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음식

'맛있다'는 기준은 그야말로 상대적이다. 어떤 사람에겐 달콤한 것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느끼한 맛으로 여겨진다. 어떤 사람은 쓰다고 느끼지만 다른 이는 그 속에서 쌉싸름한 맛을 즐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맛집은 문전성시다.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 줄을 서서라도 그 맛 한번 구경하고픈 것이 인지상정이다. 배고픔을 달래는 음식이 아니라 즐기고픈 음식의 시대이기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맛집의 음식이 마냥 맛있는 것은 아니다. 서두에 이야기했지만 당연히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또는 대중적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맛들이 있다. 조미료가 탄생한 것도 어찌보면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칠맛을 찾아냈기 때문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반대로 만화 <식객>에서 말하듯 감동을 주는 맛이란 바로 우리들 '어머니의 손맛'이기에 그 종류는 수백만가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여기에 한가지 더. 사람들이 원하는 입맛은 맛뿐만이 아니라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먹고싶은 것을 먹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는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비타민C가 부족할 땐 신 것이 당기는 등 우리 몸은 그야말로 과학적이면서도 신비한 존재인 듯하다.

 

체인점 입맛

그런데 이런 맛의 작동이 심각한 오염수준에 다다랐다. 바로 패스트푸드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먹으면 오히려 병이 든다. 맛있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거의 지방과 당분 덩어리의 집합체다. 이런 입맛의 오염도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 바로 학교급식이다. 바로 유기농 식품들로 구성된 건강식단이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맛없다고 먹지 않는 것이다. 이 음식들이 학생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잔반통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그래서 한 방송국 9시 뉴스 취재진이 이들 학생들에게 같은 비용으로 고기나 튀김이 들어간 반찬이 더 있는 식단을 차려주었다. 훨씬 맛있어한다.

건강한 유기농 식단은 버려지고 패스트푸드류의 음식은 환영받는 현실. 바로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더군다나 유기농 식단은 비싸기 때문에 급식단가를 맞추기 힘들다는 어려움까지 있다. 유기농 식단은 단순히 건강한 먹을거리 이외에도 건강한 농촌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는 것을 이야기할 여유조차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 입맛을 이대로 놔두어야만 할까. 각자의 개성대로라면 상관없지만 체인점 입맛이지 않은가. 또한 그 입맛을 평생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엄청난 의료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학교와 유기농 농장간의 직거래를 통한 단가 낮추기, 유기농 식단을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 개발. 이런 것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뉴스에 비쳐진 아이들 입맛을 지켜보자니 입안에  씁쓸한 맛만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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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페셜 <끼니 반란>에서 소개된 간헐적 단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1일1식의 열풍과 맞물려 가끔씩 단식을 해주는 것이 건강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귀가 솔깃해진 것이다. 이번 <끼니 반란>은 당연시 또는 상식이라 생각했던 하루 세끼라는 생각에 대해 의심 내지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를 높이 사고싶다. 이번 방송으로 인해 무엇을 먹느냐  또는 어떻게 먹느냐에 대한 관심에서 언제 먹느냐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그런데 건강을 위한 이런 다양한 먹는 방법들은 일견 단순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다. 바로 우리 인간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를 살펴보면 그 해답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먹고 또한 가끔 고기를 먹었을 뿐이다

채식이냐 육식이냐, 생식이냐 화식이냐?  아직도 논란 중인 무엇을 먹을 것인가와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이어 이번엔 언제 먹을 것인가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그런데 인류가 진화해 온 길을 더듬어 보면 언제 어떻게 무엇을 먹어야 건강해 질 수 있는지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인간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불의 발견이 크다. 특히 이 불을 통해 요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요리 본능>이라는 책을 보면 인류가 다른 영장류와 다른 진화의 길을 걷게 된 것을 불을 통한 요리로 보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생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불을 통한 요리라 하더라도 주로 우리는 곡류와 열매, 뿌리, 채소 등을 먹어왔다. 고기는 가끔, 정말 운수좋은 날 사냥에 성공했을 때나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사냥을 떠나는 남성들은 매끼니를 챙겨먹을 수도 없었을 뿐더러 푸짐하게 먹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즉 완전채식이 아닌 가끔씩 먹는 육식, 그리고 하루 한두끼의 식사가 인간이 걸어온 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하나 주목할 것은 채식이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기름을 많이 먹진 않았다는 것이다. 요리를 할 때 두르는 그 식물성 기름들을 말하는 것이다.

