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5월 15일 맑음 6도~22도


집 앞 논들에 물이 들어간 지 얼마 안되어 모든 논에 모가 들어왔다. 



이앙기로 1시간 정도면 뚝딱 논에 모가 심겨진다. 사람 열 명 정도가 서너 시간 해야 할 일을 기계 하나가 금방 해치워버리는 것이다. 점차 노령화되는 농촌에서 농업의 기계화는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같은 이앙기로 논 대여섯필지가 한꺼번에 모내기를 끝냈다. 



집을 둘러보다 지난번 감자처럼 싹이 나거나 썩어가는 고구마를 발견했다. ㅜㅜ 줄곧 먹다가 한 번 건너뛰면서 존재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뭐, 질리기도 한 것일 수도 있고. 어쨌든 고구마에 싹이 텄으니 이건 먹기보다는 심는 게 낫겠다 싶었다.



고구마 수확은 못하더라도 고구마 줄기를 반찬으로 해 먹을 수는 있을 거다. 2년 전 고구마를 심었을 때에도 고구마 줄기를 실컷 먹은 기억이 있다. 



도라지싹이 한 군데 몰려서 나왔다. 



솎아도 줄 겸 싹이 나오지 않은 곳에 일부를 옮겨 심었다. 한두개씩 정성들여 옮겨 심으면 좋을 일이지만 그냥 열개 정도씩 쓱쓱 떼어내서 한 무더기로 듬성듬성 옮겼다. 뭐, 이렇게라도 잘 자라주면 좋겠다. ^^


옮겨 심고, 파종하는 일은 여전히 기계 보다는 손이다. 이런 일을 기계가 할 수 있다면 농사도 참 쉽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기계는 석유든 전기든 에너지가 들어가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사람 손으로 하는 것도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기는 하다. 아무튼 이앙기가 모내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싹들을 심다 보니 농사의 스마트화와 자동화는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과연 인류에게 축복이 될 것인지도. 


지구가 더워지면서 에어컨을 켜야만 하고, 에어컨을 키는 것 때문에 지구는 더 더워지는 이런 악순환이 농사에서도 벌어지는 것은 아닐지 불온한 상상도 해본다. 올해 인도에서는 이상고온으로(45도를 넘어가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밀 생산량이 줄어들 것을 예상해 수출을 금지했다. 식량 생산이 무기가 될 만큼 귀해진다면, 세계 각국은 고에너지를 사용해서라도 식량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마트화와 자동화가 아무리 에너지를 많이 쓰고 그 탓에 비싼 비용을 들이게 되더라도  결국 진행될 수밖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고에너지의 사용은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화함으로써 식량생산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자연의 순환을 끊지 않는 농사일 것이다. 지속적이면서도 고품질이며 다수확할 수 있는 순환농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농사의 편리와 함께 지속성에도 관심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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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5월 12일 맑음 12도~27도


한낮은 한여름처럼 덥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정도다. 오늘은 청주에서 열리고 있는 도시농업박람회를 다녀왔다. 다양한 상자텃밭을 볼 수 있었다. 농기계, 미생물, 종자, 농자재, 농산물 등도 다채롭게 구경할 수 있다. 



요즘 샌드위치에 넣어서 먹고 있는 양상추를 직접 키워보고 싶었다. 그래서 보통 마트 등에서 자주 구입하는 양상추 씨앗을 사려다가 8가지 품종이 섞여 있는 양상추에 눈길이 갔다. 다양한 게 좋아서다. 



씨를 분리해서 뿌릴까 생각하다 그냥 섞어 뿌리기로 했다. 



허브밭 옆에 양상추 밭을 조그맣게 따로 만들었다. 오늘 상자텃밭을 구경했으니, 이 조그만 밭들을 어떻게 만들지 구상을 해봐야겠다. 



양상추가 자라기엔 다소 날씨가 덥긴 하지만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커피열매도 두 개 구했다. 



지난번에 커피 열매 1개를 구해서 심었던 것에서는 한달이 지났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실패한 걸까?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날도 따뜻해졌으니 밖에서 심어도 지장이 없을 듯 하다. 이번엔 밖에다 커피 씨앗 4개를 심었다. 제발 싹이 났으면 좋겠다. 



