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찬가지로 우울증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이들은 그것에 저항하거나 이겨 내는 힘이 있는 반면 어떤 이들은 꼼짝없이 휘둘린다. 유약하고 순종적인 사람을 무너뜨리는 우울증을 고집과 자존심으로 이겨 내는 사람도 있다. (31쪽) 




나는 이 문단을 만나려고, 읽으려고 이 책을 읽었던 게 아닌가 싶다. 어떤 사람은 우울증에 더 취약하다는 것. 우울증의 극복은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 관심 있는 두 세 챕터만 읽어보고 마무리할 것 같다. 완독은 언감생심. 





그레이엄 그린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따금 나는 글을 쓰거나작곡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인간의 고유한 광기와 멜랑콜리, 돌연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 P10

삶은 슬픔을 내포한다. 우리는 결국 죽게 될 것이고, 각자 자율적인 육체의 고독 속에 갇혀 있으며, 시간은 흘러가고, 지나간 날들은 다시 똑같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고통은 무력한 세상의 첫 경험이며 평생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안락한 자궁에서 떨어져나오는 것에 대해 분노하며 그 분노가 사그라지기가 무섭게 세상의고뇌가 그 자리를 메운다. 내세에서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약속을 믿는 사람들이라도 현세에서 고통받는 걸 피할 수 없다. 예수 자신도 비탄에 젖은 자였다. 우리는 완화제들이 계속 증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느끼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도 더 쉬워졌다. 그런 회피 수단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불가피한 불쾌함도 점점 줄고 있다. 그러나 약학계의 열띤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은 우리가 자신에 대해 의식하는 존재인 이상 완전히 없앨 수 없다. 기껏해야 억제할 수 있으며, 현재 행해지는 우울증치료의 목적은 억제에 머물러 있다. - P18

그것은 오로지 은유와 우화로만 설명될 수 있다. 성안토니오는 사막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찾아온 천사들과 화려하게 치장한 악마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었냐는 물음에 그들이 떠난후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대답했다. 천사가 왔다가 떠나면 그의 존재로 인해 힘이 솟고 악마가 왔다 떠나면 공포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슬픔은 우리에게 강하고 분명한 생각들과 자신의 깊이에 대한 이해를 남기는 허름한 옷차림의 천사다. 그리고 우울증은 우리를 겁에 질리도록 만드는 악마다. - P19

나는 앞에서 우울증은 탄생이며 죽음이라고 했다. 탄생하는것은 덩굴 식물이다. 죽음은 곧 자신의 붕괴, 가지들의 부러짐이다.
처음 사라지는 건 행복이다. 그 무엇에서도 기쁨을 얻지 못하게 된다. 그것은 중증 우울증의 주요 증상이다. 그리고 곧 다른 감정들이행복의 뒤를 따라 망각에 이른다. 우리가 일찍이 알고 있던 슬픔,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해 온 듯한 슬픔, 유머 감각, 사랑에 대한 신념과사랑하는 능력. 그렇게 모든 것들이 걸러져 나가면 스스로에게도멍청이로 보인다. 원래 머리숱이 적었다면 더 적어지고 원래 피부가 나빴다면 더 나빠진다. 자신에게조차 역겨운 냄새를 풍기게 된다. 다른 사람을 믿거나 감동하거나 슬퍼하는 능력도 잃는다. 결국빈껍데기만 남는 것이다. - P24

생물학적 취약성을 지닌 사람들에게 최선의 방어책은 외적인 굴욕들을 흡수하고 최소화하는 ‘행복한 결혼 생활이다. 조지 브라운은 이렇게 인정한다. "사회심리적 변화가 생물학적 변화를 만든다. 다만 취약성은 반드시 먼저 외적인 사건에 의해 자극을 받아야 한다." - P100

… 우울증이라는 병은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1년 이내 재발률이 80퍼센트에 이르며 약물치료를 하면 회복률이 80퍼센트입니다."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로버트 포스트도 같은 의견이다. "사람들은 평생 약에 의존하는 것의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지만 그 부작용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어요. 우울증을 방치하면 치명적인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지요.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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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3 09: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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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3 09: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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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3 09: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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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3 1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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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성 을유사상고전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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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세어보니 이번에 이 책을 읽기 전에 2의 성이라는 태그를 달아 썼던 글이 30개가 넘는다올해의 책여성주의의 고전이런 페이퍼에 책링크만 붙여도 개수로 세지기는 하지만여기저기 다른 책을 읽다가도 금방 소환되는 책이기는 하다.

 

이번 2회독 말미에는 예전과는 좀 다르게 읽힌다고 느꼈다. 뭐랄까. 분노나 슬픔, 혹은 당혹스러움보다는 짜증의 감정이 주를 이뤘다. 예를 들면, 여성주의 책을 읽으면서 100번도 더 들었을 여성의 예속이 좀 더 날카롭게 들렸고, 이런 문장들.

