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2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생명, 40억년의 비밀. EBS 다큐프라임 시리즈 두 번째 책.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짝짓기.

자연계에 존재하는 가장 신비하고 경이로운 남과 여에 관한 이야기를, 종의 보존 즉, 생존을 위한 진화의 코드로 설명한다. <들어가며>에서부터 감동적이다.

 

짝짓기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같은 종의 수컷과 경쟁한다. 암컷은 더 나은 수컷을 선택하기 위해 같은 종의 암컷과 경쟁한다. 암컷은 수컷을 선택하고 수컷은 암컷을 선택한다.

짝짓기는 애정이다.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애초에 유전자를 서로 교환하기 위해 시작된 짝짓기지만 많은 동물에서 짝짓기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거의 평생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늑대의 경우도, 난교를 즐기는 보노보의 경우도, 페로몬으로 서로를 유혹하는 곤충의 경우도 짝짓기는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발전한다. (<들어가며>, 5)

 

성은 왜 생기게 된 것일까. 수컷은 왜 선택받으려 하고, 암컷은 왜 선택받으려 할까. 성은 나름의 역할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걸까. 짝짓기가 먼저일까, 아니면 애정이 먼저일까. 성은 도대체 무엇일까.

 

성이란 무엇인가. 성은 감수분열meiosis이며 동시에 유전자 재조합genome recombination이다. 성은 한 개체가 다른 개체와 유전자를, 또한 DNA를 섞는 것이다. 두 개체의 유전자를 섞기 위해서 일단 내 것을 포기해야 한다. ... 세포 분열하면서 염색체도 정확히 반을 나눈다. 이제 나는 반쪽의 내가 된다. 그리고 다른 반쪽을 기다린다. 그 반쪽이 다가온다. 두 반쪽은 기꺼이 하나의 세포가 된다. 두 핵이 모여 하나의 핵이 된다.... 이제 반쪽의 나와 반쪽의 타인이 만나 나도 아니고 타인도 아닌, 내가 아닌 것도 아니고, 타인이 아닌 것도 아닌 새로운 타인 내가 된다. (8)

 

이 책에 의하면, 성의 애초 목적은 번식도, 유전적 다양성도, 쾌락도 아니다. 진화의 다른 결과물처럼 성도 그 목적이 없다. 진화의 과정 속에 성이 생겨났고, 그것이 좋은 돌연변이의 전파와 유전적 다양성을 가져오고, 나쁜 돌연변이 제거에 효과적이었으며, 면역체계를 유지, 보수 및 최신화에도 유리했기에 성을 가진 생물들이 살아남아 현재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진화에는 목적이 없고, 성도 마찬가지다,라고 이 책은 말한다.

생물을 암수로 나눌 때의 구분법은 생식세포의 크기다. 염색체의 절반만을 넣어둔 아주 작은 크기의 생식세포(정자)를 만드는 쪽은 수컷이고, 유전자의 절반과 함께 수정된 후 하나의 개체로 발생할 때 필요한 영양분과 세포기관 등을 갖춘 큰 크기의 생식세포(난자)를 만드는 쪽이 암컷이다.(53) 짝짓기를 하고 이를 통해 후손을 남기는 긴 타협의 시간 동안, 왜 정자는 작은 크기의 운동성을 갖춘 형태로 발전했는지, 왜 암컷은 난자를 많이 만들기보다는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진 소수를 만드는 쪽으로 진화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교미를 빼곤 신체에서 가장 쓸모없는 기관인 페니스가 각 동물별로 어떤 식으로 발전했는지, 왜 교미 중에 오르가즘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짝짓기를 하는 동안 둘은 무방비 상태가 되고 외부 천적의 위협에 완벽하게 노출됨에도 불구하고, 왜 오르가즘이라는 극도의 흥분 상태에 도달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63쪽이다.

크기가 클 뿐만 아니라 영양분과 세포기관을 갖춘 난자를 만들어내는 암컷은 임신과 출산 후에는 새끼를 도맡아 키우는 경우가 수컷보다는 훨씬 더 많다.(65) 암컷으로서는 임신 자체가 위험한 모험일 수밖에 없다. 임신기간 뿐만 아니라, 출산 후 새끼가 일정한 크기로 자랄 때까지 자신과 새끼의 생존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암컷이 수컷을 선택할 때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암컷은 자손에게 강건한 신체를 물려줄 좋은 유전자를 가진 수컷을 선택한다. 이것에는 예외가 없다. 어떠한 동물의 암컷도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좋은 유전자를 가진 수컷이다.(66)

수컷은 수컷 나름대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마귀 수컷은 교미 도중 암컷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나비는 정자가 들어있는 주머니인 정포를 암컷에게 바쳐 암컷이 수정하고 알을 만드는데 충분한 영양분을 제공한다. 여치 역시 사정 때마다 암컷에게 정포를 제공하면서 암컷이 다른 수컷에게 가지 못하도록 한다. 제일 흥미로운 곤충은 유럽풍선파리Hilara maura인데, 이들은 암컷에게 짝짓기를 하러 갈 때 작은 곤충을 잡아서 가지고 간다. 곤충 선물을 암컷 앞에 흔들며 춤을 추며 구애한다. 암컷이 허락하면 수컷은 암컷이 그 선물을 먹어치우는 동안 짝짓기를 하는데, 어떤 녀석들은 교미를 더 오래하기 위해 선물을 포장하기도 한다고 하니, 수컷들의 치열한 투쟁이 눈물겹기도 하다.

 

 

 

하지만, 이 친절한 EBS Media 기획팀(이 책의 공동저자들)은 다르게 말한다.

