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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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에 대한 칭찬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책을 바로 구매하지는 않았기에 쇼코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얼마 전 시이소님의 페이퍼를 읽고 나서야 쇼코의 미소2014 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니까, 최은영의 등단작이기도 한 쇼코의 미소2013년에 발표되었고, 2014년 젊은작가상 본선에 오른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그랬다. 나는 2014 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구매해서는 대상작인 황정음의 상류엔 맹금류만을 쏙 뽑아 읽고 나서는 책장에 떡하니 꽂아두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쇼코의 미소에서, 나는 이런 문장이 좋았다.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비겁하게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이상한 오만으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나의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다른 생생한 삶이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268)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죽어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그저 영화판에서 비중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썼지만, 이야기는 내 안에서부터 흐르지 않았고 그래서 작위적이었다. 쓰고 싶은 글이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하기에 억지로 썼다.(271)

 

자신이 선택한 삶에 그럭저럭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멸시하며 사는 삶. 특별하게 살리라, 꿈을 이루며 살리라 하는 다짐들. 가냘픈 꿈에 의지해 밀고 가는 삶. 결심과 계획이 하얗게 부서지는 서늘한 장면. 그런 것들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답답했다. 조금은 슬프기도 했다.

꿈을 갖는다는 건, 얼마나 달콤한 일인가. 꿈 속에 살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를 먹게 될수록, 꿈꿀 때 기쁨을 느끼는 것과 똑같은 무게로 꿈을 갖는 게 허황된 일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꿈은 가까이 있지만, 너무나 멀리 있기도 하다. 어쩌면 고대하던 그 꿈을 이룰 수 있겠지만, 어떤 꿈은 영영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되고 싶었던 어떤 것을 생각해 본다. 뜨겁지 못했던 청춘의 시간들. 난 항상 최선을 다해서 살지 않았구나. 나는 꿈을 좇으며 살지 않았구나. 그런 생각에 더 쓸쓸해지는 밤이다.

쇼코의 미소를 봐야하는데....

나는 소유의 넋두리에 감정이입해서는... 

 

이 울적한 와중에....

'젊은작가상'의 책표지가 내가 가진 책의 표지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상의 취지에 따라 출간 후 1년 동안은 보급가 5,500원에 판매한다고 하는데 그 때 구입했기 때문. 『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서둘러야겠다.

울적함을 달래는 소비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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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1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것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2014 황정은의 상류 ㅡ가 있던 5회작품집을 지금까진 최고로 칩니다!^^ 버릴게 없이 하나같이 다 좋았더라는!^^

단발머리 2016-09-19 09:00   좋아요 1 | URL
마치 그장소님 저를 보신듯...
아직 다 읽지 못 했거든요 ㅎㅎ
<창 너머 겨울>을 읽고 한 문단을 옮겨놓기는 했는데 아직 다른 작품은 시작을 못 했어요. 저는 단편읽는게 어려워요. 들어갔다 나와야하잖아요. 그게 힘들더라구요. 대하소설 10권이랑 단편집 2권 있으면 대하소설 10권을 먼저 읽을 판이예요.
그장소님 추천에 이 단편집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으려구요~~

[그장소] 2016-09-19 14:58   좋아요 0 | URL
좋죠~ 저도 대하소설과 놓고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대하소설은 몇날 몇시간을 통째로 주위를 지우고 빠져드는 맛이 있죠!마치 방학동안 외가에 다녀오듯이~반면 단편은 정말 걷다 편의점을 들리듯이 가까우면서 쉽게 다른 곳을 경험케 해주기도 하고요!^^
부디 즐거운 여행 하시길~^^ ㅎㅎㅎ

단발머리 2016-09-19 23:26   좋아요 1 | URL
여행 다녀오면 연락 드릴께요, 그장소님~~ ㅎㅎ

[그장소] 2016-09-20 00:23   좋아요 0 | URL
아하핫~ 네에 즐거운 독서여행 되세요!^^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에이바 2016-09-19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7회 샀어요. 작년 책은 정지돈이랑 이장욱 소설만 읽고 정리했었는데 올해는 그래도 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쇼코의 미소, 저도 읽어야 하는데요...ㅜㅜ

단발머리 2016-09-19 11:43   좋아요 1 | URL
ㅎㅎ 에이바님은 다 찾아서 읽고 계셨군요. 저는 황정음 읽고 싶어서 5회 사서는 진짜 황정음만 읽었다는...
책이 집에 있어서 덕분에 <쇼코의 미소>를 읽을 수 있었는데, 소설집 <쇼코의 미소>도 구입하고 싶어지기는 해요. 최은영이 좋아졌다랄까요^^

시이소오 2016-09-19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편 하나 좋을 순 있지만 작품집이 전체적으로 좋긴 힘들잖아요?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는 좋지만 작품집으로는 아쉬웠던 반면 쇼코의 미소는 반대의 경우랄까요?

작가의 성장이 눈에 보여 더 좋았던것 같습니다. 단발머리님이 제 이름을 언급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단발머리 2016-09-19 23:2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시이소오님~~
그래서 저도 김금희의 소설집에서는 <너무 한낮의 연애>만 읽었답니다.
<쇼코의 미소>는 다 읽어보고 싶기는 하네요.

시이소오님 댓글에 제가 영광입니다. 시이소오님 페이퍼 보고서 어제부터 <인생의 모든 의미> 읽고 있답니다.
정리하신 페이퍼가 참 좋았는데, 저도 직접 읽고 싶어서요.
그 페이퍼에도 제가~~~
˝시이소오님의 페이퍼를 보고 이 책을 읽게 됐다.˝ 이런 식으로 ㅎㅎ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CREBBP 2016-09-2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런 건가요 저도 작년과 올해 싸게 구입해서 원래 싼가 했는데. 2014년 것도 사려먼 비싸겠군요.

단발머리 2016-09-26 11:36   좋아요 1 | URL
네... 출간 후 1년간 보급가로 판매하고요. 보통은 5500원 정도 하더라구요.
1년 후에는 정상가로 판매합니다. 2014년도 것도 정가는 12,000원, 실구매가는 10800원 정도요~
근데 위의 알라딘 이웃님들 증언이, 정말 2014 작품집은 대박이라고요.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그렇다는 것을 CREBBP님께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