 



여자는 기생충처럼 남자가 먹여 살린다. (677)



결혼은 여자를 사마귀 암컷으로, ‘거머리, ‘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결혼의 형태를 바꾸고 여성의 조건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677)

 


한 페이지에 여성과 관련된 단어가 기생충, 사마귀 암컷, 거머리, 일 때, 그런 사실 판단이 이번에는 적잖이 부담스러웠다. 페미니즘을 대하는 혹은 바라보는 내 위치에 관해 자주 생각한다. ‘남녀평등’, ‘여성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남자이건 여자이건 적어도 한가한 소리로 들리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잖이 내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는 걸 안다. 나는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왔고, 어찌 되었든 현재 사회적 계약 관계에 의한 노동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니까. 나의 상황이 그러하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고 자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의 위치가 기생충과 거머리라는 걸 확인하는 건 즐겁지 않다. 후회에 바탕을 두어 오늘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과거를 통째로 지울 수 없는데 어떻게 오늘을 다시 만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에이드리언 리치가 말하는 아이 없는 여성에 대한 감사’,  아이 없는 여성들의 연구와 학문 덕분에, 우리가 여성으로서 정신적인 영양실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215), 보부아르의 『처녀 시절』을 보란 듯이 들고 다녔던 일본의 작가 사노 요코가 아이를 낳은 후에는 보부아르를 무시할 수 있었다는 말, ‘그래, 그래 너 잘났다. 자식이 없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나는 사는 게 힘들어. 일상이 힘들면 생활이 철학이 돼.’라는 그 말에도 동의할 수 있다. (『문제가 있습니다』, 164)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에이드리언 리치가 아니라 사노 요코의 말을 되뇌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단순하고 명랑하며 매사에 긍정적인 내가 혹 아픈 건 아닌지, 최근에 스트레스받은 일이 있었는지 따져 보기도 했다.

 


페미니즘 읽기와 공부로도 연대할 수 있다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지만, 나의 예속이 결혼과 경제활동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이상, 기생충과 거머리의 반복을 확인한 이상, 더는 이대로는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이혼하고 싶지 않고 이혼할 생각도 없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굴레 혹은 울타리에서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돈벌이를 해야 한다는, 그것이 진정한 여성 해방의 첫걸음이라는 깨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통이 오래갔다. 환희에 차기에는 부담스러운, 나 자신의 책임을 일깨운 독서 시간이었다. 후련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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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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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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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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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9: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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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9: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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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9: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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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9: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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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0-31 11: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분량으로도 내용적으로 힘든 제2의 성을 완독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단발머리님.

우리 지난번에도 여러 차례 이야기 나눈 바 있지요. 저는 한 여성이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다른 여성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그렇게 굳이 내가 어떤 사람이다 말하지 않아도 여성주의적 실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발머리님이 지금 계신 자리에서 지금처럼 가족들과 살아가고 또 개인적으로 독서도 하면서 이렇게 글을 써주시는 것만으로도 단발머리님은 최선을 다해 삶에 몰두하고 계신다고 저는 생각해요. 한 여성이 자신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는 것, 그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며 또 기본적인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늘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 님!!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단발머리 2021-10-31 20:53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읽을 때는 저번과 달라서 여러 생각이 많이 떠오르더라구요. ‘한 여성이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다른 여성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여성주의적 실천이 될 수 있다‘는 다락방님 말씀이 위로로 다가오네요. 독서와 글쓰기가, 게다가 우리 알라딘 같은 변방에서의 쓰기가, 세상에 대한 혹은 대항하는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는 해요. 이번에는 더 개인적으로 느껴져서 복잡한 맘에 보부아르를 원망하고 말았네요.

다락방님이 계셔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모임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리고 항상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1-10-31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까 좋아요! 누르고 밥 먹고 이제 댓글 달러 왔네요..주말이라 더 바쁘네요ㅋㅋㅋ
단발머리님의 그 느낌적 느낌!!
저도 공감되는~~^^
헌데 다락방님의 댓글을 읽으니 아...그렇구나!!!또 공감되는!!!
이러다 공감만도 백 번 하고 가겠어요.

저도 읽으면서 비수처럼 날아와 꽂히는 문장들이 많아서 살짝 야단 맞는 듯한 기분도 들더라구요???
자존감 현저히 떨어져 한숨도 절로 나오고...좀 혹독한 책임에는 분명했던 것 같아요.
기혼여성들의 결혼생활편은 읽고 나서 감정이 너덜너덜~~ㅜㅜ
그래도 며칠 고민해 봤지만...어쨌든 우리는 계속 발전해 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거죠!!
우리는 계속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며 키워야 하고,가정이 잘 굴러가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엄마이자 아내인 여성들인 거죠!!
사노 요코의 책도 읽어 보면 아주 진보적인 여성임에 틀림 없어요.어떤 면에선 사노 요코가 아주 합리적인 삶을 산 것 같아 보이기도 하구요..여러 똑똑한 여성들의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그래서 좀 더 똑똑한? 결론을 내려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영위해 나갑시다.
우리 그러니까.....결론은....
오래 오래 살아요.(참 희한한 결론이로다???)
주말 평안하게 잘 보내시구요~
사랑많은 단발머리님으로 빨리 뵙고 싶네요ㅋㅋ

단발머리 2021-10-31 23:39   좋아요 1 | URL
저도 특히 ‘기혼여성들의 결혼생활’이 좀 힘들었어요. 저의 고민은 오래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의 <제2의 성> 읽기는 좀 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현실을 인식하면서도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다만 오히려 이런때 용기가 안 나고 더 움츠려들고 그러네요. 따뜻한 말씀, 그리고 격려의 말씀 감사해요.
오래오래 살아서 알라딘 폭풍 수다 이어가요, 책나무님!!

