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108분 감독 임순례 출연 황정민 현빈 강기영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당한 23명의 대한민국 국민. 이들을 구하기 위해 외교부 실장과 국정원 해외요원이 탈레반과 교섭에 나선다. 외교부 실장(황정민)과 국정원 요원(현빈)은 교섭의 방식이 다르지만 국민의 목숨을 살려야 한다는 목표만은 똑같다. 영화가 진행되면 두 사람의 갈등은 같은 목표 속에서 씻겨내려가고,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국가란 국민의 목숨을 지켜야 하며, 국가의 일을 하는 공직자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 목표를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당위가 실현되는 과정이 묵직하게 그려진다. 


1. 몰입과 이입

영화 [교섭]의 감독은 [와이키키 브라더스][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리틀 포레스트]등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이다. 임 감독의 영화들은 화려함 보다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잔잔함이 특징이라 보여진다. 꿈이 현실과 부딪혀 부서져 가기도 하고, 현실을 이겨내고 성취하는가 하면, 잠시 숨을 돌려 다시 힘을 갖기도 한다. 이 과정 속의 인물들에 천천히 스며들면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들 속 주인공들은 감정의 파도가 일렁이기 보다는 감정이 흘러내려가듯 그려진다. 그리고 관객은 이 주인공들에 이입이 되어 눈물과 웃음을 짓는다. 

그런데 이번 영화 [교섭]은 영화 속 인물들에 이입을 허용하지 않는 듯하다. 인질들의 묘사는 거의 없다시피 하며, 오직 두 주인공의 교섭 과정 속 갈등과 화합 만을 찬찬히 그려내고 있다. 이런 목표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액션 장면 또한 한 시퀀스에 그친다. 다만 교섭이 이루어졌다 깨지고, 다시 새로운 교섭을 이끌어내고 하는 과정에 몰입이 강하다. 감독의 의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입 대신 몰입을 택한듯 보여진다. 그리고 이 선택이 순전히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2. 국가와 개인

국가란 허상이다. 실체가 없다. 다만 국가를 이루는 국민은 실체를 지니고, 이 국민들이 정부를 만들어 국가의 일을 한다. 개인이 아닌 거대 집단으로서의 국가는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 이상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국가를 이룰 필요가 없다. 

국가의 장점이란 바로 국민 개개인의 생명을 지켜내고,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며, 재난이 발생 시 극복할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실체가 없는 국가가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일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책임이 된다.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공무원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개인적으로 영화 [교섭]은 소위 공무원이라고 하는 국가의 대행업자(? ^^;)들의 바람직한 태도를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마저도 기꺼이 바칠 수 있을 만큼의 각오를 지닌 사람들. 영화 [교섭]은 공무원들의 필수 관람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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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차례 죽음과 마주친다.

하지만 나무가 얼어 죽거나 풀을 뽑으면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진 않는다. 반면 도로 위에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보면 죽음이 떠오르고, 안타까움이 인다. 하지만 그 안타까움은 잠깐일 뿐, 자동차가 도로 위를 지나가듯 그 감정도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한 번이라도 쓰다듬었거나, 먹이를 주었던 상대의 죽음은 허전함을 넘어 슬픔의 감정이 솟구친다. 만약 그 상대가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훨씬 커진다. 


이렇게 죽음 앞에서 느끼는 감정의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식물과 동물, 사람의 차이는 아무래도 유전자적 유사성의 정도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유전자와 가까운 상대에게 감정의 변화도 커지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하지만, 유전자의 닮은 비율이 비슷한 경우에도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이가 발생한다. 같은 동물이 죽었다 하더라도, 예를 들어 고양이의 경우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 보다는 지나치며 자주 보았던, 먹이라도 한 번 주었던 고양이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 그 차이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차이를 설명하는 단어가 바로 정情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정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정이 넘치는 사람도 있고, 정이 부족한 사람도 있다. 여하튼 우린 서로 정을 주고받는다. 정을 더 많이 주는 대상이 있기도 하고, 정을 많이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주고받기는 하지만 정은 좀처럼 계산되지 않는다. 딱 이만큼 만 정을 주어야지, 또는 받은 만큼만 주어야지 같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간혹 정에 휘둘리기도 한다. 이렇게 통제되지 않는 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휘둘리지 않는 선에서 풍성하면 좋겠다. 죽음 앞에 너무나 무덤덤해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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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2월 9일 맑음 영하 7도~10도


입춘이 지났지만 땅 속은 아직 꽁꽁입니다. 한낮의 온도가 10도에 육박했지만, 땅 속 언 곳을 녹이기에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농사를 지을 땅의 상태를 아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물을 심기 전 꼭 토양검정을 합니다. 이를 통해 시비처방서를 받는데요, 흙 속에 작물이 필요한 것 중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냥 감으로 하는 농사가 아니라 과학적 농사를 위한 필수선행작업입니다.




