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 Me Everything (Hardcover) -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Random House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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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주요한 축이 루시와 윌리엄이었다면, 이 책의 주요한 축은 루시와 밥이다. 조금 더하자면, 매트와 올리브. 만약 주인공을 한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밥. 올리브와 루시의 이야기 중에 기록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이야기 역시 소중하지만, 내 생각에 이 책의 주인공은 밥이다. 이 책은 밥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과 우정이 얼마나 가깝고 얼마나 멀리 있는 감정인가는 새롭지 않은 문제다. 나는 남사친이 없어서 그런지 편안하고 친근하며 나를 지지해 주는 남자, 그런 친구에 대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정확히는 한 명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독한 프로이트주의자인 필립 로스의 말처럼, 남녀 사이의 일은, 중요한 단 한 가지 일은 섹스 뿐이다, 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에 대한 나의 결론은 '사람마다 다르다' 혹은 '사람마다 다를 테지' 정도이다.


Jim sat forward again. "Of course she's in love with you. You two take walks all the time, and you talk, right?" Bob nodded. "I always remember reading - it was years ago now - an article in which a famous director said: There is nothing sexier than talking. I always remember that. And that's what you and Lucy do - you talk. All right, now listen, Bobby. Don't tell her you're in love with her. Do not have that conversation with her. (277p)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자원은 인간이다. 제일 큰 즐거움은 대화에서 온다.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기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의 시간은 1분이, 아니 1초가 버겁다. 설사 애정하는 마음으로,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내 말을 '알아듣는' 너를 발견했을 때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다.

성관계는 없다. 환상은 실재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바로 그러하므로. 소통 불가능의 세계에서 맛보는 합일의 순간은 특별하다. 다만, 그런 순간은 찰나일 뿐이니. 스침에서 마주침으로의 그 순간은 더더욱 소중하다.


지금, 이 사람.

현재, 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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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2-01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대화만큼 섹시한 건 없다!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남자 있을까요? 혼자 떠드는 거 말고, 진짜 대화!
루시에 올리브까지~~ 기대됩니다!

단발머리 2025-02-01 21:49   좋아요 2 | URL
다정하신 독서괭님 기억하시겠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바닷가의 루시>입니다. 그 때 제가 윌리엄을 용서하고, 그와 화해했는데 말이지요. 이 책에서는 윌리엄 별로 안 나오는데다가 좀 별로인 사람으로 나옵니다. 그게 윌리엄의 본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지요. (쓸쓸한 이 내 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어서 어서 오시구요. 전 <내 이름은 루시 바턴>으로 후진해서 가보겠습니다!

독서괭 2025-02-02 09:05   좋아요 1 | URL
후진도 좋네요 ㅎㅎㅎ

수이 2025-02-02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사친을 만들어요, 말할까 했는데 그러고 보니 나도 남사친들 만난지 너무 오래 전이라 내게도 있던가 남사친. 단발님 근처에는 그러고 보니 다들 여성들뿐이군요. 블루베리가 너무 적습니다. 조금 더 팍팍 넣어요. 교회 잘 다녀오시구요, 라고 시계를 보니 벌써 아멘 하고 있을 시간.

단발머리 2025-02-04 18:59   좋아요 0 | URL
남사친은... 제 생각에는 더 어릴 때 만들어야지 않을까요? 지금은 다 커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교회는 잘 다녀왔습니다. 그 시간은 아직 출발 전이었구요! 그러나 아멘!
저녁 맛난거 먹어요~~

망고 2025-02-02 15: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다 읽으셨군요 이 책도 너무 좋죠? ㅎㅎㅎ 루시와 밥의 사랑이 그렇게 끝났지만 루시가 마지막에 말하는 Love is love, 사랑이 다 다른 형태더라도 그건 다 사랑이라고, 밥을 사랑하지만 윌리엄에게서 느껴지는 안전한 느낌의 사랑도 사랑이라 루시가 선택한 길 즉 이 책의 결말이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음 책을 기다리며...