- 2021-10-31 15: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때 좋아했던 가수 루시드폴의 앨범 책 이름이 <모든 삶은 작고 크다> 였어요. 내 삶, 내 가족의 삶 뿐만 아니라 모든 다른 타인의 삶들이 작고 큰 상처로 이루어져 있어며, 내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노동과 노력이 고단함이 있다는 것을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계속 알아가요.(중략) 비타님 한테도 그런 댓글 달았었어요. 한계 속에서도 엄연히 자유가 있다고. 각자의 고유한 삶과 상처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결단들이 결국은 큰 전환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엄마가 매년 연말 마다 올해가 또 간다며 시집가라는 말만 안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ㅋㅋㅋ)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내 삶을 미워하기를 그만두고, 지금과 앞으로의 내 삶을 좋아하기로 마음 먹는 것이 페미니즘 공부라고. 별로 안 미워했고 이미 좋기만한 삶이었더라도, 더 좋아하기를 마음 먹을 수는 있다고도 생각해요.
당신 삶이 잘못되었다가 아니라 당신 삶의 분열과 불만족을 야기하는 전제를 바로 보라는 보부아르의 주문이 이번에 단발님께는 조금 다른 삶의 선택을 해야겠다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단발님의 공부가 어떤 질적 전환을 이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그 방향으로 간다면 단발님은 조금 더 많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단발머리 2021-10-31 21:14   좋아요 2 | URL
페미니즘에 대해 쪼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쟝쟝님의 정의는 정말 최고에요. 내 삶을 미워하기를 그만두고, 지금과 앞으로의 내 삶을 좋아하기로 마음 먹는 것.
저의 고민은, 내 삶을 좋아하고 미워하지 않았던 제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자꾸 내 삶을 미워하게 된다는데 있어요. 자기부정을 하지 않은 채로 지금의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 아이들과 보냈던 내 젊음과 열정과 시간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 것,이 저의 목표에요. 자꾸 결심하고 또 결심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휘몰아치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번에 <제2의 성> 읽기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페미니즘을 모른 척 하는, 혹은 모른 척 하고 싶어하는 기혼여성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구요. 쟝쟝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쪼금 나서, 순간적으로 촉촉한 눈망울의 이모티콘으로 변신하기도 했습니다. 🥺🥺🥺
다정한 말 고마워요, 쟝쟝님!!

- 2021-11-01 08:41   좋아요 4 | URL
예전에 다리다님 페이퍼에서 페미니즘 공부이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나를 미워하는 것을 깨달았다라는 제목 보고 아… 그것이로구나 한적 있었는 데…💕
기혼도 아닌데 혼인 앞두고 페미니즘 진짜 공부하기 벅찼었던 기억도 나고…
저도 굉장히 후회스러운 몇가지 이슈들이 있는데요, 다시 돌아가서 사백 오십팔번 생각해도 아마 나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결국은 그때의 저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지점에 가닿고, 그때의 그 충실함(?)이 한편으로는 그대로 이어져 지금의 제가 있다고 싶고. 지금에 와서는 보이는 헛발질들을 앞으로는 조금 줄이자, 제발 휩쓸리지말자, 나를 먼저 지키자! 이래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아마. 모르면 몰랐지 알고는 안 살아지는 지점들이 있을테니까요. 기어코 모르고저 하는 사람… 그런 노력을 하는 타입이 아니잖아요, 우리! (우치다 타츠루 센세 생각나요.) 그러니 또 얼매나 열심히 살아왔겄습니까? 우리 참 고생했다 🫂
말은 이렇게 해놓고, 저는 요즘 엄청난 불안과 싸우고 있습니다…😔 한발짝 한발짝… 취해있지 않으려고, 나를 망치지 않으려고, 두눈 부릅떠요! 그리고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또 쉬면서 열심히 읽고 그렇게 살아보겠습니다 🥰

수이 2021-11-01 10:07   좋아요 2 | URL
최고야 요즘. 엄지 척 오른손_ 엄지 척 왼손.

단발머리 2021-11-01 21:43   좋아요 1 | URL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완전히 이별하지 않으면서 나를 미워하는 것을 끌어안으면서 살아보려고 해요. 구비구비 우리가 살아냈던 시간들, 결정들, 과거들이 비슷한 듯 다른 듯 닮아 있는 것 같고요. 저는 지금도 헛발질에 후회하며 어제도 그제도 하루 100회씩 이불킥을 날리며... 그러고 있어요. 20년 뒤로 돌아가면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를 것인가. 다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쟝쟝님 말이 맞아요. 그 순간의 결정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고요. 다만....
쟝쟝님은 얼매나 열심히 살았왔을까요? 나는 그게 막 느껴지고 또 가슴 깊이 저며옵니다. 그대는 여기서 더 열심히 하지는 말고요. 짬짬히 쉬어주시고 또 알라딘에 글도 많이 써주시고, 저는 지금보다는 쪼금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렇게 다짐합니다.
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다 갔네요. 수고많았어요. 굿나잇, 쟝쟝님!! 😘

단발머리 2021-11-01 21:43   좋아요 1 | URL
양손 엄지 척! 엄지척척!! 👍🏼👍🏼
 





















보고 또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데 조금 웃기기도 해서 한 번 웃고나니 자꾸 웃게 된다. 촉수 사유라니…

‘페미니즘 이론의 최신’이라는 『해러웨이 선언문』을 3분의 1 밖에 못 읽은 이유를 오늘에서야 발견한다.