여기까지 읽으며 수컷으로 살기 참 팍팍하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다. 사실은 그래도 암컷이 더 힘들다. 수컷이 주는 먹이 혹은 영양분이라고 해봤자 암컷이 알을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와 시간에 비하면 어림없다. 하루 종일 살림하고 애보고 녹초가 된 아내에게 집에 와서 설거지 한 번 정도하고 유세떠는 식인 것이다. (71)

<짝짓기가 뭐라고>라는 챕터에서는 목숨을 내놓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 산란 후 삶을 마치는 암컷 수컷 연어의 삶과 정자기계처럼 단 한 번 결혼비행을 통해 여왕벌과의 교미를 마치자마자 폭발해버리는 수벌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고, 인간 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에서도 나타나는 영아살해와 낙태의 예를 볼 수 있다. <성적 강압, 강간>에 대한 꼭지에서는 성적 강압이 지배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여러 동물들의 실례가 소개되는데, 지구 내 최상의 문명을 이룩했다고 자신하는 우리 인간 사회와 너무나 많이 닮아있어 놀라울 뿐이다.

 

곤충 중에서 대표적인 강간범으로는 밑들이벌레가 있다고 한다. 영어로는 scorpionfly라고 하는데 전갈의 독침과 비슷하게 생긴 수컷의 생식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곤충들은 짝짓기를 위해 암컷에게 선물로 먹이를 가져다주는데,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그냥 암컷을 포박해버리고 강제로 교미를 한다. 암컷 역시 이런 수컷의 정자가 난자에 닿지 못하도록 조처를 취하도록 진화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파렴치한 수컷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그 답이 또한 의외다. 애초에 강간범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암컷들이 파렴치한 수컷의 정자를 수정시키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러한 수컷들의 유전자가 후대에 전해지지 않으니 사라져야 할 것 같은데 현재도 건재하다. 즉 이것은 애초에 강간범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란 걸 말해준다. 선물로 줄 먹이가 있으면 먹이를 주고 교미를 하지만 선물로 줄 먹이가 없을 때 암컷이 나타나면 불문곡직하고 강간을 해버리는 것이다. 대부분 실패로 끝나지만 열에 하나 성공한다면 수컷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112)

  

  

육상에 사는 포유류 중 하나인 (      )의 예도 있다.

(      )의 경우 난교형 무리인데 최상위 수컷alpha male이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기 위해 폭력을 휘두른다. 물론 아래 서열의 수컷과 암컷 모두가 최상위 수컷의 폭력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암컷에겐 대단히 불행하게도 다른 서열이 낮은 수컷들도 암컷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때 수컷들의 폭력은 암컷이 다른 수컷과 교미를 하지 못하게 예방하는 의미를 가진다. 무리 밖의 다른 수컷과 교미를 하면 맞는다는 의미. 또한 자신이 교미를 요구할 때 교미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118)

차분히 읽어보면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유인원들 중 하나인 고릴라, 침팬지 혹은 오랑우탄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겠으나(정답은 침팬지), 큰 주위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괄호 안에 인간을 넣고 싶은 충동을 느낄 만도 하다. 영장류 강간에 대한 설명도 그렇다. 자꾸, 만물의 영장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종이 생각난다.

영장류의 강간에서 보자면 오히려 번식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영장류의 수컷에 의한 강간과 성적 강제, 강압은 명백한 목표가 있다. 그것은 무리 내에서 사회적 지위 문제와 긴밀한 연관관계가 있다. 돌고래나 침팬지 등에서 나타나는 성적 강제 혹은 강간은 다른 방법이 없어서 이루어지는 교미의 수단, 혹은 번식의 수단이라기보다는 무리 내의 서열을 확고히 하고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것이다. ... 인간의 예를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그 개인적 동기는 번식과는 무관하며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구나 박탈감 혹은 가학적 쾌락 등으로 변이되었다. 그리고 그 행위 또한 본능이 이끄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된 과정이다. (120-121)

가족 형태에 대한 탐구 역시 흥미롭다. 포유류의 경우 90% 이상이 일부다처제이고, 대규모 떼를 형성하는 물고기들이 다부다처형이다. 포유류의 경우 다부다처형은 흔히 난교형이라고도 하는데, 사자, 침팬지, 보노보의 경우다. 동물의 세계에서 일처다부는 흔하지는 않은데, 일처다부형의 특징은 육아를 수컷이 도맡아 한다는 것이다. 신세계 원숭이의 일종인 타마린 속에 속하는 원숭이들이 그렇다. 일부일처제는 포유류에서는 드물고 오히려 새들의 경우를 살펴봐야 한다. 새들의 경우 전체의 90%가 일부일처제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알에서 깨어난 후 돌봐야 하는 시간 동안만이다. 표지의 주인공 황제펭귄이 대표적인 예다. 남극의 긴 겨울 동안 이들은 짝을 지어 알을 낳고 부화시키고 키운다. 새끼가 독립하면 이들의 부부관계는 끝이다. 막내 아이의 대학 입학 때까지만 이혼을 유예한다는 근자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지점이다.