아무튼 현재의 우리 몸은 바로 이런 식사 습관에 맞추어져 왔을 것이다. 그러니 현재 우리의 육류 위주 식습관과 하루 3끼 이상의 과다한 식사시간이 우리 몸을 아프게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이런 병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채식과 생식을 고집하는 것도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종교적인 이유나 신념에 의한 이유는 제외다. 건강상의 이유로 택했을 때의 경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옛날 옛적에 먹던 것과 지금의 것이 같을까

여기서 한가지 더 고려해봐야 할 것이 있다. 예전 사냥을 해서 먹던 고기와 지금 곡물을 먹고 자라는 고기가 같은 것일까? 하는 점이다. 흔히들 말하는 오메가 3와 오메가 6 성분비가 확연히 다르는 등 두 고기의 질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에서 자란 채소나 과일의 성분과 농약과 비료를 먹고 자란 식물들의 영양성분도 비교해봐야 할 점이다. 게다가 냉장기술의 발달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지고, 또한 계절을 잊고 나오는 음식들이 제철 노지에서 갓딴 자연식품들과 어떻게 다른지도 살펴봐야 한다.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채소와 과일들은 예전 우리 선조들이 먹던 것들보다 무기질, 비타민 등이 적게 함유되었을 가능성말이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현재 우리 인류가 자꾸 과식을 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또 한편으론 다양한 채식이 가능해지면서 필수영양소를 대부분 섭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굳이 육식을 해야 하는가도 고려해볼 문제다. 육식에 대한 탐닉이 공장식 축사로 이어지면서 생명경시와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풀을 먹이는 생태적 가축기르기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꼭 채식만이 건강하면서도 생태적 내지 도덕적 음식섭취법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끼니 반란>을 통해 우리의 관심사가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넘어 언제라는 시간이 개입된 건 틀림없어 보인다. 이 세 요소들은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할 것이다. 방송 말미 경고에도 나오듯 청소년이나 임산부의 경우엔 단식이 해가 될 수도 있는 문제다. 나의 처지에 맞추어 알맞은 방법을 찾되 우리 인류의 몸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를 생각해 보면 참고가 될 것이다. 

한편으론 먹는 방법이 개인의 건강을 넘어 인류의 건강에 대한 관심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바로 먹을거리를 얻는 방법에 대한 고민말이다.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는 알고 먹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동학이 말하듯 우리 생명은 다른 생명을 먹고 그 고귀함을 이어가는 존재이지 않는가. 생명을 먹는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공산품마냥 생산되는 현재의 먹을거리에 대한 성찰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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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은 우리가 유기농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과일이나 채소를 가꾸는 농부들처럼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가꾸는 농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초제를 뿌려 잡초를 제거하는 관행농이 아니라 거름을 주며 풀 한포기포기마다 손길을 주는 유기농부처럼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려움이나 절망, 증오같은 감정을 애써 억누르거나 감추려할 필요는 없다. 또는 애써 그러한 감정들이 없는척, 태연한척 가장할 필요도 없다. 두려움, 절망, 증오, 화를 잘 다스려 거름으로 바꾸어 사랑이 피어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부정적이라 여기는 감정들도 바로 우리의 감정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잘 달래고 쓰다듬고 안아주어 사랑의 거름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각이 중요하다. 호흡과 보행을 자각하는 수행을 통해 우리의 감정도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을 쌓을 수 있다. 자각은 집중과 통찰로 이어져 결국 남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도록 할 것이다.

그렇다. 사랑을 꽃피우려는 우리는 감정의 유기농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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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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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란 무엇인가? ... 삶이 왜곡되면 생리적 리듬도 어긋나게 마련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전쟁도, 지순한 사랑의 파토스도 삶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지 않으면 다 병이 된다. .. 건강은 삶에 대한 지혜와 분리될 수 없다.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학은 병을 지혜의 결핍으로 정의한다. 동의보감의 의학적 비전인 양생술은 원칙적으로 유불도 삼교회통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 수행의 핵심은 비움이다. 무지와 탐착이야말로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생술이란 무지로부터의 자유, 곧 내 안에 있는 지혜를 일깨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혜의 핵심은 소통이다. ... 소통하지 않는 삶은 그 자체로 병이다.

 

아프고 괴로우면 그때 비로소 세상과 타인이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앓는 마음의 병은 놀랍게도 그 반대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해 왜 사람들은 나만 미워할까 등등. 오직 자신만을 바라본다. 다른 사람의 고통과 불행은 안중에도 없다. 그만큼 타인의 삶에 무관심하다. 더 정확히는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역지사지라는 윤리가 사라져버렸다. 대신 타인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인정욕망은 하늘을 찌른다.

 

불행을 위해 태어나는 인간은 없다. 생명의 본질은 비극이 아니라 명랑함이다. ... 존재 안에서 생명의 리듬을 찾아내고, 그걸 통해 사회적 표상과 통념을 날려 버리는 능력, 그것이 곧 유머요 명랑함이다.

 

연애와 성욕으로 이루어진 홈 파인 회로를 벗어나려면 혹은 가족이 타자들의 공동체가 되려면, 무엇보다 우정과 신의라는 가치의 복원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우정은 윤리적 덕목을 넘어 정치적 명제에 해당한다.