단호박 모종 1개도 잘 자라주었다. 지난번 단호박을 심었던 경사진 곳 옆 자리에 정식했다. 풀들만 무성한 곳인데, 잘 자라줄지 모르겠다. 올해는 옥수수며 단호박 등을 경사면에 심었다. 놀고 있는 땅을 이용해볼 심산이었다. 올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수확이 괜찮다면 보다 다양하게 사면을 이용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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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5월 11일 흐림 11도~25도


잎이 연두색에서 진녹색으로 변해가는 시기. 풀들도 한창이다. 이제 본격적인 풀베기 시기가 찾아왔다. 보통은 풀을 뿌리 채 뽑지 않고, 낫으로 베기만 한다. 뿌리와 함께 딸려오는 흙은 물론 이거니와 뿌리 근처에 살고 있던 미생물 등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쑥은 예외다. 지난해까지는 쑥도 그냥 뒀는데, 올해 쑥을 캐보니 뿌리가 뒤엉켜, 다른 나무나 풀의 뿌리가 자라는 것을 방해할 듯하다. 실제 옆으로 크게 자라지 못한 블루베리 근처엔 쑥이 엄청 많은 것 같은 느낌(사실이라기 보다는)이 든다. 



쑥을 뽑아보니 땅에 구멍이 나 있는 게 보인다. 게다가 쑥 뿌리에 찰흙이 뭉쳐져 함께 딸려 나온다. 쑥 뿌리 영향인 것인지, 아니면 뱀이나 두더쥐 구멍인 것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아무튼 쑥이 자란 곳의 흙이 너무 딱딱해서 다른 풀이나 나무가 자라기에는 좋지 않아 보인다. 흔히 말하는 떼알 구조가 되어야 할텐데...

찰흙에 유기물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블루베리 나무 주위에는 유기물을 매년 공급하고 있지만, 이제 그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쑥뿌리 캐기 작업으로 뭉친 흙을 풀어주고, 올 가을 쯤 퇴비를 한 번 뿌려줘야 하겠다. 


성장을 위해서는 그 조건을 맞추기 위한 작업에도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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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5월 10일 맑음 8도~26도


아까시 나무에 꽃이 피었다. 향기가 진동한다. 



보통 이렇게 꽃이 활짝 피었을 때면 꿀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들리는데, 올해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그동안 블루베리꽃에 몰려들었던 꿀벌들도 눈에 띌 만큼 줄었다. 벌레 피해를 막기 위해 마늘에서 추출한 기름 성분의 약을 쳤는데, 이 냄새가 영향을 준 것은 아닐가 은근 근거없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면 어디 맛있는 곳으로 옮겨 간 것일까. 



아까시 나무 옆에서 힘겹게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는 개복숭아 나무에 개복숭아 열매가 크고 있다. 지난해에는 벌레들 차지였는데, 올해는 어떻게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배나무 잎에는 적성병(녹병, 붉은별무늬병)의 흔적이 보인다. 아무래도 주위에 향나무가 있다 보니 별 수가 없다. 적성병의 원인이 되는 균이 향나무와 배나무를 오가기 때문에 이 두 나무를 모두 관리해야만 병균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 일단 포자가 생기기 전에 병흔이 보이는 나뭇잎을 다 따내버렸다. 



꽃봉오리를 맺었던 복분자가 활짝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2년 전 옮겨 심었다 죽어버린 구절초도 세 뿌리 정도 구해서 심었다. 어디에 심어야 하나 고심이 많았다. 구절초도 살아만 나면 주위로 퍼지는 속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적절하게 제어를 해주면서 키워야 한다. 일단 복분자와 상추 사이에 심어뒀다. 세력이 강한 것들끼리 근처에 두면 서로 적절하게 제어해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산딸기 삽목한 것도 구했다. 올해 잘 키워서 내년에는 옮겨 심었으면 한다. 