유전자 차원에서 그리고 진화론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은 침팬지와 보노보인데, 이들과는 구별되는 인간 성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숨어서 섹스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암컷의 배란기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는 일정한 시기가 되면 여자가 폐경을 한다는 점이다.(220) 이 책에서는 인간 여성에게 발정기 신호가 없어진 것은 상호 신뢰와 정서적 혹은 감정적 교류의 강화 때문이라고 본다. 발정기 신호가 없어짐으로 해서 수컷은 암컷을 감시하기 힘들어졌다. 흔히 구석기 시대라고 하는 시대에, 주변에 다른 남자들도 있는 상황에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며, 더구나 내 여자의 발정기가 언제인지도 모를 상황에서, 인간 남자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수컷은 육아와 먹이 구하기를 암컷과 함께 함으로써 암컷이 자식을 기르는 과정에 커다란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 다른 수컷과의 교미에 대한 필요성을 감소시키려 했다.(225) 현재에 그 해결책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할지라도, 선택 그 자체로 보아서는 잘한 선택이다. 훌륭한 선택이다.

이 책은 너무 재미있다. 서로의 유전자를 섞고 그를 통해 촉발되는 변이, 수컷의 눈물겨운 노력, 암컷의 숭고한 희생, 여자친구를 위한 곤충의 곤충선물, 거침없는 물고기의 체외수정,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도마뱀의 처녀생식, 육체파 고릴라의 성적 억압, 시도 때도 없이 성을 탐닉하는 보노보, 그리고 자기는 안 그런 척 옷을 입는 인간의 성에 대한 가감 없는 관찰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얼마나 큭큭댔던지, 간만에 정숙하게 숙제를 하고 있는 아들을 의도치 않게 방해하고 말았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웃기냐며 책을 빼앗아간 아들이 펼친 페이지에는 개구리의 짝짓기 사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생명, 40억년의 비밀,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부담 없이 읽으시라 권하고 싶지만, 오늘날 이 시대, 이 사회에서 수컷의 위상에 대해 불만이 있는 분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내가 큭큭대며 웃었던 여러 대목에서, 불끈 화가 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수컷의 생산력이 가족 전체의 부양이라는 책무를 감당하기 힘들었을 옛날에 암컷을 마냥 가두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고, 무리 내에 살면서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수컷과 암컷이 같이 자식을 기르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으리라. 이것을 모르는 수컷, 남성이 아직도 있기는 하지만. (2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다운 게 어딨어 - 어느 페미니스트의 12가지 실험
에머 오툴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젠더는 리허설을 거친 연기이고, 그것을 써먹는 특정 연기자들보다

더 오래 존속하는 각본으로서, 다시 한 번 현실에 실현되고 재생산되

기 위해 연기자들을 필요로 한다.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 엉덩이 몇 번 두드리고 휘파람 좀 불었다고 불평하는 애들은 그냥 징징대는 거예요. 진짜로 관심을 거두면 걔들도 내심 아쉬울 걸요?” , 그래그래, 그럴 거야. 청중이 그리스 연극의 관객들처럼 웅성댄다. “저는 시선 받는 걸 좋아해요. 아무도 감상해주지 않는다면 애써 예쁘게 꾸밀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그냥 즐기면 될 걸! 그것도 일종의 칭찬 아닌가요?“ 아하, 그럼그럼, 그렇고말고.

이 시점에 예의 뮤지션이 끼어든다.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당신도 나이가 들면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경험을 좀더 하고, 세상이 언제나 공평한 곳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말예요.” 나는 모르는 게 없는 열여덟살이므로, 깔보는 말투로 곧장 아는 체를 한다. “저는 어떤 차별도 겪어본 적이 없는데요. 단 한번도요. 지금이 1950년대는 아니잖아요! 성차별 같은 건 이제 없어요. 저는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항상 남자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어요. 이제는 누구나 남녀가 평등하다는 걸 알죠.” (70)

 

어른들의 외모 칭찬에 길들여져 그들의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게 된 에머 오툴은 자신에게 만족하기 위해서 외모에 대한 칭찬이 계속 필요했다. 그녀는 칭찬을 얻어낼 수 있는 행동에 착수했는데, 그것은 패션, 화장, 다이어트, 몸치장에 관련된 것이었다.(38) 몸치장을 중심으로 한 10대로서의 통과의례를 거치며, 그녀는 상당한 에너지를 외모에 투자했다.(63) 그런 그녀가 말한다.

 

저는 어떤 차별도 겪어본 적이 없는데요. 단 한번도요. 지금이 1950년대는 아니잖아요! 성차별 같은 건 이제 없어요. 저는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항상 남자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어요. 이제는 누구나 남녀가 평등하다는 걸 알죠.” (70)

 

열여덟의 그녀는, 현재 여성들의 삶이 스스로의 선택때문이었다고 생각했다.

힘있는 지위에 여성이 적은 이유, 여성이 외모에 시간과 돈과 정신적 에너지를 그렇게나 많이 소비하는 이유,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르는 이유, 여성이 가사노동과 육아라는 타격을 받는 이유 그 모든 것이 선택이다. (71)

 

그녀가 말하는 선택이란, 어떤 선택일까. 그 선택은 정말 그녀들의 선택이었을까. 선택의 의미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그녀는 구조structure와 행위주체agency사이의 긴장에 대해 설명한다. 행위주체는 개인, 즉 개인의 선택을 말하며, 구조는 사회, 즉 개인이 형성되고 행동하는 배경이 되는 맥락이다.

만약 당신이 행위주체가 우선이라고 열렬히 주장한다면, 즉 개인이 그가 하는 행동을 완전히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소들을 간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또한 당신이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문제를 그들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행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고 믿기 때문이다. 보수적·자본주의적 세계관은 개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이처럼 행위주체에 무게를 싣는 경향이 있다. ...