단발머리 2025-02-04 19:01   좋아요 1 | URL
이 책 저도 너무 좋았어요. 아끼면서 미뤄지고 바빠서 미루다가 이번 연휴에 마저 읽었습니다. 저는 밥의 마음을 알 거 같았지만(어디까지나 추측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하지 않은게 너무 잘한거 같아요. 만약 그랬다면, 많이 후회할 거 같았거든요. 그리고 루시의 고민과 갈들도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저 혼자 해보았습니다.
다음 책, 우리 같이 기다려 보아요~~

다락방 2025-02-03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들은 섹스도 같은 성별과 하는데 친구며 연인이며 다른 성별이 뭐 굳이 필요하겠습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대화가 통한다면 그걸로 기쁠 수 있다면 상대의 성별이 무엇이든 나이가 어떻게되든 좋지 않겠습니까. 그만큼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찾는건 쉽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단발머리 님은 많은 분들에게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계시잖아요. 단발머리 님을 붙들고 살아가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단발머리 님은 사람들에게 기둥이 되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아 맥락을 잘 파악하진 못했지만, 그리고 우정 역시, 사랑의 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사랑이 우정의 한 형태일 수도 있고요.


단발머리 2025-02-04 19:05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다락방님! 대화가 통하는 사람 만나기 쉽지 않죠. 근데 함께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도 딱딱! 통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루시와 밥이 그렇거든요.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 해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기에 나눌 수 있는 대화도 있고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저도 제 친구들에게, 이웃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저번주 토요일에도 그런 좋은 시간이었는데, 가끔 너무 힘들때는 말이에요. 그냥 들어주는 것도 괜찮은거 같아요. 어차피 인간에게 완벽한 소통이란 불가능한데.... 응, 그랬구나~~ 그런거요. 저번주 토요일에 그랬습니다^^

사랑과 우정이 참 비슷하지요. 사랑도 우정도 소듕합니다!

- 2025-02-05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사회에서 텔미, 에브리띵, 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우리는 구매할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2-07 11: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그르니깐요. 그게 가능하다고 하대요.
이건 루시가 밥에게 하는 말입니다. 말해줘요, 밥. 그간 당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내게 말해줘요!
 















내일 반납일이라 펼쳤는데, 세상에 이런…

엄마 찾는 아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써내려간 문장들. 사랑 이야기 아니고 논쟁. 위로의 말이 아닌 철학. 조사라기 보다는 논의의 자극제.


행여 실수가 있다면 그건 갓난아기를 무릎 위에 재워놓은 채(재우지 못한 때도 많았지만), 혹은 옆방에서 파트너가 육아를 맡아주는 동안 엄마를 찾는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집필을 겨우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은 이러한 프로젝트에 주어지는 제한과 프로젝트 자체의 한계를 돌아보게 했고, 모든 해방 운동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요소, 즉 타인에 대한 돌봄에 매달리느라 자신의 소중한 견해를 남들에게 들려줄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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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2-01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능 이 책 샀을걸요, 아마? 훗.

단발머리 2025-02-01 15:04   좋아요 0 | URL
참ㅋㅋㅋㅋ 모든걸 가지신 이 분ㅋㅋㅋㅋㅋ 책장까지 마련하셨으니 부러울게 없으시다 🤣
 














제국주의 확장 과정에서 '집 안의 천사'는 가정의 지배자이자 이상적인 어머니, 그리고 아내와 딸의 임무를 부여받는다. 흡사 천사와 같은 성정의 소유자라 여겨지는 '집안의 천사'는 역할이라기보다는 '존재만으로' 그 특징을 소유했다고 여겨진다.(119쪽)

'집안의 천사'와 관련해서는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4권이 나와 있다. 예전에 도서관 책으로 찍어두었던 사진이 반가워(공장 초기화 유경험자) 다시 올려둔다.

























