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7월 18일 비 온 후 갬 21도~27도



장장 2주간이었다. 블루베리밭의 풀을 뽑아내는 작업이 마무리 됐다. 마음은 급했지만 속도는 더뎠다. 골 하나를 끝마치는데 평균 2시간이 걸렸다. 2시간 동안 풀을 뽑고 나면 손아귀가 얼얼하다. 몇일 계속하다보니 주먹을 쥐면 손목이 아플 정도다. 



이렇게 뿌리째 뽑아버린 풀들은 다시 싹이 나서 자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처음 제초작업을 했던 골은 뿌리를 뽑는 대신 낫으로 베었는데, 뒤돌아보니 벌써 무릎 께다. 하지만 그 뒤에 뿌리를 뽑아놓은 골은 아직까지는 풀이 많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 겨우 한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그래도 갈 길은 멀다. 체리 밭의 망초는 이미 허리춤까지 자라 꽃을 활짝 피운 상태다. 체리밭은 풀을 뽑지 않고 벨 생각이다. 경사가 있는 곳이라 풀뿌리를 뽑아 버리면 큰 비에 흙이 쓸려내려갈 수 있어서다. 체리 밭의 풀베기를 포함해 고추와 깨를 심어 놓은 곳, 진입로, 옥수수 심은 곳, 개집 주위, 도라지 심은 곳 등등 여전히 풀을 제거해야 할 곳은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그래도 블루베리밭을 끝내 놓으니 한 숨을 돌린다. 


한 줌 한 줌 뽑아낸 풀로 인해 훤해진 블루베리밭을 보고 있자니 뿌듯해진다. 다만 풀을 뽑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개미들이 너무 많다. 풀 뿌리 쪽에 집을 지어놓은 개미들이 알을 엄청 낳아 놓기도 했다. 풀을 뽑으면서 개미에게 수차례나 물렸다. 따끔따끔할 때 쳐다보면 개미가 있다. 집 안에도 개미가 많은지라, 개미를 적당히 억눌려야 할 필요가 있다. 딸내미 말 마냥 정말 어디서 개미핥기라도 데려오고 싶은 심정이다. 생태계의 균형을 이야기하지만, 이 균형잡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한다. 마음의 균형은 중용 또는 중도일터. 삶도 농사도 균형을 잘 잡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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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7월 17일 맑음 20도~29도



배(신고)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열매 굵기도 좋다. 지금까지 정말 잘 자라주고 있다. 올 가을 따먹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움튼다. 



사과(부사)도 제법 열려서 잘 크고 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몇 개 정도는 벌레 피해가 보이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벌레 피해를 막기 위해 BT제와 마늘 추출물을 뿌려줬는데, 이번에는 병을 막고 잎을 튼튼히 하기 위해 황과 칼슘을 잎에 뿌려줬다. 그런데 희석을 많이 하지 않고 농도를 진하게 줬더니 약해를 입었다. 



같이 뿌렸던 배와 대추나무는 피해가 없는데, 유독 사과나무잎만 약해가 생겼다. 그중에서도 부사 품종이 심각하다. 잎이 타들어간 것이다. 새 잎은 피해가 거의 없지만 오래된 잎들이 많이 탔다. 이번 피해를 이겨내고 잘 자라주면 좋으련만....


역시나 과한 것은 좋지 않다. 영양제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과유불급. 타버린 사과나무잎을 보며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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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7월 17일 20도~29도 맑음


사과나무와 배나무에 BT제를 뿌리면서 대추나무에도 친환경약제를 뿌렸다. 역시나 대추나무에도 선녀벌레와 갈색날개매미충이 상당수 보인다. 올해 이 두 해충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면 올 겨울 극심한 추위가 없는한 내년엔 큰 피해가 예상된다.



대추나무 두 그루 중 지난해 잘 자라지 못했던 한 그루가 올해는 빨리 크면서 열매도 많이 맺혔다. 반면 지난해 크게 자랐던 나무는 올해 시원치 않다. 해걸이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번갈아 이렇게 자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에는 대추 열매가 꽤 열렸음에도 정작 다 익어가는 시기에 따먹은 것은 고작 두 개였다. 체리와 대추는 맛보기가 정말 어렸다. 

올해는 친환경 약제를 통해 병충해 피해를 최소화해볼 심산이다. 



일찍 열린 대추 열매는 벌써 방울토마토만큼 자란 것도 있다. 반면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가지도 있다. 비슷한 속도로 자라지 못하고 열매를 맺는 시기도 크기도 제각각이지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라는 심정이다. 아무튼 올해 대추 열매 맛좀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배나무에 열린 배 몇 개는 자라지 못하고 까맣게 죽어가는 것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구멍이 뚫려 있다. 아무래도 벌레가 뚫어놓은 듯하다. 벌레 피해로 까맣게 된 것인지 아니면 병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다른 열매로 번지지는 않은 듯하다. 올해는 과연 가을 수확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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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7월 16일 흐린 후 비 20~27도


풀베기를 하는 와중에 블루베리에 선녀벌레가 몇 마리 보인다. 올해는 선녀벌레를 비롯해 갈색날개매미충 등이 극성이다. 아마도 겨울이 춥지 않아 월동을 많이 한 듯하다. 