반대로 구조가 우선이라고 열렬히 주장한다면, 개인의 행동이 언제나 사회적 상황의 결과라고 믿는다면 개인의 성취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못할 수 있다. 진보적·사회주의적 세계관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구조를 우선시한다. (73)

 

구조와 행위주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흥미로운데, 나이키 운동화를 훔친 가난한 10대 소녀와 국가가 지급하는 수당을 받아 생활하는 씽글맘에 대해 생각해볼 때, 더욱 그렇다. 소녀를 분에 넘치는 물건을 원하는 탐욕스러운 도둑으로, 씽글맘을 무책임하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체제 전체를 고찰하는 것보다 쉬운 일(75)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행위주체, 즉 선택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행위주체가 안고 있는 불리함을 무시하게 된다. 이러한 맹목은 젠더, , 인종, 계급, 능력, 그 외 무엇으로든 이미 특권을 누리고 있는 이들에게는 유리하지만 평등의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론 여성에게도 불리하다. (79)

 

선택의 중요성을 강요할 때, 유리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이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불리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다른 사람들이 이미 갖고 있는 무언가를 현재에는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노력의 결과라고 주장할 것이다. 부지런히 일했기 때문에 가지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면? 노동의 결과물이 아니라면? 그 사람을 유리하게 해준 조건이 태어났을 때부터 주어진 것이라면. 불리한 사람들은 평생을 노력해도 가질 수 없고, 도달할 수 없고, 나란히 설 수 없는 것이라면. 그런 경우라면, ‘선택은 가진 자의 말이다. 가진 자가 자신의 것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다. 남자, 백인, 이성애자, 유럽인, 도시인, 비장애인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는 자들에게만 유리한 단어다. ‘선택은 여성에게 불리한 단어다.

그렇다면, 선택이라는 단어는 여성에게 어떻게 교육되는가.

 

(당시) 내가 탐독하던 도스또옙스키, 케루악, 오웰 내가 속한 문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남성 작가들 의 작품을 전부 읽었을 때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남성이 우월하다는 믿음을 내면화했다. (82)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의 모든 주인공, 청소년기에 소비한 책의 작가와 영화의 감독들은 대부분이 남자다. 거의 다 남자라고 말할 정도다. 그렇다면,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이 팽배한 사회에서 여성의 선택은 무엇인가.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남성들의 관심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건 남성들이 찬성할 만한 말과 행동을 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성차별적 사회에서 여성인 우리가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자발적으로 성차별적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83)

 

그렇다면 성차별적 사회, 명확히 성차별적 사회에서 여성이 페미니즘이라는 못된 사상에 오염되는 때는 언제인가. 언제 여자는 성차별적 사회 속 성차별적 문화와 관습, 언어와 행동에 반항하는가.

 

벨 훅스는 행복한 페미니즘에서 여성은 자신의 성차별적 사고를 자각하고, ·인종·계급을 근거로 한 여성들 간의 억압을 직면한 뒤에야 다른 여성과 연대하여 불평등에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97)

 

결국엔 경험이다. 경험하고 자각해야한다. 누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옷에 스며드는 빗물처럼, 우리 생활 가까이에 스며있는 성차별적 요소에 노출되었을 때, 성차별적 사건과 사고에 직면했을 때, 비로소 여성들은 성차별에 반대한다. 말할 수 있게 된다. 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된다.

 

부제 어느 페미니스트의 12가지 실험으로 예상할 수 있듯이, 이 책은 그녀의 을 이용한 실험의 과정과 결과가 자세히 서술된다.

모자와 손으로 그린 수염, 품이 큰 옷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남장으로 19살 할로윈 파티에서 오래된 친구들과 새로 만나 인디클럽 동지까지 그녀를 남자로 오인하게 했던 남장 실험을 시작으로, 더블린에서의 대규모 도시 누드 사진전 참여, 삭발과 체모 면도 중지 등의 실험을 통해, 외모의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그녀를 오해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삭발한 그녀의 머리를 보고 그녀가 공격적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이라면, 긴 머리의 그녀를 수동적일 것이라고 추측했을거라 예상할 수 있다. 젠더 규범에 순응하지 않는다고 그녀를 불행하고 불안한 사람으로 추측한다면, 관습에 따라 여성성에 순응한 것을 사회적응과 정신건강의 징표(133)라 추측한다는 것이다. 저항의 의미로 가슴 내놓기실험은 조금 복잡한 문제인데,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자유를 주장함과 동시에 대상화되고 눈요깃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침 방송에서 남자들에게 겨드랑이를 보여줘!“라고 말하며, 자신의 말을 그대로 실천한 그녀는 전 세계 유명세를 치루게 되었다.

 

 

<사진 출처 : http://m.cafe.daum.net/dmdfl/HFuM/114?q=D_BW52w5gGNbw0>

 

그녀는 체모 관리를 중지했다. 자신의 몸에 난 털을 정기적으로 면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는 목 아래 털을 깨끗이 밀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과 관리된 여성의 몸이 더 아름답다는 이야기, 여성의 체모는 역겹다고 주장하는 자본주의 운동에 반대해 체모 면도를 중지했노라 선언했다. 털 난 아가씨로 살기로 선언했다. 그랬을 때, 단지 몸에 자라는 털을 밀지 않았을 때,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의 불편한 혐오의 시선. 급기야 그녀는 이런 이메일까지 받게 되었다. 차마 글로 옮길 수 없어, 사진으로 대신한다.