토양시비처방서를 받기 위해 토양을 떠서 농업기술센터에 맡겨야 하는데, 땅 속이 얼어 '곡괭이'를 동원했습니다.^^; 마치 흙이 타임머신을 타고 흙이 되기 전 상태인 돌로 다시 돌아간 듯합니다.^---^ 흙이 녹기 시작하면 이곳저곳에서 토양검정을 맡기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일이 밀리면서 시비처방서가 늦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곡괭이질에 몸은 조금 고달퍼도 조금 서둘러 봤습니다. 밭의 3~5군데에서 겉흙을 살짝 벗겨내고 20cm 깊이까지 흙을 파내어 섞어주었는데, 흙이 얼음덩어리 같아서 녹인 후에 농업기술센터에 맡겨야 할 듯 싶네요. ^^ 그동안 유기물 함량이 많이 늘어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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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초순. 입춘이 지나면서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영하로 차갑지만, 낮엔 영상 5도 이상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한낮의 따듯한 햇볕의 영향인지 둑방엔 벌써 갯버들이 꿈틀댄다. 



다양한 풀과 나무들이 어떤 조건만 맞는다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각자의 DNA에 새겨진 정보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일테다. 앞으로 추위가 완전히 가신 것인지, 혹독한 꽃샘추위가 올 것인지와 상관없이 지금까지의 축적된 정보가 조건에 들어맞는다면 작동하는 것이다. 


뚝방의 갯버들이 꿈틀대는 시간, 조금 떨어진 비닐하우스의 자동개폐기가 측창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이 또한 하우스 안의 온도가 정해 놓은 온도에 도달하면 자동적으로 문을 열고 닫아 환경을 제어(적응)하도록 프로그래밍 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비유가 자연의 스스로 그러함이 기계의 프로그램 마냥 움직이는 것 같아 기계론적 사고로 보여 주저하게 되지만, 실상이 그러하다. 


우리 또한 어떤 조건에서 갑자기 욱! 하거나 웃!거나 슬퍼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데, 잠깐 생각해보면 이 또한 별반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어떤 부분은 DNA 즉 그야말로 본능적일 것이며, 어떤 부분은 습관(불교적 표현으로는 업, 까르마가 되지 않을까)으로 인한 것이리라. 


그래서 생각해보건데 감정이 요동칠 때는 잠깐 그 순간을 고요히 드러다보고, 그것을 밖으로 그대로 표현해도 괜찮을지를 물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갑작스러운 꽃샘추위가 다가올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러니 쉽진 않겠지만, 또한 단번에 되지도 않겠지만, 감정이 요동칠 땐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좋겠다. 꽃샘추위에 얼어죽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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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2월 5일 맑음 영하 9도~영상 6도


올 겨울은 영하 20도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 날이 많았다. 겨울이 이렇게 추우면 이듬해 농사에서 병해충이 줄어든다고들 한다. 벌레들이 겨울을 나기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입춘이 지나자 날씨도 점차 봄기운이 서려 있는듯하다. 오후에는 햇살이 내비칠 때면 제법 따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블루베리 가지에는 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지치기를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가지마다 움을 트기 시작한 눈을 모두 키우기 위해 양분을 소모하는 것을 막고, 양질의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선 꼭 해야만 하는 작업이다. 작게 자란 잎가지나 아래로 처진 것, 복잡하게 얽힌 것 등을 잘라준다. 블루베리 1주의 가지치기를 하는데 대략 10분 정도 걸리는 듯하다. 오후 날이 따듯한 2시간 정도만 가지치기를 했다. 이렇게 해 간다면 열흘 정도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에만 해야 하니 대략 한달이 더 걸릴 것 같다. 날이 더 풀리면 하루 네 다섯시간은 해야 3월 초까지는 마무리 할 수 있을 성 싶다. 



가지치기를 하다보니 올해도 갈색날개매미충이 산란한 가지들이 간혹 보인다. 유독 추웠던 날씨에도 불구하고 월동을 하고 버텨낸 것들이다.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다. 이렇게 피해를 입은 가지가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련지 걱정이다. 


올해는 3월초 쯤 유황을 뿌려 초기 방제를 해 볼 심산이다. 다른 해와 달리 잎이 나기 전 유황으로 방제를 함으로써 벌레 피해가 줄어들지 살펴볼 것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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