여기서도 극복해야 할 어려움들이 보인다. 왜냐하면 -일반화해도 좋다면 ㅡ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손쉽게 관찰되지 않으며, 그녀들의 삶은 평범한 일상 가운데서 훨씬 덜 검토되고 검증되기 때문이다. 여성의 하루에서는 이렇다 하게 남는 것이 없을 때가 많다. 요리한 음식은 먹어 없어졌고, 키워 놓은 자식들은 세상으로 나가 버렸다. 어디에 강조점을 둘 것인가? 소설가가 포착할 만한 두드러진 점은 무엇인가? 말하기 어렵다. 그녀의 삶은 극도로 곤혹스럽고 수수께끼 같은 익명성을 지닌다. (『집 안의 천사 죽이기』, 59쪽)



제국주의 구도에서 성은 젠더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인종, 계급의 문제와 복합적인 방식으로 교차해 작동한다. 여성은 분명 남성보다 사회적으로 저평가되고, 그러한 불합리함을 수용하도록 강제되었지만, 영국의 백인 여성과 식민지의 유색인종 여성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본국의 백인 여성이 '집안의 천사'로 추앙받으며, '안전하게(?)' 남성에게 보호받을 것을 요청받는 것에 반해, 식민지의 여성은 백인 남성의 성적 환상을 시험하고, 성적 모험의 장으로서 인식되었다.

본국 백인 남성과 비백인 식민지 여성 사이의 성적 관계가 강압적인 환경 속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은 오히려 비백인 여성들이 지칠 줄 모르고 남자를 밝힌다거나 혼전 순결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냄으로써, 비백인 여성에 대한 전방위적 성적 억압을 변명하려 했다.


<4. 서구 남성의 성적 열등감>은 크기에 대한 남성의 집착을 자세히 보여준다. 성의 과학화라는 현상과 여성 오르가슴의 발견(178쪽)으로 흑인 남성에 대한 열등감이 폭발해 버린 백인 남성은 불안에 휩싸인다. 백인 여성이 자신들보다 흑인 남성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걱정이 바로 그것이다. 불안의 근거는 크기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남성이 가진 매우 작은 성기가 그들의 '미성숙함'의 증거라 주장했던 과학자들은 흑인 남성의 엄청나게 큰 성기는 그들의 '동물성'의 증거라 주장했다. 하지만, '오르가슴'을 통해 여성이 남성의 성적 능력을 평가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백인 남성들은 또 다른 이유를 찾아내어야만 했다. 작은 성기를 문제시했던 과학은 이제 지나치게 큰 성기를 문제시해야 했다. 그것은 백인의 '그것'이 아니었다. 도덕이 그 역할을 감당했다.

<엄청난 성적 능력을 가진> 흑인 남성과 성이라는 영역에서 경쟁하기보다는 그 구도에서 빠져나와 <도덕성>이라는 영역으로 스스로를 도피시켜 버린 것이다. 따라서 <성>은 드러내기보다는 은폐해야 할 것, 그리고 <도덕>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열등한 것이 되어버렸다. (185쪽)


도덕성으로 피신해 버렸음에도 흑인 남성의 엄청난 성적 능력에 대한 환상은 제국주의가 해체된 이후에도 백인 남성을 사로잡은 강력한 문화 전통이 되어 왔다. 이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크기다. 사이즈에 대한 집착이 그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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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8 0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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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8 1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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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29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기… 백인이 그렇단 말이군! (과계몽)

단발머리 2025-01-29 21:43   좋아요 1 | URL
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련한 영혼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크기 대결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떠납니다.
도덕의 세계로.... 깔깔깔!
 
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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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님 서재에서 알게 된 『행복의 기원』을 읽었다.

다락방님의 글은 여기(행복의 기원, 음식과 사람, https://blog.aladin.co.kr/fallen77/15858376)에.


행복이란 안정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편안한 감정 양태가 아니라, 진화의 과정 속에서 더 큰 쾌감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은 그간 아리스토텔레스 행복론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이다.

인간은 100% 동물이고, 지구상의 다른 동물, 아니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과 마찬가지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존재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고기와 매력적인 이성(딱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진화의 과정에서 유성생식을 선택했던 생명체들이 더 고도의 진화 과정을 거쳤고, 더 많은 수를 차지한다는 의미에서 일단 이성이라고 쓴다). 살아남기와 짝짓기. 인간은 100% 동물이라거나 행복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작동하는 뇌의 속임이라는 주장에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고는 생각한다.

다만, 인간이 생존확률만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만약 행복의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일생일대의 필생 작업, 메이팅을 완료한 상태에서 외부의 위협(추위, 더위, 눈, 비, 사나운 동물, 뱀 기타 등등)이 없고, 쾌적한 생활(샤워 시설, 수세식 화장실)을 영위할 수 있으며,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냉장고와 배달앱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 사람은 행복할까.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 행복해야만 할까.