 

 

 

 

 

여자가, 고정된 성역할과 범위를 벗어나겠다고 했을 때, 그녀가 받게 되는 분노와 모욕, 저주의 모습이다. 놀랍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성차별의 벽은 이렇게 견고하다. 이렇게나 강고하다. 단지 그의 미용철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241)

 

여자도 사람이다(이게 급진적 페미니스트의 생각이라는 것, 나도 안다). 여자도 털이 난다. 여자도 땀이 난다. 여기에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 잘못된 것은 우리가 타고나 신체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도록 길들여졌다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공격받고 있다는 것이다. (212)

 

그 다음으로 그녀가 관심을 가진 영역은 여성, 흑인, 성소수자, 장애인 차별의 수단이 되고 있는 언어의 수행적 효과에 대한 것이다. 조앤 롤링J. K. Rowling이 원고를 보내는 족족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한 뒤, 현재 출판사에서 필명을 J. K.로 바꾸라는 조언을 받고 성공가도에 올랐다는 이야기, 조지 엘리엇Geroge Eliot(본명은 메리 앤 에번스Mary Ann Evans)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그녀 역시 박사 학위를 받자마자 모든 개인 서류와 계좌에서 이름에 붙는 직함을 미스에서 박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여성이라는 사실, 미혼 여성인지 기혼 여성인지를 적시하는 게 지긋지긋했기 때문이다.(249) 그녀가 제안하는 젠더 중립적인 3인칭 대명사 ‘they’가 젠더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별화된 대명사에 대한 인식이 재확인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베드신은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일으킨다. '베드' 위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서술되어 있고, 여성으로서 불편한 면이 적지 않아 이 부분은 패쓰한다. 저자가 솔직한 사람이었기에 쓸 수 있는 글이고, 여성이기에 쓸 수 있는 내용이다. 직접 확인하시길.

그녀의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10대 소녀로서 남자가 되었던 그녀는, 삭발의 젊은이가 되었고, 털복숭이 아가씨가 되었다. 털을 다 밀고 나서 금발의 어여쁜 아가씨로 나타났고, 그리고는 다시 겨털을 기르고 있다. 그 중 하나도 그녀가 아닌 것이 없다. 그녀는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마야 앤절루Maya Angelou는 말한다. “한 여성이 자기 자신을 옹호할 때, 그는 사실 자기도 모르게, 어떤 주장도 펼치지 않으면서, 모든 여성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우선시하라고 사회화된 사람으로서, 나는 이 말에 큰 도움을 받았다. 백인 중산층인 내 문제가 다른 수많은 여성들의 문제에 비하면 극히 사소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 모든 문제들은 똑같이 성차별적이다. 성차별이 발견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공적 행동으로써뿐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로써 그것에 맞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쓰고 어디서 행진하든 상관없이 구조는 자가복제를 계속할 것이다. (353)

 

3의 성 아줌마이고, 전업주부로서 내가 겪는 문제는 다른 수많은 여성들의 문제에 비하면 극히 사소하다. 성차별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를 제기하고 공적 행동으로써 맞서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머의 책을 읽고 큰 도움을 받았다. 조금만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게 바로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다.

 

파란색 뇌, 분홍색 뇌, 젠더, 만들어진 성, 아름다움의 미신』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를 가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가능한 행위들이 있다. 출산, 정자 생산, 모유 수유, 특정 수준의 경쟁적 스포츠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행위는 남녀 양쪽에 열려 있다. 기저귀 갈기, 등산, 선반 설치, 봉춤, 영양가 높은 4인분 식사 조리, 자동차 엔진 수리, 빗속에서 춤추기 등이 모두. (170쪽)

아직도 재생산 기능이 있는 신체를 지닌 여성들이 공적 영역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전문용어로 멍청이라고 부른다. (171쪽)

페미니스트들에게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달해야 한다고, 보다 상냥하게 굴어서 남자들도 이 운동에 합류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건 헛소리다. 우리의 의도는 남성의 특권을 해체하는 것이며, 여기에 설탕옷을 입힌다는 건 불가능하다. (351쪽)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6-10-0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저 이 책 읽고 싶은데 단발머리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읽기를 멈추지 않으셔서, 그리고 그 후의 느낌과 생각을 이렇듯 글로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단발머리님, 제가 사랑합니다. ♡

단발머리 2016-10-07 13:56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에머와 수다떠는 것 같은 기분으로 금방 읽을 수 있으실 거예요.
물론 중간 중간 `소중한 빡침`의 순간이 찾아오기는 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책을 읽게 될수록 무언가 배웠다는 뿌듯함보다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울적해지는데, 다락방님이 응원해 주셔서 힘이 나네요.

사랑에는 사랑으로~~~ 하트하트 뿅뿅!!!

2016-10-07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리말과 앞부분 조금 읽었는데 술술 읽히는 타입이더군요. 저는 앞으로 5주정도 창비근처 갈 일이 있어 갈때마다 5주에 걸쳐 읽기로~써머리는 무척 도움되었어요. 감사해요:)

단발머리 2016-10-07 14:41   좋아요 1 | URL
ㅎㅎ 네 맞아요.
저도 술술 읽었어요. 술술~~~~
창비에 가실일이 5주나 되시다니... 뭔가 신기하고 근사한 일이 있으신가요? ^^

2016-10-07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창비 근처에요. 근처 가는 길에 창비카페 들러 한 시간쯤 책을 읽기로ㅋ

단발머리 2016-10-07 14:56   좋아요 1 | URL
우아앙~~~ 넘 근사한 프로그램인데요!!! 카페에서 책읽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프로그램이죠~~~

2016-10-07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7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0-0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탕웨이가 <색계>에 출연했을 때 겨드랑이 털을 노출했습니다. 그 당시 영화 베드신이 이슈였는데, 그것 다음으로 사람들이 놀라워했던 것은 탕웨이의 겨드랑이 털이었습니다. 겨드랑이 털이 무성하게 자란 것이 아닌데도 남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요즘은 탕웨이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많아졌는데, 그 중 일부는 과거에 했던 생각을 잊어버렸을 겁니다.