원추리도 열두뿌리 구했다. 원추리는 초봄 막 잎을 냈을 때 따서 나물로 데쳐 먹으면 맛이 좋다고 한다. 독 성분이 있어 크게 자란 후에는 되도록 섭취를 피하고 여린 잎일 때 데쳐먹어야 한다. 



원추리는 배나무 밑쪽에 심기로 했다. 워낙 풀들이 거세 관리가 어려운 곳이었다. 이 기회에 풀들을 정리하고 원추리 밭으로 꾸며보면 어떨까 싶다. 



풀을 정리하고 원추리를 심었다. 정리한 풀이 한아름이다. 원추리가 어느 정도 자라면 주위 풀들에 신경을 덜 쓸 생각이다. 원추리 주위만 살짝 정리해 줘도 훨씬 예쁘지 않을까 싶다. 


올해 이사 온 식구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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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5월 8일 맑음 10도~19도


데크 일부분이 오일스테인이 벗겨지면서 맨몸을 드러냈다. 오일스테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오일스테인을 한 번 바르면 1~2년 정도는 버틴다. 지난번 오일스테인을 바를 때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땀을 꽤 흘렸다. 올해는 더 더워지기 전에 얼른 오일스테인을 발라야 겠다고 다짐하고, 일을 벌였다. 



먼저 빗자루로 데크를 깨끗이 쓸었다. 오일스테인을 제대로 바르려면 기존의 칠을 사포 등으로 벗겨내는 작업을 해야겠지만, 그정도까지 할 여력이 되지 못한다. 만약 사포로 벗기는 작업까지 해야 한다면, 아마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적당한 타협점이 빗자루로 깨끗이 쓰는 정도. 


지난 번에는 붓으로 결 사이사이까지 꼼꼼히 발랐다.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쪼그려 앉아서 붓질을 하다보면 허리, 어깨, 무릎이 다 아파온다. 그래서 올해는 롤러로 오일스테인을 발라보기로 했다. 



오일스테인을 바른 쪽과 바르지 않은 쪽과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지난번에는 1차 바르기에 3시간 정도 걸렸다. 이번에 롤러로 바꾸면서 시간은 조금 당겨졌다. 2시간 30분 정도. 날이 흐려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같은 동작을 두 시간 넘게 무한 반복하다보니 막판 20~30분 정도는 슬슬 땀이 나기 시작한다. 더운 날이었다면, 지난번처럼 고생 좀 했을 법.



1차 도포 후 다섯 시간 쯤 지나서 2차 바르기를 시작했다. 두 번 바르기를 통해 덮어 바르기를 하면 데크 나무의 뒤틀림이나 썩는 것을 방지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은 당연한 일일 터. 롤러로 처음 하면서는 이곳 저곳에 튀면서 손목 쪽에도 상당 부분 묻는 낭패를 경험했다. 두번째 하면서는 요령이 생겨 나뭇결 사이사이로도 충분히 스며들면서 손목이나 주위로는 덜 튀게 바를 수 있었다. 



하지만 오일스테인이 조금 부족했다. 할 수 없이 20% 정도는 1차 도포에 그치고 말았다. 1차와 2차 사이의 경계가 뚜렷하다. 롤러로 하면서 좀 더 쉬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쪼그려 가면서 일을 하다보니 온 몸이 아프다. 다음엔 롤러 손잡이에 긴 막대기를 달아서 서서 바를 수 있도록 해야겠다. 1차 바르기 후 2차 바르기까지 끝내고 나니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루 이틀은 지나야 냄새가 사라질 듯하다. 서너시간이 흐른 후 어느 정도 오일스테인이 말랐지만, 끈적거림이 조금 남아있는 듯하다. 충분히 마른 후에 사용하는게 좋을 것 같다.  


오일스테인 바르기도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듯하다. 처음부터 알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뭐, 영영 모르는 것보다 낫지 싶다. 우리도 가끔 데크에 오일스테인을 바르듯, 치명적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오일스테인을 정신에 바를 수 있다면 좋겠다. 아마도 정신의 오일스테인은 명상이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뒤틀리지 않고 썩지 않는 정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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