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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결심하고 나서 제일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지역과 작물일 것이다.

 

 

● 귀농, 어디에 할까

귀농지를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귀농지란 단순히 도시에서 시골로의 장소 변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총체적 삶이 바뀌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마을 사람들과의 융화, 지역 사회에서의 역할 등은 물론이거니와 자녀가 있다면 교육문제, 부모님이나 나이가 있다면 병원과의 접근성, 문화적 혜택 등등 따져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통, 의료, 문화, 교육 등등 모든 것이 도시와 다르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귀농지를 빨리 결정하기 보다는 차분히 시간을 갖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글쓴이의 경우도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터를 잡기까지 2년여의 탐색기간이 필요했다. 1년간의 예비 정주와 1년 간의 땅 살펴보기를 통해 터를 잡은 것이다. 시골에서 한 번 터를 잡으면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 새롭게 터를 잡는 일은 쉽지가 않다. 도시의 전세살이처럼 옮겨다니는 일은 시골에선 더욱 힘든 일이다. (집터와 농지 구입과 관련해서는 이후 글에서)

 

 

 

● 귀농, 무엇을 키울까

마음에 맞는 지역 결정이 안되었다면 작물을 먼저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별히 키우고 싶은 작물, 즉 고추나 쌈채소, 버섯이라든가 사과, 배, 체리, 감 등 과수라든지, 돼지나 닭, 소와 같은 가축 등이 있다면 선택 과정이 편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물의 특산지를 중심으로 지역을 선택하면 좋기 때문이다. 특산지를 선택하는 이유는 초보농사꾼이 겪게 될 농사과정의 어려움을 주위에서 쉽게 정보를 구해 해결하고, 재배를 넘어 판매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산지가 아닌 곳에서 특이한 작물을 선택하게 되면 재배는 물론 판매에 있어서 도움을 받는게 쉽지않다. 또한 같은 작물을 키우는 농부들이 작목반이나 조합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대응하는 것이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제목소리를 내는데도 도움이 된다.

 

 

 

● 귀농, 탐색기를 가져라

지역도 작물도 결정이 안된 상태라면 탐색기를 갖는 것이 좋다. 귀농교육을 하는 곳이 전국에 다양하게 있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교육기관을 선정해 교육을 받는 것도 좋다. 산지협동조합의 귀농귀촌교육같은 견학 중심의 교육도 선택에 도움을 많이 준다. 단, 견학도 아는 만큼 보이기에 사전에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게 좋다. 귀농귀촌종합센터나 귀농본부 등등 인터넷을 통해서도 정보를 두루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위의 경우에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다 좋은 방법은 실제 농사를 지어보는 것이다. 주말농장이나 텃밭 등을 구해서 1년간 농사를 지어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물도 알 수 있게되고, 농사가 취향에 맞는지도 알게 된다. 아니면 본격적으로 장기귀농연수과정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다. 청년귀농장기연수교육장이 전국에 10여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실제 농사를 지으면서 지역과 작물을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이 경우엔 6개월 정도의 장기 체류가 필요하기에 도시에서의 삶을 그만두어야 하는 결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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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버티지 못하면 승부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니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 밖에 안돼.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만화 <미생>에 나오는 명대사다. 어떤 일이든 체력이 기본이다. 특히 몸을 주로 사용하는 농사는 더욱 그렇다. 귀농을 하기 위해선 농사를 짓지 않던 몸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체력부터 갖추어야 한다. 아무리 기계화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몸을 사용해야 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서울에서 충북 괴산으로 한의원을 옮긴 박석준 한의사는 이원 초기 환자를 보면서 화가 났다고 한다.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두 똑같은 증세로 한의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허리, 무릎, 어깨 등 관절에 무리가 온 것이다. 농삿일이 몸에 무리를 가져 온 것이다. 귀농을 해서 몸을 돌보며 농사를 짓기 위해선 체력은 기본 조건이다. 쪼그리고, 허리굽히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체력 없이 귀농에 도전했다가는 병을 달고 살 수 있다.  

 

체력을 기본으로 갖추었다 하더라도 농사를 지으려면 자신의 몸을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365일 꿀벌기르기>의 저자 신영미 씨가 건네는 이야기는 우리가 얼마나 자신의 몸에 무지한지를 보여준다. 시골에 내려가서 벌을 키우겠다는 한 분이 세상에! 벌침에 알러지(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벌침 알러지는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양봉을 하다보면 벌침에 쏘이는 일이 다반사인데, 벌침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벌을 키우겠다는 것은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충주 진농원의 김진희 대표는 사과나무를 키우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귀농을 했다. 그래서 사과로 유명한 충주의 한 마을을 찾아가 사과 과수원에서 일을 배웠다. 그런데 과수나무에 농약을 뿌리는 고속분무기(SS기) 뒤를 따라가다 일주일만에 쓰러져 버렸다. 농약에 몸이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런 몸으로 과수를 키운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들어가려는 셈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농약을 쓰지않는 친환경농법으로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블루베리로 작물을 바꾸게 됐다.

 

 

 

 

한편 충주 별농장의 강사영 대표는 방울토마토 재배만 30년 가까이 된다. 그런데 강 대표는 토마토 알러지가 있다. 아주 심한 편은 아니라고 하지만 체력이 떨어질 땐 토마토 농장에 들어가면 콧물이 줄줄 흐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토마토 재배에 자신이 있고, 수익도 좋은 편이라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다. 콧물이 흐를 땐 화장지로 코를 틀어막고 일을 한다고 한다. 알러지가 있지만 견딜만한 수준인 셈이다. 

 

귀농을 결심하고, 농사를 짓기 전에 꼭 자신의 몸을 살펴보아야 한다. 자신이 기르려고 하는 작물과 궁합이 맞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그 작물의 재배법이 자신의 몸 상태와도 잘 맞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선 체력을 길러야 한다. 귀농으로 가는 첫 문은 바로 자기 자신의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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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이란 농사로 또는 농촌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향이 농촌인 사람은 얼마나 될까. 특히 20~30대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니 돌아갈 농촌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그러니 농사를 짓겠다고 시골을 찾는 사람들을 귀농자라고 부르는 것은 틀린 것이다.

그렇다면 농사를 지으며 살겠다고 시골로 들어온 이들을 어떻게 불러야할까. 당연히 농부일 것이다. 요즘은 농업경영인으로도 부르는데, 농사란 것이 일면 자영업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기존의 농부와 구분지을 필요가 있다면 선농이 어떨까 싶다. '농사를 택한 사람들' 말이다.

어쨋든 농사를 직업으로 선택하고 시골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귀농이든, 귀촌이든, 선농이든 그 형태가 어떻든 도시의 삶을 떠나 새로운 방식의 삶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급자족 방식의 철학적 고민의 결과이든, 블루오션을 노리며 경영을 꿈꾸는 사업적 측면이든 도전은 결코 쉽지 않다. 전혀 연고가 없는 곳에서 생판 모르는 농사를 짓고 살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는 생계조차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말 꿈꾸던 시골의 삶을 누리며 행복하게 농사지으며 살 수 있을까.

2012년 도시의 삶을 접고 시골에 들어와 점차 정착해가고 있는 경험과, 각 지역을 돌며 만난 수백 명의 농부들의 이야기를 자양분 삼아 귀농(선농)으로 살아남는 법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농부로서의 도전에 나선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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