단발머리 2016-10-08 18:26   좋아요 0 | URL
저는 색계를 보지 못해서 그 이야기는 몰랐네요. 여성도 자유롭게 자신의 겨털을 기를 수 있는데...
영화.. 제목은 기억이 안 나는데 하정우가 공효진의 겨털을 보고 놀랐던 장면도 오래 회자되었죠.
단지 한 개인의 미용철학에 이처럼 놀라고 발끈하는 사회라니...
 
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원망하고 싶었다. 그게 누구든 상관없었다. 나는 누군가 원망하고 싶었고, 그래서 아무나 원망했다. 마음 깊이. 나는 누군가를 원망했다.  

 

나는 아가씨를 원망했다.

아가씨가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그렇게 모호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선생님을 요령 좋게 챙겨주어 선생님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면서(218), 동시에 일찍 집으로 돌아온 K와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의 방에서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내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도망치듯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219). 선생님이 초조해지지 않도록 그에 대한 애정을 조심스레 드러냈다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아가씨도 어쩔 수 없었다. 아가씨는 대가를 치뤘다. 평생 선생님의 마음 속 응어리진 깊은 어둠을 의식한 채 살았고, 그 어둠의 이유와 실체에 대해 끝까지 알지 못 했다. 결국에는 세상에서 의지할 단 한 사람 선생님을 잃었고,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훌쩍 떠나 버린 선생님의 뒤편에 혼자 서 있어야 했다. 아가씨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난 ‘K’를 원망했다.

그가 어려움에 익숙해지면 점차 그 어려움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혼자 정하는 성격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것을(201). 입 밖으로 꺼낸 말대로 행동하려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것을. 스스로를 파괴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성격이 아니라면 좋았을 것을(201). 그가 발견한 자신 이외의 세계 속 주인공이 아가씨가 아니었다면 좋았을 것을. K와 아가씨가 자주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K가 조금만 덜 침착했으면 좋았을 것을. 선생님에게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아가씨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선생님에게 고백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K도 어쩔 수 없었다. K는 대가를 치뤘다. 남의 생각을 거리낄 만큼 약하게 생겨먹지 않은 K조차 사랑에 빠진 남자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갈팡질팡했다. 자신이 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고, 그것을 부끄러워했다(238).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망설이면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자신 때문에 선생님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선생님과 아가씨가 결혼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아주머님을 통해 들어야했고, 그 결혼을 축하해 주어야만 했다. 앞날의 희망이 없어 자살한다는 유서에도 아가씨의 이름은 쓸 수 없었고 그렇게 서둘러 죽음을 택해야 했다. K도 어쩔 수 없었다.

 

피할 수 없어서. 그래서 난 '선생님'을 원망했다.

 

만약 그 남자가 내 인생행로를 가로지르지 않았다면 아마 자네에게 이런 장문의 편지를 써 보낼 필요도 없었을 거야. 나는 어이없이 악마가 지나는 길 앞에 서서 그 순간의 그림자로 인해 일생이 어둑어둑해진 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나 마찬가지였네. 고백하자면 나는 스스로 그 남자를 집으로 끌어들였어.(188)

 

선생님이 K를 그의 하숙집으로 이끌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K와 함께 살면서 함께 향상의 길로 나아가자고 제안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197). 두 모녀와 K를 연결시키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203). 아가씨와 K가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그렇게 맞닥뜨리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처음부터 아가씨에 대한 마음을 K에게 털어놓았으면 좋았을 것을(211). 아가씨와 K가 점점 더 친해져갈 때, K에게 하숙에서 나가달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220). 아가씨의 애정에 좀 더 확신을 가졌다면 좋았을 것을. 아가씨에게 직접 마음을 털어놓았으면 좋았을 것을(224). 일본인, 특히 일본의 젊은 여자는 그런 경우 상대에게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만한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225). 아가씨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K에게 그 자리에서 같은 의미의 고백을 했다면 좋았을 것을(229). 나아갈지 물러서야 할지 망설이는 K에게 정말 물러설 수 있느냐고 묻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238). K에게 바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240). 사랑에 빠져 버린 K를 비겁하게 공격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241). 그에게 각오가 있느냐고 다그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241). 하지만, 선생님도 어쩔 수 없었다. 선생님은 대가를 치뤘다. 이상한 느낌에 K를 불렀고, 그리고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K를 마주해야 했다. 아주머님, 아가씨, K의 아버지와 형, 연락을 받고 올라온 지인들, 신문기자들에게 그가 왜 자살했을까 하는 질문을 들어야만 했고, 마음 속 비밀을 감춘 채, 누구에게나 똑같은 대답을 해주어야만 했다. 아가씨(아내)와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중간에 서 있는 K를 의식하며 평생을 살았다. 선생님도 어쩔 수 없었다.

한 사람이 겪는 고통의 양이란 건, 다른 사람은 감히 측정할 수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냥 스쳐 지나치는 말일수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그 한 마디 때문에 긴 밤을 꼬박 새우며 끙끙댈 수도 있다. 여러 번, 아주 여러 번, 나는 결심을 실행하지 못 하는, 이런 극단적인 상태로까지 상황을 방치한 선생님의 행동에 분통을 터뜨렸다.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엔 그렇게 되고 말았다.

