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오래 기억에 남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가끔 내용도 그림도 다시 보고 싶다. 사야 할 책이다. 핸드폰으로도 찍어두고, 기사 내용을 캡처한 그림은 바로 이것, 내가 젤 좋아하는 그림이다.
2008년 이래로 나는 이상적인 서가를 1000점 넘게 그렸다. 책등은 1만 5000권쯤 그렸는데, 여러번 반복해 그린 책들이 제법 있다. 내가 가장 자주 그린 책들이다. 위에서부터 자주 그린 순서로 나열했다. 이 책들은 진짜 고전이다.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맹목적인 신뢰와 무한한 거리감이 공존하는 고전이라는 세계에서 여기 예쁜 책탑의 친구들은 도전하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To kill a Mockingbird』, 『the catcher in the eye』,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은 집에 있는 책이랑 똑같은 표지다. 언젠가 한 번쯤은 도전해 보리라.
2. Anne of Green Gables / 빨간 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를 읽었다. 10여 년 전에 유행하던 로렌 차일드 삽화 시리즈다.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릴라와 매슈가 필요로 했던 아이는 농장 일을 도와줄 남자아이였는데, 기차역에 도착한 아이는 여자아이다. 자신의 집을 갖게 되었다며 한껏 들떠 있던 앤은 그들이 원했던 건 남자아이였다는 사실에 크게 절망한다. 하룻밤을 지내고,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알아보고, 아이도 돌려보낼 겸, 마릴라와 앤은 스펜서 씨 집을 방문한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는 스펜서 부인은, 그래도 걱정할 것 없다며 여자아이를 원하는 다른 집이 있었다고 말한다. 때마침 여자아이를 원한다는 블루엣 부인이 도착해 물건 고르듯 앤을 살펴보고. 자신 앞에 놓여진 서글픈 운명에 벌벌 떨고 있는 앤. 일을 해치우듯 매일 싸우는 고만고만한 아이들 여럿에, 일을 많이 시키기로 소문난 블루엣 씨 집에서 살아갈 앤의 미래가 안타까워, 마릴라는 앤을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온다. 말 많은 이 애를 잘 키워봐야지, 속으로 결심하면서.
그린 게이블즈에 살게 되었다는 마릴라의 말에 크게 기뻐하던 앤은 마릴라를 ‘마릴라 숙모님’이라 불러도 되는지 묻는다. 하아, 마릴라가 그건 안 된단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갑자기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게 되어 걱정과 두려운 마음이 앞서는 마릴라. 앤의 안타까운 사정에 마음이 움직이고, 그래서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밝은 에너지로 가득 찬 이 아이를 키워보기로 결심했지만. ‘숙모님’, ‘이모’, ‘고모’라고 부르는 건 안 된단다. 아니니까. 난 네 이모가, 고모가, 숙모가 아니니까. 그건 안 돼.
자신의 마음, 자신의 시간, 자신의 에너지, 자신의 인생에 아주 큰 부분을 내어 주기로 결심한 마릴라가 ‘숙모’, ‘이모’는 안 된다고 말하는 장면이 흥미로웠다. 많이 양보할 수 있지만. 이만큼은 안 돼요, 이건 안 돼요, 하는 순간을. 나는 좋아하는가 보다.
3. 나는 고백한다 2
<나는 고백한다>에 대해서는 잠자냥님과 폴스타프님의 리뷰를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밝혀둔다. 참고로 나는 1권 읽고 1독, 2권 읽고 2독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으면 소설의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어서 좋고, 읽은 후에 리뷰 읽으며 이야기를 맞추어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166쪽에서 167쪽까지를 이 책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상갓집에서도 웃을 때가 있다. 어떤 웃음은 깊은 아픔을 넘어서게 한다. 우리 인생에서 제일 비극적이고 절절한 순간에조차 우리는 웃을 수 있고, 심지어 웃기까지 한다.
4. 과학하고 앉아있네 3, 과학하고 앉아있네 4, 파인만이 들려주는 불확정성 원리 이야기
사회와 역사 좋아하는 중딩에게 권하는 책. 이 시리즈 중에 나는 2권 『과학하고 앉아있네 2 : 이명현의 외계인과 UFO』을 읽었고, 이번에 김상욱 교수님의 3권과 4권을 읽는다. 주고받는 책 추천 속에 싹트는 우정. 사회와 역사 좋아하는 중딩이 내게 권하는 책은 『파인만이 들려주는 불확정성 원리 이야기』. 딱 봐도 어려워 보이는데 초등학생용이라고 한다.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다.