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7월 15일 맑음 21도~31도
오늘 새벽의 수확. 양배추 잎 몇 장은 샌드위치에 쓸 것. 복분자는 씻어서 냉동실로. 블루베리는..... 아~ 정말! 오늘 딴 블루베리는 중생종으로 보인다. 6월 집중적으로 수확했던, 그리고 새에게 절반을 바쳤던 듀크라는 품종은 조생종이다. 중생종 블루베리는 듀크와 다른 곳에 5그루 심겨져 있는데, 봄에 가지치기 이후 거의 방치상태였다. 그런데 오히려 이 블루베리가 알도 굵고 잘 익었다. 게다가 새 피해도 없다. 물론 이 품종이 듀크보다는 당도가 떨어진다. 나이도 많이 먹어 수확 가능한 연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새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콩이나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 이동한 모양이다. 그리고 사과가 익을 때 쯤이면 또다시 찾아올 것이다. 새들도 철 따라 먹을 것이 있는 곳을 찾아 지도를 그려놓은 듯 이동하는 것 같다. 이곳 블루베리 밭은 6월의 제철 식당이라고 소문이라도 난 모양인가. ^^;
요즘은 2주 가까이 블루베리밭 풀을 제거하고 있다. 한여름 계속해서 풀과 싸우기 싫어 올해는 낫으로 베지 않고 호미를 이용해 뿌리까지 뽑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풀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소위 잡초라고 부르는 것들은 맨 땅, 즉 흙이 드러난 곳엔 어김없이 나타난다. 마치 그들의 사명인 양. 하지만 줄기를 베인 풀들이 다시 자라는 속도보다는 아무래도 떨어진다. 씨앗이 떨어져 다시 싹을 내며 자라야 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풀을 뽑고 또 뽑다 보니 손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주먹을 쥐는 것이 힘들 정도로 통증이 있다. 오른쪽 약지는 어떤 풀에 베었는지 모르겠지만, 안에서 곪기 시작한 모양이다. 약간 부어오르면서 꽤나 아프다. 왼손 새끼손가락은 풀의 가시에 찔렸는가 보다. 빨간 점이 보이고 누르면 아프다.
새도 벌레도 이런 풀 속에 숨어서 왔다 갔다 한다. 그 와중에 작물이 피해를 입는다. 생태계의 순환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면 이들의 천적이 등장해 균형을 잡아줄 터이지만, 아직 순환은 미완성인 모양이다. 그래서 피해만 점점 커진다. 순환의 완성을 위해 풀을 뽑지 않고 계속 베어줬지만,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다. 풀을 통째로 뽑는 것을 주저하다 결국 뽑기로 마음먹었고, 그 통에 몸이 특히 손이 울부짖고 있다.
풀과의 싸움은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결코 패하지 않는 적을 두고 계속 싸움을 걸어봤자 그 결과는 뻔하다. 올해 블루베리 피해를 입으며, 풀과의 공존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그 고민이 깊어진다. 해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