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버티지 못하면 승부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니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 밖에 안돼.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만화 <미생>에 나오는 명대사다. 어떤 일이든 체력이 기본이다. 특히 몸을 주로 사용하는 농사는 더욱 그렇다. 귀농을 하기 위해선 농사를 짓지 않던 몸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체력부터 갖추어야 한다. 아무리 기계화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몸을 사용해야 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서울에서 충북 괴산으로 한의원을 옮긴 박석준 한의사는 이원 초기 환자를 보면서 화가 났다고 한다.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두 똑같은 증세로 한의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허리, 무릎, 어깨 등 관절에 무리가 온 것이다. 농삿일이 몸에 무리를 가져 온 것이다. 귀농을 해서 몸을 돌보며 농사를 짓기 위해선 체력은 기본 조건이다. 쪼그리고, 허리굽히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체력 없이 귀농에 도전했다가는 병을 달고 살 수 있다.
체력을 기본으로 갖추었다 하더라도 농사를 지으려면 자신의 몸을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365일 꿀벌기르기>의 저자 신영미 씨가 건네는 이야기는 우리가 얼마나 자신의 몸에 무지한지를 보여준다. 시골에 내려가서 벌을 키우겠다는 한 분이 세상에! 벌침에 알러지(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벌침 알러지는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양봉을 하다보면 벌침에 쏘이는 일이 다반사인데, 벌침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벌을 키우겠다는 것은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충주 진농원의 김진희 대표는 사과나무를 키우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귀농을 했다. 그래서 사과로 유명한 충주의 한 마을을 찾아가 사과 과수원에서 일을 배웠다. 그런데 과수나무에 농약을 뿌리는 고속분무기(SS기) 뒤를 따라가다 일주일만에 쓰러져 버렸다. 농약에 몸이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런 몸으로 과수를 키운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들어가려는 셈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농약을 쓰지않는 친환경농법으로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블루베리로 작물을 바꾸게 됐다.
한편 충주 별농장의 강사영 대표는 방울토마토 재배만 30년 가까이 된다. 그런데 강 대표는 토마토 알러지가 있다. 아주 심한 편은 아니라고 하지만 체력이 떨어질 땐 토마토 농장에 들어가면 콧물이 줄줄 흐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토마토 재배에 자신이 있고, 수익도 좋은 편이라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다. 콧물이 흐를 땐 화장지로 코를 틀어막고 일을 한다고 한다. 알러지가 있지만 견딜만한 수준인 셈이다.
귀농을 결심하고, 농사를 짓기 전에 꼭 자신의 몸을 살펴보아야 한다. 자신이 기르려고 하는 작물과 궁합이 맞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그 작물의 재배법이 자신의 몸 상태와도 잘 맞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선 체력을 길러야 한다. 귀농으로 가는 첫 문은 바로 자기 자신의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