처음엔 행복할 수 있는데, 계속 그럴 수는 없다.



쾌락의 총량은 늘릴 수 없다. 뇌의 보상 체계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더 강한 자극원에 노출되면 더 약한 자극원에 대한 보상의 정도가 급감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중독을 일으키는 자극원에 대한 뇌의 반응은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을 활용한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입증되었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34쪽)

쾌락의 총량은 늘릴 수 없다. 더 강한 자극을 경험한 이상 이전의 '소소한' 행복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나는 이 책에서 반복되는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유전,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133쪽)'에 더해 '자족하는 마음'이 행복에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8을 가져도 부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6에도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 성장과 팽창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성향 역시 '타고 나는' 측면이 강하다.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겨 먹은' 성향일 수 있다는 가정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싶어서 가지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사람은 내내 그렇다. 그냥, 모든 상황에, 환경에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유전'의 문제로 돌아온다.


'사람'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을 때, 왜 한국이나 일본 같은 초집단주의적 문화의 행복감이 그렇게 낮은지에 대한 부분도 인상 깊었다. 집단주의 문화에서의 과도한 타인 의식을 그 주요한 요인으로 꼽았는데, 체면과 의례를 중시하는 문화라는 측면에서는 설득되었고, 이제 이러한 문화들이 눈에 띄게 변화하는 시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술집과 노래방을 전전하던 회식 문화가 뮤지컬 감상과 고급 레스트랑 탐방으로 바뀌어가고, 1차부터 시작해 언제 끝날지 모르던 긴긴밤이 식사 후 티타임으로 바뀌어간다는 소문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친구가 무조건 많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몇 명의 '진짜 친구'가 있는지가 중요했다. 만남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유감의 중요성이 또 다시 등장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보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177쪽)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보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이 많아질 때 행복해진다고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매일 만나는 직장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인데,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정말... 부럽다. 그다음 방법은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과 자주 만나는 것인데, 좋아하는 친구를 자주 만나면 된다.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장이랑 상응한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부러워할 만한 경제 수준의 나라에,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친구들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쾌적한 나라에 산다. (179쪽)



100% 동감이다. 다만 이번 주에는 못 만난다. 이번 주에는 만나야 하는 사람을 만난다. 외향적이고 긍정적인 나는, 이 만남을 어쩔 수 없는 만남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만나서, 나름대로 괜찮은,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내보려고 한다. 심심하고 약간 지루하긴 하겠지만, 나름 재미있는 시간으로. 그렇게 이번 주를 보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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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5-01-26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다이렉트인 문장들입니다🙄

단발머리 2025-01-27 08:33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ㅋㅋㅋ 일단 시작이 좋아요. 2/4명이 쿨쿨ㅋㅋㅋ고요한 아침입니다! 😪

다락방 2025-01-31 0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으며 행복하게 보냈습니다마는,
그 연휴, 다 어디 가버렸나요? (이상 회사에 출근한 사람 올림)

단발머리 2025-01-31 09:55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 먹기가 최고죠.
그 연휴가 언제 그렇게 가 버렸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인데, 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 먹을 때, 시간 빨리 흐르는 거죠? 알 수가 없습니다. 아침에 눈발 날리던데 길 미끄러우니 점식 식사 하러 나가실 때 조심하세요, 다락방님!
 













첫 문장에서 공동 저자 두 사람은 이 책이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제국주의의 맥락에서 남성성이 어떻게 정의되고 작용했는가를 고찰해 보는 작업"(15쪽)이라고 썼다. 19세기에 나타났던 남성성은 고정된 상태로서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구도에서 여성성과의 대타성을 통해 '형성'되었고, 이것이 성, 인종, 계급을 둘러싼 담론을 통해 정교화되었다는 주장이다.

초기에 인도와 유화적인 관계를 맺고 있던 영국은 1857-1859년 사이에 발생한 인도 항쟁Indian Rebellion(세포이 반란Sepoy Mutiny)을 겪으면서 식민지 정책에 일대 변화를 만들었고, 본국이 직접 식민 경영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병력을 인도에 파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영국과 인도의 관계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연구한 애시스 낸디를 소개하면서 저자들은 '영국의 초기 인도 식민 통치 시기를 다소 이상주의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전에 아시스 난디를 읽고 정리한 글이 있어 여기(친밀한 적-상호 속박-된장찌개,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974222)에 붙여둔다.