꽃매미를 포함해 이 세 해충은 아직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5월 중에 작물 주위의 숲이나 풀에 약제를 뿌려 방제를 해야 한다고 한다. 풀과 함께 키우는 나의 농사는 친환경 약제를 활용해 이 시기에 사전 방제를 해야 했다. 하지만 5월은 한창 이것저것 바쁜 시기인데다, 먹이그물과 같은 생태계의 힘을 믿고 놔둔 탓에 해충들이 득세했다. 올해 블루베리가 상당 수 죽은 것을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해충으로 인한 탓이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 방제에 신경을 써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간만에 둘러본 사과나무에도 선녀벌레가 극성이다. 잠깐 가지를 흔들어보니 선녀벌레 수십 마리가 날아다닌다. 여기에 갈색날개매미충도 여럿 보인다.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나무도 시들시들하고, 사과도 따먹지 못할 판이다. 


친환경미생물제인 BT제와 마늘추출물을 희석해 사과나무와 배나무에 뿌렸다. 희석한 약물을 듬뿍 받은 개체는 죽는게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은 도망갔다 다시 찾아오기를 계속 반복한다. 아무래도 나무에 해를 가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개체수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서너 번 정도 더 약제를 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방제를 하고 나면 이제 새 피해를 막을 방책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새를 막을 그물이나 한랭사를 나무에 하나씩 쳐두는 것이 어떨까 궁리 중이다. 


천적 등의 얽히고 설킨 순환의 완성은 너무나도 멀고 먼 길이다. 10년을 이렇게 놔 두면 순환의 힘이 작동할까? 이제 5년에 접어들면서 계속 피해를 보고 있자니, 적당한 수로 관리를 하기 위한 친환경 약제나 물리적 방책을 강구해야만 할 것 같다. 자연 그대로가 아닌 자연을 닮은 농사이기에, 인위적 힘을 적절히 사용해야 할 터이고, 이를 어떻게 최소화해서 최대의 효율을 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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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7월 15일 맑음 21도~31도



오늘 새벽의 수확. 양배추 잎 몇 장은 샌드위치에 쓸 것. 복분자는 씻어서 냉동실로. 블루베리는..... 아~ 정말! 오늘 딴 블루베리는 중생종으로 보인다. 6월 집중적으로 수확했던, 그리고 새에게 절반을 바쳤던 듀크라는 품종은 조생종이다. 중생종 블루베리는 듀크와 다른 곳에 5그루 심겨져 있는데, 봄에 가지치기 이후 거의 방치상태였다. 그런데 오히려 이 블루베리가 알도 굵고 잘 익었다. 게다가 새 피해도 없다. 물론 이 품종이 듀크보다는 당도가 떨어진다. 나이도 많이 먹어 수확 가능한 연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새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콩이나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 이동한 모양이다. 그리고 사과가 익을 때 쯤이면 또다시 찾아올 것이다. 새들도 철 따라 먹을 것이 있는 곳을 찾아 지도를 그려놓은 듯 이동하는 것 같다. 이곳 블루베리 밭은 6월의 제철 식당이라고 소문이라도 난 모양인가. ^^;



요즘은 2주 가까이 블루베리밭 풀을 제거하고 있다. 한여름 계속해서 풀과 싸우기 싫어 올해는 낫으로 베지 않고 호미를 이용해 뿌리까지 뽑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풀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소위 잡초라고 부르는 것들은 맨 땅, 즉 흙이 드러난 곳엔 어김없이 나타난다. 마치 그들의 사명인 양. 하지만 줄기를 베인 풀들이 다시 자라는 속도보다는 아무래도 떨어진다. 씨앗이 떨어져 다시 싹을 내며 자라야 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풀을 뽑고 또 뽑다 보니 손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주먹을 쥐는 것이 힘들 정도로 통증이 있다. 오른쪽 약지는 어떤 풀에 베었는지 모르겠지만, 안에서 곪기 시작한 모양이다. 약간 부어오르면서 꽤나 아프다. 왼손 새끼손가락은 풀의 가시에 찔렸는가 보다. 빨간 점이 보이고 누르면 아프다. 


새도 벌레도 이런 풀 속에 숨어서 왔다 갔다 한다. 그 와중에 작물이 피해를 입는다. 생태계의 순환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면 이들의 천적이 등장해 균형을 잡아줄 터이지만, 아직 순환은 미완성인 모양이다. 그래서 피해만 점점 커진다. 순환의 완성을 위해 풀을 뽑지 않고 계속 베어줬지만,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다. 풀을 통째로 뽑는 것을 주저하다 결국 뽑기로 마음먹었고, 그 통에 몸이 특히 손이 울부짖고 있다. 


풀과의 싸움은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결코 패하지 않는 적을 두고 계속 싸움을 걸어봤자 그 결과는 뻔하다. 올해 블루베리 피해를 입으며, 풀과의 공존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그 고민이 깊어진다. 해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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