 

마을은 공동체의 최소단위다. 마을을 움직이는 동력은 제도나 시스템이 아니다. 자치와 자율이다. 전자가 경제적 자립에 관한 것이라면, 후자는 윤리적 주권에 대한 것이다.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길, 가족주의의 늪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이것뿐이다. 121

 

잠을 잘 자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특히 집중력이 생기려면 청심을 유지해야 한다. 부질없는 욕심을 덜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동의보감은 말한다. 심이 고요하면 신명과 통하여 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고 창밖을 보지 않아도 하늘의 도를 알게 된다. 그때 비로소 존재의 무게중심을 오롯이 걸게 된다. 마음을 비운 채 온몸으로 터득하는 것, 그것이 공부이자 곧 쿵푸다. 136

 

언어는 자신과의 소통이자 타자와의 능동적 교감행위이다. 이 소통과 교감의 욕망이 서사를 구성한다. 그러므로 서사는 그 자체로 집합적이다. 여기서는 다다익선의 법칙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차이가 더 핵심이다. 타자들의 시끌벅적한 향연, 그것이 곧 서사적 네트워크요 길이다. 따라서 이 길 위에선 늘 유머가 생성된다. 유머는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기존의 통념과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역설 혹은 아이러니다. 이 전복적 여정 위에서 또 다시 삶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고로, 서사와 유머야말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최고의 다리다. 169

 

평생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을 하고 섹스와 번식 이외에 어떤 삶의 기쁨도 누릴 수 없었던 노예의 삶이 그토록 그립단 말인가? 또 사랑과 연애만 잘 되면 생로병사의 근원적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믿는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삶을 규정하는 그 같은 전제를 바꾸지 않고서 좋은 팔자란 결단코 불가능하다.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을 다 가져도 결핍 아니면 공허다. 상처뿐인 영광 혹은 팔자.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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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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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저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마냥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도 각자의 독특한 방식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아무런 방식없이 살아간다'는 무방식도 하나의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방식이 죽을 때까지 고정된 것은 아니다. 수십년을 한결같이 살 수도 있지만 순간순간 방식이 변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관여되고 있을 뿐이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동의보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썼다. <몸과 인문학>이라는 책에서는 성형, 연애, 가족, 드라마, 영화 등등 일상 속 모습들이 동의보감이라는 안경을 쓰고 비쳐진다. 그런데 그 모습들이 어딘지 모르게 병들어 있는 상태다. 동의보감이 말하는 건강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말한다 "건강이란 무엇인가? ... 삶이 왜곡되면 생리적 리듬도 어긋나게 마련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전쟁도, 지순한 사랑의 파토스도 삶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지 않으면 다 병이 된다. .. 건강은 삶에 대한 지혜와 분리될 수 없다.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학은 병을 지혜의 결핍으로 정의한다. 동의보감의 의학적 비전인 양생술은 원칙적으로 유불도 삼교회통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 수행의 핵심은 비움이다. 무지와 탐착이야말로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생술이란 무지로부터의 자유, 곧 내 안에 있는 지혜를 일깨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혜의 핵심은 소통이다. ... 소통하지 않는 삶은 그 자체로 병이다."

 

이런, 또 소통이다.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소통의 문제가 건강의 관점에서도 말썽이다. 소통의 부재라는 한탄은 결국 사회적으로 병이 들어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 또한 마찬가지로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한없이 채우려고 하는 욕망들로 들끓어 있기에 소통의 공간이 부재한 것이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꽉꽉 채우려다 보니 욕망의 변비가 생겨 얼굴엔 일그러진 표정들 뿐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비움이고 그 비움은 바로 명랑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것은 고미숙이 줄곧 이야기해 왔던 박지원과 임꺽정, 그리고 동의보감으로 이어지는 서사와 유머라는 문맥과 상통한다.

 

고미숙은 말한다. "불행을 위해 태어나는 인간은 없다. 생명의 본질은 비극이 아니라 명랑함이다. ... 존재 안에서 생명의 리듬을 찾아내고, 그걸 통해 사회적 표상과 통념을 날려 버리는 능력, 그것이 곧 유머요 명랑함이다."

 

생명이 가장 두려워하고 피하고자 하는 것은 죽음이다. 그런데 그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생명들이 있다. 바로 슬픔과 고통 때문이다. 그렇기에 살아간다는 것은 일단 슬픔과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욕망일 수도 있겠다. 그러한 욕망의 표현이 바로 명랑함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명랑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명랑함은 곧 소통의 전제조건이 될 수도 있다. 비로소 건강함으로 가는 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언어는 자신과의 소통이자 타자와의 능동적 교감행위이다. 이 소통과 교감의 욕망이 서사를 구성한다. 그러므로 서사는 그 자체로 집합적이다. 여기서는 다다익선의 법칙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차이가 더 핵심이다. 타자들의 시끌벅적한 향연, 그것이 곧 서사적 네트워크요 길이다. 따라서 이 길 위에선 늘 유머가 생성된다. 유머는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기존의 통념과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역설 혹은 아이러니다. 이 전복적 여정 위에서 또 다시 삶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고로, 서사와 유머야말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최고의 다리다. 169쪽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 좀 하며(만들어가며) 명랑하게 살아보자. 그런데 도통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혹시 마음억은 대로 잘 되지 않는다면 건강을 위해 아침운동을 하듯 이제부터 명랑운동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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