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6월 30일 비 


밤새 비가 엄청 쏟아졌다. 새벽에 문을 쾅쾅 두두리는 소리가 난다. 이웃 복숭아 주인이시다. 집과 과수원으로 올라오는 길이 토사로 막혔다고 한다. 



길 한쪽 사면에 방수천(갑바)으로 처리해둔 곳이 시간이 지나면서 천이 삭아 이번 비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다. 대략 트랙터 바가지로 2 바가지 분량이다. 많다면 많은 양이지만, 이만큼 내린 비에 쓸려 내린 것이 이 정도라면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든다. 왕래하는 차라고 해봐야 이웃집 과수원과 내가 다니면 되니 큰 지장은 없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아침에 일을 보아야 하고, 복숭아 과수원도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간 시기인지라 길을 터놓아야 했다. 과수원집 주인과 힘을 합쳐 1시간 정도 삽질을 하니 길이 트였다. 오가는데는 문제가 없겠다. 


하지만 일단 길만 터 놓은 상태인지라 다시 큰 비가 내린다면 흙이 또 밀려내려올 가능성이 높다. 큰 비가 더 이상 내리지 않기를 빈다. 물론 비가 내리고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내가 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마땅한 대책을 세우기가 난감하다. 장마가 끝나면 다시 방수천을 대야 하나 고민해보지만, 방수천을 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흙이 쓸러내려가지 않고 물이 빠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에게도 길이 필요하다. 길이 없을 때 물은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다. 그 길이 토사를 쓸어내려가고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길은 바로 잡혀야 한다. 장마가 끝나고 태풍이 오기 전 길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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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6월 26일 맑음 24도~31도


비가 오고 나서 풀이 쑥쑥 자란다. 정말 기세가 무섭다. 지금 한 번 쳐주지 않으면 풀을 베는데 훨씬 많은 힘을 들여야 한다. 풀을 베는 속도가 풀이 자라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블루베리밭에도 풀이 무성하다. 열매를 따느라 풀 정리를 하지 못하면서 점점 풀의 키가 블루베리 높이만큼 자라려 한다. 열매 따는 것이 분명 먼저일 테지만, 하루 이틀 늦게 딴다 해서 과숙성 될만큼 뒤쳐진 것은 없어 보인다. 일단 하루 이틀 정도는 풀 베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블루베리 나무 주위의 풀은 뽑아냈다. 베어주는 작업이 너무 번거로워서다. 풀뿌리와 블루베리 뿌리 주위에 형성된 미생물 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좋겠지만, 어느 정도 타협을 보아야만 할 성 싶다. 그래서 풀을 뽑다 보니 뿌리와 함께 속 흙도 드러난다. 문제는 간혹 굼벵이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어떤 나무 밑에서는 굼벵이 숫자가 50마리를 넘었다. 아직 어린 것들이 많은 것을 보니 굼벵이가 이곳에 새끼를 친 것이 얼마 안 된 모양이다. 굼벵이가 뿌리를 해치지만 않는다면야 궂이 처리를 하지 않고 놔두어도 될테지만, 블루베리 뿌리를 갉아먹는 등의 피해가 막심하다. 블루베리 나무마다 다 뒤져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풀을 뽑으면서 굼벵이가 나타나는 나무들만 흙을 뒤집어 살펴본다. 톱밥 등의 유기질이 많다보니 굼벵이가 살기에도 좋은 터인 모양이다. 


농사는 결국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는데, 양분의 균형과 함께 뭇 벌레와의 균형을 찾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노린재, 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각종 나방류 및 개미 등등. 화학농약 없이 이들과 건강한 균형을 찾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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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6월 26일 맑음 24도~31도


욕심은 그냥 두면 커지기 마련이다. 욕심을 덜어내기 위해선 마음가짐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 마음가짐을 바꾸는 데에는 힘이 필요하다. 즉 우리가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기에 욕심을 줄이는 일에 힘을 쓰다보면 지치기 마련인 것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욕망을 억누른 상태로 있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다. 