나는 이론가들과 스토리텔러들이 제공하는 사유하기에 필요한 재능을 탐구하기에, 이 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산共-産, sympoiesis — 함께 만들기 making-with – 이다. 과학과 인류학, 스토리텔링 분야의 나의 동료들 이자벨 스탕제르 Isabelle Stengers, 브뤼노라투르Bruno Latour, 솜 반 두렌Thom van Dooren, 애나 칭Anna Tsing, 메릴린 스트래선Marilyn Strathern, 한나 아렌트Hannah Arendi, 어슐러 K. 르 귄Ursula K, Le Guin 등은 촉수적 사고를 함에 있어서 나의 반려들이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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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0-25 1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뭔가 고통스러워 읽다만 책이예요.(해러웨이 선언문) 아웅.. 다른 분 번역이 나왔으면! (ㅠㅇㅠ)해러웨이 때문인가..

단발머리 2021-10-25 14:07   좋아요 2 | URL
요기 위에 제가 다른 책 하나 더 올렸는데요. 맨 오른쪽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가 이 책 번역하신 분 저서더라구요.
해러웨이 전문가신가봐요. 그냥 읽어야겠다, 싶은데 어렵지요.... (시무록)

다락방 2021-10-25 11: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촉수 사유 자체는 뭔 말인지 알긴 하겠는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저 문장은 뭔말인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해러웨이 선언문 사두었는데 계속 사둔 상태로만 있겠네요? 깔깔 🤣🤣

단발머리 2021-10-25 13:18   좋아요 3 | URL
촉수 사유와 문어발 사유가 비슷한걸까요? 전 진짜 너무 웃긴데 알지도 못하면서 웃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요.
저 해러웨이 선언문 다시 도전할꺼에요. 나아아아아아아아~~~ 중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10-25 13:37   좋아요 4 | URL
초...옥수 사...아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사둔 상태로만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같이 읽을까요? ㅋㅋㅋㅋ 다리다님... 내년 10월 도서로 선정해주십셔 ㅋㅋㅋ

다락방 2021-10-25 15:09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촉수 사유는 문어발 사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문어발 보다는 좀 더 뻗어나가는 느낌이 강한 느낌적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 공쟝쟝님. 해러웨이 선언문 같이읽기 도서 선정할까요? 지금 계획상으로는 가장 빨리 잡아야 내년 5월이에요. 4월 도서까지 이미 다 정해두었음. 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10-25 15:10   좋아요 1 | URL
저는 찬성이지만 그 전에 제가 먼저 읽으면 어쩌죠? 🤭🤭🤭

- 2021-10-26 10:05   좋아요 0 | URL
단발님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니 그 때까지 잡아두셔도 충분히 읽기 어려워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해러웨이잖아여 ㅋㅋㅋ

다락방 2021-10-26 12:10   좋아요 0 | URL
단발님, 그 전에 읽으실건가요? 해러웨이 선언문 4월... 너무 늦어요? (간절) ㅎㅎ

단발머리 2021-10-26 12:50   좋아요 0 | URL
절대로 늦지 않을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4월까지 리스트가 다 나와 있다고 하던대요, 우리 팀장님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10-25 13: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트러블과 함께하기 읽고 계시는 건가요? 저는 저 멀리서 표지만 바라보아도 저릿저릿거려서 차마 읽을 생각 못했는데 ㅋㅋㅋ 해러웨이 선언문 읽다가 집어던진 아줌마 여기 손!

단발머리 2021-10-25 13:18   좋아요 4 | URL
14쪽까지 읽었다지요. 저 쓸쓸히 <제2의 성>에게로 갔다고 합니다. <제2의 성> 재밌어요. 안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10-25 13:38   좋아요 4 | URL
쓸쓸히 제2의 성으로 돌아가는 단발님 왤케 귀엽고도... 웃긴가....

단발머리 2021-10-25 14:04   좋아요 2 | URL
귀엽고 웃긴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나.... 저, 엄청 쓸쓸하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청 쓸쓸해서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뒷모습이 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10-2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그맨 선배들이 후배들 아이디어 뺏어다가 쓴다는 게 생각나는 단어였어요~ 빨대 꽂는다고도 하던데~ㅎㅎ 저도 촉수 사유의 달인이 되고 싶네용!!ㅎㅎ

단발머리 2021-10-26 12:52   좋아요 1 | URL
촉수,라고 하면 왠지 곤충이 생각나서 전 별로이기는 한데… 해러웨이랍니다! *^^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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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리터짜리 빈 생수병을 반으로 잘라 고운 흙을 담고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눈 뒤, 그 위에 선생님이 나눠주신 씨앗 4종류를 심는다.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간이 화분을 놓아두고, 물을 주면서 관찰한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할 과제가 숙제로 주어졌다. 둘째의 <발아 관찰 수업>이다.