스스로를 파괴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성격의 K는 그렇게 먼저 떠나버렸고, 아내는 끝까지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남편의 깊은 비밀을 모른 채 완전히 하나될 수 없는 서로를 의식하며 살았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아내를 순백의 사람으로 보존하려던 선생님의 바램은 그의 죽음으로 그렇게 끝났다.

사람은 자신이 지은 죄보다 더 적은 양의 징벌을 받는다고 믿었는데, 생각을 고쳐먹는다.

어떤 사람,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어떤 사람은, 자신의 죄만큼의 징벌을 받았다.

다른 사람은 가늠할 수 없는, 그런 징벌을 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쇼코의 미소에 대한 칭찬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책을 바로 구매하지는 않았기에 쇼코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얼마 전 시이소님의 페이퍼를 읽고 나서야 쇼코의 미소2014 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니까, 최은영의 등단작이기도 한 쇼코의 미소2013년에 발표되었고, 2014년 젊은작가상 본선에 오른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그랬다. 나는 2014 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구매해서는 대상작인 황정음의 상류엔 맹금류만을 쏙 뽑아 읽고 나서는 책장에 떡하니 꽂아두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쇼코의 미소에서, 나는 이런 문장이 좋았다.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비겁하게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이상한 오만으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나의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다른 생생한 삶이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268)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죽어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그저 영화판에서 비중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썼지만, 이야기는 내 안에서부터 흐르지 않았고 그래서 작위적이었다. 쓰고 싶은 글이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하기에 억지로 썼다.(271)

 

자신이 선택한 삶에 그럭저럭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멸시하며 사는 삶. 특별하게 살리라, 꿈을 이루며 살리라 하는 다짐들. 가냘픈 꿈에 의지해 밀고 가는 삶. 결심과 계획이 하얗게 부서지는 서늘한 장면. 그런 것들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답답했다. 조금은 슬프기도 했다.

꿈을 갖는다는 건, 얼마나 달콤한 일인가. 꿈 속에 살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를 먹게 될수록, 꿈꿀 때 기쁨을 느끼는 것과 똑같은 무게로 꿈을 갖는 게 허황된 일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꿈은 가까이 있지만, 너무나 멀리 있기도 하다. 어쩌면 고대하던 그 꿈을 이룰 수 있겠지만, 어떤 꿈은 영영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되고 싶었던 어떤 것을 생각해 본다. 뜨겁지 못했던 청춘의 시간들. 난 항상 최선을 다해서 살지 않았구나. 나는 꿈을 좇으며 살지 않았구나. 그런 생각에 더 쓸쓸해지는 밤이다.

쇼코의 미소를 봐야하는데....

나는 소유의 넋두리에 감정이입해서는... 

 

이 울적한 와중에....

'젊은작가상'의 책표지가 내가 가진 책의 표지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상의 취지에 따라 출간 후 1년 동안은 보급가 5,500원에 판매한다고 하는데 그 때 구입했기 때문. 『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서둘러야겠다.

울적함을 달래는 소비의 현장.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6-09-1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것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2014 황정은의 상류 ㅡ가 있던 5회작품집을 지금까진 최고로 칩니다!^^ 버릴게 없이 하나같이 다 좋았더라는!^^

단발머리 2016-09-19 09:00   좋아요 1 | URL
마치 그장소님 저를 보신듯...
아직 다 읽지 못 했거든요 ㅎㅎ
<창 너머 겨울>을 읽고 한 문단을 옮겨놓기는 했는데 아직 다른 작품은 시작을 못 했어요. 저는 단편읽는게 어려워요. 들어갔다 나와야하잖아요. 그게 힘들더라구요. 대하소설 10권이랑 단편집 2권 있으면 대하소설 10권을 먼저 읽을 판이예요.
그장소님 추천에 이 단편집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으려구요~~

[그장소] 2016-09-19 14:58   좋아요 0 | URL
좋죠~ 저도 대하소설과 놓고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대하소설은 몇날 몇시간을 통째로 주위를 지우고 빠져드는 맛이 있죠!마치 방학동안 외가에 다녀오듯이~반면 단편은 정말 걷다 편의점을 들리듯이 가까우면서 쉽게 다른 곳을 경험케 해주기도 하고요!^^
부디 즐거운 여행 하시길~^^ ㅎㅎㅎ

단발머리 2016-09-19 23:26   좋아요 1 | URL
여행 다녀오면 연락 드릴께요, 그장소님~~ ㅎㅎ

[그장소] 2016-09-20 00:23   좋아요 0 | URL
아하핫~ 네에 즐거운 독서여행 되세요!^^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에이바 2016-09-19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7회 샀어요. 작년 책은 정지돈이랑 이장욱 소설만 읽고 정리했었는데 올해는 그래도 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쇼코의 미소, 저도 읽어야 하는데요...ㅜㅜ

단발머리 2016-09-19 11:43   좋아요 1 | URL
ㅎㅎ 에이바님은 다 찾아서 읽고 계셨군요. 저는 황정음 읽고 싶어서 5회 사서는 진짜 황정음만 읽었다는...
책이 집에 있어서 덕분에 <쇼코의 미소>를 읽을 수 있었는데, 소설집 <쇼코의 미소>도 구입하고 싶어지기는 해요. 최은영이 좋아졌다랄까요^^

시이소오 2016-09-19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편 하나 좋을 순 있지만 작품집이 전체적으로 좋긴 힘들잖아요?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는 좋지만 작품집으로는 아쉬웠던 반면 쇼코의 미소는 반대의 경우랄까요?