식민 지배자의 지배자 모방과 관련해서는 호미 바바의 의견이 주효해 보인다. '양자의 식민 관계가 단순히 일방적인 명령과 복종의 구도가 아니라, 피지배자의 흉내내기가 잠재적으로 식민 권력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식민 권력 관계를 복잡하게 만든다'(63쪽)는 주장이 바로 그것인데, 자연스레 푸코의 권력에 대한 문장을 기억할 수밖에 없겠다. 나는 이 문장을 위해 『감시와 처벌』을 읽었던가 싶다. 3-4번을 인용했지만 다시 한번 인용해 본다.











, 권력은 소유되기보다는 오히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획득하거나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이며, 피지배자의 입장을 표명하고 때로는 연장시켜 주기도 하는 효과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 권력은 '그것을 갖지 못한 자'들에게 다만 단순하게 의무나 금지로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은 그들을 포위공격하고, 그들을 거쳐 가고, 그들을 가로질러 간다. 권력은 그들을 거점으로 삼는데, 이것은 마치 권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권력에 대한 영향력을 거점으로 삼는 것과 같다. 바꿔 말하면, 이 권력의 이러한 관계들은 사회의 심층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이지, 국가와 시민들 사이에 혹은 국가와 계급들의 경계 사이에 있는 관계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감시와 처벌』, 66)


푸코의 말을 영국과 인도의 관계로 풀어보자면. 인도는 식민 지배자인 영국의 영향력 하에 있고, 그의 지배하에 있다. 하지만, 지배자와 피지배자인 두 국가의 관계에 영향을 받는 것은 피지배자인 인도만은 아니다. 영국 역시, 명령하고 다스리고 억압의 주체인 식민 지배자 영국 역시 인도의 영향을 받으며, 그 행사를 통해 자기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간다'.


<제2장 타자의 몸: 인종, 성, 계급의 교차점>에서는 이런 문장에 주목하게 된다.

<타자>에게 부여된 속성들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위한 안티테제로 설정된 것이고, 이것 역시 유럽의 오랜 문화적 맥락에서 형성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103쪽)

중요한 건 '타자'다. 유럽은 자신의 정체성을 위한 안티테제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신대륙의 타자들에게 독특한 속성을 부여했다. 이때 유럽은 훨씬 선명한 <바깥 세계의 타자>와 익히 알고 있는 <유럽 내의 타자>의 이미지를 교차시킨다. <전통적 타자>는 오랜 기간 유럽에서 함께 생활했던 유대인이며, 또 하나의 타자의 전형이 여성(106쪽)이다.

상대를 발견함으로써 자신을 규정하는 타자화에 대해서는 『제2의 성』에서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타자의 범주는 의식만큼 근원적인 것이다. 가장 원시적인 사회와 가장 오래된 신화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동일자와 타자의 이원성을 발견한다. 이러한 분할은 애초에 성적 구분이란 특징을 띠지 않았고, 어떤 경험적 사실에도 속하지 않았다. 이는 특히 중국 사상에 관한 그라네Marcel Granet(1884~1940)의 연구와 인도·로마에 관한 뒤메질Georges Dumézil(1898~1986)"의 연구에서 눈에 띄게 나타난다. 바루나와 미트라, 우라노스와 제우스, 해와 달, 낮과 밤 같은 한쌍에는 애초에 어떤 여성적 요소도 내포되어 있지 않았다. 선과 악행과 불행의 원리, 좌와 우, 신과 악마의 대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타성은 인간의 생각에 근본적인 범주다. 어떤 집단도 자신 앞에 타자를 즉시 상정하지 않고서는 자신을 주체로 규정짓지 못한다. (『제 2의 성』, 29쪽)