 

손으로 만지는 모든 물건이 금으로 바뀌어 버린 미다스의 저주처럼, 내 손만 닿으면 쉽게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식물이 가득한 우리 집에서, 둘째 아이의 씨앗들은 그렇게 새 삶을 시작했다. 이틀이나 지났을까. 작디작은 씨앗 어디에 그런 힘이 숨겨져 있었을까. 딱딱한 씨앗 어디에 그런 생명이 감춰져 있었을까. 어기 영차. 친구들과 동생들과 어깨를 걸고 흙을 박차고 세상을 향해 일어서는 작은 새싹들을 보면서 생명의 신비함과 식물의 위대함을 동시에 느꼈다.

 


지구 끝의 온실은 그토록 놀랍고 신기한 식물, 모스바나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헤데라 트리피두스Hedera trifidus. 보편적으로 알려진 영어 명칭은 모스바나로, 송악속의 상록성 덩굴식물인 모스바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상용 담쟁이의 일종이다. 엄청난 양의 모스바나가 폐허 도시 해월을 점령하게 되어 실태 조사를 위해 나섰던 더스트 생태학 연구소의 아영은 출장 가는 길에 밤에만 보인다는 신비한 푸른빛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어린 시절 우연히 보았던 동네 노인 이희수의 푸른빛 정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2058년, 거대한 더스트가 온 세상을 덮어버려 ‘돔 시티’ 안으로 대피한 생명체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더스트 시대. 생존을 위해 ‘돔 시티’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외부인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돔 시티’ 내부의 사람들 사이에는 폭력과 살인이 난무한다. 실험 도구로 붙잡혀 있다가 간신히 탈출한 아마라, 나오미 자매는 위험한 여정 중에 더스트에 대한 ‘내성’을 갖지 않은 인간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은신처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고, 깊은 숲속을 방황하던 중, 더스트 시대의 유일한 피난처를 발견한다. 그곳이 바로 프림 빌리지다. 지구 끝에 위치한 인간의 마지막 희망. 밤낮 환히 빛나는 비밀의 온실이 바깥세상의 해악에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곳. 성실히 자신의 손으로 노동하는 이 공동체에서 자유의 시간을 누리는 것도 잠시. 프림 빌리지를 위협하는 외부 세계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공동체의 리더 지수는 어린 나오미에게 분해제 만드는 비법을 알려주고, 결국 비극의 날이 찾아왔을 때, 나오미를 비롯한 공동체의 모든 일원에게 씨앗 자루를 나누어 주며 부탁한다.

 


“지금부터는 실험을 해야 해. 내가 가르쳐준 것, 그리고 우리가 마을에서 해온 것들을 기억해. 이번에는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 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 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알겠지?”

 


퍼즐처럼 흩어진 조각을 맞추어 낸 아영의 노력과 나오미의 회상을 통해 비밀 속 온실에서 모스바나를 만들어낸 레이첼의 정체도 서서히 밝혀진다. 인간이었다가 사이보그였다가 결국 기계가 되어버린 레이첼이 모스바나를 ‘설계’함으로써 인간의 구원자가 되는 과정은 인간의 삶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던 레이첼의 속마음을 감히 짐작하게 한다. 유기체의 범주를 넘어서서 이제 완벽한 기계가 되어버린 레이첼의 유일한 관심사는 오직 식물이다. 식물로 뒤덮인 세상을 꿈꿨던 기계 인간 레이첼. 마음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인간적 감정에 흔들렸던 그녀는 기계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이었으며, 스스로 분해의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기계가 아닌 식물에 가까운 존재였다.

 


지구 끝의 온실은 폐허로 변했지만, 레이첼과 지수, 프림 빌리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지구는 다시 생명이 약동하는 행성이 될 수 있었다. 자연에서 시작해 인간의 손을 거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 모스바나처럼, 세상에서 버려졌지만 폐허의 지구를 재건한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가 그 일을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지구 끝의 온실은 만들어진다. 새롭게, 다시 또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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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0-24 2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스스로 변이를 하는 식물들처럼 레이첼도 변이한다는 사실!

단발머리 2021-10-25 13:26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그레이스님^^
읽으셨으니까 아실테지만 레이첼이 그런 감정에 혼란스러울 때 그 감정의 ‘조작‘ 과정을 아는 독자의 입장에서 저도 적잖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레이첼이 변이한다는 사실이요.

mini74 2021-10-24 2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작품들엔 기계에도 항성 따뜻함을 심어 놓는거 같아요. 어떨땐 더 인간같은. 처음엔 인간이었다가 기계가 되었지만. 마치 최후의 보류로 남긴 시크릿카드처럼. 그게 또 매력인거 같고. 리뷰 정말 좋습니다 *^^*

단발머리 2021-10-25 13:27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김초엽 작가 책이 좋더라구요. 묵직한 느낌은 아직 없는데 읽다가 ‘어?‘ 하고 순간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읽게 됩니다^^

2021-10-25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5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1-10-25 14: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다 놨는데....
읽고 싶은데...
이번 주는 무조건 제2의 성을 완독한 후여야 하는데....
여기서 이러고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ㅜㅜ
읽고 싶어지네요ㅋㅋㅋ

단발머리 2021-10-25 14:06   좋아요 1 | URL
참고로 말씀드리면 <지구 끝의 온실>은 단번에 읽어야 제맛입니다. <제2의 성>을 마치시고 후르륵 즐겁게 읽으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서, 다시.... <제2의 성>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10-25 14:30   좋아요 0 | URL
여기저기서 제2의 성 고통이 들려오는 이 순간... 저는 즐겁...다?

