 되지. 그야 당연하지 않아. 의지는 습관에 무너진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못과 모아이. 이들이 왜 주인공이냐고. 바로 왕따 당하는 놈들이기 때문이야. 남들처럼 살지 않는다는 것 말이야.

따를 당하는 것도 다수결이다.... 다수인 척, 스스로도 무관심하게(29쪽)

전체적으로? 전체적으로. 다수가? 물론 다수가. 그럼 다들... 잘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가만히 있었다. (77쪽)

대부분의 인간들은 매수를 안해줘서 억울하고 불만이 생기는 거란 말야.(89쪽)

조건반사적 삶을 사는 다수가 사는 지구는 멸망직전. 그것을 깨뜨릴 자는 왕따 인생들. 하지만 지구를 걸고 치러진 탁구의 결과는...(스포일러라 말할 수 없지만)

그래, 바로 그렇게 될거야. 그 결과처럼. 그래서 우리는 살거나 또는 죽거나겠지. 그래서 당신은 죽지않기 위해 어떻게 살것인지 결정할 수 있겠는가? 왕땅의 걱정없이 말이다. 남들의 시선을 이겨내고 말이다. 핑퐁은 쥐와 새처럼 살아가는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아니, 바로 우리가 지구를 끝장낼 탁구팀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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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11-0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관심이 제일 무서워요
그리고 때로는 무관심이 편해요
모냐!!(여우의 정체를 알려하지 마세요)
핑퐁인지, 퐁핑인지는 잘 모르겠고요 탁구 대신에 암벽등반하시다가
알라딘을 잊고 달게 주무시는 줄 알았슴다.
요지는 반갑다는 말씀에요.
아, 전 핑퐁보다는 축구를 더 좋아하거든요^^

하루살이 2006-11-08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흑, 암벽등반이라도 했으면.
거의 한달동안 딱 하루 쉬었답니다.
불쌍하죠. 이번주말도 출장. 왜 이렇게 사나~~~
 
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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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할머니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그림같은 사진때문에라도 다시 만나고픈 할머니. 이번 책은 타샤 튜더 할머니의 육성보다는 친구이자(물론 나이가 한참 어린) 원예가인 작가의 눈을 통해 보여진 할머니의 정원이 소개되어져 있다.

솔직히 말하건대 책 속에 나오는 식물들의 이름을 반이라도 알았으면 다행이다. 혹 이름은 어디선가 들었을지 몰라도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기에 매 한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의 생활을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생활 뿐만 아니라 그 삶의 과정, 대부분 나무와 꽃, 열매 등을 심고 가꾸고 따고 옮기고 등등의 과정들이지만 그 속에서 드러나는 따뜻한 마음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었던 덕분인지도 모른다.

지금 할머니 정원에 가면 어떤 꽃이 활짝 폈을지, 무엇을 대접받을 수 있을지, 반대로 할머니의 일손을 덜어줄 수 있을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만든다. 정말로 할머니의 정원은 마법의 정원인 것이다. 정말 나에게 아무 의미없는 단어들의 나열로만 보이는 글들이 이토록 따뜻함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전부 할머니의 삶 그 자체때문임을 깨닫는다.

한그루의 나무, 한떨기의 꽃송이, 한톨의 열매는 물론이거니와 들쥐와 코기, 비둘기, 염소 등등, 또 옆집 사람들, 자신을 찾는 지인들 까지, 손자손녀는 물론이거니와 가족들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그냥 지나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사랑의 능력은 정원이 키워준 것이며, 또 그 사랑으로 정원은 한층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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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11-09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구입합니다^^

하루살이 2006-11-10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으로서도 괜찮을것 같아요
 
도플갱어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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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역사교사인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어느날 동료교사로부터 비디오 한편을 소개받는다. 그 비디오를 보면서 테르툴리아노는 깜짝 놀라게 된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등장한 것이다. 5년전 콧수염까지. 단순히 닮았다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똑같다니... 그래서 교사는 이 배우가 나온 영화를 모두 섭렵한다. 그리고 영화사에 거짓 편지를 써서 주소를 알아낸 후 이 배우를 만나고자 한다. 그리고 만나게 된 두 사람. 말 그대로 도플갱어. 실제로 DNA가 똑같을 확률이 50억분의 1이라니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으란 법은 없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닥친 인생의 격동...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결말에 이르면 정말로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소설을 읽으면서 납득하지 못했던 점은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해서 왜 꼭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였다. 그저 놀라고 신기해하며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일까? 이것을 그럭저럭 무시하고 읽어간다면 소설은 종반부로 접어들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원본과 복사본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 속 인물들이 누가 먼저 태어났는가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신이 원본이고 싶어하는 욕망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삶이 원본과 복사본이 차이가 없는 디지털 시대다. 어느새 디지털 마인드로 무장되어져 있다. 내가 복사본이라고 해서 달라질 건 또 무엇일까? 지금까지 SF 영화들이 집착했던 자아 정체성의 문제에서 나의 기원에 대한 접근은 이제 더이상 중요한 문제는 아닐성 싶다. 재패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의문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정체성을 기억에서 찾기 때문일 것이다. 어쨋든 복사본이 복사본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그의 삶이 꼭 복사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삶 자체는 그에게 있어 원본이지 않을까?

