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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만에 시나리오 쓰기 - 친구 매스컬처 시리즈 1, 마음으로 영화 쓰는 법
비키 킹 지음, 이지영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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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생은 실천하는 것이다. 실천하는 것이 인생이다. 엎치나 매치나.

이것은 영화 뤽베송의 '서브웨이' 첫 장면에 등장하는 자막이다. 영화 속 주인공 렘브란트는 지하철이라는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성사시키고 죽어간다. 밴드만들기. 그게 자신의 꿈이었으며 결국 그것을 해낸다.

시나리오 쓰기. 이건 나의 꿈이기도 하다. 대부분 호흡이 짧은 시나리오 몇편에 그쳐버리고 있지만 언젠가 장편에 꼭 도전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실천을 하지는 못한체 세월만 훌~훌~. 실천하지 못하는 삶, 아직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한 것인가? 그런 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됐고 과감히 지폐를 건넨 대가로 나의 안방에 이 책을 꽂아둘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나의 인생을 찾아 길을 떠나게 됐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이곳에서 출발한다. 누군가 이 책을 읽었다면 바로 그 순간 벌써 시나리오는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책을 읽는 기간이 21일이 더 걸릴 수도 있다. 나의 게으름을 매일매일 탓하며 허송세월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 관심을 가진 그 순간 나의 시나리오 작업은 벌써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책에 쓰여진 대로 그대로 따라하기는 힘들 것이다. 아마 책에 쓰여진 방식대로 사람들이 살아가고 행동할 수 있었다면 모든 사람들이 성공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성공할 수 없듯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21일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할 순 없으리라.

그러나 책을 집어든 순간 나는 벌써 한걸음 시나리오를 향해 내걸었으며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일단 한줄 쓰여진 시나리오는 그 시나리오의 주인공들의 아우성에 의해 계속 쓰여져 나갈 수 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힐 수 있는 세세한 일에 대한 조언이라고 하겠지만 보다 더 큰 것은 시나리오라는 것이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는 것이다. 내 자신의 시나리오 속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생명체임을 자각하는 그 순간 나의 시나리오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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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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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뭐니뭐니해도 귀신이야기가 최고다. 오싹한 귀신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열대야는 저만치 사라져간다. 그런데 꼭 귀신이야기라고 해서 납량물일 이유는 없다. 사랑의 따스함이 온건히 가슴에 와 닿는 동화같은 귀신이야기도 있는 법.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에 나오는 단편들이 바로 그렇다.

어렸을 때 죽어버린 아이가 귀신이 되어 성장한 모습을 차례차례보여주는 '철도원', 망자가 직접 나타나지는 않지만 죽은 이의 편지가 마음 속 깊은 암흑으로부터 뚫고 나와 빛이 되는 '러브레터',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나타나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대신해주는 '백중맞이' 등등.

<철도원> 속 단편 주인공들은 저마다 아픈 현실속에서 살아가다 망자를 맞이한다. 그들은 망자를 보면서 절대로 무서워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그 망자들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들을 위로하고자 나타난 것이기에. 망자의 이러한 사랑은 그들을 맞이하는 주인공들의 망자에 대한 이해로 더욱 빛나게 된다. 왜 그들이 현실 속에 나타나 자신을 돕는지를, 위로하는지를 깨달아 주기 때문에 그들의 출현은 빛을 발한다. 서로간의 자리를 이해해주는 사랑의 정신이 소설 전체에 깔려있어 그 따스함을 책을 잡고 있는 손끝에서 바로 느낄 수가 있다.

아~, 사람에 대한 사랑이란 이렇게도 따스한 것이구나. 죽어서도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 미움과 한이 가득찬 귀신이 되기 보다는 애정과 관심을 갖는 귀신이 된다는 것. 소설이 직접적으로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진 않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귀신이 될 수 있다면 죽는것조차도 두렵지 않을듯 싶다. 가슴 한 켠을 따뜻이 적셔주는 동화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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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와' 함성이 울린다. 장막이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조용필은 다시 한번 '기도하는'을 외친다. 또다시 쏟아지는 함성소리. 작년 8월에 열렸던 콘서트의 서막이다. 직접 가서 본 것도 아니지만 그 순간의 감동이 거세게 밀려온다. 도대체 이 벅찬 감동의 정체는 무엇인가?