- 2021-10-2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 우리 김초엽작가님이 또 신간을 내셔가지구.. 이렇게 제가 이런 마이너스의 손인 귀여운 단발님을 또 만나게 되고 그르네요 ㅋㅋ

단발머리 2021-10-27 05:50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저 김초엽 작가님 이번 신간도 읽어보려구요.
겁나 잘 쓰는데 부지런하기까지... 내가 아는 ㄸㄸㅇ 친구랑 비슷한거 있죠!!
 



『제2의 성』을 읽다 힘들 때마다 쉬운(?) 책을 펼쳤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쉽지 않았다.





 








1. 해방자 신데렐라

 

해방자 신데렐라라는 책의 제목과 그림의 조합이 절묘하다. 잘 알려진 이야기를 다시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 분명한데, 리베카 솔닛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책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작품 맨 뒤 <작가의 말>이 특히 인상적이다.


 




신데렐라는 동화 속에나 존재하는 어떤 소녀가 아니라, 바로 얼마 전 이 세상을 살았던 평범한 소녀였다는 것, 많은 소녀가 신데렐라 같은 결말 없이 신데렐라의 삶을 살았다는데 마음이 동했다. 리베카 솔닛의 외할머니, 리베카 솔닛의 할머니와 함께 우리나라에도 숱하게 많았을 부엌데기 신데렐라, 식모 신데렐라, 공장노동자 신데렐라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2. Who? 오바마 약속의 땅

 

오바마의 개인사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으니까, 나도 딱 그 정도만 알고 있다. 이를테면, 그의 친아버지는 케냐 출신이고, 새아버지는 인도네시아인이며, 여동생 이름은 마야. 아들의 교육을 걱정한 오바마의 어머니는 새벽 4시에 어린 오바마를 깨워 미국의 교과 과정을 직접 가르쳤고, 오바마는 긴 시간 외조부모의 손에 키워졌다는 정도.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건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도네시아에 살던 오바마가 그곳에서의 생활을 접고 하와이의 조부모에게로 돌아왔을 때 오바마가 열 살이었다는 것. 혼자 비행기를 타고 인도네시아에서 하와이까지 날아간 오바마. 오바마 눈이 이렇게 크지는 않다. 만화라서 그런지 유독 크다.


 



친구들과 함께 『약속의 땅』을 읽고 있다. 편견에 사로잡힌 생각이라 안타깝지만, 외모상으로 완벽하게 흑인인 오바마(언론도 그렇게 보도한다.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백인에 대한 증오심을 발판으로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화합을 이야기한 점이 좀 의아했다. 정치적으로 성공하려는 흑인이 선택할 수 있는 쉬운 길로 가지 않고, 굳이 돌아가려는 오바마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Who? 오바마』를 읽으면서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를 사랑해주고 지도해주고 이끌어주었던 세 사람은 모두 백인이었다. 자신의 백인성을, 설사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존중하고자 했던 오바마의 마음이 보였다. 자신 안에 감추어진 백인성, 적어도 자신을 사랑해주고 지지해 주었던 백인성에 대해 오바마는 부인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차별 없는 새로운 세상을 화합을 통해 이뤄가겠다는 그의 희망은, 그 가능성이나 전망 혹은 한계와 상관없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정치적 성과에 관계없이. 오바마는, 희망 그 자체니까.

 

 















3.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내가 읽었던 모든 학습 만화 중에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겠다. 슈뢰딩거를 아무리 귀엽게 그려도 이건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이 책의 의미는(정확히는생명이란 무엇인가』의 의미는) 물리학자인 슈뢰딩거가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다른 영역을 설명하려고 시도했다는 데 있다. 결론이 나는 누구인가?’, ‘나란 무엇인가?’ 쪽으로 향했다는 점에서 다음에는 학습 만화 아닌 슈뢰딩거의 책에 도전해 봐야겠다 결심(?)은 했다.


 










 










4. 퀀텀

 

기록 경신. 내가 읽었던 모든 학습 만화 중에 가장 어려웠다. 위의생명이란 무엇인가』 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 슈뢰딩거 만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주된 흐름으로 잡고 만화적 요소(우스운 그림이나 가벼운 농담)를 첨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데 반해, 이 책은 전하고자 하는 설명 아래의 등장인물들의 농담도 같은 내용을 다른 양식으로 전달한다는 데 있다. 김상욱의 양자역학 강의를 실제로 들었고, 인터넷 강의를 세 번 정도 (다른 곳에서 했던 강의지만 내용은 대동소이) 들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혹은 자연스러운 거라고 위로하고 싶은데, 소파에 반쯤 기대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본 아롱이가 엄마, 거기에서 모르는 거 있으면 이따가 나한테 물어봐요!’ 이렇게 말해서 난 무척 어이가 없다.   