소설은 이 부분보다 오히려 정체성의 문제를 외관으로 돌린다. 두 주인공이 왕과 거지처럼 서로 모습을 뒤바꾸기 위해서 한 것은 옷을 바꿔입는 것이다. 옷을 바꿔입는 것만으로 둘은 완벽하게 서로의 자리를 차지한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극적 반전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완벽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추었다. 그리고 그 옷을 바꿔입은 행위 하나만으로 자신의 과거 삶을 통째로 바꾸기도 한다. 이것은 옷이 날개라는 말로써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군복을 입고 예비군이 됐을때의 행동변화나 과감한 옷차림으로 변했을때의 자신감 등등 외관이 자신의 성격도 바꿔주는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옷을 바꿔입는 것만으로 정체성이 완전히 흔들릴 수 있을까

소설은 정체성이라는 문제보다 오히려 마지막 부분의 극적인 사건 전개때문에 흥미로울 뿐이다. 정체성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문제를 옮겨가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의 해답이 정체성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면 삶은 보다 다양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으로 책장을 덮었다. 나는 나를 무엇 또는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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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10-20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얼굴이 지극히 평범한 이유때문인지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말을
수없이 듣습니다. 개성적이지 못한 외모때문에 화딱지가 났던 시절도 있지만
외모에 거의 신경을 끄고 사는 지금은 평범한 얼굴에 만족해요
그런데 정말, 누군가 저와 똑같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땐 어쩔까..난감합니다.
정체성에 관한 괴로운 일에 시달릴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나는 나죠!^^

하루살이 2006-10-2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나는 그냥 나일뿐이죠. 무엇이라 정의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냥 나!!!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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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사 튜더라는 할머니는 동화작가다. 100권이 넘는 동화책을 냈고, 마리오네트 인형을 만들어 인형극을 공연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30만 평의 땅에 정원을 만들어 꽃들을 가꾸고, 염소를 키우며 19세기적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골동품에 가까운 요리기구며 옷들을 서슴지 않고 쓰는 모습에 골동품을 사고파는 사람들은 기겁할테지만 이렇게 예쁘고 좋은 것을 왜 그냥 놔두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할머니의 말 속에 삶의 가치관이 모두 담겨있는듯하다.

돈을 벌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할머니의 독백은 그야말로 너무 진실되 아름답다.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그림들은 모두 자신의 주위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들이다. 이 책은 할머니의 스케치를 간간히 보여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책이 주는 매력은 사진들에 있다. 할머니의 귀중한 말씀 한마디도 소중하지만 사진 속에서 보여지는 할머니의 모습만큼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없는듯하다. 마치 그림처럼 보이는 사진들은 정말 동화처럼 보여진다. 시골에서의 삶이 꼭 낭만적이지는 않을텐데도 그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다. 튜더 할머니에게 어리광이라도 부리면서 시골에서 장작을 나르고 염소 젖을 먹으며 살고싶어지는 마음이 굴뚝 같다. 시골에서의 삶이 주는 불편함은 할머니의 낙관적 삶 속에 녹아들어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난 고독을 만끽한다. 이기적일지는 모르지만, 그게 뭐 어때서. 오스카 와일드의 말마따나 인생이란 워낙 중요한 것이니 심각하게 맘에 담아둘 필요가 없다. ... 상실감이 느껴지긴 하겠지만, 어떤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둘러보기를.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만큼 짧다. 그러니 홀로 지내는 것마저도 얼마나 큰 특권인가.(64쪽)

인생은 짓눌릴 게 아니라 즐겨야 한다....  세상의 우울함은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뒤, 우리의 손이 닿는 곳에 기쁨이 있습니다. 기쁨을 누리십시오... 기쁨은 누리라고 있는 것이다.(92쪽)

할머니의 집에 초대받지 못하더라도, 그 할머니의 집을 내가 스스로 가꾸어보겠다는 꿈을 꾸어본다. 그 꿈 속에 기쁨이 자리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그 기쁨의 곳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리라.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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