작가의 성장이 눈에 보여 더 좋았던것 같습니다. 단발머리님이 제 이름을 언급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단발머리 2016-09-19 23:2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시이소오님~~
그래서 저도 김금희의 소설집에서는 <너무 한낮의 연애>만 읽었답니다.
<쇼코의 미소>는 다 읽어보고 싶기는 하네요.

시이소오님 댓글에 제가 영광입니다. 시이소오님 페이퍼 보고서 어제부터 <인생의 모든 의미> 읽고 있답니다.
정리하신 페이퍼가 참 좋았는데, 저도 직접 읽고 싶어서요.
그 페이퍼에도 제가~~~
˝시이소오님의 페이퍼를 보고 이 책을 읽게 됐다.˝ 이런 식으로 ㅎㅎ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CREBBP 2016-09-2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런 건가요 저도 작년과 올해 싸게 구입해서 원래 싼가 했는데. 2014년 것도 사려먼 비싸겠군요.

단발머리 2016-09-26 11:36   좋아요 1 | URL
네... 출간 후 1년간 보급가로 판매하고요. 보통은 5500원 정도 하더라구요.
1년 후에는 정상가로 판매합니다. 2014년도 것도 정가는 12,000원, 실구매가는 10800원 정도요~
근데 위의 알라딘 이웃님들 증언이, 정말 2014 작품집은 대박이라고요.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그렇다는 것을 CREBBP님께 알려드립니다. ^^
 
페미니즘의 개념들
(사)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엮음 / 동녘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납일을 코앞에 두고 메모한 것들을 서둘러 옮겨둔다. 요즘 내 인생의 가장 명확한 주기는 대출도서 반납일이 아닌가, 하고 혼자 생각한다.

 

 

1. 문화유물론 : 마르크스주의에서 토대 못지않게 문화적 차원의 지배와 저항을 강조하는 전통 (109)

<문화연구에서 여성/여성주의 문화연구>

사회적 재생산(직장, 가정)에서 성적 불평등을 낳는 기제들에 관한 문제. 가족 안에서의 여성의 자기정체화 및 그것을 토대로 자본주의적 재생산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노동 계층의 젊은 여성들이 어떻게 또래의 남성들보다 더 적은 기회를 가져서 결혼을 이상으로 여기게 되는지, 주부들이 가사노동과 육아에서 어떻게 소외를 경험하는지 등의 문제를 탐구. (117)

 

 

일상문화 특히 대중문화의 재현에서 계층, 인종, 성적 정체성을 둘러싼 문제. 특히, 다양한 종류의 여성 관객들 즉, 젠더·인종·섹슈얼리티에서 차이를 가진 여성 관객의 미디어 수용 문제를 다룸. (118

일상문화 특히 공간과 소비에서 여성의 진정성이 소외되거나 실현되는 것과 관련된 문제. 가부장적이고 자본주의적인 문화 환경에서 여성의 댄스, 패션, 대중문화 나아가 쇼핑센터와 같은 공간에서의 소비가 얼마나 욕망으로부터 소외되는지에 주목. (118)

 

 

2. 사랑 : 넓은 의미에서, 자신이 불완전자임을 자각하고 완전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나아가려는 인간의 정신 또는 철학자의 정신인 에로스, 친구와 동료, 인간에 대한 사랑, 사회적 공감이나 교감인 필리아’, 종교적인 무조건적 사랑. 인간에 대한 신의 사랑이나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실현되는 인간의 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인 아가페등을 포함한다. (126)

<7읠 베일The Seventh Veil>이라는 영화의 여주인공 프란체스카는 삼촌이자 후원자인 남자, 니콜라스의 인정과 사랑을 받아들일 때에야 비로소 피아니스트로서의 직업적 성공과 사랑을 얻는다. 이와 달리 <빨간 구두The Red Shoes>의 여주인공 빅토리아는 애초에 스승과 사랑에 빠지지도 않으면, 자신이 선택한 남자에 의해 예술이냐 사랑이냐의 선택을 강요당하고 결국 자살을 택한다. 요컨대 여기 제시된 세 가지 멜로드라마의 결론은 남자 예술가의 경우 여자의 희생을 통해 직업적 성공과 여자의 사랑 둘 다를 성취하지만, 여자 예술가의 경우는 흔히 정신적인 스승으로 제시되는 남자와의 동일시가 있을 때에야 성공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죽음밖에 없다는 것이다. (131)

 

 

3. 섹슈얼리티 : 광범위한 의미로 성역할, 성행위, 성적 감수성, 성적 지향, 성적 환상과 정체성을 정의하고 생산하는 모든 영역을 말한다. (162)

1) 대체로 sex’은 여자와 남자 사이의 생물학적 차이를 가리키기 위해 쓰이고, ‘성차/gender’은 여자와 남자를 사회적으로 구분하는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문화적 특성을 가리키기 위해 쓰인다. (167)

2) 페미니스트들은 섹슈얼리티를 핵심적인 정치적 사안으로 간주해왔다. 특히, ‘2물결 페미니즘의 등장과 함께 섹슈얼리티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페미니스트들은 개인적인 성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포르노그래피, 매매춘, 성폭력, 동성애와 레즈비어니즘 등과 같은 사안들에 대해서 페미니즘 특유의 뚜렷한 관점을 발전시켜왔다. 특히 정조대에서 재산법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함으로써 여성을 가부장적 이성애 관계를 통해 한 남자에게 묶어두기 위한 엄청난 노력들이 있어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168)

3) 남성에게 있어 성적 행위는 부추겨지거나 훈장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여성에게 있어 성적 행위는 명예를 잃거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함으로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거나 생식력을 위협하는 질병에 걸릴 수도 있는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1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