 






 












 

읽고 싶어요의 시간. 가만히 상상해본다.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고,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북한 출신의 여성이다? 우리는 그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메르켈은 무려 16년을 집권했는데, 그걸 상상하는 게 너무 어려운 우리의 현실. 혹은 나의 편견. 메르켈에 대해 검색하다가 메르켈이 양자물리학 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놀라운 우연이여.

 


양자역학의 최고 설명서라고 하니 한 번은 읽어주는 것이 예의다.


 

나는 믿는 사람인 데다가 쉽게 믿는 사람이라서 이런 책을 꼭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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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10-21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메르켈 총리 퇴임을 기념하며 (?) 책을 한 권 골라놨는데요. 이 책은 양자역학이나 기억의 조각들이나 뭐 이런 것들 보다는 쉽겠지 하고 있습니다.

실은요.... 저 1차대전 관련 책 읽으면서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편‘ 봤다요?

단발머리 2021-10-21 13:12   좋아요 1 | URL
어머! 메르켈 총리 퇴임책은 무엇일까요? 저도 알려주세요. 저도 양자 역학 버리고 그쪽으로 가렵니다.

유부만두님은 항상 ‘총체적 독서‘를 하시네요. ~~ 책을 읽으면서 ~~ 책 읽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10-21 14:55   좋아요 1 | URL
저도 저 메르켈 리더십 책인데요?;;;;

하긴 ___ 책 읽다가 ~~~ 책 등으로 곁다리 독서 하는 거, 그거 좋아합니다.
요즘 1차 세계 대전 치르느라 프루스트랑 보부아르 잠시 휴독이고요.

그런데 겨울이 왔더라고요?

단발머리 2021-10-23 09:14   좋아요 1 | URL
저는 곁다리 독서야말로 진정한 독서이자 진짜 공부라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는 곁다리가 아주 적고 다리 길이가 짧다고 합니다 ㅎㅎ
지금 겨울이에요. 담주에 풀린다는 말, 저는 안 믿는답니다? ㅋㅋㅋㅋㅋㅋ

유수 2021-10-21 1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방자 신데렐라 주변인물 이야기도 너무 좋았어요. 언니들은 사과하고, 새엄마는 그대로고, 엘라는 제이름을 찾은 것도. 인간 뿐 아니라 동물들한테도 변신 끝나고 나서 돌아갈때 대모가 물어본 장면에서도요. 엄마 쥐가 “변신한 게 재밌었지만 내 새끼들에게 돌아가고 싶어요”라는 대답을 하면서도 아이들한테 그날밤 모험담 얘기해주려고 신나서 가는 거요.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메시지같아서 설레고 ㅎㅎ단발머리님 언급하신 다른 책들도 너무 궁금합니다?!!

단발머리 2021-10-21 13:15   좋아요 2 | URL
신데렐라 이야기 넘 좋았죠. ㅎㅎㅎ
저는 임무 마치고 대모가 마차꾼 여자(원래 쥐였죠)에게 이제 어쩔래? 하고 물어볼 때, 자기 새끼들은 다 자라서 세상으로 나갔고, 자기는 마차꾼으로 살면서 더 많은 모험을 하고 싶으니 그냥 마차꾼으로 살겠다는 부분을 캡처했어요. 빈둥지 증후군 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건강한 중년 여성을 보는 듯 했습니다. 이야기는 계속되고 새로운 책은 계속 나오네요. 하하하!

얄라알라 2021-10-21 1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멋진 잡식주의 책읽기시네요. 저도 해방자 신데렐라, 리베카 솔릿 책이라 어려운 문장일줄 알았다가 아주 참신했어요^^ 제2의 성 화이팅!!!

단발머리 2021-10-21 13:16   좋아요 3 | URL
동화책 더하기 만화책 열전이었습니다. 북사랑님도 리베카 솔릿 책 재미있게 읽으셨군요.
제2의 성은.... 화화화화... 화이팅!!!!

얄라알라 2021-10-21 1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메르켈 총리 전기 읽고, 다른 것보다 양자물리학 박사, 이 이력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어요. 완전 의외^^

단발머리 2021-10-21 13:18   좋아요 4 | URL
벌써 메르켈 총리 전기 읽으신거에요? 우앗!! 저는 읽고 싶어요,라서 일단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좀 기다려야 될듯 해요.
그러게요. 총리가 과학자라니요. 너무 근사한 거 아닙니꽈!!!