실제 학자들의 연구를 보면, 분노든 욕망이든 억제나 자제하는데는 힘이 들기에 억제나 자제해야 하는 순간을 하루에 여러 번 마주하게 되면, 점차 억제나 자제가 어렵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그렇다면 억제한다거나 자제하는데 힘을 쓰지 않기 위해선 그 욕망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즉 욕망에 따르지 않기 위해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욕망 그 자체를 인지, 또는 인식하고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이다. 또는 욕망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거나 순리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블루베리는 알의 굵기가 다소 작다. 올해 열린 것 중 절반 정도만이 지난해 수준의 크기다. 나머지는 지난해에 비해 작게 느껴진다. 가뭄 탓도 있겠지만, 작은 것들을 보니 덜 솎아준 것들이 많다. 즉 한 가지에 2~3화방 정도만 남겨둬야 하는데, 몇 몇 그루는 4~5화방이 남겨져 있다. 그러다 보니 열매는 송이송이 많이 맺혔지만 그 크기가 굵지 않은 것이다. 


올 봄 한 가지마다 화방이 많은 것은 8~9개 까지 달렸다. 그러다 보니 절반을 쳐내도 4~5화방이 남은 것이다. 무려 절반을 솎아냈으니 많이 솎아냈다는 착각을 한 것이다. 얼마나 솎아냈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몇 개를 남겨두었냐가 중요한 데 말이다. 필요한 것만 남겨 두고 나머지를 모두 덜어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집 정리를 하기 위해 물건을 버릴 때도 과감히 버리지 못하는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꼭 필요한 것만 제외하고 덜어내기, 비워내기. 알차게 살기 위해선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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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6월 23일 장마 시작 20도~30도



오미자가 열매를 맺지 못한 가지들로 북적인다. 이래서는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 같아 정리를 해줘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열매를 맺은 가지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잘라냈다. 



잘라낸 가지가 산더미다. 하지만 자르지 않고 남은 가지가 너무 앙상한 것이 아무래도 무엇인가 잘못한 듯한 느낌이다. 가지치기를 하기 전에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늦었지만 잠깐 오미자에 대해 검색해봤다. 


역시나.... 오미자가 열매를 맺는 가지는 2년차 이상부터라고 한다. 올해 새로 난 가지에서는 열매를 맺지 않는 것이다. 어찌보면 대부분의 과수처럼 어린 나무는 열매를 맺는 대신 성장에 집중하는 게 당연한 것인데. 어지러운 것을 정리한다는 마음이 앞서, 실수를 한 것이다. 열매를 맺고 무르익는데는 항상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 시간을 무시했으니, 올 1년을 그냥 흘려버린 셈이다. 대신 잘라낸 가지 중 삽목을 위해 튼실한 것을 골라 가지를 정리했다. 어디에 심을지 아직 정하진 못했지만, 일단 묘목부터 만들어볼 생각이다. 이는 잃어버린 1년에 대한 조그마한 보상이 되지 않을까. 


열매를 맺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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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삶의 단편을 잘 보여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가 끝났다.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현실과 밀착해 그림으로써 삶의 희로애락을 느끼게 해준 감동의 드라마였다. 


새롭게 시작된 드라마들은 대부분 현실 속 일상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물론 그런 배경과 사건들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일상의 감동에 취했던 시기가 지나자 이번엔 극적 재미가 그리웠나 보다. 최근 시작한 드라마 중 [인사이더]와 [환혼]이 눈길을 끈다. 이 두 드라마는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던 플롯을 가져왔다. 



[인사이더]는 사법연수원생이 교도소로 잠입해 수사하던 중 일이 어긋나면서 할머니를 잃고 신분이 잊혀지는 신세가 된 후, 이 난관을 극복하면서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액션 서스펜스극이다. 이 이야기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떠올리게 한다. 억울한 감옥살이, 감옥 안에서 만나게 된 스승, 탈출 후 복수라는 플롯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환혼]은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다른 사람의 몸을 빌린 살수와 기문이 막혀 무술을 익힐 수 없었던 주인공이 사제가 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다. 20세기 무협소설의 대명사인 김용 작가의 플롯을 연상시킨다. [사조영웅전]을 비롯한 김용의 무협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무협 드라마에 반할 듯하다.  


장마와 이후 이어질 무더위를 두 편의 재미있는 드라마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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