35년이라는 세월을 자신이 사랑한 일에 한결같이 헌신하는 삶이란 자랑스러워 할 만하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를 존경해도 된다. 아무도 욕하지 않을 것이다. 딴따라를 넘어서 예술의 경지로 대중음악을 이끈 작은 영웅은 아직도 노래를 부를땐 가슴이 심장이 들뜬다고 한다. 사랑하는 여인마저도 세월이 지나면 두근거림이 사라져갈 터인데 오직 노래를 부른다는 그 행위 하나만으로 아직도 가슴이 뛴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목석마냥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의 정열은 하나의 열병이다. 그의 노래를 듣는 이순간 나의 몸은 뜨거워질테지만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듯 깨끗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열병의 기억은 뇌리속에 남아 또 다시 누군가의 심장소리를 듣는 순간 가차없이 발병할 것이다.

난 나의 심장소리를 듣고 그 열병이 도지길 바란다. 무엇인가에 쿵쾅쿵쾅 뛸 수 있는 심장을 가지고 있으니 기어코 언젠가는 그 심장을 신나게 뛰도록 만들리라. 무대위에서 열정적으로 자신을 불사르는 저 킬리만자로의 표범 조용필이 있지 않은가? 이미 50을 넘은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는 듯 그 쏟아지는 비 속에서도 그의 몸은 뜨겁다. 나도 뜨거워지길 바란다. 살아있다는 것은 바로 그 뜨거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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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 누워있으면 한없이 약해진다. 그래서 조그만 친절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샘솟는다.

날마다 아픈 사람을 보아야 하며 그들의 불평을 들어주어야 하는 간호사. 왠만해서는 짜증을 낼만도 하건만 무던히도 잘 참아낸다. 더군다나 형식적 친절이 아니라 웃음까지 안겨주며 쾌활하게 일하는 그네들을 보면 이건 감동이다.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아파도 웃게 만드는 힘을 준다는게 얼마나 고귀한가?

이네들을 보면 뭐 인생 별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웃으며 사는 거지 하며 말이다. 그래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보면 명랑체육대회일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뛰어야하지만 말 그대로 명랑하게 갈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겠는가?

명랑극장, 명랑만화, 명랑소년, 그리고 명랑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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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2-20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게 사십시오! ^^

하루살이 2004-02-22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게]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힘 내겠습니다
 

일주일 정도 병원에 입원해 있던 날. 죽을지도 몰랐었다는 안도감 속엔 무엇인가 허무함이 밀려왔다. 병원 침상에서 누워있으면서 내 머리속에선 누구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은 것이다.

보고싶은 사람 하나 없다니... 이제 30을 갓 넘게 살아온 내 삶에 있어서 기억해 두고 싶은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이 과연 내가 제대로 인생을 살아온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물론 부모님의 얼굴이 안떠오르는 것은 아니나 이건 내가 연락이 안되면 필경 걱정이 크시겠지 하는 염려였을뿐 보고싶다 라는 느낌과는 조금 달랐던듯 싶다.

반대로 내가 아는 그 누군가가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과연 내 얼굴을 보고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이것또한 99%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것은 병상이라는 곳이 나를 비관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일까?

예전부터 난 이렇게 생각해왔다. 내가 죽었을때 그냥 사람들이 무덤덤하게 보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도록 하자. 누군가가 애타게 눈물을 흘리도록 만들지 말자. 그래 그냥 바람처럼 와서 이슬처럼 가버리자.

하지만 이젠 재고해봐야 하겠다. 이번 경험은 분명 나에게 있어 무엇인가 텅 비어있음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모든 것을 안을 수 있는 텅 빔이 아니라 허전함과 막막함을 느끼게 만드는 무중력 상태의 빈 상태. 무엇을 꼭 채워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 속에 나와 교류할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후회가 스며든다. 사람이란 분명 혼자 길을 걸어야 할 운명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체온을 지닌 또 하나의 손을 주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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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2-20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의 사고가 님을 참 많이 성숙시켰나 봅니다.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진한 느낌이 전해져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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