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장미의 계절로 불리지만, 실은 장미보다 훨씬 많이 꽃을 피우며 향기를 뽐내는 꽃이 있다. 바로 아카시아꽃이다. 실제론 아까시나무 꽃이 맞다. 우리나라에선 아까시 나무를 아카시아로 부르곤 하는데, 아까시나무의 학명은 Robinia pseudoacacia로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가짜와 진짜는 인간의 구별일 뿐, 아까시나무는 그저 아까시나무일 뿐이다. 이 아까시나무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한다.
아까시나무는 일제시기 수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까시나무는 6.25 전쟁이 지나고 황폐화 된 삼림을 복구하기 위한 첨병으로서 역할을 해 냄으로써 값진 나무로 보여지다, 이제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인해 토종 나무를 해친다며 위해 수종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꿀 생산의 2/3 이상이 아까시나무 꽃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라 양봉업자들과 꿀벌에겐 소중한 자원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꿀벌이 없어지면 식량 생산의 대부분이 불가능해진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시대에 따라 가치의 변동이 큰 나무라 할 수 있겠다.

집 뒤로 아까시나무가 몇 그루 있다. 꽃을 활짝 핀 덕분에 집 근처에 오면 좋은 향기가 코를 감싼다. 하지만 앞에 이야기한 것 처럼 번식력이 뛰어나 뿌리를 깊고 넓게 뻗쳐나간다. 집의 터 기반이 되는 버림콘크리트를 위협할 정도다. 그래서 집 주변에는 아까시나무가 없는 게 좋다. 하지만 아까시나무가 자라는 땅의 주인이 다른 분이다 보니 함부로 잘라낼 수도 없다. 가끔 맨 땅에서 아까시나무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땅을 파서 뿌리를 찾아내 없애주고 있다. 잠깐만 한 눈을 팔면 싹이 올라온 아까시나무가 한 달도 안돼 성인 키만큼 자라 버린다.

아까시나무는 예전엔 농기구의 손잡이나 울타리, 떌감 등 목재로서의 활용도도 높았다. 지금은 땔감이나 울타리가 필요한 곳이 없다보니 이런 쓸모도 쓸모 없어져 간다. 그래도 여전히 꽃은 아름답다. 치렁치렁 하얀색의 꽃에서 피어나는 향이 유혹적이다. 꽃말은 '숨겨진 사랑'이라고 하는데, 그 유래가 참 슬프다. 사모하는 남성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향기로 바꿨지만, 그 남성이 향을 맡을 수 없어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여인이 묻힌 자리에서 자라난 나무가 아까시나무라는 이야기다.

아까시나무꽃은 식용꽃이다. 그냥 생으로 먹어도 된다. 그러니 당연히 샐러드 토핑으로 사용하기에도 좋다. 요즘엔 튀김으로 주로 먹는 듯하다. 하지만 튀겼을 때는 꽃향 보다도 기름향이 강해 제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꽃을 말려서 꽃차로 먹어도 좋다. 설탕을 이용해 청을 담그거나 잼이나 젤리로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말려서 꽃차로 먹어보고 싶다.
아~ 이래서 조그마한 하우스 하나 갖고 싶은 욕망이 또 꿈틀댄다. 식재료 말리는데 하우스만한 곳도 없다. 또 묘목을 비롯해 작물의 겨울나기에도 좋다. 정말 큰 맘 먹고 조만간 아주 조그맣게라도 하우스 하나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