붕붕툐툐 2021-10-21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힘들 때는 양자역학이라니!ㅋㅋㅋㅋ 제목부터 넘 재밌었어요!! 힘든 걸 더 힘든 걸로 덮는다 뭐 이런건가 싶기도 하고요~ 읽으신 책들 다 관심 있는 주제에요. 특히 양자역학 관련 책들은 꼭 읽어보고 싶네요!! 저도 모르는 거 있으면 아롱이한테 물어봐도 될까요?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1-10-21 13:21   좋아요 4 | URL
<제2의 성>은 저의 올해의 책으로서 한치의 부족함이 없이 꽉꽉 채워진 퍼펙트 여성주의 바이블이라 하겠으나, 저도 좀 힘든 때가 있었고요. 지금 정체기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자역학은 유투브에 강의가 많이 나와있거든요. 김상욱 교수의 설명이 제일 대중적이긴한데 전 아직도 어렵고요. 만화에 좀 기대볼까 했지만 그것은 헛된 기대였습니다. 제가 아롱이한테 선생님 이야기를 전해놓겠습니다. 언제든지 전화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0-21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집에도 내가 힘들어 할적에 ‘엄마 모르는 거 있음 물어봐요!‘ 하는 애들이 하나라도 있었음 좋겠다고..아침에 생각하고,지금 적네요ㅋㅋㅋ
소파에 반쯤 기대서 양자역학 읽는 엄마!!! 그것도 좀 멋있구요ㅋㅋㅋ
요즘 단발머리님 멋있는 거 너무 많이 하셔요!!!^^
그리고 저도 양자역학 책 읽게 된다면 아롱이 강의실 대기 2번입니다!!!!!

이번 주 제2의 성 다 읽어 치우려고 했으나,정말 진도가 더디게 나가네요...이걸 다 읽고 기초 닦아 놓으면 다른 여성주의 책들은 진도가 잘 나가나요???읽으면서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단발머리 2021-10-22 18:21   좋아요 2 | URL
아롱이가 제게 설명을 해주었으나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해하지 못하였고, 소파에 반쯤 기대어 양자역학 만화를 읽던 엄마는 금세 잠들었다는 이야기를 위에는 쓰지 않았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부지런히 읽는다고 읽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지지부진하네요. 주말에 더 힘을 내봐야겠어요. 아자아자 화이팅!!

얄라알라 2021-10-21 15: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저도 who?시리즈를 애용하는지라, 메르켈 총리 전기라고 하기 민망하네요. who?시리즈에 이름 처음 들어본 분들이 많아서 시대 뒤쳐지게 사는가...하는 조바심과 함께 일부러 찾아 읽어요. 아무튼 과학과 정치, 통달한 리더쉽! ^^ 놀라웠어요

단발머리 2021-10-22 18:23   좋아요 2 | URL
저도 메르켈 총리 정리 만화를 읽어봐야겠군요. 2번이 힐러리인거 봤는데 말이지요.
과학자 총리 너무 멋지죠. 진정한 세계의 리더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트럼프 깽판 칠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뭇잎처럼 2021-10-21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메르켈 리더십>을 여기서 또 만나게 될 줄이야! 최근 읽은 인물, 리더십 책 중 발군의 책이였어요. 몸으로 쓴 리더십 책이랄까. 든든한 멘토를 만난 기분도 들고. 동독 출신, 과학자에 이혼녀. 삼중 아웃사이더가 어떻게 가장 신뢰받는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었는지. 저자가 아주 실감나게 취재를 했더라고요. 어마어마하게 인터뷰를 해서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써놔서 모처럼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저도 좀 쉬우면서도 팔랑거리지 않고 오랜 울림 있는 양자역학 책 찾고 있었는데, ㅎㅎ 담아놔야겠네요. 양자역학 관련 책 사놓은 거 다 실패했거든요. (<제2의 성> 읽으면서 계속 딴데 기웃거리는 건 저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10-22 18:26   좋아요 0 | URL
나무잎처럼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전 이제 막 책만 보고 ‘읽고 싶어요‘에 넣어두었는데요. 메르켈 책은 한 권은 읽어봐야지 했는데 벌써 퇴임이라니 웬지 아쉽습니다.
양자역학 책은 많이 나와있는것 같은데 전 아직은 다 어렵더라구요. 전 양자역학을 이야기하다가 우리가 사는 세계 너머를 이야기할 떄, 평행우주나 다중우주요. 그 때가 참 좋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러기엔 앞쪽에 대한 이해가 넘 부족한 ㅋㅋㅋㅋㅋㅋㅋㅋ <제2의 성>이 생각보다 오래걸려서 저도 짬짬히 다른 책들(그러나 만화책)을 보고는 있었죠. 이것은 무척이나 험난한 여정이었던 것입니다^^

mini74 2021-10-22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퀀텀이랑 반가운 책 ㅎㅎㅎ 제2의 성 저는 이제 시작 ㅠㅠ 이면서 살포시 해방자 신데렐라를 읽어볼까하늠 마음이 ㅎㅎ ~ 단발머리님 리뷰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

단발머리 2021-10-22 18:28   좋아요 2 | URL
퀀텀 만화라고 꼭, 만화를 붙여주세요^^ <제2의 성> 이제 시작하셨다니 매우 환영드리오며, 앞으로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참, 해방자 신데렐라는 금방 읽을 수 있어요 (속닥속닥)

- 2021-10-22 1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2의 성>아. 너가 양자역학 이겼어..(속닥속닥)

단발머리 2021-10-22 20:08   좋아요 2 | URL
나 이렇게나 <제2의 성> 좋아하는데 쪽수 왜 이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