이는 개인으로서도 집단으로서도 비슷한 형식으로 나타난다. 인간이 스스로를 '주체'로 인식하는 경우, 나 아닌 외부, 나 아닌 모든 것으로서의 '외부'를 '타자'로 규정하듯이, 집단도 자랑스레 명명하는 '우리' 앞에 타자를 상정하지 않고서는 자기 집단을 주체로 규정할 수 없다. 유럽에서 여성, 유색 인종, 유대인은 타자로서 전제된다. 타자의 설정, 타자의 고정화를 통해 백인 남성인 유럽인의 정체성이 형성되고, 정교화되었다. 그 과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과학의 획기적 발전을 통해 오히려 타자화는 더욱 고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핵심은 타자화다. 긍정적인 모든 요소가 '나'의 것이 되고, 부정적인 모든 요소는 '타자'의 것이 된다. 아름다운 것은 '나'의 것이 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타자'의 것이 된다. 나는 상식적인 사람이고, 너는 경우가 없는 사람이다. 나는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고, 너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다. 나는 비범한 사람이고, 너는 이상한 사람이다.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보통의 '우리'가 '우리' 아닌 모든 것, 타자를 대하는/대해 왔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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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1-24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책도 좋고 단발머리 님의 글도 좋네요.
단발머리 님이 푸코의 글을 인용하시고 밑에 써두신 글을 보니, 저는 ‘박정자‘의 [시선은 권력이다] 에서 이 부분을 가져오고 싶어지네요.

<슬라보예 지젝 Slavoj Zizek 이 푸코를 비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에서이다. 감시하는 시선을 절대시하는 푸코와 달리 그는 감시자의 시선이 항상 전능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감시자는 대상을 감시하지만 동시에 그 대상이 또한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불안해한다. 감시하는 자의 이런 불안은 감시당하는 자의 불안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Slavoj Zizek, 《Tarrying with the Negative), Durham,
North Carolina: Duke University Press.) - P195>

이런 구절도 있어요.

<한 쪽은 노예이고 한쪽은 주인이다.
주인은 즐기기만 하고 노예는 힘든 노동만 한다. 주인은 노예를 강제하고 노예는 주인의 명령을 따른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주인이 시키면 억지로 해야만 한다. 당연히 주인이 노예보다 우월하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이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반드시 주인은 아니다.
노예는 자신을 노예라고 생각하고 주인도 자신을 노예라고 인정하므로 그는 철두철미하게 노예이다. 그러나 주인이 주인인 것은 노예가 그를 주인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만일 노예가 그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노예의 노동이 없다면 주인은 주인의 지위를 잃을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유지할 수조차 없다. 노예 없이 주인은 주인이 아니므로 주인의 개념은 전적으로 노예에 예속되어 있다. 자신의 존재를 노예에게 의존하고 있는 주인은 자신의 개념을 완성하자마자 노예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이다. - P58~60>

아 너무 재미있어요!!

단발머리 2025-01-24 17:15   좋아요 0 | URL
아~ 그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군요. 노예와 주인에 대한 이야기는 권력의 효과에 대한 설명과 겹쳐서 읽기에도 좋네요.
지젝이 쓴 부분은 조금 어렵구요.
저도 그 책 있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이달의 책,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뒷부분에 흥미로운 부분도 많다고 합니다*^^*

taeji0920 2025-01-2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극우인사 박정자씨에게 관심주지 마세요. 박정자씨는 본인의 학문과 정치관이 완전 따로 국밥입니다. 평소 박정자씨가 무슨 주장을 하는지 신문 논설 한번 찾아보세요...기파랑 출판사...음...부끄럽다. 증맬루!

감은빛 2025-01-24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도 참 좋지만, 저는 마지막 사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책이 눈에 들어오네요. 영문판인가요? 원서라면 일어판이어야 할텐데, 영문판을 읽으시는 이유가 궁금해서요. ㅎㅎㅎ

단발머리 2025-01-24 17:23   좋아요 0 | URL
네, 영문판입니다. 원서 코너에서 발견했는데 작고 가벼워서 구입했고요(책 살때 외모 중시하는 편). 아시다시피 하루키는 외국 생활을 오래했고 미국 에이전트랑 오랜 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미국 작가들 못지않게 영문판이 많습니다. 그냥 전 세계 베셀 작가가 아니니까요. 번역본이라 비교적 문장이 간단하고 쉬운 단어가 많습니다.

- 2025-01-24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 타자에 뒤메질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1-24 17:23   좋아요 0 | URL
뒤메질은 사랑이며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